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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시라스 님의 서재입니다.

그날 죽은 너를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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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시라스
작품등록일 :
2019.11.15 07:39
최근연재일 :
2019.11.15 0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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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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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57

작성
19.11.15 0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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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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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000화 : 저는 죽었습니다.

DUMMY

그날 나는 죽었습니다. 녹색의 화염에 뒤덮혀서, 살조각이 다 타버리는 고통을 겨우 견디며 죽었습니다.


"흐암..."


물론 저는 아직 살아있죠.


"하품은 필요없지만... 뭐랄까 기분상 하게된단말이지..."


절그럭. 뼈가 부딪히는 소리. 저는 목을 돌려봅니다. 뼈들이 비벼지는 소리가 들리는 걸 보니 아직 잘 붙어있군요.


저는 언데드입니다. 화염에 휩싸인 이후로 뼈만 남은 스켈레톤이 되어버렸죠. 이 대륙의 모든 이들이 그렇습니다. 저만 그런게 아니라 외롭지는 않더군요.


"아앗! 새끼손가락!"


새끼손가락이 덜그락하고 땅에 떨어졌습니다. 오른손이 뭔가 허전해졌네요. 저는 반대손으로 제 새끼손가락을 집어올렸습니다.


"그때 그 미치광이랑 싸운 이후로 자꾸 빠진다니깐..."


지금 말하는 미치광이는 정말 미친 언데드입니다. 다른 언데드의 뼈를 먹어치우던 놈이였다니깐요! 덕분에 죽을 고비까지 갔다왔다니깐요... 휴.


저는 새끼손가락을 잘 집어들었습니다. 수직으로 세운 손가락을 손에 꾹 끼워넣자 새끼손가락이 딱 들어갔습니다.


"흠... 계속 이러는거 아니겠지?"


저는 손가락을 한바퀴 돌려봤습니다. 완전히 한바퀴 돌아가버린 손가락을 저는 유심히 관찰했습니다. 쥐었다 폈다는 되지만... 불안한건 사실이네요.


끼익. 낡은 침대가 아우성을 지릅니다. 근처 판자를 모아서 어제 수리했지만 역시 허름하네요. 저는 나선 계단을 타고 1층으로 내려왔습니다. 저는 이 주변에서 가장 집이 좋습니다.


별 3개짜리 장군이 쓰던 집을 훔쳤으니까요. 코 앞에서 전투가 벌어졌었는데 이런 집을 지어두다니. 대단한 인간이에요.


푸른색 코트가 펄럭입니다. 여벌옷으로 남겨두었던 코트였습니다만 이제는 유일한 코트네요. 저는 코트를 입고 문을 열었습니다.


녹색의 땅이 저를 반깁니다. 언제나 화창한 미소로 저에게 인사해봤자 녹색의 땅은 끔찍합니다. 살아있지만 살아있지 못한 자들만이 살 수 있는 이 녹색 땅. 저는 그 위를 걸었습니다.


무언가 흙을 흩뿌려 부츠 위에 한가득 올렸습니다. 저는 그 땅을 내려봤습니다. 한 뼈가 땅 속에서 기어나오더니 얼굴을 빼꼼 들이밀어습니다. 뼈지렁이에요. 귀여운 아이들이죠. 그런데... 이 많은 뼈지렁이가 다 도망을 가고 있습니다.


"곧 들릴 것 같네요."


펑! 제 말이 끝맞치는 순간 큰 소리가 들려옵니다. 동쪽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저는 고개를 돌려봅니다. 녹색 땅의 지평선, 그곳에는 두 개의 대포가 놓여있습니다.


"또 전투를 하는 건가요... 지겹지도 않나봐요."


그들은 전투를 합니다. 제가 밟고 있는 이 땅 위에 벌어졌던 전쟁을 끝맞치겠다고 하더군요. 그것이 유일한 소원이라고.


몇년 전, 전쟁이 있었습니다. 힘을 중시하던 북부 제국이 남부 왕국의 자원을 노리고 전쟁을 걸었던 것입니다. 마지막 전투는 제가 살고 있는 이 평원. 바로 스틱스 평원에서 일어났습니다. 끝은 좋지 않았죠.


마지막 격전에서 결국 밀려나던 북부 제국은 자신들의 신에게 빌었습니다. 신은 소원을 이루어주었죠. 격전지의 모든 이들을 몰살시킬 강력한 주술을 내려준 것입니다.


