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동화제군 서재

독식으로 역대급 플레이어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동화제군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3.03.16 19:09
최근연재일 :
2023.04.06 12:20
연재수 :
24 회
조회수 :
74,638
추천수 :
1,657
글자수 :
146,231

작성
23.03.18 20:20
조회
3,801
추천
76
글자
13쪽

#5화. 안개숲

DUMMY

간단한 수속을 마치고 워프 게이트를 통과하자 주위 풍경이 바뀌었다.

안내 직원이 거점이라고 표현했지만, 뭔가 북적이는 마을에 가까운 느낌이었다.


“북쪽 평원으로 변형 사슴 사냥 가실 분 모집합니다. 3레벨 이상, 기본 장비 봅니다. 5명 이상 모이면 출발하겠습니다.”


주로 추천 사냥터인 북쪽 평원으로 함께 사냥 갈 파티를 모집하는 헌터들이 제일 많았고.


“20대 여성 헌터분 찾습니다. 레벨, 장비 제한은 없습니다. 레벨업에 목매지 않고, 천천히 오붓하게 사냥하실 분이면 오케이입니다.”


여기가 무슨 부킹 카페인지 아는 녀석.


“7레벨 헌터가 버스 태워 드립니다. 금지된 구역인 안개 숲 빼고는 다 가요. 숙련된 버스기사입니다. 시간당 단돈 20만 원, 20만 원에 모십니다. 아직 던전이 익숙하지 않은 초보자나 빠르게 퀘스트를 깨고 싶으신 분들 환영입니다.”


몇 레벨 앞선다고 함께 파티해 주는 조건으로 대놓고 돈을 요구하는 놈들까지.

각자 조금씩 다른 목적에 따라 열심히 사람을 모으고 있었다.

그들 중 일부는 가만히 서서 외치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호객 행위에 나서기도 했다.


“저기 혹시 레벨이 어떻게 되세요? 다른 파티 없으시면 저희랑 하시겠어요? 지금 님 말고 2명 있는데······.”


방금 내게 말을 건 이 여성 헌터처럼 말이다.

나는 정중하게 사양했다.


“아뇨. 괜찮습니다.”

“아! 네. 알겠습니다.”


여성 헌터가 조금 실망한 표정으로 돌아선다.


‘또 누가 말을 걸어서 귀찮아지기 전에 빨리 가자.’


나는 누구와도 파티를 맺을 생각이 없었다.

솔플, 오로지 솔플이다.

마을 중앙에서 조금 외각으로 가니 양상이 조금은 바뀌었다.

파티를 모집하는 헌터보다는, 이제 사냥에 나서는 헌터들을 대상으로 가판을 깔고 각종 장비나 물약 등을 팔고 있는 상인들의 모습이 많이 보였다.


“단단한 청동 라운드 방패 팝니다. 방패 하나면 사냥의 안정성이 달라져요. 다른 방어구, 무기들도 있으니 한 번 보고 가세요.”

“연금술로 만든 특제 모기약 팝니다. 던전 모기는 일반 모기와는 비교할 수 없이 독한 건 아시죠? 한 번 물리면 가려움 지옥을 맛보게 되실 겁니다. 이 모기약 하나면 그런 모든 상황을 예방할 수 있습니다.”


역시 호객 행위는 빠질 수 없는 요소였다.

다행히 직접적으로 나를 붙잡지는 않았지만, 혹시 몰라서 발걸음을 재촉해 빠르게 가판 지역을 벗어났다.

마을 밖을 나오니 이제 파티를 구한 헌터 무리가 여기저기서 사냥에 열중 중이었다.

특히 이 그라우드 평원 던전의 추천 사냥터인 북쪽 평원은 그야말로 인산인해, 몹보다 헌터가 훨씬 많을 지경이었다.

나는 바로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방향은 동쪽이었다.

거점지에서 멀어질수록 점차 주위에 사냥하는 헌터들의 모습이 줄어들더니, 어느 순간부터 완전히 안 보이고 나 혼자 걷고 있었다.

인적이 없어서인지 분위기도 뭔가 어둑하고 으스스하게 느껴졌다.


‘오히려 한적하고 좋네.’


나는 멈추지 않고 계속 나아가, 마침내 목적지에 도착했다.


[띠링! ‘안개 숲 정화’ 퀘스트가 발생했습니다.]

- 목표 : 안개 숲 심부에 있는 그렘린 장로를 퇴치하고, 환상 안개 발생 장치를 찾아 파괴하세요.

- 진행 상세 : 그렘린 장로 퇴치(미달성), 환상 안개 발생 장치 파괴(미달성).

