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비 헌터 - 1화. 시작(2)
“꺄아아아악!”
승희가 자지러질 듯 비명을 질렀다. 같이 놀란 남자는 딸의 손목을 붙잡고 방으로 도망쳤다. 승희를 구석에 집어던진 그가 기관총을 겨누고 소리쳤다.
“물러서 있어! 벽에 붙어!”
탄을 장전하고 안전장치를 내리는 일련의 동작이 서툴기 그지없었다. 사격준비가 끝났을 무렵에는 이미 좀비가 눈앞까지 다가와 있었다.
“이런 빌어먹을!”
좀비의 손이 정수리를 짚으려는 순간 기관총이 불을 뿜었다. 좀비의 얼굴이 알사탕처럼 깨졌다. 남자는 서른 발을 순식간에 써버렸다. 서툰 솜씨로 탄창을 교체하고 핏빛으로 일렁이는 방안을 두리번거렸다.
“맙소사…….”
눈에 보이는 모든 곳에 좀비가 있었다. 마치 초대받은 손님처럼 거리낌 없이 방문을 넘어서고 있었다.
* * *
구 경기도 남부에 위치한 소도시.
현 실드 73포인트 D섹터 3번 구역.
건조한 바람이 불었다. 모래로 뒤덮인 도시에 생명의 흔적은 찾을 수 없었다.
남자는 야상의 깃을 세웠다. 동양인 치고는 키가 컸고 얼굴도 서구적이었다. 장총의 손잡이가 빠져나온 백 팩을 어깨에 걸친 모습이 풍경과 잘 어울렸다.
그의 이름은 제이. 미국에서 얻은 이름이었다.
타타타타.
다연발 기관총의 소음이 대기를 타고 도달했다. 황폐한 세계에서 듣는 총성은 아련하여 이미지 없는 그리움을 불러일으켰다.
총성은 3번 구역에서 들리고 있었다. 하지만 사람이 살 수가 없는 곳이었다. 며칠 동안 수색한 바에 의하면 가근방은 좀비로 포화상태였다. 3번 구역에도 상당수의 좀비가 유입되어 있을 게 분명했다.
타타타타.
다시 총성이 들렸다. 귀로 들리는 증거에 제이는 아스팔트 도로를 질주했다.
도착한 곳은 총성을 들은 곳으로부터 400미터 떨어진 원룸촌의 초입이었다. 모래에 찍힌 수십 마리의 발자국들이 한곳으로 흘러들고 있었다.
5층 빌라의 입구에 멈춘 남자는 내부의 동태를 살폈다. 그 순간 국지성 바람이 불어 닥쳤다. 팔을 들어 얼굴을 가렸지만 모래가 틈새를 파고들어 입에까지 들어갔다. 피 맛이 났다.
“푸우. 이거 뭐…….”
이집트 마술처럼, 모래 폭풍이 소멸한 자리에 좀비가 서 있었다. 놈은 모래를 뱉어내느라 정신이 없는 남자에게 다가와 천천히 손을 들어올렸다.
“크아아아……!”
퍼석 하는 파열음을 내며 좀비의 괴성이 절단되었다.
제이가 뒤를 돌아보자 얼굴이 폭발한 좀비가 팔을 든 채로 고꾸라졌다. 그는 지평선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하지만 눈으로 보는 반경 내에서는 사람의 모습을 찾을 수 없었다.
“꺄아아아악!”
건물에서 비명소리가 들리고 이내 기관총 소음이 그것을 삼켰다. 제이는 백 팩을 바닥에 던지고 장총의 손잡이를 뽑아들었다.
1층에는 좀비가 없었다. 2층부터 드문드문 놈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제이는 장총을 휘돌린 다음 총신으로 어깨를 두드렸다. 12게이지 슬러그 탄을 장착한 쌍열식 샷건이었다.
좀비가 보이자마자 총구를 내밀고 쐈다. 펑! 산탄에 밀린 좀비가 대포알처럼 날아갔다.
3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에 좀비가 지키고 있었다. 제이는 담담한 걸음으로 옆을 지나갔다. 그러다가 겨드랑이 사이로 총구를 빼내고 방아쇠를 당겼다. 펑! 서있는 상태로 밀려나간 좀비가 벽에 처박혔다. 터진 살점이 쫙 하고 벽에 달라붙었다.
레버를 당겨서 탄피를 뽑아내고 다시 슬러그 탄 두 발을 장착했다. 4층부터는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시야의 요소요소에 좀비들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크어…… 크어어!”
하반신이 없는 좀비가 척추를 끌며 기어왔다. 남자는 반쪽짜리에게 아까운 탄환을 써야하는지 고민하다가 뒤통수를 쏴서 숨통을 끊어놓았다. 어쨌든 좀비를 제압하는 방법은 두 가지밖에 없었다. 머리를 박살내거나, 머리만 빼고 전부 박살내거나.
기관총 소리는 401호에서 들리고 있었다. 그곳으로 들어간 남자는 방을 살폈다. 좀비들이 엇갈린 배치로 서있었고 그 너머에 젊은 여자가 주저앉아 있었다.
- 작가의말
안녕하세요, 운화님! 오랜만에 인사드리네요!
연재하면서 소담했던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시간이 이렇게 흘렀네요. 어느덧 크리스마스가 다가오고 있습니다ㅜㅜ
비록 비정규 연재지만 첫 댓글 너무 감사합니다! 자주 들르겠습니다.
오늘 하루도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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