주술은 땅을 갈랐습니다. 황색빛의 아름답던 땅은 더러운 녹색으로 변했고, 사람들은 화염에 휩싸였습니다. 가장 타격이 큰 것은 남부 왕국이었죠. 결국 화염은 스틱스 평원의 모든 이들을 죽여버렸습니다. 그러나 화염은 그것으로는 분이 다 삭지 않았나봅니다.


화염은 계속에서 나아갔습니다. 평원을 넘어, 산을 넘어, 도시를 넘어. 모든 이들을 불태웠죠. 그때, 저의 친구, 동료, 가족들도 모두 타버렸습니다.


주술은 한 술을 더 떠 저희를 죽였다 살렸습니다. 뼈만 남고, 녹색으로 변한 피부. 언데드가 되어버린 저희였습니다. 저항따위는 없었습니다. 화염은 그저 학살을 하듯 사람들을 휩쓸었죠.


마침내 이 대륙, 드랏실 대륙은 화염에 모두 뒤덮혔습니다. 화염이 사라지고 녹색으로 변한 땅은 죽음의 땅이 되었죠. 그 누구도 찾아오지 못하는 망자들을 위한 땅. 저희의 땅이 된 것입니다.


저또한 남부 왕국의 병사였습니다. 이래보여도 소위 출신이라고요. 총을 들고 달리던 저의 모습이 어찌나 멋졌는지, 훗. 어차피 제 외모는 이미 다 타버려서 아무도 모르니 이렇게 말해도 괜찮겠죠.


펑! 펑! 대포 소리가 계속 들려옵니다. 대체 어느 쪽을 저렇게 쏘고 있는 걸까요. 제 집에만 안 맞았으면 좋겠네요.


"아저씨는 뭐하려나? 또 녹색주같은거 마시고 골아떨어져있지만 않으면 좋겠는데... 맨날 그게 소원이다, 소원이다 하고 성불 안하는 거 보면 순 거짓말쟁이라니깐."


아, 참. 저희에 대해 소개할 마지막 것을 까먹었네요. 저희는 소원을 이루면 사라집니다. 마지막 소원을 완전히 이루면 저희는 죽을 수 있죠. 많은 이들이 소원을 이루고 사라졌음에도 아직 언데드들은 많습니다. 저랑 아저씨, 저기의 병사들같이요.


"아저씨!"


문을 쾅쾅! 부숴질 듯이 두드리자 아저씨가 문을 엽니다. 아저씨는 아직 얼굴 가죽이 남아있습니다. 아저씨가 정겨운 얼굴을 보여주며 웃습니다.


"왔구나! 들어오렴."


"녹색주는 안 마셨죠?"


"그....럼!"


"그럼 저기 저 병들은 뭐에요? 아무리 봐도 녹색준데?"


"저번에 마신거야! 저번꺼."


"흠... 믿을게요."


저는 부츠를 탁탁 털었습니다. 아저씨는 그런 저를 보며 머리카락 없는 뒤통수를 긁어봅니다. 창피한 줄은 아나보네요. 저는 허름한 집으로 들어섭니다. 천장은 기울어 안쪽으로 움푹 파여있습니다. 이런 집에서 어떻게 살아가는 걸까요.


"그래서 그 아이는 성불시켜줬니?"


"힘들었다고요? 무슨 소원이 그래... 목마라니."


"목마... 겨우 그런거였어?"


"겨우라니요! 목마를 일주일을 타고도 성불을 안 했다니깐요? 집착이 심한 아이였어요... 일주일만 몸무게가 늘었던 기분이랄까요?"


성불. 소원을 이루고 사라지는 일을 말하는 것입니다. 저는 언데드들의 성불을 인도해주는 일을 합니다. 아직 죽지못하고 삶에 미련이 남은 이들을 성불시켜주는 그런... 해결사? 그래요. 해결사같은 일을 합니다. 돈은 안 받아요.


"그래도 성불해서 다행이구나. 그 아이때문에 그 주변 언데드들이 고생이 심했다 그러더라고."


"아이들의 고집은 알아줘야줘. 진짜 부모님이 아닌 제가 해준게 마음에 걸리긴 하지만..."


만약 정말 이루고 싶은 소원이 있지만 이루지 못하는 언데드가 있다면 저는 언제나 달려갑니다. 그런 이들을 위해 저같은 해결사가 존재하는 거니까요.


"일은 조금 들어왔어요?"


"아니, 전혀. 주변은 거의 끝이야. 네 덕분에."


"노력 조금 했죠, 훗."


