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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ainLight 서재입니다.

신인 GODMAN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완결

BrainLight
작품등록일 :
2019.09.20 09:55
최근연재일 :
2019.12.25 08:00
연재수 :
97 회
조회수 :
34,337
추천수 :
2,420
글자수 :
408,390

작성
19.09.29 08:00
조회
550
추천
34
글자
9쪽

삼성대三聖臺

DUMMY

예나는 강우용과 약속한 삼성대三聖臺에 도착했다.

이렇다 할 외관 수리도 하지 않고 도청 청사를 그대로 대통령 집무실로 사용하고 있어서 정면에 걸린 '삼성대’라는 현판만 없다면 예전의 제주도와 별로 다를 것이 없어 보였다.


하지만 건물 안에 들어서니 사람이 맞이하던 안내실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지고, 전자 국가 행정시스템으로 모든 것이 돌아가고 있었다.


이런 시스템을 대할 때마다 '이곳은 더 이상 특별자치도가 아니라 독립국가입니다'를 주입받는 것 같아.


예나는 그런 생각이 들었다.


예나가 입구 시스템에 손을 대자 지문을 빠르게 인식한 기계에서 안내 음성이 나왔다.


"신예나 PD님 반갑습니다. 원하시는 방문처를 누르세요!"


예나는 스크린을 터치했다.


결국 이렇게 해서 내가 언제 왔으며 누구를 몇 시에 만나는지가 고스란히 남게 되겠군.

정부가 국민의 정보를 독점한다면...


예나는 그런 생각이 들자 등골이 서늘해지면서 오싹한 기분이 들었다.


"신예나 PD님,

강우용 비서실장님은 2층 2호입니다.

좋은 시간되시기 바랍니다."


예나는 안내 대로 2층으로 올라갔다.

직책은 대통령 비서실장으로 격상되었지만, 사무실은 여전히 예전 도지사 비서실장이었을 때 쓰던 그 방 그대로였다.


예나가 사무실로 들어서자 보좌관은 매우 친숙한 표정으로 예나를 비서실장에게 안내했다.


처음 본 보좌관이 이렇게 친절하다니, 이미 스크린에서 내 신상을 확인한 것 같은데?

그나마 이런 점은 쓸모가 있네.


"신 PD님~ 오랜만입니다. 먼 길 오시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강우용은 자리에서 일어나 예전보다 한결 여유 있는 모습으로 방에 들어서는 예나를 맞았다.


"오랜만입니다. 비서실장님.

불과 1년 사이에 탐모라가 정말 많이 변했더군요.

관광객들도 4배 이상 늘었다고요.

입국 대기날짜까지 받아야 하는 데도 말입니다."


강우용은 예나의 칭찬에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감사합니다. 모두 고 대통령께서 국민들과 약속한 바를 지키기 위해 헌신하시는 덕분이지요."


강우용의 어조는 도정을 돌보던 때와 사뭇 달라져 있었다.


"현판은 이번에 처음 보네요.

삼성대라면 탐모라의 시조 고高, 양梁, 부夫씨의 삼성혈에서 따온 것인가요?"

"네, 그렇습니다. 고 대통령께서 직접 지으신 이름이죠. 현판식을 하는 날 이런 말씀도 하셨습니다. '삼성각'보다 '삼성대가 더 낫지 않느냐고요.


사실 저희들은 그 말씀을 듣고 '삼성각'뿐만 아니라 '청와대'보다도 낫다고 말씀드렸습니다. 하하하"


강우용은 설명을 마치고 몹시 자랑스러워하는 표정으로 큰 소리를 내며 웃었다.


"네, 그런 것 같네요."


예나도 동의한다는 뜻으로 함께 웃었다.


"잘 아시겠지만 그동안 이미 저희 방송국에서 여러 번 탐모라를 취재해서요. 이번에는 독립 1주년을 기념할 만한 뭔가 색다른 내용이 있었으면 합니다."

"네, 당연히 그러시겠죠. 신 PD님께서 그동안 많이 도와주셨던 일은 저희도 잊지 않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원하시는 방향이라도 있으신가요?"


선배가 잘 구슬려 보라고 했었지.


예나는 한정이 했던 말을 떠올리며 잠시 주저하다 말했다.


"탐모라 독립에 관한 뒷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예나의 말을 듣자마자 강우용이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글쎄요, 뒷이야기라면 어떤 이야기를 말씀하시는지..."


무언가 알면서 밝히기를 꺼려하는 기색이 그의 얼굴에 역력했다.


"대권에 이미 오래전부터 관심이 계셨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 서울 사무소에, 그리고 종교, 정치, 경제계로부터 다양한 지원을 받아 지금에 이르셨다는 이야기는 이미 충분히 알고 있습니다. 그 이야기보다 더 뒷이야기가 궁금합니다."


강우용은 넓은 이마에 송글송글 맺히는 땀을 연신 닦으며 조심스럽게 말했다.


"그...그건... 좀 어려울 것 같은데요..."


예나는 예상했던 반응을 들었지만 물러서지 않고 말했다.


"그럼, 이런 제안은 어떠신가요. 인터뷰는 고 대통령님이 원하시는 방향으로 가고. 대신 뒷이야기는 촬영 없이 해주시는 것으로요."

