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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능 스틸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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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슈
작품등록일 :
2019.04.01 16:30
최근연재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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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수 :
2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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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9,8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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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4.29 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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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게이트 조사 (3)

DUMMY

무기 하나 들지 않은 맨주먹.

제아무리 S급 스킬이라도 맨주먹에 그 위력을 온전히 담기엔 모자라다.


‘길이 1미터는 되겠고, 아니다. 쭉 피면 2미터도 되겠는데?’


전투에선 때론 임기응변이 필요하다.

무기가 없다면 주변 사물을 이용하면 될 일.

누구나 알고 있지만, 막상 위급한 상황이 닥치면 쉽지 않은 법이다.


‘요놈 참 실하네. 요놈으로 해야겠다.’


무려 100 vs 1의 경쟁률을 뚫고 당첨된 뱀 한 마리.

당첨의 기쁨 때문인지 뱀이 지혁을 향해 포효의 입을 벌린다.

그것도 잠시 지혁이 뱀에게 오러를 주입하자, 움찔하며 긴 몸을 늘어뜨린다.

오러가 뱀의 섬유조직을 나일론처럼 질기고 강하게 만들어 버린 까닭이다.


‘악마의 일격인가 뭔가 어디 구경 좀 해 볼까.’


지혁이 축 늘어진 뱀 꼬리를 움켜잡자, 사람들이 웅성거린다.


-저놈 설마 뱀을 채찍으로 쓰려는 거야?

-오 잔인하긴 하지만 나쁘지 않은데.


채찍이라면 광역 무기로 손색없다.

다만 그게 단순한 채찍이었을 경우에 말이다.


-어? 저거 뭐야?

-배,뱀이 점점 커지잖아.


뱀이 지혁의 손아귀에 더는 잡히지 않을 정도로 점점 몸을 키워가고 있었다.

툭.

결국, 지혁의 손에서 벗어난 뱀이 땅으로 떨어지며 꽈리를 튼다.

놈은 걷잡을 수 없이 몸을 키워내더니 기괴한 외형으로 변형된다.

드래곤의 비늘처럼 전신이 뒤덮여 있고,

10미터를 육박하는 거대한 몸.

신화 속에 등장할 법한 괴수의 모습이다.

생각도 못 한 괴수의 등장에 지혁이 발을 동동 구른다.

이카루스가 당황한 지혁을 진정시키며 말한다.


“악마의 일격으로 바실리스크를 소환하다니. 제법인데?”

“이거 피니쉬 스킬이 아니고 소환 스킬이었어?”

“호오. 그것도 모르고 쓴 거야? 나는 알고 쓰는 줄 알았는데 과연 재능충답네.”


지혁을 놀리던 이카루스가 순간 멈칫한다.


‘가만. 저건 평범한 바실리스크가 아니야.’


왕관 모양의 붉은 볏이 돋친 머리.

그것이 주는 의미는 명백하다.


‘이런. 바실리스크 왕을 소환했어. 이건 나도 못 하는 일이야.’


시전자에 따라 소환물의 급이 달라진다고는 하지만 바실리스크는 쉽게 소환할만한 존재가 아니다.

더군다나 그들의 왕.

이건 이카루스가 살던 마계의 군주 정도는 되어야 가능한 일이다.

이쯤 되면 지혁의 재능이 질투심을 넘어 경외심까지 생긴다.


‘이러다 정말 오빠라고 불러야겠는데.’


갑작스럽게 출몰한 마물의 등장은 이카루스만 놀란 게 아니다.

저 뒤편에서 재미 삼아 지혁을 지켜보던 이들.


-길드장 님. 어서 여길 빠져나가야 합니다.

-젠장. 이런 데서 보스와 마주치다니. 이미 우린 죽은 목숨이야.


굳이 싸워보지 않아도 알 수 있다.

제아무리 용맹한 사냥견도 호랑이를 만나면 꼬리를 내리는 법.

