퀵바

니콜라스최 님의 서재입니다.

용서는 다른 데서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니콜라스최
작품등록일 :
2021.07.26 14:06
최근연재일 :
2021.12.24 08:30
연재수 :
101 회
조회수 :
43,087
추천수 :
1,127
글자수 :
606,430

작성
21.12.06 08:30
조회
217
추천
7
글자
12쪽

대혈투(6)

악에 의해 홀로 된 이들의 정통 하일드보드 액션




DUMMY

봉오동 계곡 정상 근처


아무리봐도 20대 후반을 넘지 않았을 것 같은 청년으로 보이는데 마지막 관문을 지킨다니.

류강은 좀 어리둥절해졌다.


‘혹시 반로환동? 그런데 실제 세계에서도 그것이 가능한가?’


류강의 생각을 읽기라도 한 듯 앞의 청년은 여유있는 웃음을 지었다.


“내가 설마 무협지에 나오는 반로환동이라도 한 전설의 고수가 아닌가 하고 생각하고 있나? 벌써 마음속으로는 절반이상 그렇게 결론 내놓은 것 같은데. 그래서 긴장도 살짝 하고 있고”


“그런 게 아니라면 지금 제가 보고 있는 모습이 진짜 나이입니까?”


“뭐, 아주 똑같지는 않네. 어쩌다 이 세계에서 살아오면서 숱한 적들과 싸워온 세월이 겉늙게 할 줄 알았는데, 살아남기 위해 끊임없이 단련에 집중하다 보니 그만큼 노화도 덜 온 것인지. 아뫃든 40대 중반 정도는 되니까, 자네 짐작하곤 다를 거야”


“이곳에서 저를 선제공격 하지 않으시고 이 자리에 도착할 때까지 기다리신 이유는 정식으로 대결을 원하셨기 때문입니까?”


청년으로 보이는 자는 씩 웃으며 다음 말을 이었다.


“이곳까지 올 수 있는 사람이 누군지 알고 싶은 게 크다고 할 수 있지. 정통 싸움꾼이나 무술 고수이거나 아니면 청부업자가 되더라도 강자에 대한 호기심은 끊을 수 없는 마약이 아닐까?. 그건 그렇고 난 더스틴이라고 하네”


“보기에는 중국인 같아 보이는데 영어를 꽤 잘하시는 군요”


“아무래도 이쪽 일이 좀 커지다 보면 결국 비행기 타고 다니면서 일을 해야 할 수밖에 없어. 내가 중국출신이라고 해도 이 사람 저 사람이 와서 나한테 의뢰를 하겠다느니, 원수를 갚겠다느니 하고 다니면 이 넓은 땅도 비좁게 되니까, 결국 한 곳에 머물러 있지 못해서 영어를 할 수밖에 없었지”

“저는 류강이라고 합니다. 델타출신입니다”


“알고 있네. 헤르메스 출신이라는 것도”


류강은 잠시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헤르메스라는 명칭은 미군에서도 아는 사람이 열 손가락이 되지 않는다.

미국 정부에서도 그렇고.

그런데 이 자가 누구이길래 그런 특급비밀을 알고 또 내 자신이 헤르메스 출신이라는 것도 알고 있다니.


“오해는 하지 말게. 그저 내 주특기가 화기를 이용한 근접전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각국 특수부대에 관심이 많을 수밖에 없었고, 그 중에서 언제부터인가 창처럼 뾰족하게 튀어나와 곳곳을 찔러대며 저승사자 역할을 하는 부대를 모를 수가 없었지”


저스틴은 대놓고 자신이 군출신이라는 것을 말했다.

그렇다면 이제부터 어떤 대결을 벌여야 할 것인가?

시간을 정해놓고 그 이후에 서로 탐색하면서 총기로 제압할 것인가 아니면 근접 격투로 승부를 봐야 할 것인가?

그런데 앞에서 만났던 그 뛰어난 고수들보다 과연 눈앞의 저스틴이 더 실력이 좋은 것인가?

아무 정보도 없던 터라 생각이 꼬리를 물었다.


그 때, 류강의 기억속에 섬전처럼 스쳐 지나가는 기억이 있었다.

처음 마틴소령이 자신을 델타로 스카웃 하기 위해서 특수부대 훈련소를 찾았을 때, 자신에게 해줬던 이야기가 생각난 것이다.

