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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갈 님의 서재입니다.

마왕의 성좌가 용사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정갈
작품등록일 :
2021.06.13 20:54
최근연재일 :
2021.06.28 23:44
연재수 :
15 회
조회수 :
716
추천수 :
27
글자수 :
82,264

작성
21.06.27 17:53
조회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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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자
13쪽

<심판관 테리(1)>

DUMMY

“상쾌한 공기!”


장터로 나오자마자 알렌시아가 기지개를 켜며 숨을 들이 마신다. 알렌시아는 아멜튼 성채가 답답했나 보다.


본디 성녀들은 교단생활 속에서 사리사욕을 억제하고 갑갑한 삶에 익숙한 여자들이다. 저거 초심을 제대로 잃었다.


하긴 대도둑 생활만 수 개월이다. 알렌시아가 성녀의 위신을 챙기겠다고 고지식하게 굴었으면 더더욱 한심해 보였을 터다.


쿠쿠라 마을에서 얻은 장물들을 판매한 터라 내 기분은 썩 괜찮았다. 수중에 든 2억 코인은 크리온 소영주에게도 큰 돈이었다.


“테리 이거 봐!”


장터 물건답게 거기서 거기인, 장신구를 들어 올리며 알렌시아가 신나했다.


“이 보석 이쁘지 않니?”

“30 코인이라. 저렴하네.”

“아니 가격 말고 보석을 봐봐! 빛깔이 상당하지 않니?”

“40코인까지 가능하겠어.”

“쿠쿠라 마을은 전사들에게 뭘 가르치는 걸까... ”


못 말린다는 듯이 웃으며 알렌시아가 성녀의 마음가짐을 일러주었다.


“이왕 장터에 온 김에 테리도 가게를 둘러봐. 물건을 중히 봐야만 진정한 값을 매긴다더라.”

“물건을 소중히 여기는 놈을 매수해서 값을 책정하면 되지.”

“그럼 이건 어때?”


알렌시아가 샐쭉이며 보석에 그치지 않고 주인장처럼 물건을 소개해댔다.


성녀들은 체계적인 상술을 배운다. 알렌시아의 아공간 상점에 물품들에는 완벽에 가까운 가격이 책정되어 있기도 했다. 그래서 그런가, 이런 쪽에 예민한가 싶다.


“날이 잘 서있는 단검... 이거 상등품이야 테리!”

“전쟁에서 그거 들고 설치는 놈들은 전부 뒈지던데... 창이랑 달리 너무 짧아서 쓸 이유가 전혀 없어.”

“이건 하일프 산이라 가성비의 끝판이야.”

“그래봤자 철제 무기들은 최소 100코인을 넘기잖아.”

“짜잔.”


알렌시아는 나무판자에 새겨진 가격을 봐보라며 내 눈앞에 갖다 대었다. 믿기지 않는 가격 20 코인짜리 단검이었다. 나는 게슴츠레한 눈으로 단검을 요리조리 만져봤다.


“무슨 놈의 가격이...”

“날도 예리해 성능과 가격을 전부 챙긴 단검이지 요즘 하일프에서 타지역과 경쟁 중이라 가격을 잠깐 낮췄어”

“아무리 그래도 너무 싸.”

“그렇지?”


나는 묵묵히 20 코인을 가게 주인장에게 건네고 단검을 구매했다. 단검은 품속에 이미 챙겨두었다.


“응? 단검을 싫어하는 거 아니었어?”

“싼 건 진리니까.”

“풋!”


갑자기 입가를 가리고 폭소하는 알렌시아, 자꾸만 웃음이 터져나오는지 눈가가 살짝 젖어있다.


“뭐가 웃기냐?”

“태도가 바뀌는 게 웃겨!”

“인정할 건 인정해야지.”

“푸하하하 테리랑 같이 오길 잘했네!”


말없이 뒤쫓아 걷기만 해도, 알렌시아가 내 어깨를 치면서 재밌어한다.


'알렌시아 녀셕.... 아멜튼 가문이 갑갑했구나.'


정체를 들킬까 봐 매사 그녀는 하나하나에 신경써야 했다. 육체적이나 정신적으로 지쳐있겠지. 장터 나들이에 따라오라고 권유하길 잘한 것 같다.


[분위기도 좋은데 하필이면.... 으으]


미류엘이 경고해왔다.


[아슬란님 지금 여덟 블록 너머에서 좀도둑들이 알렌시아의 돈주머니를 노리고 있네요.]


미류엘의 계시를 듣자 나는 우뚝 멈춰 섰다.