"굳이 뒷이야기를 들으시려는 뜻을 잘 모르겠습니다. 방송자료로도 쓸 수 없는데 말이죠."


이런! 진퇴양난이군.

신 PD와 가졌던 그간의 협조관계를 어그러뜨릴 수도 없고, 그렇다고 원하는 내용을 말해줄 수도 없으니 원...


강우용은 고민에 빠졌다.

예나는 어떻게 해서든 상황을 피해 보려고 애를 쓰는 강우용의 모습을 지켜보며 말했다.


"궁금하시다면 솔직히 말씀드리죠. 순전히 제 추측입니다만, 고 대통령님께서 탐모라 독립을 구상하실 당시에 서울 사무소 후원자들 외에 분명히 큰 힘이 된 다른 배경이 더 있었을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요."


강우용의 얼굴이 갑자기 굳어져 잿빛으로 변했다.

예나는 눈을 떼지 않고 강우용의 반응을 살폈다.


비서실장 이 분은 생각보다 얼굴이 그리 두꺼운 분이 아니네...


"어... 어떤 근거로 그렇게 말씀하시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강우용은 최대한 예의를 지키려고 하며 띄엄띄엄 말을 이어갔다.


"제가 알기로 고 대통령님은 도지사 재직 당시 자신의 종교적 신념때문에 산신제와 건시대제乾始大祭 제관을 거부해서 지역정서와 마찰을 일으킨 것으로 유명하잖습니까?


고 대통령님을 지지하는 교계 신문과 지역 신문에서도 그에 대한 서로 다른 입장들로 공방을 한 적도 있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요."


결국 이야기를 해주어야 하나.


강우용은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런데 갑자기 탐모라국의 역사적 정체성을 내세워 경제 악화로 불만이 고조된 도민들을 하나로 모으려고 했다는 생각이 정말 너무 기발하거든요.


고 대통령님께서 예전부터 과연 그런 고민을 해 오던 분이셨는지, 조금만 생각하면 누구나 한 번쯤 의문을 갖게 되지 않을까요?"


더 이상 회피할 수 없는 상황인 것 같군.


강우용은 묵묵히 예나의 말을 들으며 생각했다.


"그리고 유사하지만 또 다른 의문입니다. 탐모라 이곳이 성지, 아니 영지라고 해 두죠. 영지로서 종교인이든 무신론자이든 영적 체험을 위한 순례지가 되고 있다는 사실이 너무도 놀랍습니다.


전자 행정시스템으로 입출국이 더 복잡해졌는 데도 관광객은 늘었고, 그들 중 대다수가 바로 그런 순례자들로 알려져 있지요. 저도 공항에서 직접 그런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도 해 보았구요.


이러한 현실 역시 고 대통령님께서 그토록 고수해 오신 종교적 신념과는 너무도 거리가 먼 현상들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강우용이 마침내 입을 열었다.


"신 PD님 정말 왜 이러십니까. 그동안 좋은 관계였고, 또 좋은 일로 오셔서 말입니다. 도대체 원하시는 정보 수위가 어느 정도이신 것입니까?"


협상할 여지가 보이는 분위기 반전을 눈치 챈 예나는 느긋하게 답했다.


"아까도 말씀드렸듯이 보도를 하지 않는 조건으로 사실 모두를 있는 그대로 말씀해 주시는 것입니다. 만약 그게 어려우시다면..."

"어렵다면요?"


"그럼 직접 들을 수가 없으니, 제가 추측한 내용들이 맞는지 틀리는지 취재를 해야겠죠. 그렇게 되면 시간은 좀 걸리겠지만, 아마 엄청난 탐모라 특집 다큐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지금 막 드네요."

"잠시, 실례 좀 하겠습니다."


강우용은 바로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창가 앞으로 가 서성이기 시작했다.

예나는 독촉하지 않고 그를 조용히 기다렸다.

마침내 그가 자리로 되돌아와서 말했다.


"좋습니다. 신 PD님, 그렇게 하시지요."


그러면 그렇지.


"다만 한 가지 문제가 있습니다."

"어떤 문제인가요?"


예나는 마음 속으로 쾌재를 불렀지만, 태연한 표정을 지으며 덤덤하게 물었다.


"궁금하신 전말에 대해서 제가 아는 것은 극히 일부입니다. 대통령께서 당시 저에게 지시하신 일에 관해서만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그 밖에 다른 사항은 저도 따로 대통령께 들은 바가 없고, 물을 수도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하지만 앞으로도 탐모라 홍보에 협조해 주시는 것만 확실히 해 주신다면, 제가 대통령께 한 번 말씀드려 보겠습니다. 대신 정말 대외비로 하는 약속은 반드시 지켜 주셔야 합니다. 제 목이 걸린 일이어서요."

"그런 문제라면 전혀 염려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예나는 흔쾌히 답했다.


"그럼, 잠시 쉬었다가 강 실장님 이야기부터 들어볼까요?"


강우용은 동의를 한다는 의미로 예나에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인터폰을 눌렀다.


"여기, 차를 다시 내오도록 해요."




- 신인 GOD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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