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템빨로 지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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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동네
작품등록일 :
2021.10.03 03:43
최근연재일 :
2021.10.05 14:30
연재수 :
7 회
조회수 :
305
추천수 :
18
글자수 :
38,805

작성
21.10.05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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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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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007_ 상단을 위하여 (2)

DUMMY

나의 물음에 샤를리안은 들고 있던 포크를 내려놓으며 되물었다.


"둘째 왕태자님의 비호를 받고 있는 영지 말씀이신가요?"

"그 두 영지가 없어지면 해결되는 일인가?"


나의 질문을 받은 샤를리안은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


"······아닙니다. 중심 영지로 향하는 길이 뚫린다고 한들, 왕국의 상단이 내전 중에 이런 변방까지 오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직접 상단을 꾸린다면?"


내가 묻자 샤를리안은 잠시 생각하다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현실적으로 불가능합니다."

"왜 불가능한지 자세히 말해라."


불가능한 이유를 들으면 내가 해결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벨리안 영지의 생산품이라고 하면 농작물과 민물고기를 훈제소에서 가공한 것 정도입니다. 분명 생산량은 더욱 끌어올릴 수도 있습니다만··· 교역을 통해 이득을 보려면 그것이 필요한 영지까지 운반해야 합니다."


샤를리안은 이내 식기를 내려놓고 말을 잇기 시작했다.


"···하지만 올해 왕국은 공교롭게 풍년이 들어 애초에 농경지가 거의 없는 마르크와 코렌 두 영지를 제외하면 식량으로 곤란한 영지까지의 거리가 너무나 멉니다."


샤를리안의 설명을 들으면서 식사를 하던 나는 문득 그동안 신경 쓰였던 것이 떠올라 그녀에게 묻기로 했다.


"공간 마법은 이 세계에 드문가?"

"······인간이 공간 마법을 다루는 일은 이론적으로 불가능하다고 결론 난 지 천 년이 지났습니다. 물론 케니스 님이 행하시는 것을 직접 보기는 했습니다만······."


그렇군. 그렇다면 이것은 엄청나게 커다란 무기다.


단적으로, 지금 샤를리안이 말한 문제를 해결할 방법이 나에게는 있다. 하지만 공간 마법이 그렇게 드문 존재라면, 이것은 지금 내보일 패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앞으로 남들 앞에서 콜렉팅 박스를 여는 것 또한 자제해야 할 필요를 느꼈다. 그렇다면 그 방법을 제외하고 현 상황을 해결해야 한다.


얼마 전 연합군의 진군을 저지하기 위해 쥬리알 성의 집무실에서 지도를 보며 고심했던 일이 떠올랐다.


"그렇다면 제국 쪽으로 상단을 꾸리는 것은 어떤가?"

"······예?"


샤를리안이 황당한 표정으로 나를 쳐다본다.


"코렌 영지보다 오히려 제국의 국경 쪽이 벨리안 영지와 가깝던데."


제국과의 전쟁이 끝나고 왕국에 편입된 벨리안 영지는 마르크와 코렌을 대신해 제국과의 국경지가 되었다는 고웬의 설명이 기억났다.


지금은 불가침 조약 탓에 서로 침범할 리 없지만,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벨리안 영지에서 멀지 않은 벨룬 평야는 실제로 제국과 왕국의 전쟁터로 쓰였다고 한다. 그렇기에 왕국의 영지 중 벨리안 영지와 가장 가까운 코렌 영지보다, 제국의 국경 쪽이 벨리안 영지와 더욱 가까웠다.


"그, 그것은 맞습니다만······."


샤를리안은 말끝을 흐리고는 깊은 생각에 잠겼다.


내 입장에서는 내전 탓에 언제 칼을 겨눌지 모를 왕국의 영지와 몇 년 전 서로 칼을 겨눴던 제국이 거기서 거기로 보였다. 그렇기에 해 본 말이었는데 샤를리안의 고심은 생각보다 길어졌다.


나는 식사를 하면서 잠자코 샤를리안을 기다렸다.


"잘 모르겠습니다. 제국과의 골은 매우 깊어 그것은 생각도 못 했습니다. 그들이 과연 교역을 받아줄지도 잘 모르겠습니다······."