“테리 왜 그래?”

“네가 워낙 헤프게 돈을 써대니 봉으로 보였나 보다.”

“으응?”

“소매치기범들이 너를 노리고 있다.”


그제서야 알렌시아의 웃던 얼굴이 뚝 그쳤다. 상대는 좀도둑이고 이쪽은 대도둑이다. 호들갑을 떨것 까지야.


[전문적인 범죄자가 아니라 별거 없는 아이들이네요?]


좀도둑들의 신상까지 알려주다니 미류엘 녀석치고는 제법이었다.

아직 애들이라고 언질을 주지 않아서, 알렌시아는 잔뜩 긴장하고 있었다. 알렌시아의 진정에 도움 되도록 차분한 목소리로 일러주었다.


“애들이 곧 달려들 거다. 아무것도 모른 척 걷다가 붙잡자.”

“으응.”


알렌시아가 힘없이 대답했다. 자신은 이제서야 소매치기범들의 위치를 파악했건만 테리는 한참 전부터 알아채고 있었다. 알렌시아가 열등감을 무릅쓰고 물었다.


“테리는 감이 좋네.”

“산속에서 오래 살았으니까.”


그녀는 새삼스레 테리에 대해 고찰했다.


‘테리는.... 정말로 오러를 쓰지 못하는 걸까?’


자신도 적잖은 훈련으로 감각이 날카로웠는데 테리가 한 수... 아니 세 수 위였다.


오러를 못쓴다고 들었지만 믿기지가 않는다. 거기다가 마법도 쓸 줄 모른다고 했다. 그렇다면 테리는 오직 감으로 소매치기범의 위치를 알아냈다?


‘그게 가능한 걸까?’


그래도 거짓말은 아닐 것이다. 테리에게 오러의 기척이 느껴지지 않으니 오러 사용자는 아닐 것이다. 알렌시아도 나름 오러에 재능이 닿았기에 알 수 있었다.


오러를 뛰어넘는 육체와 마법 같은 지혜


테리의 과거부터 속마음까지 모든 걸 캐묻고 싶었으나 알렌시아는 아랫입술을 깨물으며 참아냈다.


“알려줘서 고마워.”

“당연한걸.”


잠시 동안 알렌시아는 관계의 개선을 기도했다. 테리가 먼저 사정을 말해주길 바랐지만 그럴 리 없어, 괜스레 심통이 났다.


“짜증나네.”

“그러냐? 슬슬 오니까. 준비해라.”


꾀죄죄한 어린애들이 골목길에서 튀어나오자 내가 코웃음을 쳤다.


“여자를 노려! 남자는 무시해!”


몸놀림은 어디서 배웠는지 나름대로 훌륭했다. 물론 어린아이 기준이다. 알렌시아는 치기 어린 꼬맹이들 앞에서 진지했다.


“꼬꼬마 애들아 누나랑 대화 좀 할까?”

“들켰어!”

“그래봤자 여자야!”


3명의 꼬마들이 세 방향으로 나와 알렌시아를 포위했다. 하품이 나올 만큼 느렸는데, 알렌시아도 나와 같은 생각이었다.


“느려.. 그렇지 않니!”


알렌시아가 다리를 걸어 전방에 있는 아이 1명을 넘어 뜨렸다. 악을 지르며 아이가 벌떡 일어나려 했지만 알렌시아가 가느다란 다리로 등을 밞아서 제압했다.


파파밧


내 시야에 채찍을 두 번 휘두르는 알렌시아가 비친다.

남은 2명의 아이들은 달려들던 속도 그대로 채찍에 걸려 고꾸라졌다.


“우리 채권자님 손에 흙을 묻힐 수는 없지?”


나는 조용히 끄덕였다. 알렌시아는 채찍이 휘몰아치자 살벌한 파공음과 터진다. 쉽게 구부러지는 채찍의 신축성이 탄력을 받아 사방을 후려친다.


“아악!”


아이들의 다리는 퉁퉁 부었고 찰과상이 군데군데 벌어져 있었다. 눈물 콧물을 질질 짜는 아이들.


“흐흑 병신들 너희까지 당하면 어떡해!”

“아이씨 다리에 뭔가 걸렸다고!”

“전사 몰래 빨리 처리하면 된다며! 다 니 탓이야!”

“니가 바보인 탓이거든!”

“바보는 너야 바보야! 이쁜 여자들은 전부 꿈 뜨다며!”


남자아이 2명이서 티격태격 싸우고 있을 남은 1명이 울어젖혔다.


“으아아앙! 애들아 싸우지 마”


여자아이도 있었다.


