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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법판사 님의 서재입니다.

SSS급 살인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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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법판사
작품등록일 :
2021.03.21 17:29
최근연재일 :
2021.03.28 22:00
연재수 :
2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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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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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73,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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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3.21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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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쪽

15화. 선제공격(1)

DUMMY

SSS급 살인귀 15화


별다른 특색이 없는 흔해빠진 건물.


빈민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이른바, ‘주인 없는 건물’이다. 다시 말해, 그냥 버려진 건물.


사람이 워낙 많이 죽어나가는 탓에 빈민가에는 이런 건물들이 항상 넘쳐난다.


내 앞에 덩그러니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이 건물도 다른 건물들과 별로 다를 바 없다. 버려져서 관리가 안 된 탓에 지저분하고 벽에는 이미 곰팡이가 찌들어있다.


그렇지만 이 건물은 내게 있어 한 가지 아주 중요한 특징을 가진다. 바로...


“이 건물만 나가면 바로 집회장이 코앞이야.”


쫒기 힘든 골목에 위치해있으면서도 이교도들이 집회장으로 쓰는 창고 건물이랑 고작 수십 미터밖에 안 떨어져있다.


정말이지, 최적의 조건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레나는 도적답게 내가 한 말을 바로 알아들었다.


“땅굴을 팔 생각이구나.”

“그래.”

“집회가 바로 내일이니까, 우리가 직접파진 않을 테고. 뭔가 좀 챙겨왔구나?”


정답이지만 레나가 저러니까, 뭔가 조금 어색하다. 아까 전부터 내가 한마디만 하면 이상한 오해를 하면서 말도 안 되는 추측을 늘어놓더니, 뭔가 훔칠 때가 되니까, 각성제를 먹은 사람처럼 갑자기 머리가 잘 돌아간다.


구체적인 설명은 안하고 그냥 이교도들 집회에 잠입해서 사람 한 명 납치한다고만 했는데.


역시, 도적은 도적인 걸까?


살짝 얼빵하다고 느꼈는데 이런 쪽으론 우수한가보다. 물론, 이번에 훔칠 것은 물건이 아니라 사람이지만.


“맞아, 제대로 준비해서 왔지”

“어쨌든, 이 일만 끝나면 고위사제를 불러서 엄마를 낫게 해준다는 거지?”

“그래, 신전에 내는 기부금은 내가 전액 지불할게.”

“후우.. 그거면 됐어. 그래서 뭘로 땅 팔 거야?”

“이걸로.”


여기 오기 전에 읽은 설명서대로, 반지를 손으로 슥슥 문질렀다. 그러자, 놀랍게도 반지에서 연기가 피어올랐다.


몽실~ 몽실~


그 안에서 아이의 형상을 하고 있는 귀여운 갈색 대지의 정령이 모습을 드러냈다.


“아브아브!”


하급 대지의 정령이 양팔을 허우적거리며 반갑다고 인사했다.


“와아.....”


레나가 입을 쩍 벌렸다. 그녀가 눈을 빛내고 있었다.


“얘 좀 봐! 너무 귀엽다...!”


대지의 정령에게 조심히 다가가더니, 이내 머리를 쓰다듬기 시작한다. 대범하게 꽉 끌어안기까지!


죽으려고 환장했구만! 어떻게 흉악한 정령에게 저런 짓을! 역시 레나는 이렇게 호구다운 게 어울려.


레나가 호구 짓하는 것을 좀 더 보고 싶었지만 계속 저러고 있다간 진짜 죽을지도 모르기 때문에 일단 말려야한다.


“야, 어서 그 소름 돋는 정령한테서 떨어져.”


그 말을 듣고, 나를 보는 레나의 시선에 경멸이 어렸다.


“소름이 돋다니! 말조심해! 애 상처받아! 미안해, 저 사람이 하는 말은 다 무시해도 돼. 넌 귀여우니까.”

“아브!”


얼핏 보면 둘 사이는 화기애애해 보이지만 나는 대지의 정령이 작고 앙증맞은 주먹을 꼬옥 쥐는 장면을 목격했다.


이거 상당히 위험한데?


귀여운 외견 탓에, 많이 오해하는데. 정령이 쥐고 있는 저 작은 주먹은 외견상으론 맞아도 하나도 안 아플 것 같지만 사실 저 펀치 한 방이 포클레인의 풀스윙 보다 더 강력한 위력을 가지고 있다.


하급 정령이 괜히 집 한 채를 무너트릴 수 있는 게 아니다. 주먹의 위력이 대단하기 때문이다.


