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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블로우 님의 서재입니다.

우리는 다른 시간을 걷지만 같은 공간을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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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시레온
작품등록일 :
2023.10.09 14:09
최근연재일 :
2023.10.12 07:48
연재수 :
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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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글자수 :
10,409

작성
23.10.12 0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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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드워프의 마을로 가는 길

DUMMY

대륙을 가로지르는 거대한 산맥.

자연이 흐르는 거친 땅에서도 가장 활력이 넘치는 키틀로 산맥이다.

그 골짜기를 따라서 우리는 중간 목적지에 도착했다.


이제 슬슬 겨울도 무르익었고 조만간 눈이 내릴 것이다.

꽁꽁 얼어붙은 호수가 넓게 펼쳐져 있었다.


“빙판이로군.”


“아주 넓군요. 스케이트를 탈 수 있다면 아주 멋지겠어요.”


오펜디시와 헬레나가 한 마디씩 주고받았다.

나도 하나 거들고 싶었지만 딱히 떠오르는 말은···.


“이렇게 추운 날에도 청량하고 맑은 호수를 보는 방법이 있지.”


“청량하고 맑은 호수? 저렇게 꽁꽁 얼었는데?”


“어떠냐, 보고 싶으냐?”


내가 입에서 불을 뿜으며 호수를 가리켰다.

그러자 오펜디시가 손사래를 치며 그러지 말라고 했다.


“흥, 단번에 가능하거늘···.”


“어디 가서 그런 짓은 하지 마. 온전히 유희를 즐기고 싶은 거 아니야?”


“드래곤의 유희에 훈수를 두는 인간은 너 말곤 없을 거다. 나도 알아.”


당연히 인간인 척 유희하고 있을 땐 그러지 않겠지.

하지만 여기 너희들은 내가 드래곤인 것을 알고 있지 않냐는 것이다.

늘 그렇지만 이들은 나를 아이 취급한다.


헬레나는 몰라도, 나보다 한참은 어린 자들이.

제이드도 그랬고···.


“정말 여기서 내리시는 겁니까?”


“이곳에 저희 동료가 있습니다. 그러면 살펴 가시길.”


오펜디시가 마부에게 작별을 고했다.

우리를 위해 무상으로 짐수레의 자리를 빌려준 마부와 헤어진 것이다.

물론 수레의 목적지까지 가는 도중일 뿐이었지만 그는 우리에게 친절했지.


“그러면 지금부터 로버트를 찾으러 갑시다.”


오펜디시는 그렇게 말하며 앞장섰다.

그는 언제나 걸을 때 가장 앞에 서주었고 앞길을 막는 모든 것을 치워준다.

지금도 저렇게 나뭇가지를 꺾으며 앞길을 터주고 있었다.


“그래, 이 앞으로 쭉이구나? 오펜디시. 이 빛을 따라가면 될 겁니다.”


엘프인 헬레나는 정령을 이용해서 우리가 나아가야 할 길을 알려주곤 했다.

이 키틀로 산맥의 일곱 번째 봉우리 어딘가에 로버트가 있다는 사실.

그것 하나만 알고서 왔지만, 이것으로 해결되었다.


“로버트의 마력을 찾은 것이냐. 헬레나.”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군요. 좌표는 북동쪽으로 427, 1024 정도?”


“날아갈까?”


굳이 걸을 이유는 없으니까. 하지만 그렇게 해버리면 그곳의 드워프들이 난리를 피우겠지.

기본적으로 드워프는 마법을 좋아하지 않는단 말이지.

그래서 로버트와 나는 사이가 썩 좋은 편은 아니었다.


오펜디시도 내가 말한 의도를 알기에 반응해 주었다.


“드워프들을 놀래킬 생각이라면 아주 좋은 생각이군. 크하하.”


“그러지 말아주세요. 아니스. 로버트의 가족은 저희의 친구입니다.”


“뭐, 알아···그냥 오랜만에 만나니까, 그 표정이 보고 싶었을 뿐이야.”


눈이 휘둥그레지고 신기하다는 표정으로 입을 떡 벌리지만···그래도 고개를 젓는다.

드워프는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서.


마법으로 그릇을 닦아 주겠다고 모두 나에게 맡기라고 했을 때도 그렇다.

그런 짓을 해버리면 음식을 먹은 뒤의 감사를 할 수 없다던가?

드워프는 음식에 감사를 해야 한다면서, 그러려면 먹은 뒷정리를 손으로 해야 한다고···.


“정말 나랑은 안 맞는 종족이로다!”


“드워프는 전통을 중요시합니다. 아니스가 마법을 사랑하듯 그들도 마찬가지죠.”


“흥, 엘프가 드워프의 편을 들어주는 건 헬레나밖에 없을 거예요.”


실제로 엘프도 정령과 마법에 조예가 깊은 종족이니까.