길드장 박문수는 전의를 상실한 부하들을 진정시켰다.


“모두 침착해라. 저건 우릴 공격하지 않는다.”


그가 지금까지 만나왔던 마물과는 격이 다르다.

외형에서 풍기는 압도적인 포스와 달리 녀석은 왠지 모르게 당황하는 것처럼 보인다.


바실리우스 왕 케르베로스.

그는 자신을 소환한 지혁을 응시한 채 그 어떤 미동도 없다.


‘뭐지. 나를 부른 게 이런 하찮은 인간이라니. 아니 저 아이는 천계와 마계의 군주 여식이 아닌가.’


지금 이 상황이 그에겐 썩 내키지는 않지만, 어쨌든 소환됐으니 그에 응답해야 한다.

그것이 소환물로서 당연한 의무.


“인간들의 군주여. 나를 이 낯선 땅까지 불렀다면 막중한 일일 터. 말해 보아라.”


지혁의 입꼬리가 올라간다.


‘악마의 일격이라고 해서 그저 강한 피니쉬 스킬이겠거니 생각했는데 그것보다 훨씬 더 좋은 거잖아.’


쉐엑.

케르베로스가 코브라처럼 몸의 반을 일으켜 세운다.

뱀의 특성을 가진 바실리스크는 악마의 권속인 용의 일족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 엄청난 존재가 지혁의 명을 기다리고 있다.


“저 뒤에 있는 뱀들 좀 내 앞에서 치워줘.”


지혁의 말에 케르베로스가 뒤를 쓰윽 돌아본다.

그에게 있어 인간들의 바퀴벌레와 같은 하찮은 존재들.


“인간들의 군주여, 고작 저 하찮은 벌레 때문에 나를 부른 건 아닐 테고, 진짜 목적이 무어냐.”

“정말 저 뱀들 때문인데.”


케르베로스가 뱀들을 향해 쉐엑 하고 한번 울어대자, 뱀들이 그 자리에서 녹아 사라진다.

가벼운 숨결에도 독을 담아 적을 손쉽게 제거하는 바실리우스만의 고유한 능력.

케르베로스는 끓어 오르는 화를 억누르곤, 비탄에 빠진다.


‘살다 살다 나를 벌레 죽여달라고 소환되는 일도 겪는군.’


인간은 나약하다.

그들의 피부는 작은 구멍에도 치명상을 입으며,

자잘한 질병들에도 속수무책으로 쓰러지는.

자신들의 세계에서는 그저 먼지보다 못한 존재로 여겨졌다.

인간들이 오러를 갖기 전까진.

군주들의 전유물인 오러.

이전에는 감히 눈도 못 마주칠 족속들이 자신을 소환할 만큼의 능력을 갖게 되었다.

어찌하여 이들에게 이런 전능이 하사 된 것일까.

원인은 알 수 없지만, 그에 대한 결과는 알고 있다.


‘힘의 균열이 무너진다.’


바실리스크 왕 케르베로스가 지혁을 내려다보며 묻는다.


“저 아이와 어떤 관계지?”


지혁은 그 아이가 누굴 의미하는지 곧바로 이해했다.

아까부터 이카루스를 뚫어져라 쳐다봤으니까.

이카루스는 지혁의 등 뒤로 숨어버림으로써 자신의 존재감을 숨겼다.


“정령 왕도 벌벌 떨게 하더니, 저 뱀은 두려운 건가.’


지혁은 자신을 내려다보는 존재가 썩 마음에 들지 않는다.

그의 눈빛에서 지혁이 질리도록 받아 온 약자를 향한 멸시가 가득 담겨있기에.

그때마다 지혁이 할 수 있는 건 상대의 신경을 거슬리지 않도록 넙죽 엎드리는 것.

지혁은 그게 약자가 살아가기 위해선 마땅한 거라고 여겼다.