어쩔 수 없지. 늦기 전에 보여줄 수밖에.


나는 밖으로 나가서 예의 창고를 가리켰다.


“명령이다!”


그곳과 이 건물은 약, 30m 정도 떨어져 있었다.


“저쪽에 보이는 건물지하랑 여기를 연결시키는 땅굴을 파라.”


완전히 연결시키면 들키니까, 땅굴은 완성 직전까지만 파라고 추가 주문을 덧붙였다.


“아브!”


파바바바바바바바바박!!!


대지의 정령이 땅을 파기 시작하자, 땅이 급속도로 파괴되고 있었다.


그래, 땅을 파는 게 아니라, 파괴하는 거다.


주먹이 한 번 땅에 닿을 때마다, 땅이 삭제되듯이 없어지고 있었다.


이 건물이 외진 곳에 있어서 다행이지, 안 그랬으면 누군가에게 들켰을 거다.


어쨌든, 그 파괴의 결과로 엄청난 속도로 땅굴이 만들어지는 중이었다. 중간에 걸리는 바위? 돌? 그런 건 그냥 어마어마한 힘으로 으깨버렸다. 걸리는 것 없이 쭉쭉 파고 들어갔다. 그야말로 미친 속도다.


“이제 알겠지? 저 주먹의 위력을. 동물은 모르는 사람이 만지면 스트레스 받아. 그런데 저 녀석이 스트레스 받아서 미친 척하고 날린 주먹에 네가 맞는다고 생각해봐. 시체도 못 건지고 바로 한 줌의 핏물로 변할걸?”

“말도 안 돼!”


현실을 깨달은 레나가 멍한 표정으로 그 광경을 지켜봤다. 그리고 나는 레나의 그런 모습을 즐겁게 구경했다.


*


새벽 시간동안 땅굴이 완성되었다. 말이 새벽이지 고작, 2시간도 안 걸렸다. 나와 레나는 저녁이 될 때까지 씻고 수면을 취했다. 물론 그 짓도 빼놓지 않고 했다. 당연히 자세도 바꿔가면서 여러 발.


그리고 오후 6시.


빈민처럼 꾸민 우리는 집회 시작보다 한 시간 전에 먼저 도착해서 기다리고 있었다. 빈민들을 상대로 해서 그런지 입장에 딱히 제한은 없었다.


땅굴 너머에는 아직 대여기간이 몇 시간 정도 남아있는 하급 대지의 정령이 대기하고 있는 상태다. 우리는 만약을 위해 최대한 단상 가까이 접근했다. 단상의 높이가 높은 편이지만 나와 레나라면 이 정도 높이는 바로 뛰어오를 수 있다.


레나는 신기한 눈으로 주변을 훑는다.


“말로는 들었지만 사람이 진짜 많네..”

“그러네, 규모가 꽤 크네.”


솔직히, 300명 정도로 생각했는데. 그냥 봐도 500은 이미 넘었다. 게다가 아직 사람이 다 온 게 아니었다.


지금도 후줄근한 옷차림을 하고 있는 빈민들이 꾸역꾸역 추가로 더 들어오는 중이다. 땅굴을 미리 파놓은 보람이 있다.


“언제 오려나... 꽤 기다린 것 같은데?”


슬슬 지루함이 고개를 내미려는 찰나. 누군가가 잔뜩 흥분한 목소리로 소리쳤다.


“사제님이다!”


응? 사제?


환호성이 쏟아지는 방향으로 시선을 돌리자,


척척척척척.


보라색 신관복을 걸친 사제들이 줄을 맞춰 입장하고 있었다. 그들은 각자 정해진 자리가 있는 건지 어느 순간부터 제각각 이동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무대의 양끝 가장자리. 사제는 아니지만 칼을 차고 있는 신도들이 사제들을 보호하는 둥근 형태로 자리 잡고 있었다.


살인귀로서의 감각. 그러니까, 살인 레이더로 평가했을 때, 저들의 무력수준은 그저 그런 수준이다.


아니, 솔직히 말해서 많이 낮다. 기껏해야, 빈민가 조폭수준이다. 내가 당장에 튀어나가면 칼질 한 번에 두세 명씩 치울 수 있을 정도로 매우 약하다.


내 판단에 저건 호위가 아니라, 그냥 시간벌기용 허수아비다. 신관들이 신성마법을 쓸 틈을 버는, 딱 그 정도 용도다. 저건 그냥 무시해도 된다. 작전을 시작하면 병풍이나 다름없는 칼잡이들은 일단 무시하고 곧바로 사제부터 노려야한다.