저는 콧대를 세워봅니다. 아저씨가 저를 보고 마구 웃습니다. 뼈 부딪히는 소리가 시끄럽습니다. 죽지않는 이 몸이 가장 원망스러울 때입니다. 조금 크게 움직이기만 하면 뼈가 소란이란 소란은 다 일으킵니다. 저는 그래서 몸을 살짝씩만 움직입니다. 저렇게 소리를 내면 뭐랄까 건방져 보인 달까요.


아저씨는 일종의 중개인을 맡아줍니다. 발이 넓어서 제가 원하는 언데드들을 쉽게 찾아주죠. 사실 아저씨의 소원도 그들을 성불시키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저처럼.


"아아... 뭔가 심심해서 일이라도 할까 했는데. 꽝인가보네요."


"그럴수도 있지."


아저씨는 소파에 주저앉습니다. 소파가 괴이한 소리를 내며 휘어졌습니다. 저도 그 앞 다른 소파에 앉습니다. 역시나 괴이한 소리를 내는 소파입니다.


펑! 대포 소리입니다. 아직 전투가 끝나지 않았나봅니다.


"아직도 전투를 하다니 멍청이들. 그때... 그렇게 열심히 전투를 해놓고선도 더 하다니..."


아저씨는 원래부터 이 집에서 살았다고 했습니다. 전쟁이 나기 전부터 말이죠. 아저씨는 북부 제국 사람이었습니다. 제국이 점점 밀려 스틱스 평원까지 밀리게 되었을때, 그는 피난을 갔었습니다. 수도에서 지내다가 결국 언데드가 되었다고... 그러더군요.


"신물이 나네, 정말."


그런 아저씨기에 전쟁이 싫은게 당연합니다. 저도 전쟁은 싫습니다. 이상하게 끝나버린 이 전쟁도 너무나 싫습니다. 그래도 제가 진심으로 하고 싶은 일을 찾아 다행일까요.


"저 사람들의 소원이니... 일단 내버려둬야겠죠. 누가 알아요? 저러다가 어디 하나가 항복이라도 할지."


"맞고, 부숴지고, 바스라져도 안 죽는게 우리 언데드인데. 죽겠어?"


뽁. 아저씨는 병마개를 하나 뽑습니다. 녹색주의 끔찍한 냄새가 피어오릅니다. 역시 저거 녹색주가 맞네요.


"아. 저. 씨!"


저는 말을 조금씩 끊으며 경고해봅니다. 아저씨가 뜨끔하더니 녹색주를 다시 집어넣습니다. 저는 저 녹색주가 너무 싫습니다. 먹으면 뼈가 상하는 느낌이 납니다. 그것이 맛있다고는 하지만 저는 주술의 흔적이 남아있는 기분이라... 더 싫습니다. 아... 뼈가 아파옵니다.


주술이 발동될 때, 저는 그것의 코 앞에 있었습니다. 주술의 화염이 저를 감싸안았던 그 고통. 고통없는 지금도 그 일만 생각하면 느껴집니다.


"후... 벌써 10년이 넘었던가요?"


"11년이야."


"진짜 오래됐네요. 그렇게 생각해보니 대포알이 어떻게 아직도 남아있을까요?"


"만들어오나? 만들지 못하는 건 아니잖아?"


"하긴..."


남부에는 아직 공장들이 살아있다고 들은 것 같습니다. 그런 공장들이 아직도 전쟁물품을 만든다니... 끔찍하네요.


쾅!


"우엇!"


저는 본능적으로 귀를 막습니다. 의미는 없지만... 누군가 문을 쾅하고 열었습니다. 고개를 돌려 문 쪽을 쳐다봅니다.


"안녕하세요...?"


후드를 쓰고 있는 언데드...인가? 얼굴이 보이지 않습니다. 특정을 할 수 없달까요. 어차피 언데드겠거니 하는 생각을 하며 저는 소파에서 일어섭니다.


"무슨 일... 이시죠?"


"저기..."


"우엇!"


목소리가 특이합니다. 언데드가 아닙니다. 인간...?


"인간이 어떻게 여길..."


아저씨도 알아봤습니다. 언데드는 혀가 없기에 약간의 울리는 목소리가 있습니다. 언데드 특유의 힘없는 목소리도 특징이죠. 그러나 후드를 쓴 저... 사람, 분명 인간입니다.


그 인간은 후드를 벗어보입니다. 찰랑이는 머리칼이 흘러내립니다.검은색의 머라카락. 이쁘네요. 우와...


"제 부탁을... 들어주세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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