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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엠 님의 서재입니다.

신이 된 아이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보엠
그림/삽화
라비보엠
작품등록일 :
2020.11.03 18:05
최근연재일 :
2021.02.04 17:50
연재수 :
39 회
조회수 :
1,647
추천수 :
165
글자수 :
172,717

작성
20.11.17 10:06
조회
73
추천
9
글자
9쪽

[ 시즌 1 ] 4회 흡혈귀뎐-2

DUMMY

[ 어린시절의 승혈은 마을 사람들에게도, 심지어 부모에게조차 버림받은 외톨이였어. 비록 인간의 몸에서 태어났지만, 분명 일반 사람들과는 다른 존재임에 분명했거든.


아마 그가 6개월쯤 되었을 때 였을 거야. 한번은, 어미가 실수로 바느질을 하다가, 바늘에 손을 찔렸는데, 순식간에 풍기는 피냄새에, 그 갓난이가 흥분을 하고 만거지. 흡혈귀의 핏줄이기에, 태어났을때부터 영혼의 반쯤은 포식자였던 거야. 결국, 그 조그만 악마가 어미의 목덜미를 향해 돌진하는데, 그녀가 세상의 전부였던 사내가 그 모습을 지켜볼 수만은 없었겠지.


결국, 그 순간, 수컷 짐승의 피 터지는 싸움이 벌어지고 말았어. 먹잇감을 향한 아비와 자식간의, 혈투였지.


예전에도 한번 말한적 있었던가, 사내가 분명 여인의 노력으로 인해 감정을 되찾기는 했어도, 결국 이성이란 걸 잃어버린 괴수에 불과하다고. 그는 여인 이외의 사람들과는 결코 어울리지 못해. 아무리 제 자식이라 하더라도 말이야. 그는 제 여인을 지키기 위해 제 핏줄조차 알아보지 못하고, 이빨을 드러내며 힘껏 싸웠어.


그런데 말이야. 분명 성인의 완전한 흡혈귀가 온 힘을 달려들면, 고작 6개월 짜리 갓난이가 갈기갈기 찢기는 것은 아무 일도 아니어야 하는 거잖아. 아무리 흡혈귀의 피를 나눠가졌다고 해도 말이야.


하지만, 특이하게도 상황은 정반대로 돌아갔어. 아직 걸음마도 안한 꼬맹이의 하악질에 사내가 꼼짝을 못하는 거야. 아이가 손톱을 세우고 제 아비에게 달려드는데, 그 힘이 어찌나 센지, 사내는 물론이고, 지켜보고 있던 여인과 마을 사람들 조차 아무 것도 할 수 없었어.


결국 사내는 그 심장이 잔인하게 파헤쳐 저 비극적인 결말을 맺고 말았지. 그러니, 제 어미에 입장에서는 자신을 위협한 것도 모자라, 사랑하던 사람을 갈기 갈기 찢은 아이가 곱게 보일리 없었겠지. 당장이라도 어떻게든 없애버리고 싶었을 거야.


하지만 가능하지 않은 일이었어. 이상하게도, 아이에게는 흡혈귀의 약점인 빛이 전혀 통하지 않았던 거야. 그뿐일까, 제아무리 심장을 칼로 쑤셔대도, 뜨겁게 타오르는 불꽃이나, 녹은 금속등을 들이 부어봐도, 아이는 그저 태연할 뿐이었어. 상처를 입지도, 죽지도 않는 영생의 존재였던 거야. 어찌보면, 흡혈귀와도 비교했을때, 진정 이 세상을 다스릴 천하 무적의 능력을 타고난 거지. 비록 얼굴을 가로지르는 북두칠성 모양의 일그러진 흉터를 얻기는 했어도, 그뿐이었을 테니까.


