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세계

좀비 헌터 - 1화. 시작(7)

“도망치죠. 다른 길을 찾아봐요.”

“늦었어. 괴성이라도 지르면 골치 아파진다고.”

“그럼 어떡해요? 싸울 수도 없잖아요.”

백 팩이 날아들었다. 황급히 받아든 승희의 중심이 앞으로 기울었다. 산탄총을 제하고라도 사람이 들고 다닐 수 없을 정도의 무게였다.

“어우, 대체 뭐가 들어있는 거야?”

인상을 찡그리며 고개를 드는데 놀라운 광경이 펼쳐졌다. 좀비 네 마리가 바닥에 누워 경련을 일으키고 있었다. 제이는 마지막 남은 좀비의 목을 끌어안고 닭 모가지 비틀듯 몸을 돌렸다. 을씨년스러운 소리를 내며 좀비가 쓰러졌다.

빨래를 해치운 사람처럼 손을 털고 돌아온 그가 백 팩을 어깨에 짊어지자 멍하니 쳐다보고 있던 승희가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당신…… 대체 정체가 뭐에요? 혹시 A급 헌터에요?”

“A급이면 어떻고 D급이면 어때? 어차피 똑같은 헌터야.”

“솔직히 말해요. 나에게는 아무것도 얘기해주기 싫죠? 힘없는 사람에게는 뭐든 똑같다 이건가요? 제가 주민이라고 무시하는 거예요? 당신이란 사람은 정말……!”

“그럴 리가.”

헌터는 주민을 지키기 위한 직업군이다. 적어도 헌터 규정에는 그렇게 명시되어 있었다. 승희의 말을 자른 제이는 옆으로 비켜서서 목적지를 향해 척 하고 손을 얹었다.

“가시죠. 주민님.”

* * *

제이가 도착한 곳은 동네에 하나쯤 있는 소규모 교회였다. 숨을 곳이 마땅치 않다는 게 단점이지만 사냥하는 입장에서는 수색할 필요가 없기에 차라리 좋았다.

“다른 일행은 오지 않았나보군.”

승희는 십자가 앞으로 걸어갔다. 성호를 그은 다음 두 손을 모으고 눈을 감았다.

“종교가?”

“가톨릭이요.”

“그렇군. 하지만 여기는 개신교인 거 같던데. 대한장로회.”

승희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신조차 떠나버린 현실의 지옥에서 종교나 종파 따위는 의미가 없었다. 무엇을 기도해야 할까. 수많은 사람을 잃었고 오늘은 아버지였다. 신에게 구할 게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을 떠올리자 눈물이 흘러내렸다.

제이는 그저 바라보았다. 지옥의 중심에서 신과 대면한 여성. 잔인한 말이지만 그녀의 눈물보다 아름다운 건 세상에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도를 끝낸 승희는 단상의 먼지를 입으로 불었다. 부직포 재질의 바닥은 먼지를 쉽게 놓아주지 않았다. 결국 포기해버리고 단상의 끝에 엉덩이를 걸쳤다.

“사람을 왜 그렇게 쳐다보고 있어요?”

“내가 누굴 쳐다봤다는 거야?”

“그럼 5분 동안 낮잠이라도 잤나요? 봤으면 봤다고 하면 되지 소심하게 거짓말은.”

제이는 헛기침으로 무안함을 표현하고 교회 의자에 앉았다. 승희는 기분이 좋았다. 피도 눈물도 없는 줄 알았더니 인간미마저 잃어버린 사람은 아닌 모양이었다.

“언제부터 실드에 들어왔죠?”

“D섹터에 들어온 건 두 달 전. 실드를 여행하기 시작한 건 2년 정도인가?”

“실드를 여행한다. 멋진 말이네요.”

제이는 어깨를 으쓱했다.

“여행이 꼭 즐거워야 할 필요는 없잖아?”

“바깥 얘기를 해줘요. 실드 바깥이요. 사람들은 행복한가요? 주말에는 외식도 하고, 아이들을 데리고 놀이동산에도 가고.”

“억울한가보군. 실드에 살고 있다는 게.”

“억울하지 않다면 거짓말이겠죠.”

초국가적인 재앙이었다. 세계 각지에서 좀비가 나타났고 몇 개의 나라가 지도에서 사라졌다. 전대미문의 사건. 어느 누구도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지 못했다.

작가의말

 

[마법소년4]

감사합니다ㅎㅎ 잘 보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