레나도 그런 생각을 했는지 나와 시선이 통했다. 우리가 눈빛으로 의견교환을 마칠 때쯤, 사제들이 무대 위에 완전히 자리를 잡는 과정이 끝났다.


사제들은 총 6명이 집회에 참가했다.


그 중 가장 화려한 복장을 하고 있는 사제가 단상 앞으로 나왔다. 딱 봐도 이곳의 책임자처럼 보였다. 이윽고 그가 손을 들어 올리자, 환호성이 점차 잦아들면서 주변이 조용해졌다.


이걸로 저놈이 확실히 대빵이라는 것을 알았다.


그가 바로 이곳의 총책임을 맡고 있는 지부 사제다. 동시에 내 타깃이기도 하다.


열기로 후끈하던 소란이 어느 정도 진정되자, 지부 사제가 양손을 높이 들며 큰 소리로 이상한 주문을 외쳤다.


“우르스 데 바르바.”


그러자, 신도들이 똑같이 따라했다.


“우르스 데 바르바.”

“우르스 데 바르바.”

“우르스 데 바르바.”


이상한 주문을 외는 빈민들의 모습만 보자면 경건하기 짝이 없었다. 그러나 예전에 단검을 도둑맞았던 나한테는 위선으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지부 사제가 다시 입을 열면서 또 이상한 주문을 외운다.


“아르스토 바르바.”


이번에는 의심받을까봐, 나도 따라서 외쳤다.


“아르스토 바르바.”


말하고 나니까, 살짝 현타가 온다. 마치 내가 인생이 구렁덩이에 빠진 빈민A가 된 기분이다. 뒷맛이 아주 더럽다.


그 뒤로도 광신도들은 알 수 없는 주문을 몇 마디 더 지껄였다. 내 기분도 점점 나빠져 갔다. 그렇게 개소리를 10마디 정도 더 하고 나서야 지부 사제는 마침내 입을 닫았다. 그러나 곧 다시 입을 열고 대뜸 말했다.


“위대한 바르바께서는 항상 우릴 지켜보고 계십니다.”

“오오, 바르바시여....”

“감사합니다... 굽어 살피소서...”


저놈의 별거 아닌 말 한 마디에 신도들이 감격에 찬 얼굴로 고개를 조아린다. 몇몇은 감정이 벅찼는지 아예, 목 놓아 울고 있는 중이다. 나도 울어야 하나? 완전 쌩 지랄쇼다.


그 뒤로 지루한 설교가 이어졌다.


“바르바께서는 우리를 믿는 이들을 사랑하십니다. 언제나 지켜보고 굽어 살피십니다. 우리가 기쁠 때나, 힘들 때나. 예외는 없습니다.”


라든가.


“삶은 파도와도 같습니다. 거친 바다를 항해하다보면 때론 저항하기 힘든 높은 파도가 우리를 괴롭게 할 때가 있죠. 바르바님께서는 그럴 때마다 우리의 영혼이 무너지지 않도록, 우리가 시련에 지지 않게끔 약속된 희망을 열어주시는 분입니다.”


입에서 튀어나오는 말마다 모두 이해하기 힘든 쌉소리였다.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았는데도 약간 참기 힘들었다. 이제 끝이려나?


그가 손을 들어올렸다.


그러자, 신도들이 아까 행했던 주문을 외웠다.


아니었다. 설교는 더 있었다.


“우르스 데 바르바.”

“우르스 데 바르바.”

“우르스 데 바르바.”


“그렇습니다. 우르스 데 바르바. 그 뜻은 바르바께서 하신 약속이라는 뜻입니다. 그렇다면 그 분은 우리에게 무엇을 약속하셨을까요?”


부탁이니까, 제발 끝내줘.


이 와중에 성실한 신도 한 명이 큰 목소리로 외쳤다.


“그분은 저희의 사후에 고통이 없는 행복이 가득한 낙원을 약속하셨습니다!”


지부 사제가 그를 보면서 진중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맞습니다. 그분께서는 저희들에게 사후 낙원을 언약하셨습니다. 그곳에서는 모든 고통이 없을 뿐만 아니라, 모두가 행복하게 지낼 수 있습니다.”


낙원.


그 단어가 나오자마자, 빈민들이 울면서 고개를 조아렸다. 이 종교가 빈민들을 위주로 퍼진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삶이 힘들어서였다. 그건 알겠는데 대체 언제 끝나는 거지?