자존심을 세운 약자들의 말로가 어떠했는지 모두 지켜봤으니까.


‘한번 약자는 영원한 약자다. 내 삶이 그걸 증명하니까.’


지혁은 그동안 자신이 살아온 방식을 바꾸기로 했다.

굴복이 아니 저항하기로.


“내 여동생이다. 저 아이에게 볼 일이라도 있는건가.'


이카루스가 지혁의 등 뒤에서 경계심을 드러낸다.

겁에 질려있기라도 한 것일까.

그녀는 자신의 하찮은 능력을 일깨워준 은인.

지혁은 목숨을 바치더라도 이카루스를 보호할 의무가 있다.

지혁은 두려움을 억누르고 케르베로스를 호기롭게 노려본다.


“나를 불러낸 게 우연은 아닌가 보군. 보통의 인간이라면 그런 눈으로 날 마주할 수 없으니까. 좋다. 나의 주인으로서 일단은 인정하지.”

“일단?”

“나는 오로지 나보다 강한 자만을 따른다. 나를 소환했다고 해서 네가 나보다 강하다고 할 순 없지. 증명해라. 내가 너를 주인으로 받아들여도 좋을련지.”


이해 못 할 말은 아니다.

명마도 자신의 등에 태울 주인을 쉽게 허락하지 않는 법이니까.

케르베로스가 지혁의 등 뒤로 숨어있는 이카루스를 쳐다본다.

그리곤 지혁에게 의외의 당부를 건넨다.


“그녀를 잘해줘라. 외로운 아이다.”


케르베로스가 기억하는 이카루스는 사생아보다도 못한 존재였다.

천상계와 마계 - 그 어느 곳에서도 환영받지 못해 차원을 여행하는 떠돌이.

자신의 부하 일족을 소환하며 무료함을 달래던 외로운 아이.

그것이 케르베로스가 기억하는 그녀의 모습이다.


‘그래도 제법 괜찮은 친구를 둬서 다행이야.’


마지막 당부를 끝으로, 그는 사라졌다.

그 자리엔 생명력을 다한 뱀 한 마리만 덩그러니 있을 뿐이다.

긴장이 풀렸는지 지혁이 자리에 주저앉고 만다.


“자,자네 괜찮은가?”


멀찌감치 떨어져 있던 박문수가 지혁에게 다가오며 묻는다.


‘괜찮긴. 시벌. 쫄려 죽는 줄 알았는데.’


이곳엔 목격자가 너무 많다.

케르베로스와 지혁이 나눈 대화를 저들도 모두 들었을 테니 곧 자신을 추궁할 게 뻔하다.

지혁이 의기양양한 모습으로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시발. 이게 대체 무슨 일이야. 보스가 그냥 가버렸잖아. 이게 말이 돼?

-A급 헌터가 3명이나 있으니까 그냥 줄행랑 친 거지 뭘.

-오우 지져스. 신이여. 감사합니다.


아무도 지혁과 케르베로스의 긴밀한 대화를 듣지 못한 모양이다.

케르베로스가 둘의 대화를 다른 이들이 엿듣지 못하도록 이미 손을 써두었으니까.

‘나 사실은’ 이러면서 커밍아웃을 준비하던 지혁은 입맛을 다셨다.


‘아니 뱀 새키가 쓸데없는 일을 했네.’


자신을 인간들의 군주라 칭하던 말을 저들이 들었어야 했다.

얼마나 밤잠을 설치면서 상상했던가.

툭 하면 무시했던 사람들에게 존경과 찬양을 받는 기분.

생각할 때마다 늘 짜릿했다.


“게이트 조사는 여기까지. 이만 퇴장하도록 하지.”


박문수 말 한마디에 어수선했던 분위기가 순식간에 정리가 된다.

게이트 밖으로 빠져나간 뒤, 박문수는 일행들에게 입단속을 시키며 해산했다.


