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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맥주세요 님의 서재입니다.

분석가의 전투방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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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맥주세요
작품등록일 :
2021.03.02 20:09
최근연재일 :
2021.04.04 18:40
연재수 :
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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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42
추천수 :
38
글자수 :
29,802

작성
21.04.04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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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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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새로운 스킬. 그리고 이동

DUMMY

한 달이라는 시간이 순식간에 지나갔다.


물론 도현에게는 매 순간순간이 고통의 영역이며 천천히 흘러갔을지는 모르겠지만, 시간이 흘렀음은 분명했다.


어느새 땅을 뜨겁게 달구던 햇빛이 점차 약해져갔고, 숲 안을 가득 채우던 풀냄새가 점점 잦아들어 간 것이 그 증거.


그렇게 찾아온 계절의 변화와 함께 도현의 모습 또한 상당히 달라져 있었다.


현대 사회의 옷 대신 넓적한 나뭇잎을 엮어 만든 옷이 몸을 감싸고 있었고, 면도를 하지 못해 까끌까끌하게 자란 수염이 턱에 자리하고 있었다. 거기에 180cm 신장의 도현의 몸은 상당수의 근육들이 들어섰고.


그리고 이렇게 변한 것은 단순히 외형뿐만이 아니었다.


-

이름: 한도윤

직업: 초월 분석가(유일)

레벨: 1

능력치: [힘:12.3] [민첩:83.1] [체력:35.1] [마력:0]

보유 스킬: ⌜분석(Lv.Max)⌟, ⌜조수(Lv.Max)⌟, ⌜인벤토리(Lv.Max)⌟, ⌜초월 사고(Lv.Max)⌟

-


바로 능력치가 상당히 변화한 것이다. 10대에 머물던 민첩 능력치가 늘어나면서 달리는 속도가 예전에 비해 30% 정도 빨라졌고, 최장 질주 거리 또한 3배 정도로 늘어났다.


이러한 능력치의 상승이 이루어진 데에는 총 두 가지의 이유가 있었다.


“토할 거 같아···!”


첫 번째 이유는 아까 말했던 대로 계속된 단련의 성과.


도현은 자신의 몸을 혹사시키는 것 마냥 고강도의 단련을 계속해왔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혹사 그 자체. 잠을 자는 세 시간을 제외하고서는 계속해서 몸을 움직였고, 오장육부가 뒤틀어지는 고통이 몸을 잠식해와도 쉬지 않고 반복했다.


한 번은 탈진한 상태로 달리다 넘어져 관절이 뒤틀리기까지 했으니 단련의 강도는 말을 다 한 셈.


할짝. 할짝.


〈 사용자의 신체가 회복됩니다. 〉


그리고 그렇게 상처를 입을 때마다 뿔토끼들이 다가와 도현의 몸을 원상태로 돌려놓았다. 일반인의 정신상태였다면 단 몇 시간도 버티지 못했겠지만, 도현은 정신력만으로 악착같이 버텨냈다.


[ 민첩이 0.1 상승합니다. ]


“됐다..!”


땅에 쓰러진 채, 상승한 능력치를 보며 입꼬리를 올리는 도현. 그 모습을 보며 처음에 이런 단련을 극도로 반대했던 조수조차 혀를 내둘렀다.


〈 사용자가 정말 인간이라는 종족 개체가 맞는지 의문을 표합니다. 〉

“흐흐, 어차피 몸은 원래대로 돌아온다고.”

〈 아무리 그래도 근육에 축적된 고통이 쌓이다보면 언젠가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다분합니다. 〉


조수의 말대로 도현의 근육들이 전신에 걸쳐 떨리고 있었다. 신체가 회복된 것을 아직 뇌가 인지하지 못해 일어난 증상이었다.


“이 정도는 원래 감수하고 있었어. 이렇게 하지 않으면 이 약육강식의 논리가 지배하는 세계에서 살아남을 수 없는 거 너도 알잖아?”


약육강식의 논리가 지배하는 세계.