결국, 마을 사람들은, 고작 걸음마도 채 떼지 못한 어린 아이를 성벽 너머 흡혈귀들이 득실되는 산속에 버리고 말았어. 그것이 마을 사람들을 지키는 최선이 었거든. 여인이 사내에게 그랬던 것처럼 쉽사리 철창에 가둘 수 조차 없었어. 그 어마무시한 힘을 이기지 못하고 순식간에 부러져 버렸거든. 다른 사람들과 어울릴 수 없었던 것은 물론이거니와, 제 어미를 먹잇감으로 삼고, 잠시 한눈을 팠다 하면, 어느새 목덜미에 달라붙어 있으니, 모두가 두려웠겠지. 언젠가 이 아이가 자라 더한 힘을 얻게 된다면 자신 모두를 파괴 시키는 것으로 모자라 이 세상 전체를 파멸로 이끌고 말것이라고.


물론, 사실은 정반대였지만 말이야. 흡혈귀와 인간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은 혼돈의 힘, 능력, 그리고 사람의 마음을 가진 존재야. 다른 인간들도 그렇듯이, 제대로된 두뇌 발달이 이루어지지 않은 간난이 시절은 생존력이 더한 힘을 가지는 것은 당연한 것이지. 시간이 지나며, 스스로 판단하고, 생각하는 힘을 가지게 된다면, 인간들과 어울리는 것은 물론, 그들을 지도하고 또 다스리는 위치에 오르게 되지만, 사람들에겐 그 순간을 기다릴 만한 여유가 없었으니까. 게다가, 흡혈귀와 인간의 혼혈이라는 존재를 난생 처음 보았을 테니, 그저 괴물에 불과했던 거야.


그래, 어린 승혈은 인간이 아닌 흡혈귀와 늑대들 사이에서 우두머리 노릇을 하며 살아가야 했지.

인간으로서의 정체성, 문화, 언어 그리고 삶은 완전히 잃어버리고, 오로지 금수가 되었던 거야.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분명히 마음 한구석에 내재되어 있을 인간성이 홀연히 사라지는 것은 아니야. 오히려 잔인한 약육강식의 세계에서 살아남기 위해 여러가지의 복합적인 감정을 억누르면 억누를 수록 용수철 처럼 튀어오르는 법이지.


17년후, 갓난이였던 승혈은 어느새 어엿한 청년이 되어 있었어. 늑대와 흡혈귀 무리에서는 위대하고, 또 잔혹하기도 한 지도자로 알려져 있었지. 어떤 짐승들보다도 더한 힘과 생존력, 동시에 빠르고 정확한 판단력을 가지고 있었을 테니 말이야. 하지만 한편으로는, 뭔가 수많은 짐승들을 발 밑에 두고도 해소되지 않는 공허함 비슷한 것이 있었을 거야.


그러던 와중, 드디어 사람들로부터 버려지고 잊혀졌던 승혈이 다시 모습을 드러내는 사건이 터져. 바로, 평화롭던 고을을 굳건한 돌산 조차 흔들리게 만들 매서운 태풍이 강타하고 만거야.


이번 태풍은 마냥 튼튼해 보였던 성벽을 처참히 무너뜨렸어. 영원히 평화로울줄 알았던 고을의 보호막이 순식간에 파괴되면서 순식간에 수십명의 사람들이 피에 굶주린 늑대와 흡혈귀들의 먹잇감이 되고 만거야.


17살의 승혈 또한 수백 마리의 금수들을 이끌고 마을에 내려왔지.


순식간에 고을은 아수라장이 되었어. 여자와 어린아이들을 채 대피시키기도 전에 모두가 힘없이 쓰러져 나가고 있었던 거야.


승혈 또한 그 난장판의 한가운데에서 별다른 저항도 하지 못하고 힘없이 당하고만 있는 자신의 동족들을 빤히 바라보고 있었어. 분명, 그 향취가 산속의 짐승들과는 사뭇 달랐어. 노루와 사슴들과는 다르게, 도무지 거부할 수 없는 달콤한 냄새가 났지. 당장이라도 그 목덜미를 물어뜯어 고통스러운 갈증을 끝내고 싶은 마음 뿐이었어.