“모두 수고했다. 오늘 게이트에서 본 것은 당분간 함구하도록.”



* * *


한강이 내려다보이는 고층 빌딩 사무실.

한 사내가 바쁜 걸음으로 ‘길드장’ 이라고 문패가 적힌 사무실 문을 박차고 들어간다.


“대장. 벌써 소문이 이 바닥에 쫙 깔렸습니다.”

“뭐 예상 못 한 일도 아닌데 노크도 없이 내 방문을 열어젖힐 일인가.”


박문수는 애초에 기대도 하지 않았다.

그 자리에 자신의 사람 외에도 여섯이나 더 있었으니까.


“대장. 마물 분석가에게 생김새를 의뢰했더니 바실리스크랍니다. 등급은 S급. 이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십니까?”


사내는 흥분을 가라앉히질 못하고 신문 한장을 책상에 촥 펼친다.


[이례 없는 S급 바실리스크 출몰. 세상은 결국 마물에게 먹히고 마는 것인가.]


박문수는 신문 헤드라인을 쓱 보고는 욕지거리를 내뱉는다.


“제목 뽑아내는 꼬라지하고는. 시발. 이거 어떤 새키가 쓴 거야?”

“벌써부터 언론이 자극적인 기사를 뽑아내고 있습니다. 대장도 보셨잖습니까? 지금까지 저희가 봤던 보스들과는 격이 다릅니다. 격이.”

“자네도 보지 않았나. 그 엄청난 놈과 담소를 나누던 친구 말이야.”


박문수의 말에 사내가 손사래 친다.


“대장. 지나친 억측이십니다. 담소라니요. 고작 F급입니다. 그게 가당키나 한 일입니까?”

“내 오러측정에 그자의 등급이 감지되지 않았어. 이 말이 무슨 말인지 알지?”

“설마 S급이라도 된단 말입니까?”

“고작 F급이 뱀 떼를 자유자재로 통솔하려면 대체 어떤 스킬이 필요하지? F급이 그런 요상한 스킬을 쓰는 걸 자넨 본 적이 있는가?”


사내는 쉬이 대답할 수 없었다.

반박하자니 쉽게 떠오른 말이 없고, 동의하기엔 그의 자존심이 쉽게 허락되지 않는다.

곧 A급에서 S급 각성자로 승급을 눈앞에 두고 있다.

그동안 얼마나 많은 고초와 역경을 딛고 지금의 경지를 이루어 냈는가.

생전 처음 보는 흉칙하고 징그러운 마물을 베면서 두려운 마음이 없었다면 거짓말이다.

처음에는 오줌을 찔끔 지리기도,

공포심에 게이트 밖으로 뛰쳐나가기도,

마물이 쏟아낸 피와 부산물에 온몸에 피범벅이 되면서도,

그가 싸우기를 주저하지 않은 것은 오로지 ‘보상’ 때문이었다.

자신을 S급 각성자로 올려줄 것이라 믿었으니까.


“억측이십니다. 아무리 그래도..”

“말끝 흐리지 말게. 자네도 내심 그럴지도 모른다고 생각하지 않았나.”


단 한 번도 사람을 잘못 본 적 없는 길드장이다.

자신을 그저 그런 B급 각성자에서 지금에 이르기까지 잠재력을 끌어 올려준 사람.


“김영현. 현 시간부로 게이트 유지보수팀에 지원하게.”


김영현은 그 말이 무슨 말인지 알고 있다.


“네. 그자의 그릇이 어느 정도인지 직접 확인하고 오겠습니다.”


김영현은 승부욕과 강해지고자 하는 욕구가 투철한 사람이다.

그게 없었다면 지금의 김영현도 없다.

그리고 지금 한 사람이 그의 욕구를 불태우고 있고.


‘차지혁이라고 했나. 뼛속까지 탈탈 털어주지.’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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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히든스킬-재능 스틸러 (2) +3 19.04.02 1,360 28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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