“저희는 바르바 신을 섬김으로서 낙원에 들어갈 자격을 시험받을 권리를 얻게 되었습니다. 반대로 말하면 저희는 시험받을 권리를 얻었을 뿐, 낙원에 들어가기 위해선 신께서 내리는 시험을 통과해야 합니다.”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선 시험을 쳐야한다는 내용에 몇몇 빈민들이 우울한 표정을 지어 보인다. 그 중 진짜 심한 사람들은 절망한 나머지 머리를 쥐어뜯고 있다. 바르바교도 사이에서 어쩌면 마약이 돌고 있는 게 아닐까? 그런 의심마저 고개를 들게 만드는 광경이다.


“두려우실 겁니다. 시험에 통과하지 못할까봐. 하지만 걱정하지 마십시오. 자비로우신 바르바께서는 여러분 모두가 시험에 통과할 수 있게끔 대비를 해놓았답니다. 필요한 것은 단 하나뿐입니다. 자신을 희생할 수 있는 용기. 가난하나 부유하나 용기는 누구나 가지고 있습니다. 용기를 내서 바르바께 헌신하십시오. 그렇게만 한다면 바르바께서 당신들을 낙원으로 데려가실 겁니다!”


지부 사제가 팔을 들어 올리자마자, 뜨거운 함성이 쏟아졌다.


“와아아아아아아!! 용기는 누구나 가지고 있다! 우리도 낙원에 갈 수 있어!!”

“바르바님! 제게 희생할 수 있는 기회를 주십시오! 당신을 위해서라면 이 한 몸 불사르겠습니다!!”

“우르스 데 바르바! 아르스토 바르바!”


열정적으로 소리 지르는 이들부터 눈물을 흘리며 자신을 희생하겠다고 부르짖는 이들까지. 이곳은 순식간에 광란의 도가니가 되었다.


시발, 지들끼리 존나 잘 노네!


울고 웃고 떠들고 소리 지르고 아주 생지랄을 떨고 있네.


더 이상은 못 참는다.


원래는 세례식이 끝나고 지부사제가 약해지는 때를 노리려고 했었다. 근데 더 이상은 안 되겠다. 내 인내심은 여기까지다. 고양이 가면을 꺼내고 막 튀어나가려고 하는데.


그 타이밍에 맞춰서 집회의 클라이막스를 알리는 것처럼 지부사제가 양팔을 들어 올린 채로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크게 소리쳤다. 그 바람에 튀어나가려다 잠깐 멈칫했다.


“지금부터! 세례의 의식을 시작하겠습니다! 바르바 신을 위해 기꺼이 희생할 자들은 손을 높이 들어 올려 주십시오!!”


아, 타이밍이 또 이렇게 되네. 세례가 끝나면 지부사제가 생명력을 빨려서 약해진다고 하니까, 조금만 더 기다려보도록 하자.


엄청나게 많은 이들이 방방 뛰면서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세례 가능한 인원수가 제한되어 있다 보니, 다들 세례를 받고 싶어서 아우성이었다.


“접니다! 제가 바르바 신께 가장 잘 헌신할 수 있습니다! 저를 뽑아주십시오!”

“제 가족 중 세례를 받지 못한 자는 저 혼자뿐입니다! 이 기회에 은총을 베풀어주세요!”

“저는 이미 교단에 모든 것을 바쳤습니다! 제가 가장 자격이 있습니다!”


이 많은 사람들이 모두 다 세례를 받고자 얼굴이 빨개져서 고래고래 소리를 지른다. 나는 그 광경을 질린 얼굴로 바라봤다.


응. 이 새끼들, 죄다 미쳤군.


“죄송하지만 제가 사전에 가장 열정적인 신도들을 미리 뽑아놨습니다. 다른 분들은 아쉽지만 다음에 세례를 내려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무대 안쪽에서 선택된 신도 6명이 모습을 드러냈다. 누군가는 그 모습을 보면서 울고 있었다. 그렇게 서러운가?


하지만 그것은 소수였고 다들 사제의 말에 납득하는 분위기였다.


사제가 세례자들을 한 줄로 세워놓고 말했다.


“자, 이번에 새로 축복을 받을 신도들을 소개하겠습니다. 다들 박수로 축하해주시기 바랍니다.”


짝짝짝짝짝!!


몇 명은 여전히 아쉬워하는 표정이지만 순순히 축하하는 것처럼 박수를 쳐줬다. 지부 사제가 세례자들의 이름을 한 명씩 부르면서 소개를 했고 그들은 이름을 불릴 때마다 황송한 표정을 하면서 무릎을 꿇었다.