드워프보다 수명도 길고 전통도 중요시하지만 두 종족은 사이가 좋지 않았다.


드워프의 전통은 손으로 직접 만들고 해내는 것.

엘프의 마법과 정령은 그들에겐 마치 양치하고 밥먹는 수준의 문화 충격일 것이다.


“오늘따라 아니스의 말투가 오락가락하는 것 보니, 그래도 기대가 되는가 봐?”


또 무슨 소리를 하려는지 오펜디시가 시동을 걸었다.

자주 저런 말을 하는데···내 말투에 변동은 보통 없는 편이다.


“마, 말투가 오락가락한다니? 이 몸이?”


“괜히 무게 잡고 말하다가 편하게 말하잖아. 드워프들 앞에서 으름장 놓을 생각에 신나지?”


“가오가 아니니라! 이 몸은 위대한 드래곤이고···드, 드워프 앞에서 으름장이라니?”


인간들이 생각하는 드워프와 드래곤의 관계는 꽤 험악하기 그지없었다.

자신의 둥지에 있는 보물고를 채우기 위해 드워프를 노예로 부린다거나 혹사한다거나?

이 몸은 단 한 번도 그런 적이 없었거늘···.


그런데 중요한 건 어린 드워프들도 드래곤은 자신을 잡아먹는 무서운 것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전부 그런 건 아니겠지만···하필 로버트가 그런 녀석이었다.


그게 중요한 거다.


내가 드래곤이라는 사실을 알고서 노발대발했었지.

지금 다시 생각해보면 머리가 아프다.


“그래. 아니스는 드워프들 앞에만 서면 슥 바라보다가 마법으로 골려주곤 했잖아?”


“골려준 것이 아니다. 단지···신나서 넘어진 아이의 옷을 바람으로 털어준 것뿐이야.”


물론 일부러 마법을 쓴 건 맞지만 나쁜 뜻이 있었던 건 아니다.

그 꼬맹이도 좋아했었고 말이야. 다만 옆에 있던 어미가 놀라서 애를 데려간 것이 문제지.


“그렇구나. 여러분? 로버트의 답신이 왔습니다.”


정령을 통해서 소통이 가능한 헬레나.

로버트에게 우리가 가고 있다는 사실을 알린 것 같다.


“그래서 뭐라고 하더냐. 이 몸은 출입 금지라고 말하진 않았겠지?”


“후후, 비슷한 말이 있었군요. ‘불 뿜는 용은 금지. 아니스만 초대하겠다.’ 라는군요?”


“···그래? 뭐, 알겠노라.”


녀석이 크게 다쳤을 때, 내가 살려내려고 얼마나 노력했는지 모른다.

그때 내게 말했던 것이 있다.


‘불 뿜는 용은 여전히 싫다. 그래도 나를 살려준 아니스라면 참아주지.’


흥, 생명의 은인에게 하는 말치고는 아주 무례했지만···.

로버트치고는 꽤 후한 이야기였다. 나에겐 말이다.


그 녀석은 하나 아니라고 생각하면, 보통은 참는 법이 없었으니까.


고개를 끄덕이며 걷는데, 갑자기 헬레나가 멈춰서 그녀의 등에 부딪혔다.


“으앙, 뭐야? 왜 멈추는데!”


“오펜디시가 돌아봐서요. 왜 그러시죠?”


“그냥 지금 아니스가 무슨 표정을 짓고 있나 싶어서. 발그레···레드 드래곤 다운 표정이군.”


그건 또 무슨 표정이지?

도저히 인간의 비유법은 알아듣기 힘들다고 생각한다.


“요즘 너희들 내 표정 말투 이것저것 너무 따지고 있다. 왜 그러는 것이냐!”


그렇게 호통을 치자 오펜디시는 피식 웃으며 뒤돌았다.

그리고···싹 무시하고 다시 길을 걷는다.


오, 이럴 수가.

그 어떤 생물이 감히 드래곤의 이야기를 저렇게 무시할까?

하지만 여기 그런 녀석들이 두 명이다.


두 명···.

원래는 세 명이었던가.


“···제이드.”


한숨이 폭 나온다. 앞서 걸어가는 그들을 따라서 걷는데···.


“으앙, 무엇이냐. 왜 또 멈춘 것이야?”


헬레나의 커다란 가슴에 얼굴을 부딪치고 말았다.


그녀를 올려다보자, 나를 지그시 바라보는 그녀.

오펜디시도 아까의 장난기 넘치던 얼굴은 아니었다.


헬레나가 말했다.


“우리 꼬마 아가씨 괜찮나요?”


“정말 왜 그러는데···.”


뭔가 기운이 빠진 기분이다. 왜 이렇게 되었는지 잘 모르겠네.

하지만 이러고 있는다고 나아지는 경우는 없다.