[미류엘이 이마를 누릅니다.]

[아이고 이걸 어찌해야 하나요.]


“알렌시아 네가 알아서 해라.”

“응 그러려고 했어.”


우는데 한참인 애들에게 구둣발 소리를 내며 다가가는 알렌시아


“너희를 경비병에게 넘길 거야.”

“사.. 살려주세요! 그랬다간 엄마한테 혼나요!”

“누나의 질문에 대답하면 봐줄 게.”

“전부 대답해드릴게요!”


아이들이 벌벌 떨었다.


“도둑질을 하라고 어른들이 시켰니?”

“아니에요! 그냥 저희끼리 돈이 필요해서 그랬어요.”

“지카크족 아이들이 과격하다지만 너희는 정도가 심하네?


알렌시아는 눈빛이 점차 차가워지자 아이들이 딸꾹질을 했다.


“그래서 돈 훔쳐서 어디에 쓸 건데?”

“검은태양 의식을 구경하려고요. 투기장 문기지에게 큰돈을 줘야 하거든요.”

“투기장에 애들은 못 들어가지 않니?”

“그래서 돈을 더 얻어 줘야 해요. 그럼 몰래 들여보내주거든요.”

“하아 그런 거구나.”


알렌시아는 팔짱을 끼고 도도한 태도로 웃었다.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검은태양 의식은 팔크탄십시스의 최고 관심사였다. 지카크족이 경외하는 도시 최고의 전사를 가리니 당연했다. 전에 참여했던 상의회에서 결승전을 콜로세움에서 열기로 결정했는데, 시민들의 열렬한 관심을 모으고 있었다.


‘크리온 소영주가 무르카를 뜨워주려고 그런거겠지.’


소매치기범 아이들은 어떻게든 혈투를 구경하고 싶어 한다. 이런 만행을 알렌시아는 어물쩍 넘기고 싶지 않았다. 아이들의 교육을 위해서라도.


알렌시아가 3명의 얼굴을 낱낱이 노려보자 다들 눈길을 피했다.


“그럼 1명이 책임져야겠네 누구로 할까나?”

“예?”

“어른들의 해결법을 알려줄게. 지금부터 너희중 1명명은 죽도록 맞아야 해.”


알렌시아는 주거니 받거니 하며 채찍을 자신의 손바닥으로 찰싹 내리쳐댔다.


“하... 한 번만 봐주세요!”

“어림없단다. 100번 아니 1000번의 잠을 자고 일어나야 너희들이 범죄가 나쁘단 걸 이해할테니까.”


채찍이 날아가 여자아이의 등짝을 가차 없이 두들겼다.


차아아악


피가 튀기지는 않았다. 그래도 여자아이의 등을 붉게 물들 만큼의 강한 채찍질이었다.


“꺄아악!”


““에미!””


여자아이의 비명에 남자아이들이 식겁했다. 분노를 참지 못했는지 알렌시아에게 맹렬히 달려들었다.


“나쁜 년아!!”

“죄를 저질렀으면 1명이 책임을 져야 한단다. 이게 어른들의 방식이야.”


알렌시아가 스냅을 주며 채찍을 날린다. 다시 한번 아이들은 다리를 얻어맞았다. 아마 회초리로 때리듯 혼쭐을 내려는 것 같다.

지카크족 아이들은 강인한 정신력을 위해 어릴 적부터 단련한다. 몆대 맞는 걸론 끄덕없었다.


“나쁜 년! 죽여버릴 거야!”

“하아... 지카크족 아이는 튼튼하네”


이글거리는 기세로 쌍욕을 퍼부었으나 알렌시아는 집요하게 여아에게만 채찍을 노렸다. 아이들을 분노케하던 채찍질이 더욱 거세진다.


“인질이라는 개념을 모르는 거니?”

“아.. 알았으니까 그만 때려요!”


지카크족 어린아이들을 내버려 둬도 됐지만 알렌시아는 버르장머리를 단단히 고쳐주려 했다. 아마 그걸 하려는 걸까?


귀족가의 어린애들은 알렌시아랑 비슷한 훈육방침을 가르친다고 한다. 자식 아이가 잘못을 저지르면 자식 아이와 친한 시종을 회초리로 때리는 것이다. 이런 장면을 아이에게 보여줘서 양심을 자극하는 훈육이다.


살벌한 채찍 소리에 나는 움찔했다.


‘애들 상대로 봐주지 않네.’


“여자아이는 경비들에게 맡길 거란다. 아 맞다! 여기 투기장 입장권이야 가져가렴.”