- 보상 : 경험치, 녹슨 구리 열쇠.


안개 숲.

아까 안내 직원이 절대 들어가서는 안 되는 금지 구역이라고 신신당부했던 곳이다.

이름처럼 거의 한 치 앞도 보이지 않을 정도로 짙은 안개가 자욱했다.

이 안개는 단순히 시각을 막는 것에 그치지 않고, 청각과 촉각 등 다른 전반적인 감각들까지 함께 교란한다.

또 하나의 난관은 이 숲의 몬스터, 녹색 난쟁이 그렘린이었다.

멀리서 마비 독이 발린 바늘을 쏜 뒤에 그것에 맞아 마비되면 가까이 다가와 단검으로 목숨을 끊는 식의.

패턴 자체는 매우 단순하지만 각종 감각이 차단되는 이 안개 숲의 특성상 대응하기 쉽지 않은 공격 방식을 쓰는 영악한 녀석들이다.


‘하지만 난 문제 없지.’


사실 이 안개는 모두 실체가 아니라 환영으로 만들어진 것이었다.

그리고 내게는 그것을 무효화 할 수 있는 스킬이 있다.

나는 망설이지 않고 안개 속으로 걸어 들어갔다.

그 순간 내가 가진 패시브 스킬이 발동되었다.


【통달안】


모든 종류의 방해를 뚫고 그 이면의 진실한 모습을 보는 눈.

순식간에 안개가 걷히고 숲의 모습이 선명하게 드러났다.

이제 내게 이곳은 나아가며 보이는 몬스터를 사냥하는 그저 평범한 사냥터에 지나지 않게 되었다.


‘가 볼까?’


나는 숲길을 따라 걷기 시작했다.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은 속도로.

주위 풍경을 충분히 둘러보고 파악하면서.

안개 숲은 시야를 가리는 환영 안개가 문제인 거지, 보이기만 한다면 길이 그렇게 복잡한 편은 아니었다.

그렇다고 너무 생각 없이 가면 안 되고, 주위 나무의 형태를 어느 정도만 기억해도 방향을 잃을 일은 없었다.


‘역시 몬스터 밀도가 그리 높지는 않군.’


벌써 꽤 들어온 것 같은데 아직 그렘린을 한 마리도 못 만났다.

애초에 그렇게 설계된 곳이다.

일단 안개 속에서 좀 헤매면서 공포심을 키우고, 패닉에 빠진 상대를 몬스터가 기습하는.

그 전략으로 6~8레벨로 구성된 헌터 파티조차 숲 심부 근처에도 가지 못하고 공략에 실패했었다.

굳이 물량까지 많을 필요가 없는 것이다.


‘그래도 이제 슬슬 나올 때가 된 것 같은데?’


내 예상은 맞아떨어졌다.

아직 시야에 몬스터가 보인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나는 느낄 수 있었다.

나를 향한 명확한 살의를.


‘어디냐?’


전투를 앞두고 있다고 인지하자 몸이 자동으로 전투 트랜스 상태에 접어들었다.

마치 약에 취한 듯 몽롱한 기분.

주위 모든 자극과 변화에 대한 인지력이 극도로 높아졌고, 반응 속도 또한 빨라졌다.

이건 무슨 스킬 이냐고?

그냥 내 재능이다.

태어날 때부터 가지고 있던 건지, 하도 약을 빨아대서 생긴 일종의 부작용인지, 어느 쪽인지는 모르겠으나.

지난 생에서 가장 스타트가 늦었음에도, 내가 우리 팀에서 1대 1 최강자가 될 수 있었던 비결.

내겐 아주 특별하고 탁월한 전투 감각이 있었다.


쉬익!


무엇인가가 바람을 가르고 날아오는 소리에 몸이 자동으로 반응해 피했다.

손가락 크기 정도의 바늘이 아슬아슬하게 내 몸을 빗겨 옆 나무에 탁! 박혔다.

마비 효과가 있는 독침이었다.


‘저기로군.’


나는 방금 독침이 날아온 방향으로 땅을 박차고 치달았다.

동시에 내내 차고 있던 검집에서 검을 빼 들었다.


【청월검】


태산 그룹 회장 차무혁이 대한민국에서 손꼽히는 명장 김덕수에게 요청해서 주문 제작한 걸작품으로.

차무혁이 자신의 장남에게, 즉 나에게 준 각성 선물이었다.

지난 생에서는 이걸 받자마자 구석에 던져두고 보지도 않았었다.