허나, 왠지 모르게, 쉽사리 몸이 움직여지지 않았어. 곳곳에 즐비한 피냄새가 유혹적이었지만, 태어나서 처음으로 먹잇감을 눈앞에 두고 마음이 무거웠던 거야. 아마, 그 순간 잠재되어 있던 인간성이 갑작스럽게 튀어오르며 영영 인간을 배반한 포식자로 살아가는 것을 막았을 테지.


그리고 그 순간, 갑자기 기억의 저편 어딘가에 존재하는 익숙한 향취가 코끝을 간질었어. 뭔가 달콤한, 유혹적이지만, 본능을 건드리지는 않는, 따뜻하고 포근한 느낌이었지.


승혈은 본능적으로 향취를 따라 눈을 감고 어디론가를 향해 걸어갔어. 그리고 눈앞에 난생 처음 보는, 하지만 뭔가 익숙한 얼굴이 나타났지. 바로, 갓난이였던 자신을 버린 원수이자, 지금 이순간 이 세상에서 유일하게 존재하는 자신의 핏줄, 바로 어머니였던 거야.


물론 그순간, 승혈이 바로 가족이라는 개념을 이해한 것은 아니야. 그에겐 인간은 그저 17년 만에 나타난 낯선 존재일 뿐이었어. 자신과 피를 나눈 동족이라는 생각을 애초에 하지못하는 것은 당연할 테지.


허나, 그저 익숙했던거야. 왠지 모르게 따뜻하고, 지켜줘야만 할 거 같고, 또 이대로 목덜미를 물어버리면 두고두고 후회할 거 같고, 알 수 없는 감정이 순식간에 밀려들어온 거지. 숨겨왔던 인간성이, 또 사람의 마음이 빛을 발한 순간이었어.


어미 또한, 17년만에 마주한 자신의 자식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어. 어쩌면 당연할 테지. 얼굴을 가로지르는 북두칠성 모양의 흉터, 그리고 흡혈귀였던 제 아비와 똑 닮은 이목구비까지. 온몸으로 제 정체를 드러내고 있는 것이나 다름 없었으니까.


하지만, 그것도 잠시, 달콤한 향취를 마구 품어대고 있는 적령기의 여인을 다른 흡혈귀가 마냥 지켜보고 있을 수는 없었을 거야. 순식간에 달려들어 공격할 준비를 했지.


허나, 승혈 또한 오랜만에 느끼는 이 묘한 감정을 제 부하 따위에게 잃어버리고 싶지는 않았을 거야. 지켜야 했겠지. 또 알아야 했겠지. 언뜻 봤을 때, 물에 비친 자신의 모습과 꼭 닮아 있는 이 존재에 대해서. 또, 동족이 아닌 이들과 어울려야만 했던 이유에 대해서.


승혈은 어미를 덮치는 흡혈귀를 순식간에 제압하고는, 하늘을 향해 크게 울부짖었어. 자신의 모든 부하들에게 명령한거야. 그만 돌아가라고. 이곳의 먹잇감들을 더이상 손대었다간 우두머리를 배반한 것으로 여기겠다고.


늑대, 그리고 흡혈귀들은 눈앞에 생기 가득한 먹잇감을 두고도 할 수 없이 꼬리를 내리고 돌아가는 수 밖에 없었어. 그들에게 승혈은 잔혹한 지도자였거든. 거역했다간 목숨이 남아나지 않을 테니까.