“이제 바로 세례식을 거행하겠습니다.”


드디어 시작되었군.


기나긴 기다림이었다.


나는 바로 목을 딸 수 있게끔 미리 칼을 뽑아뒀다.


지부 사제가 세례자들의 머리 위에 손을 올리고 주문을 외었다.


주랄주랄주랄주랄


그의 손안에서 보랏빛 기운이 맺히면서 그 기운이 세례자의 머릿속으로 흡수되었다. 나는 그 광경을 집중해서봤다.


정확히는 사제의 손을 유심히 살폈다.


그렇군.


납치범의 말이 사실로 드러났다.


집중해서 자세히 보면, 보랏빛 기운을 뽑아낼수록 지부 사제의 손이 점점 메말라가는 것이 티가 났다. 원래는 제법 탱탱한 피부였는데 탄력이 눈에 띄는 속도로 줄고 있는 중이다.


납치범의 진술대로 지부 사제는 세례를 진행할수록 약해지고 있는 것이 맞았다.


나는 레나에게 슬슬 준비를 하라고 신호를 보냈다. 그녀가 알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또한 땅굴 속에서 대기하고 있을 대지의 하급 정령에게 지부 사제가 서 있는 대략적인 위치를 알려주며 명령을 내렸다.


‘신호를 보내면 놈의 발밑에 바로 구멍을 뚫어!’


세례의 의식은 계속해서 진행되었고 현재, 4명까지 진행이 완료됐다. 지부 사제가 수척해진 것을 이제는 그냥 보기만 해도 알 정도가 되었다. 그는 지금 많이 약해진 상태다.


그러나 역으로, 그의 주변에 걸어 다니고 있는 대갈수류탄들의 숫자는 오히려, 더 늘었다.


지부사제가 비틀거렸다.


나는 그가 충분히 약해졌다고 판단하여 대갈수류탄의 숫자가 더 늘기 전에 한 발 먼저 행동을 개시했다.


지금이다! 덮쳐!


곧바로 레나에게 미리 약속했던 신호를 보냈다. 그녀는 용수철처럼 튀어나가 뒤에서 대기하고 있던 사제들에게 무시무시한 속도로 짓쳐들었다.


사제들의 눈에 당황이 서렸다.


그 중 한 명이 뒤늦게 소리쳤다.


“마, 막아!!”


놀란 얼굴을 한 칼잡이들이 사제들을 지키려고 몇 초 늦게 반응해서 헐레벌떡 뛰어들었다. 그들은 어디까지나 방패막이라서 무시하고 곧장 사제한테 갔다.


칼잡이들을 비웃듯 레나는 놀라울 정도의 속도로 가볍게 달려가서 사제의 바로 코앞에 착지했다.


“뭐, 뭣?!”


다급한 얼굴을 하고 있는 사제가 유언을 남기기도 전에 레나의 단검이 번뜩였다. 은빛 궤적이 사제의 목을 빠르게 훑고 지나갔다.


서걱.


푸쉬이이이이이이!!


무대 위로 피분수가 쏟아져서 바닥이 엉망이 되고 머리 없는 시체가 뒤늦게 바닥에 고꾸라졌다. 집회장이 혼란의 도가니로 변했다. 흥분해버린 빈민들이 소리를 지르며 회장을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으아아아아아아아아, 습격이다!!”

“사람살려...!!”


서로 얽히고 설켜서, 밟혀 죽는 이들이 속출하기 시작했다. 나는 그 모습을 웃으며 바라보았다.


아, 이제야 속이 좀 시원하네.


방금 전까진 정말 답답해서 죽는 줄 알았다. 사제들이 저렇게 약할 줄 알았다면 진작 이럴 걸.


심지어 군중들도 별거 아니었다.


습격을 받는 순간, 다 함께 달려들면서 뭉쳐서 싸울 줄 알았더니 사단이 일어나자마자 죄다 도망가고 없다. 이들의 광신적인 모습을 봤을 때만해도 그 점을 진짜로 걱정했었는데. 그런데 할 필요가 없었던 것 같다. 여기 모인 빈민들은 말 그대로 오합지졸이다. 애초에 신경 쓸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커, 컥.....!”


그 동안 레나는 다른 신관의 목에 추가로 칼을 박아 넣고 있었다. 그녀에게 달려들던 검수들? 이미 목이 잘려 바닥에서 뒹구는 중이다. 이 모든 현상이 레나가 튀어나간 지 15초도 안 돼서 벌어진 일들이다. 습격작전은 매우 아니, 더 할 나위 없이 순조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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