어머니가 아닌 나를 구한 아버지에 대한 원망이 너무나 깊었기에.

이 청월검을 처음 쓴 건 한수연 팀에 들어가고 나서도 한참의 시간이 지난 뒤였다.


‘철이 없었지.’


스릉!


뽑는 순간 만년한철로 만든 검날에서 푸른 빛의 서늘한 예기가 흘러나온다.

솔직히 고작 그렘린을 상대로 쓰기에는 아까운 검이었다.

하지만 어쩌겠나.

내가 지금 가진 무기가 이것뿐인데.


“끼익!”


내가 독침이 날아온 수풀을 향해 빠르게 쇄도해 들어가자, 그곳에 숨어있던 그렘린이 화들짝 놀라서는 뛰쳐나왔다.

나는 달려가던 관성을 그대로 검에 실어 망설이지 않고 녀석을 베어버렸다.


스윽!


단 일검이었다.

그렘린의 몸이 두 동강이 나서 땅에 떨어졌다.

창백한 검날에는 한 방울의 피도 묻어있지 않았다.


[그렘린을 처치하였습니다.]

[기계 블로우 건을 획득하였습니다.]


기계 블로우 건.

바람을 불어서 독침을 쏘는 블로우 건을 기계적으로 개조해서 위력을 높인 테크 무기의 일종이다.

테크 무기라고 해서 거창해 보이지만, 일반 블로우 건에서 날아가는 거리와 정확도만 조금 개선한 수준이다.

여기 안개 숲 그렘린들의 주 무기라서 앞으로 계속 나올 예정이었다.


‘아직 더 남았어.’


아직 전투 트랜스가 그대로 유지되는 게 그 증거이다.

나는 연달아서 날아오는 독침을 연속으로 피하고 마찬가지로 녀석들에게 다가가 단숨에 베어버렸다.


[그렘린을 처치하였습니다.]

[그렘린을 처치하였습니다.]

[기계 블로우 건을 획득하였습니다.]

[기계 블로우 건을 획득하였습니다.]

[낡은 단검을 획득하였습니다.]


두 마리를 더 처리하자, 전투 트랜스가 풀리면서 원래 상태로 돌아왔다.


‘끝났군.’


나는 청월검을 검집에 집어넣었다.

오랜만에 전투라서 그런지 뭔가 상쾌한 기분이었다.

단, 좋은 기분 빼고 딱히 건진 건 없었다.


‘그냥 개털이네.’


나온 거라고는 오직 잡템들 뿐이다.

고작 그렘린에게 좋은 아이템이 떨어지길 기대하는 것 자체가 양심 없긴 했다.


‘이것들을 팔면 개당 5만 원은 받을 수 있으려나?’


카드가 정지된 상태라 일단 버리지는 않고 챙겨뒀다.

내 기억으론 보통 아버지가 그리 오래 지나지 않아 풀어주셨던 것 같지만, 그래도 혹시 모르는 일이니까.

사람은 항상 최악의 상황을 대비해야 하는 법이다.




***


어느 순간부터 길이 점차 넓어지기 시작했다.

곧 원형의 큰 공터가 나왔고, 중앙에 10마리 정도의 그렘린 무리가 모여 있었다.

그리고 그 중 단연 특별한 그렘린 한 마리가 눈에 띄었다.

약 한 뼘 정도 더 큰 키에.

손에는 노란색 번개 모양의 지팡이를 들고.

번개무늬가 그려진 로브를 입은.

마치 온몸으로 ‘내가 바로 이 숲의 주인 그렘린 장로다.’라고 말하는 듯했다.


‘찾았다!’


그렘린 장로도 나를 발견하고는 지팡이를 들어 올린다.

녀석의 입에서 흘러나온 건 놀랍게도 인간의 언어였다.


“신성한 숲에 들어온 어리석은 침입자여. 이 글라우드의 번개로 그대에게 천벌을 내리겠다.”


끼익! 끼익!


그렘린 장로의 말에 호응해서 주위 졸개들도 나를 향해 맹렬한 적의를 드러냈다.


보스전 시작이었다.


사실 그렘린 장로만 있다면 공략이 그리 어려운 상대는 아니었다.


‘문제는 보스 혼자가 아니라 그렘린 졸병 9마리가 같이 있다는 거지.’


물론 앞에 있는 쫄들을 무시하고 장로에게 바로 달려드는 방법도 있다.

하지만 그건 너무 위험한 모험이다.

1대 다 싸움에서 뒤를 잡히는 건 그야말로 ‘나 죽여주쇼’ 하는 소리나 다름이 없으니까.