동양권 특수부대원들이 이슬람권으로 스며들어 이전에 볼 수 없었던 살상기술을 가르치면서 문제가 커졌고, 결국 류강 같은 고수를 찾을 수밖에 없었다고 한 것이었다.

그렇다면 저스틴도 그런 일을 했을 가능성은 충분했다.

근골을 이용한 힘과 힘이 맞부딪치는 격투가 아닌, 인간의 급소를 타격하여 치명상을 입히는 고도의 살상기술을 가르치는 일.


“앞에서 만났던 사람들은 제 순수한 힘만으로는 이기기 어려웠습니다. 그런데 당신은 단순히 순서가 뒤로 밀렸기 때문에 마지막으로 나타난 것입니까? 아니면 그들보다 우위에 있어서 가장 나중을 지키는 것입니까?”


류강의 직설적인 질문에 슬쩍 미소를 지은 저스틴이 바로 대답했다.


“적을 알면 절반은 이긴다고 하지만 이 경우는 그렇지는 않을 것 같아서 대답해주겠네. 내가 이 자리에 올 수 있었던 것도 강자에 대한 서로간의 존중이 바탕이 되어주었으니까. 확실히 자네가 앞에서 만났던 자들은 인간의 힘으로 상대하기 어려운 자들이야. 그런데 자네는 그들을 모두 해치우고 올라왔지. 과연 자네가 육체적인 힘만으로 그들을 이겼을까? 유감스럽게도 자네 온몸에 나있는 부상자국이 그렇지 않다는 걸 얘기해주고 있네만”


사실 류강은 지금 집중치료가 필요한 형편이었다.

전투가 끝날 때마다 배낭속에 있던 피부스테이플러로 벌어진 상처를 임시로 꿰매고 곳곳을 테이핑해서 간신히 버티고는 있지만 출혈량도 적지 않았고 체력은 이미 바닥이 나있었다.


“그래서 자네가 이길 수 있었던 것은 결국 특수부대중에서 가장 특수무기를 다양하게 쓸 수 있었던 경험이 큰 몫을 했겠지. 자네가 지금 메고 있는 배낭속에도 그런 것들이 잔뜩 들어있을 것이고. 자네의 육체적 능력에다 일반인은 듣도 보도 못한 무기들이 힘을 합쳤을 거야. 하지만...”


‘하지만? 무슨 얘기를’


“하지만 나도 그렇다면 어떻게 할 텐가?”


저스틴의 말에 류강은 입안의 침이 살짝 마르는 것이 느껴졌다.

인간의 한계를 초월한 전투능력에 특수무기의 결합이라...

거기다 실전 경험은 자신보다 훨씬 많을 테고.


“자네하고 맞싸웠던 자들은 실제로 나하고 힘을 겨뤄본 적도 없어. 그저 내 이름만 듣고도 물러선 거지. 나도 여기에 올까 말까 고민은 했지만, 자네 얘길 들어보니 나하고 비슷한 점이 많아 호기심이 부른 것이네”


고개를 끄덕이던 류강은 단호한 말투로 답했다.


“인질을 꼭 구해야 합니다. 제가 설사 실력이 달린다고 해도 물러설 수는 없습니다”


뜬금없어 보이는 류강의 단호한 말투에 저스틴은 웃음을 거두고 진지해졌다.


“자네하고의 대결을 가능한 한 미루고 싶었는데 안되겠군. 의뢰인의 조건을 무시할 수도 없고 말이야. 더 좋은 때에 만났으면 좋았을 텐데”


류강은 저스틴의 말에 동의하지 않았다.

어찌 되었든 그는 사람을 죽이는 일 자체에 매료된 것이고 자신은 불가피한 경우에만 살인했던 것이었다.

물론 사람이 사람의 목숨을 빼앗을 수 있는 권한은 없지만 그러지 않을 경우 선한 사람들이 삶을 잃어야 하는 반대급부가 생기는 것이 확실할 때만 실행해왔다.


이 모든 일이 끝나면 류강도 스스로 법의 심판을 받을 생각이었다.

그것이 모든 것을 면죄해주지는 못해도 최소한의 도덕적 의무는 지고 가야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다.

그런다고 자신이 생명을 끊은 이들에 대한 죄책감과 트라우마가 사라지지는 않겠지만, 죄악을 또다른 죄로 갚아준 것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저스틴은 손가락으로 위쪽을 가리켰다.