이후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면서 식사를 끝마쳤다.


샤를리안은 영지의 집무를 보기 위해 집무실로 향했고, 나는 방에서 휴식을 취했다. 그리고 저녁 시간이 되자 누군가가 방문을 두르렸다.


"케니스 님. 고웬입니다."


고웬은 어느새 내가 명한 일을 마치고 성으로 돌아와 있었던 것 같다.


"들어와라."


내가 말하자 고웬이 방문을 열고 방으로 들어왔다.


"가주님께 보고 드리고 오는 길입니다."


그러고 보니 샤를리안에게 자세한 이야기는 고웬에게 들으라 했던 것이 떠오른다.


"그렇군."

"예. 그리고 케니스 님이 영지의 문제를 타개하기 위해 기책을 내셨다는 말을 전해 들었습니다."


기책이라고 불릴만한 일을 한 기억이 없다. 그렇기에 조용히 고웬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제국과의 교역······. 정말 생각지 못한 기책입니다. 확실히 다른 것은 몰라도 다음 수확기가 오기 전 까지 농사를 위한 가축은 반드시 구해야 하지요."


고웬은 눈을 반짝이며 말을 이어갔다.


"그리고 그제야 케니스 님의 깊은 뜻을 눈치챘습니다. 마르크 영지 장인들의 솜씨는 제국에서도 알아주지요. 연합군에게서 회수한 무기를 그들에게 화친의 선물로 보낼 계획이시겠지요?"


연합군에게서 회수한 무기가 그 정도로 가치가 있을 줄은 몰랐다. 내 입장에서는 어느 것 하나 빠짐없이 모조리 쓰레기였기에 전혀 짐작도 못 했다.


물론 그렇다고 갖다 바치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이야기다. 그것들은 모두 쓰레기지만 전부 내가 가질 생각이었다. 하지만 그 무기가 문제의 해결책이 될 수 있음은 부정할 수 없다.


나의 것을 주는 것은 그것이 쓰레기일지라도 절대로 안 되지만, 교환 까지는 양보 할 수 있다.


"팔아라. 교역의 초석으로 써라. 그 정도로 가치가 있다면 그들도 앞으로의 교역을 거부하지는 않겠지. 화친의 선물이니 하는 것은 논할 가치도 없는 이야기다."


나의 말을 들은 고웬은 탐복한듯 깊이 고개를 숙였다.


"알겠습니다. 제가 생각이 짧았군요. 그렇다면 상단을 꾸리는 일은 가주님과 상의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고웬은 곧장 샤를리안이 있는 집무실로 향하였다. 그렇게 방에 혼자 남게 된 나는 제국민과의 혼혈이라던 세이른이 떠올라, 벨제롯의 왼쪽 눈을 이용해 성안을 뒤져 보았다. 그리고 내가 머물고 있는 외성에 그녀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녀는 내가 묶어 두었던 손의 결박마저 풀린 채, 일절의 부자유가 없는 모습이었다. 그것이 의아해 나는 방문을 나섰다.


계단을 올라 세이른이 있는 방 쪽으로 향했다.


방문이 가까워지자 세이른은 나의 기척을 느꼈는지 의자에서 일어나 문 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문고리를 잡고 방문을 열었다.


심지어 방문의 잠금 조차 되어있지 않군.


"······."


나의 모습을 확인한 세이른은 경계를 풀지 않고 나를 노려보고 있다.


"도망갈 마음은 없는 것 같군."


내가 그렇게 말하자 세이른은 미간을 찌푸렸다.


"네놈의 포로가 된 내가 도망을 친다면, 녹스웰 우르크님의 명예가 실추될 뿐이다."


그녀의 말에 거짓은 없는 듯 보였지만, 솔직히 공감할 수 없는 감성이다. 하지만 세이른의 결박이 풀려 있는 것을 보면 샤를리안 또한 이것이 당연하다 여겼다는 소리다.


이것이 이 세계의 일반적인 상식이라면 그것을 의심할 필요는 없겠지.


"식사는 했나?"


나의 물음에 그녀는 적대적인 눈초리를 거두지 않은 채 고개를 끄덕여 대답했다.