도현은 약육강식이라는 단어 그 자체를 지난 한 달 동안 피부로 느꼈다. 하루에 몇 번씩, 많게는 열 번 넘게 범접할 생각조차 할 수 없게 만드는 몬스터들과 마주했고, 그 과정 속에서 시간 단위로 삶과 죽음의 영역을 넘나들었기 때문이었다.


‘녀석들은 포식자고, 나는 피식자다.’


그것이 살이 뜯기고, 뼈가 깎이며, 피부가 녹으면서 얻어낸 단 한 가지의 확신이었다. 물론 이것이 민첩 능력치뿐만 아니라 체력 능력치도 상승할 수밖에 없었던 두 번째 이유가 되기는 했지만, 죽음이 어깨너머에서 자신을 항시 바라보고 있는 건 상당히 더러운 기분이다.


‘멈추면 죽는다. 한 눈을 팔아도 죽는다. 그리고 머뭇거려도 죽는다.’


죽음에 대한 공포의 본능과 살아남고자 하는 본능.

생명체가 동시에 가지는 그 본능의 칼날 사이에 서 있기를 도현은 강요받았다.


그래도 나쁜 소식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 북서쪽 방향 100m 거리에서 마력을 가진 개체 하나가 이곳을 향해 접근 중입니다. 〉

“또야? 쯧. 가자 애들아.”

““뀨웃! 뀨웃! 뀨웃!””


바로 조수의 능력 중에 하나인 마력의 검출을 활용해 주변 몬스터들의 감지하기 시작한 것. 맨 처음에는 마력에 대한 개념이 전무했던 도현이 긴가민가하며 제시한 방법이, 이제는 도현과 뿔토끼들의 생존력을 한 단계 높이는 원인이 되었다.


‘작정하고 따라붙는 녀석들 때문에 하루에도 몇 번씩 죽을 뻔하지만 뭐, 나쁘지 않은 성능이야.’


그리고 그렇게 높아진 생존력은, 곧바로 뿔토끼들의 번식력과 맞물려 놀라운 결과를 냈다.


““뀨웃! 뀨웃! 뀨웃!””


지금 달리는 도현의 뒤를 뽈뽈 따라가는 ‘80여 마리의 뿔토끼들’이 바로 그 결과물.


〈 해당 개체들은 사용자를 상당히 따르는 것으로 보입니다. 〉

“나를 따라오면 죽을 확률이 떨어진다는 걸 지난 한 달 동안 학습한 거야. 먹을 걸 못 구할 때마다 인벤토리에서 음식을 나눠줬으니까 그런 걸 수도 있고.”


“뀨웃! 뀨웃! 뀨웃!”


도현에게 몰려들어 부드러운 털을 부벼대는 뿔토끼들.


스윽.


도현은 그런 녀석들을 쓰다듬어 주었고, 그대로 팔을 허공에 한 바퀴 빙빙 돌렸다. 단련으로 인한 고통은 더이상 느껴지지 않았고, 떨리던 근육도 언제 그랬냐는 듯 잠잠해졌다.


“자, 슬슬 다시 달려볼까?”

〈 아직 신체에 휴식이 필요- 〉

“조수야.”


그리고 그 말을 끊는 도현.


〈 사용자의 부름에 응답합니다. 〉

“그냥 주변에서 접근하는 몬스터들이나 알려주라.”

〈 ···알겠습니다. 〉


도현은 뭔가 시묵해진 조수의 목소리에 고개를 갸웃하다가, 단련은 속행했다.












그렇게 약육강식의 세계에 점차 익숙해져 뼈를 깎는 고통조차 익숙해질 때 쯤,


[ 스킬 ⌜육체 고통 내성(Lv.1)⌟을 획득합니다. ]


도현은 눈앞에 나타난 상태창에 눈을 번뜩였다. 새로운 스킬을 획득하는 것은 처음이었을뿐더러, 생존에 직결되는 요소였으니까.


“새로운 스킬이라고?”


곧바로 스킬을 눌러 설명창을 띄웠다.


-

⌜육체 고통 내성(Lv.1)⌟ : 신체에 가해지는 피해에 대한 고통을 덜 느끼게 됩니다.