“저쪽에 조그만 벙커가 있네. 그안에 인질이 있어. 한 명은 자네 사람이고, 또 한명은 자네의 원수지. 나를 이기면 둘 다 맘대로 하면 될거야. 벙커문은 잠겨 있지 않으니까 그냥 밀고 들어가면 되고”


저스틴은 류강의 눈을 직시하면서 말했다.


“이제부터 서로 낼 수 있는 최대한의 전투력을 내보자구. 내가 이기면 물론 자네의 목숨을 취할 것이고, 벙커안의 사람들은 사련방주에게 넘겨주기로 했어. 자, 지금 우리가 서있는 곳이 계곡을 동쪽과 서쪽으로 양분할 때 거의 정가운데에 해당하는 곳이야. 나는 동쪽으로 자네는 서쪽으로 이동한 다음에 대결을 시작하도록 하지. 지금부터 정확히 15분 후 시작하겠네. 방법은 간단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상대방을 죽이거나 패배를 인정하는 말을 듣게 되면 끝나는 거야. 질문있나?”


“없습니다”


“좋아. 너무 멋있게 싸우려고 하지마. 어떤 비겁한 방법을 써서라도 살아남는 것이 승리자니까”


“알겠습니다”


저스틴과 류강은 각자의 시계를 맞추고 나는 듯이 반대편으로 이동했다.


계곡이라 그런지 오후 5시가 조금 넘었을 뿐인데 벌써 어둑어둑해지고 있었다.

조금 있으면 이 울창한 나무와 가파른 언덕, 그리고 바위들이 가득한 계곡 속에서 일생 일대 최대의 혈투를 벌여야 한다.

적에 대한 정보라면 무지막지한 격투능력과 고도의 화기 사용능력을 가졌을 것이라는 것 정도.

실제로 눈으로 보거나 확인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남은 시간은 12분.

류강은 배낭속에 있는 무기들을 점검했다.

다니엘 김이 사용했던 체코제 기관권총과 탄창 5개, 아까도 사용했던 원격조종이 가능한 쿠크리검, 대검 2자루, 암기로 사용할 수 있는 손잡이 없는 단검 6개, 섬광탄 1개, 야간투시기능과 기관권총의 조준경 기능이 링크되는 고글.

그리고 정말 마지막까지 쓰지 말아야 될 무기 하나.


류강은 저스틴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자는, 어떤 비겁한 방법을 써서라도 살아남는 것이 이긴다는 말들이 거슬렸다.

마치 자신이 꼭 이길 수 있는 수단이 있고, 그것을 사용하는 것을 정당화하는 얘기 같았다.

더군다나 더 마음이 쓰이는 것은 류강이 상대하면서 많은 피를 흘리게 했던 고수들이 모두 저스틴에게는 한수 접어줬다는 얘기였다.

직접 눈으로 본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면 그들의 그 출중한 능력도 저스틴 개인이 가진 능력에 한참 못미친다는 얘기가 되는 것이다.


‘도대체 어떤 무기를 사용하길래...’


남은 시간 7분.

류강은 일단 자신의 부상 정도와 어두워져가는 상황을 고려할 때, 승부를 길게 끄는 것 보다 빠르게 결정짓는 것이 더 유리하다고 생각했다.

그렇다면...


3분을 남겨놓고 류강은 배낭속에 있던 전술조끼안에 여러 무기들을 장착한 뒤 저스틴과 만났던 지점쪽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기실장의 무기 제조 원칙중의 하나가 어떻게든 가볍게 만든다 였기 때문에 무기의 숫자는 여러개였지만, 전술조끼가 행동에 제약이 될 정도의 무게가 되지는 않았다.


적당한 바위틈에 엄폐한 류강이 쿠크리를 만지작거리면서 고글의 야간투시모드를 작동시켰다.


‘놈은 어디쯤...’


그 순간, 류강은 자신을 향해 불덩이 하나가 쏜살같이 날아오는 것을 보았다.

반사적으로 몸을 날려 직격되는 것을 피한 류강은 강렬한 폭발음과 함께 자신이 엄폐했던 바위가 그야말로 산산조각난 것을 보았다.


‘유탄?’


류강이 피하는 방향을 예측했는지 두 번째의 불덩이가 벌써 류강이 몸을 날린 고목 쪽으로 뻗어오고 있었다.