확실히 방구석에 위치한 작은 테이블에는 그녀가 사용한 식기가 그대로 놓여 있었다.


나이프와 포크 등은 무기로 사용될 여지가 다분해 보였다. 그럼에도 포로인 그녀에게 지급 한 것은 역시 이해를 할 수 없었지만, 그것은 일단 제쳐두기로 했다.


"그렇다면 너도 영지의 일을 도와라."

"하?"

"성에 식충이를 둘 마음은 없다. 포로 교환을 위한 서신은 보내겠지만, 그것이 언제 이루어질지는 모르니 그 전까지의 밥값은 직접 벌어라."


나의 요구를 말하자 세이른은 무언가 말하려 했다. 하지만 차마 그것을 꺼내지 못했다. 그저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이며 나의 요구를 승낙했다.


"······알았다."

"샤를리안이나 고웬을 찾아가 일거리를 받아라."


나는 그렇게 말해두고 그녀의 방을 나섰다.


# 3.


그러고서 이틀이 지났다.


벨리안 영지는 상단을 꾸리기 위한 준비로 매우 분주하다.


고웬과 샤를리안의 빠른 처리 덕분에 일은 막힘이 없이 진행 되고 있었지만, 당장은 역시 무리인 것 같다.


샤를리안은 우선 땅이 없는 농지민 중 지원자를 받아 상인 조합을 결성했다.


상인 조합에 소속된 영지민은 총 스무 명 정도로, 조합장은 행상인 출신의 라몬이라는 중년인이 맡게 되었다.


라몬은 대부분의 표를 받아 당선되었으니 다른 것은 몰라도 조합원들의 신임은 확실히 얻고 있는 듯 보였다.


성벽 바깥에 위치한 제조소에서 연합군의 야영지를 해체한 자재들을 이용해 짐마차를 만들었다.


나중에 이 짐마차에는 고웬이 회수해온 무기와 영지의 생산품들이 실리겠지.


허나, 가장 큰 문제가 아직 남아 있었다.


바로 말이었다.


벨리안 영지는 말 또한 굉장히 귀해서 전부 긁어 모아도 네 필이 전부였다.


조합원들이 짐마차를 끌고 가게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이게 정상인가?"

"면목이 없습니다. 둘째 왕태자 님께 습격을 당했을 때···."


고웬의 대답이었다.


샤를리안의 가족이 죽었던 전투에서 말도 전부 잃었던 모양이군.


심지어 네 필도 서신을 나르기 위한 파발말로 사용되고 있기에, 착출할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이것에 대한 해결책을 생각해 봐야겠다.


일단 말에 대한 것은 잠시 미루기로 하고, 이번엔 병참소에 위치한 연병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현재 벨리안 영지는 젊은 남성의 수가 매우 적다. 그렇기에 상단을 호위할 병사를 차출할 형편이 되지 못했고, 급한 대로 조합원들이 각자 무장을 하긴 했지만······.


"이것도 안되겠군."


라몬을 필두로 한 조합원들은 병참소에 위치한 연병장에서 세이른에게 벼락치기로 훈련을 받고 있었다. 하지만 평생 괭이나 바늘을 잡았던 그들이 하루 이틀 훈련을 받는다고 제대로 검을 휘두를 리가 만무했다.


"······예. 이것 참 어떻게 해야할지."


고웬이 걱정스러운 어조로 그렇게 말했다.


나는 조금 생각에 잠겼다.


첫째 왕태자의 비호를 받고 있는 척해두었으니 당장은 괜찮겠지만, 잔뜩 달아오른 녹스웰이 어떻게 나올지는 확신할 수 없다. 그렇기에 되도록 영지에 머무르며 동향을 살피고 싶다.


이것에 대한 해결책도 생각을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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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07_ 상단을 위하여 (2) 21.10.05 15 1 10쪽
6 006_ 상단을 위하여 (1) 21.10.05 28 2 13쪽
5 005_ 번거롭게 (2) 21.10.04 33 2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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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003_ 쥬리알 가문 (2) 21.10.04 45 3 11쪽
2 002_ 쥬리알 가문 (1) 21.10.03 54 3 13쪽
1 001_ 서장 (1) 21.10.03 88 3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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