-


공격형 스킬이나 서포팅이 가능한 스킬은 아니었지만, 이 스킬에 대해 도현은 상당히 만족했다. 단순히 고통이 줄어드는 게 좋아서라 아니라 다른 이유 때문이었다.


“단련 강도를 더 높일 수 있겠는데?”

〈 ···현재보다 더 강도를 높일 생각이십니까? 〉

“높여야지. 그동안 이것보다 더 험하게 단련할 수 없었던 이유가, 이대로 계속 몸을 혹사시키면 내 정신이 붕괴될 것만 같아서였어. 이제는 이 스킬이 있으니···.”


스윽.


인벤토리에서 날카로운 돌을 꺼내 그대로 허벅지를 향해 빼 들었다. 그 돌은 도현의 살을 찢어발기기에는 더없이 충분해 보였다.


그 모습을 본 조수가 다급하게 말했다.


〈 당장 그 행위를 중단하기를 사용자에게 요구합니다. 〉

“확인해봐야지. 진짜 고통이 줄어드는지. 그리고 그것보다 좋은 점이 뭔지 알아?”

〈 ···별로 궁금하지 않습- 〉

“바로 체력 스텟을 손쉽게 올릴 수 있다는 거야.”


푹-!


툭.


강하게 찔러넣음과 동시에 허벅지에 박힌 날카로운 돌. 꽤나 깊게 박히면서 뼈에 부딪히는 소리가 들림과 동시에 도현의 표정이 엄청나게 일그러졌다.


“으, 읍···! 시발··· 시발···!”


거칠게 돌을 뽑아낸 도현.


입에서 침이 절로 흘렀고, 그 엄청난 고통에 잠시 몸부림쳤다.


“후욱! 후욱! 후욱!”


거친 심호흡을 통해 가슴을 진정시켰다.


할짝! 할짝!


〈 사용자의 신체가 회복됩니다. 〉


뿔토끼 십여 마리가 달려와 상처를 핥자 상처가 아물었다.


“아주 약간··· 아주 약간 덜 아픈 거 같기도 하고···?”

〈 아직도 이 행위를 반복할 생각이십니까? 〉

“틈틈히 시간 생길 때마다 해야지. 그래야 스킬 레벨도 오르고, 능력치 상승에도 탄력이 붙을 거 아니야.”


물리 고통이 줄어든다면 지금까지 해왔던 단련 그 이상으로 해낼수 있고, 몬스터의 기습에도 더 차분하게 대응이 가능하게 될 것이라 도현은 생각했다.


“어?”


휘이이잉-


도현의 뺨을 스치는 시원한 바람.


그러자 도현의 시선이 자연스레 바람이 불어온 방향을 향했다.


“이제 슬슬 본격적으로 이동할 시기가 온 건가.”


지금까지 뿔토끼들의 움직임을 보며 느낀 점은, 녀석들이 어딘가를 향해 조금씩 이동 중이라는 것이었다. 마치 번식기와 월동지를 해마다 정기적으로 왕복하는 ‘철새’들처럼.


‘최대한 몬스터들과 마주치지 않는 선에서 이동을 준비해야겠군. 이 숲이 이번에는 나한테 어떤 빅엿을 선사해 줄지 모른다.’


그렇게 다짐하며 도현은 본격적인 겨울나기를 준비했다.


몬스터들의 시체에서 가죽을 오려내어 옷을 만들었고,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할 수 있는 식량에 대한 준비 또한 차질없이 준비해나갔다.


“다행히 인벤토리에 고기는 넘쳐나고, 열매들도 많아. 거기다 강 주변에서 암염을 채취할 수 있으니 소금도 채취할 수 있어.”


깡! 깡! 깡!


암염을 깎아 인체에서 상당히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 소금을 부족함 없이 만들었고,


퍽! 퍽!


몬스터들의 고기를 썰어 그대로 훈제시켜 육포로 만들었다. 처음 몇 번의 시도 때는 구역질 나는 비린내를 잡지 못해 실패했지만, 요리가 몇 번 반복되자 그제서야 육포라고 부를 수 있을 법한 음식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한눈에 보기에도 윤기가 흐르고, 맛있어 보이는 육포. 도현은 그것을 한입에 베어 물었다.