그 순간, 모든 사람들의 이목은 흡혈귀의 모습을 한, 허나, 사람의 눈빛을 가진 이 소년을 향해 집중되었어. 그저 산속을 헤매던 어린 늑대가, 수십명의 백성을 구한 영웅이 된 순간이었지. ]


작가의말

다음 회차부터는 해수&강손의 이야기로 돌아오겠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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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13

  • 작성자
    Lv.27 고기생각
    작성일
    20.11.18 11:07
    No. 1

    잘 읽고 갑니다.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3 보엠
    작성일
    20.11.18 11:26
    No. 2

    헉..최신회까지! 감사해요. 치킨님 나의 죽음 다다를때까지도 잘 읽고 있어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68 별그림자
    작성일
    20.11.18 16:23
    No. 3

    잘보고 갑니다.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3 보엠
    작성일
    20.11.18 17:21
    No. 4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다오랑
    작성일
    20.12.01 03:13
    No. 5

    ^^ 해수 강손의 이야기도 기대합니다. 추천! 건필!! ^^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3 보엠
    작성일
    20.12.01 11:14
    No. 6

    기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7 레츄
    작성일
    20.12.15 20:36
    No. 7

    작품 전반적으로 진한 피냄세가 매력적인 거 같습니다 고대시대를 직접 들여다 보는 느낌이 들어요. 재밌게 봤습니다^^ 최신화를 보고 싶지만 꾹 참고 순서대로 맛보면서 갈게요ㅋㅋ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3 보엠
    작성일
    20.12.16 08:08
    No. 8

    진한 피냄새^^ 나름 의도한 편이라서 뿌듯하네요 ㅎㅎ 재밌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7 레츄
    작성일
    20.12.16 15:54
    No. 9

    보엠님 글 보고 제걸 읽어보니... 현격하게 수준차이가 나더라구요 열심히 배우겠습니다^^ㅋ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3 보엠
    작성일
    20.12.16 20:35
    No. 10

    엇! 아닙니다ㅠㅠ전 여러 출판사에서 순문학체라는 피드백을 받아서;; (순문은 읽지도 배우지도 않았는데 쩝..) 웹으로 읽기에는 부적합하다고 하더라구용ㅠ 락노래방님 그녀의 벌 작품은 가독성이 높아서 정말 술술 읽히더라구요..전개랑 호흡도 빠르게 흘러가구여. 전 문장 긴거 고치느라 맨날 진땀 빼는데, 제가 오히려 배워야 될것 같습니다만 ㅋㅋ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1 전봇대고양
    작성일
    20.12.16 16:13
    No. 11

    재미있게 읽고 갑니다 과연 17년만의 재회는 어케 이어나갈지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3 보엠
    작성일
    20.12.16 20:31
    No. 12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안타깝게도 흡혈귀뎐은 오랜 후 이어나간다는 ㅋㅋ 저도 아직 구상중에 있답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7 레츄
    작성일
    20.12.16 23:06
    No. 13

    ㅋㅋ아유 전 이거 읽었다가 새벽 내내 제글 엄청 수정하고.. 다 읽어주신게 너무 대단하시더라구요... 똥글을 깨닫고 고통받고 있습니다 ㅜㅜ 오늘도 건필하십쇼!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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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 시즌 1 ] 10회 덫-2 +8 20.12.01 59 5 10쪽
10 [ 시즌 1 ] 9회 덫 +6 20.11.28 55 5 9쪽
9 [시즌 1 ] 8회 영웅의 탄생 +8 20.11.26 54 5 9쪽
8 [ 시즌 1 ] 7회 목숨 빚-3 +5 20.11.24 53 5 9쪽
7 [ 시즌 1 ] 6회 목숨 빚 +11 20.11.21 60 7 9쪽
6 [ 시즌 1 ] 5회 목숨 빚 +6 20.11.19 59 8 11쪽
» [ 시즌 1 ] 4회 흡혈귀뎐-2 +13 20.11.17 74 9 9쪽
4 [ 시즌 1 ] 3회 흡혈귀뎐-1 +6 20.11.14 73 7 10쪽
3 [ 시즌 1 ] 2회 개혁의 씨앗 +8 20.11.12 81 8 9쪽
2 [시즌 1 ] 1회 괴물의 아이 +10 20.11.10 112 10 14쪽
1 프롤로그 +14 20.11.03 193 1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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