심지어 그렘린 장로는 본인이 공격을 받는 순간부터 2페이즈에 돌입하여, 광폭화 패턴이 발동된다.

만약 일격에 죽이지 못한다면 반대로 내가 당할 확률이 높았다.

여러 가지 이유에서 우선 그렘린 졸병들부터 잡는 게 정석 공략이었다.


‘굳이 정석을 무시하고 모험을 선택 할 필요는 없지.’


나는 바로 전투 트랜스 상태에 돌입했다.


지잉!


약에 취한 듯 몽롱한 기분에 빠지면서, 주위 자극과 변화에 대한 인지력과 반응 속도가 극도로 올라갔다.

내가 움직이자 몬스터들도 바로 반응을 보였다.


“죽어라!!! 글라우드의 번개!!!”


그렘린 장로의 지팡이에서 작은 번개가 형성되어 날아왔다.

그냥 ‘끼익!’ 이나 하면 안 되겠니?

자꾸 몬스터 입에서 인간 언어가 나오니 어색해 죽겠다.

그리고 글라우드의 번개는 개뿔.

그냥 일반적인 라이트닝 볼트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도 방심은 금물이었다.

명색이 번개라고 날아오는 속도가 워낙 빨라서 피하기 쉽지 않았다.

그리고 단 한 방만 맞아도 게임 끝.

감전 효과로 몸이 마비되면서, 주위를 둘러싼 졸개 그렘린들의 단검에 난자되어 죽을 것이다.


‘피하는 건 위험해.’


나는 안전하게 검으로 쳐내는 쪽을 택했다.

날아오던 라이트닝 볼트가 검에 부닥쳐 허공에서 흩어진다.

검날은 전기가 흐르지만, 손잡이는 부전도체라서 직접적으로 전기가 통하지는 않는다.

단, 전기 충격을 100프로 흡수하진 못하고 흩어진 파동 일부가 몸에 조금은 전해진다.

라이트닝 볼트 공격을 무한대로 막을 수는 없다는 뜻이다.

최대한 빨리 승부를 내야 한다.


“끼익!”


‘어딜!’


나는 맨 앞에서 달려드는 졸병 그렘린의 공격을 가볍게 피하고, 사선으로 녀석을 베어버렸다.

두 동강이 난 그렘린의 몸이 땅에 떨어진다.

검에 어린 전기가 일부 전달되어, 잘린 몸이 부들부들 떨리고 있다.


[졸병 그렘린을 처치하였습니다.]


이제 8마리 남았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독식으로 역대급 플레이어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연재 중단 공지 입니다. +2 23.04.07 1,247 0 -
24 #24화. 은신처 +3 23.04.06 1,649 71 12쪽
23 #23화. 폐허 마을 +2 23.04.05 1,848 62 13쪽
22 #22화. 폐허 마을 +3 23.04.04 2,069 54 17쪽
21 #21화. 커피 한 잔의 여유 +2 23.04.03 2,230 59 14쪽
20 #20화. 명동 +3 23.04.02 2,415 54 15쪽
19 #19화. 하수구 +2 23.04.01 2,415 64 13쪽
18 #18화. 하수구 +3 23.03.31 2,448 61 14쪽
17 #17화. 하수구 +2 23.03.30 2,541 55 13쪽
16 #16화. 잡화점 +4 23.03.29 2,758 71 15쪽
15 #15화. 서재 +3 23.03.28 2,875 68 14쪽
14 #14화. 점령지 +2 23.03.27 2,930 57 15쪽
13 #13화. 점령지 +3 23.03.26 2,994 59 13쪽
12 #12화. 점령지 +3 23.03.25 3,119 69 13쪽
11 #11화. 점령지 +3 23.03.24 3,262 69 12쪽
10 #10화. 고양이 +3 23.03.23 3,359 70 14쪽
9 #9화. 태산 그룹 +2 23.03.22 3,369 72 14쪽
8 #8화. 비밀 연구소 +2 23.03.21 3,447 73 12쪽
7 #7화. 비밀 연구소 +2 23.03.20 3,527 67 12쪽
6 #6화. 안개숲 +2 23.03.19 3,669 77 12쪽
» #5화. 안개숲 +2 23.03.18 3,802 76 13쪽
4 #4화. 허브 센터 +2 23.03.18 3,954 85 14쪽
3 #3화. 연공실 +5 23.03.17 4,043 91 13쪽
2 #2화. 연공실 +3 23.03.17 4,290 86 13쪽
1 #1화. 최후의 성전 +8 23.03.17 5,587 87 14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