“빨리 가자. 로버트가 기다리고 있어.”


일부러 헬레나의 어깨를 잡아 뒤돌게 했다.

그리고 등을 떠밀었고 그제야 두 사람이 앞으로 나아간다.


“요즘 아니스의 마음이 잘 보여서 좋긴 하지만, 걱정되네요.”


“우리 엄마야? 그런 걱정은 안 해도 돼.”


엄마냐고 묻긴 했지만, 솔직히 지난 10년간 그런 느낌으로 살긴 한 것 같다.

보통 엘프들은 개인주의적인 성향이 짙고 자존심만 더럽게 센 짜증 나는 녀석들인데.

헬레나는 달랐다.


나이가 아주 많아서 그런가? 아니면 그녀의 천성이 그런 것일까?

그 부분은 알 수가 없지만 나는 그녀가 좋았다.

아마 제이드···만큼 그녀를 잃는다면 나는 슬플 것이다.


그래도 제이드의 이 마음을 알고 있기에 준비할 수는 있을 것이다.

이제 그녀의 수명도 얼마 남지 않았을 테니까.


앞으로 100년? 200년? 적어도 500년 이내.


동면은 그 이후로 생각 중이다.

반드시 헬레나의 임종은 내가 옆에서 지켜봐 줘야지.


그전에 오펜디시가 먼저일까?

어쩌면 좋니, 인간···인간···.


수명의 끝에 선다는 것.

이 몸으로선 전혀 신경 쓰지도 않던 일이었다.

하지만 신경 쓰인다.


다른 나의 소중한 동료들로 인해, 훨씬 자주 생각하게 되었다.


슬픈 생각. 슬픈 감정.

아련하고 그리운 그들이여.


아직 나를 떠나지도 않았지만 내 감각은 미래를 생각 중이다.

벌써 두렵다. 이렇게 함께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 지금도 두렵다.


그 무시무시한 마왕의 앞에서도 이렇게 떨어본 적 없거늘···.


“오펜디시는 왕도로 돌아가고 모든 것이 끝났을 때, 무엇을 할 생각이지?”


이런 이야기를 내가 꺼내게 될 줄은 몰랐다.

적어도 제이드가 할만한 이야기가 아니었을까?


하지만 이제 그는 없으니까.

내가 대신···.


“응? 글쎄 아직 생각해본 건 없군.”


“계획이 없다고? 그렇게 살아도 되는 것이더냐?”


“아니, 아니스? 내가 계획이 없는 건 맞지만, 네게 그런 소리를 들을 정도는 아니라네.”


솔직히 인정하는 바이다. 이 몸에게 앞으로의 계획은 무슨···.

계획이란 오펜디시처럼 주어진 시간이 짧은 단명 종의 일일 뿐이다.

그런데! 그 단명 종이 계획이 없다고?


“오펜디시. 이 몸이 친히 그대의 인생 계획을 세워주겠노라.”


“아니, 아니스? 무슨 소리냐? 절대로 안 돼! 어디 사춘기 소녀에게 인생 계획을 맡기라고?”


“사춘기 소녀라니? 이 몸을 무엇으로 생각하는 것이냐!”


오펜디시는 자주 헛소리하지만 이번엔 조금 과했다.

무슨 소리인지 머리가 정말 아프군.


이 몸은 성년을 맞이한 어른이다. 무엇보다 사춘기란 인간에게 나타나는 성장 현상.

내가 그것도 모를 줄 아는 것인가?


“무슨 나쁜 욕으로···비유한 건 아니겠지? 인간의 욕은 어려워.”


“아냐, 그런 건 아니야. 아무튼 아니스는 걱정하지 마라. 누구보다 멋지게 살 테니까.”


“···흥, 그러시던가.”


뭐 스스로 그렇다면 그러라지.

이 몸이 친히 걱정되어서 도와주시겠다는데 거부한 건 녀석이다.

나중에 후회해도 절대로 안 도와줄 것이야.


“푸흣, 후후후···.”


그때 내 앞을 걷고 있던 헬레나가 그렇게 웃었다.

저렇게 크게 웃음을 터뜨린 건 정말 처음 보는데···.


“헬레나? 괜찮아요?”


“후후, 아뇨. 괜찮아요. 걱정해 줘서 고마워요.”


“그래요? 흐믕···.”


뭔가 오펜디시와 헬레나 두 사람에게 놀림을 받은 느낌인데···.

하지만 어떻게 놀림을 받은 것인지 잘 모르겠다.

모르기에 화가 나진 않았고 그냥 그러려니 해야지.


우리는 그렇게 꽤 걸었다.


해가 질 무렵이 되어서, 드디어 드워프들이 살고 있는 마을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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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워프의 마을로 가는 길 23.10.12 5 0 12쪽
1 그날, 소녀는 그대와 같은 공간에 있었다 23.10.09 14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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