‘저걸 피하면...’


앞의 두곳과 달리 전후좌우에는 유탄을 막아줄만한 엄폐할 대상이 없었다.

류강 자신이라면 비어진 공간으로 적이 쫓겨나올 경우를 예상해서 직사화기 공격을 할 것이다.

찰나에 빠른 판단을 한 류강은 그대로 고목 앞으로 몸을 굴려 전진하면서 기관권총으로 유탄발사기를 겨누고 있을 법한 방향을 향해 연사를 퍼부었다.


‘드르르륵’


하지만 숨을 고를 사이도 없이 빗줄기 같은 탄환세례가 류강쪽으로 퍼부어졌다.

간신히 몸을 두 번 연속으로 날려 작은 바위 뒤에 몸을 숨겼지만, 적의 반응은 상상 밖이었다.


‘전혀 총알 따위를 겁내지 않는군’


어떤 백전노장의 전사라도 기권권총의 총알 세례가 쏟아졌으면 일단 몸을 피한 후에 화기를 교체해서 반격에 나섰을 것이다.

하지만 저스틴은 류강이 이런 공격을 할 것이라는 것을 예상이나 한 듯이 바로 총알을 퍼부어댔다.

저스틴의 총알이 아슬아슬하게 류강의 몸을 스쳐 지나간 것은 셀 수도 없이 많을 것이다.

헤르메스 시절에 중점적으로 훈련했던 예측회피 훈련이 아니었으면 지금쯤 여러군데에 피격되어 전투능력을 상실했을 것이다.


여러명의 적이 각자 자동화기를 쏘아대면서 화망을 구성하면 무용지물이 되지만, 1~2명의 적이 쏘는 사격에 대해서는 적의 사격패턴이나 지형지물을 순간적으로 파악하여 적의 판단보다 반의 반쯤 빨리 몸을 피하면서 회피하는 훈련을 밥먹듯이 한 덕분에 이 순간도 류강은 가슴을 쓸어내릴 수가 있었다.


류강은 지체없이 쿠크리를 꺼냈다.

그리고 저스틴의 바이탈 사인을 찾기 시작했다.

어차피 공격반경 내에 있는 사람은 자신 빼고는 저스틴 하나.

바이탈 사인이 검색되기만 하면 쿠크리는 그 사인이 더 이상 잡히지 않을 때까지 무차별적 공격을 할 것이다.


그런데...


바이탈 사인이 잡히지 않았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용서는 다른 데서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연재를 마치며 21.12.24 73 0 -
101 새로운 시작(完) +2 21.12.24 162 8 12쪽
100 악인의 최후 21.12.23 159 6 12쪽
99 반역 21.12.21 170 6 12쪽
98 체포 그리고 도주 21.12.20 178 6 12쪽
97 귀국 21.12.17 209 5 12쪽
96 사부 21.12.16 188 6 12쪽
95 또 하나의 위기 21.12.14 195 5 12쪽
94 사면초가 21.12.13 204 4 12쪽
93 악 대 악 +2 21.12.10 232 7 12쪽
92 사냥(2) 21.12.09 214 6 12쪽
91 사냥(1) 21.12.07 233 6 12쪽
» 대혈투(6) 21.12.06 218 7 12쪽
89 대혈투(5) +1 21.12.03 221 7 12쪽
88 대혈투(4) 21.12.02 214 6 12쪽
87 대혈투(3) 21.11.30 221 5 11쪽
86 대혈투(2) 21.11.29 212 7 11쪽
85 대혈투(1) 21.11.26 229 7 12쪽
84 결전전야 +2 21.11.25 228 7 12쪽
83 사련방주 21.11.23 268 7 12쪽
82 삶과 죽음 +2 21.11.22 269 8 12쪽
81 인질 +1 21.11.19 268 8 13쪽
80 건카타 +1 21.11.18 257 4 12쪽
79 역습(3) +1 21.11.16 272 8 12쪽
78 역습(2) 21.11.15 271 8 12쪽
77 역습(1) +1 21.11.12 291 7 13쪽
76 금성파를 치다(9) +1 21.11.11 297 7 12쪽
75 금성파를 치다(8) 21.11.09 286 8 12쪽
74 금성파를 치다(7) 21.11.08 288 9 12쪽
73 금성파를 치다(6) +2 21.11.05 309 9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