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 문제로 본문에서 공지로 옮기게 되었습니다.)
어느 추운 겨울. 홍대의 한 칵테일 바에서 재미있는 술을 하나 발견했습니다. '블러디 메리'라는 이름을 달고 있는 술. 분명 메리 여왕의 이름을 딴 술인데, 칵테일의 재료는 온 대륙을 넘나들더군요. 게다가 타바스코 소스에, 우스터 소스에, 소금과 후추가 들어가는 술이라니. 세상에, 살아 생전에 본 적도 없는 술이었습니다. 블러디 메리란 이름에 어울리는 사이코틱한 술이란 생각이 들더군요. 차마 마셔볼 엄두도 내지 못했습니다만, 이후에도 계속해서 이 술이 생각났습니다. 바로 그 자리에서, 이 소설이 시작되었다고 할 수도 있겠네요.
이 소설은 시작부터 완결을 정해두고 쓴 소설이었습니다. 블러디 메리를 마시고 메리 여왕이 된 현대인이, 이런저런 모험을 해가며 블러디 메리의 재료를 모으고, 그 술이 완성되어 다시 현대로 돌아간다는 것이 처음 제가 정했던 결말이었지요. 그런데 쓸수록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내가 지금껏 써왔던 사이코 여왕이, 이렇게 순순히 현대로 돌아갈 사람인가?' 그래서 결말을 조금 꼬았습니다. 현대에 돌아갔다가, 그간 그녀가 쌓아온 행적으로 완성된 블러디 메리 칵테일을 마시고 다시 돌아오는 것으로요. 16세기와 21세기 사이에서 정체성의 혼란을 겪고, 사이코 여왕이 되었던 주인공이 스스로의 선택으로 이 세계를 선택하는 게 제게는 더 마음에 드는 결과였습니다. 저로선 마음에 드는 결말이었습니다만, 결말이 다소 뜬금없다고 느껴지시는 분들에게는 그저 초보 작가의 역량부족이었노란 말밖에 드릴 수가 없겠네요. 그래도 벌려둔 수많은 이야기는 앞으로의 외전 (사실상 1.5부에 가까운 형태가 될 것 같습니다만, 어쨌든 외전)을 통해 마무리할테니, 그게 약간의 위로라도 되었으면 합니다.
200화라는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글을 쓰는 동안 참 많은 우여곡절을 겪었습니다. 첫 장편 소설이다보니, 모든 게 실수투성이였지요. 지각하기 일쑤에, 오타도 빈번하고, 때로는 전개의 미숙함으로 많은 독자 분들을 떠나보내기도 했습니다. 개인적으로 글을 쓰며 더 좋게 표현하지 못해 아쉬웠던 적도 정말 많았고요. 이 모든 부족함과 미숙함에도 저를 따라와주신 독자분들에게는 그저 감사하다고밖에 표현할 수 없겠네요. 여러분이 없었다면 결코 이 글을 완주할 수 없었을 겁니다. 이곳까지 함께해주신 모든 분에게, 그리고 중간까지라도 여왕의 모험에 함께해주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와 사랑의 인사를 전합니다. 항상 감사합니다.
-스플렌더 拜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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