알렌시아가 검은태양 의식 입장권을 바닥에 던져 놓았다. 아이들은 그토록 바랬던 것을 주자 황당함에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 이딴 거 필요 없어.”

“엄마가 남이 주는 거 받지 말랬어 흐흑”


알렌시아는 욕지거리를 무시하고 여자아이를 안아 들었다. 이제 가자는 눈치를 나에게 보내자 나는 알겠다고 말했다.


이렇게 애들을 내버려 두고 우리는 자리를 떴다.


“시종장에게 받은 입장권을 다시 구매해야겠군.”

“미안해 테리.”

“니 돈으로 사주면 넘어가 줄게.”

“물론 그래야지!”


근방에 있는 경비소로 가다 알렌시아는 잠시 멈춰 여아에게 약을 발라주었다. 여자아이는 몸을 깨끗이야 한다며 약을 조심히 문질러 주었다. 그녀의 얼굴은 성녀라 하기에 마땅했다.


1명의 경비병은 여자아이를 꾸짖었고 또 1명은 어머니를 모시러 갔다.

대도둑이 좀도둑을 혼내는 일련의 상황, 처음부터 알렌시아 보고 처리하라고 내가 명령했으니. 별말은 하지 않았다.

시간 낭비가 있던 점 빼고는 나쁘지 않았다. 좋은지는 모르겠지만


알렌시아는 예리했다.


“시간을 뺏어서 미안! 좀 그랬지?”

“오지랖을 부린다는 것만 빼고 다 좋았어.”

“칭찬이야?”

“그럴 리가.”


나는 코웃음을 쳤고 알렌시는 헤프게 웃었다. 검은태양 결투식이 열리는 투기장으로 우리는 향하던 중 내가 입을 열었다.


“나는 결투식에서 편파판정을 내릴 거야.”

“승부 조작이니?”

“심판관으로서 무르카가 우세하다 싶으면 잠깐 중지시킬 거야, 한 번이 한계겠지만.”


알렌시아와 나는 몆 번이나 나눴던 계획의 개요를 재차 되짚었다.


“라르고가 크리온 소영주를 꺾고 결승전에 오르는 건 확실하겠고, 라르고와 무르카의 결투에 끼어드려는 거니?”

“그래 명성좌의 아들, 무르카의 우승을 저지할 거다.”

“내가 도울 건?”

“없어.”


알렌시아의 미안해하는 태도를 무시했다.


“크리온 소영주가 무르카를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해 결승전을 짰지, 무르카는 책임감을 느끼고 있을 거다.”

“소영주를 위해서라도 무르카는 결승전에서 우승하고 싶겠네.”

“무르카가 절망적으로 패배할 때를 노려서 제국으로 가자고 설득하는 거다.

”악당이네~“

“애들을 괴롭히는 너만 하겠냐.”

“그렇네 킥킥”


재밌어하는 알렌시아가 나를 올려다보았다.


“테리 무르카와 함께 너도 신성제국으로 올래? 나는 고국의 영웅이 될 거야 네가 걱정할 건 없으니.. ”


농담 아닌 회유를 해오자 나는 듣는 척도 하지 않았다. 알렌시아는 진심으로 실망하는 얼굴을 했다.






그때였다.


좀도둑 아이들의 위치를 알려준 것처럼 미류엘이 경고를 알려왔다.


[아슬란님 용사에요.]


“뭐?”


[급속도 접근 중. 이대로라면.... 며칠 내로 용사들이 팔크탄십스에 도착할 거예요.]


지카크족의 재앙


용사들이 마족의 터전으로 들이닥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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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성좌의 아들(2)> +2 21.06.24 34 1 10쪽
11 <성좌의 아들(1)> +2 21.06.23 35 1 13쪽
10 <성녀 알렌시아(5)> 21.06.21 34 1 10쪽
9 <성녀 알렌시아(4)> 21.06.19 41 2 15쪽
8 <성녀 알렌시아(3)> +2 21.06.18 45 2 13쪽
7 <성녀 알렌시아(2)> 21.06.17 39 2 12쪽
6 <성녀 알렌시아(1)> 21.06.16 43 3 11쪽
5 <검은태양 결투식(5)> +2 21.06.15 52 2 13쪽
4 <검은태양 결투식(4)> 21.06.14 52 2 11쪽
3 <검은태양 결투식(3)> +2 21.06.14 66 2 12쪽
2 <검은태양 결투식(2)> 21.06.13 74 2 13쪽
1 <검은태양 결투식(1)> 21.06.13 133 6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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