우걱!


쫀득한 식감에 씹을수록 입안 가득 퍼지는 진득하고 고소한 육향. 적어도 이 숲에 떨어지고나서 먹어본 것 중에서는 최고의 맛이었고, 도현이 있었던 현대 사회에 가장 근접한 맛이었다.


“역시 나는 고기를 먹어야 돼. 이제 좀 몸에 힘이 도네.”




그렇게 일주일 뒤.


드디어 개시된 도현과 뿔토끼 무리의 대이동. 빵실한 양 볼에 햄스터마냥 한가득 음식을 욱여넣은 뿔토끼 무리가 나선형의 진형을 이뤘고, 그 진형에 도현이 보호받듯 이동했다.


모든 채비가 완벽하게 준비되었다고 도현은 자부했다.


“하루에도 몇 번씩 레벨 400대의 몬스터들한테 목숨을 위협받는데, 장거리 이동이 뭐 별거겠어?”


.

.

.


“라고 생각하던 때가 저에게도 있었습니다··· 에취!”


휴위이이이이잉—!!!


피부를 찌르는 엄청난 추위.


“시발···!”


도현은 근 일주일 동안 추위에 살이 떨어지는 고통을 경험 중이었다. 뿔토끼들과 함께 몸을 붙이고 있는데도, 두꺼운 가죽으로 만든 옷으로 무장을 했는데도 차가운 바람이 어떻게든 구멍을 찾아 몸을 찔렀다.


단지 숨을 쉬는 것뿐이지만 폐를 송곳으로 찌르는 느낌.


“지, 지금 몇 도야···?”


떨리는 목소리로 묻는 도현.


〈 영하 42.14도 입니다. 〉


딱 북극의 평균 온도보다 약간 낮은 수치였다. 북극이 비교 대상이라 사람이 충분히 견딜 만한 추위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직접 만든 엉성한 털옷을 입고 버티기에는 너무나도 가혹한 환경이었다.


오히려 도현이 여태까지 버틴 게 기적.


“한 달 전만 해도 그냥 시원한 정도였는데, 이게 말이 돼?”

〈 이 숲, 아니 이 대륙은 일반적인 상식과 상당히 동떨어져 있는 것으로 판단됩니다. 〉

“더 좆같은 건 뭔지 알아? 지금 이 온도에서 기온이 더 떨어질 수도 있다는 거야.”


‘만약 지구와 계절 흐름이 동일하다면, 지금은 아직 초가을에 불과하다.’


털로 뒤덮힌 뿔토끼들조차 하루에 몇 마리씩 죽어 나가는 압도적인 추위. 과연 여기서 더 추워진다면 대체 얼마나 춥다는 소린가.


숲에서 생활했던 약 한 달 반가량의 시기 동안 겪었던 것과는 다른 종류의 죽음이 눈앞에서 이리 오라며 손을 흔들었다.


“이 악물고 버틴다···! 내가 그동안 얼마나 개고생을 했는데···!”


휘몰아치는 눈보라 속에서 도저히 맨정신으로 버틸 자신이 없어, 도현은 담배를 입에 물고 라이터로 불을 붙였다. 그럼에도 자꾸만 꺼지는 불.


그런 와중에 상태창이 나타났다.


[ 스킬 ⌜추위 내성(Lv.1)⌟을 획득합니다. ]


“후우···.”


덜덜 떨리는 손끝으로 스킬을 눌렀다.


-

⌜추위 내성(Lv.1)⌟ : 추위를 덜 느끼게 됩니다.

-


“심플하구만. 아직 1레벨이라서 그렇게 덜 춥거나 하지는 않네. 그냥 옷 한 겹 더 껴입은 느낌이랄까?”


불에 그을린 담배 끝을 끊고 꾸깃꾸깃 담뱃갑에 넣은 후, 도현은 주변을 둘러봤다.


눈폭풍이 한번 휩쓸고가면 주변의 모든 게 얼어붙었고, 그 뒤에 이어지는 칼바람에 무너져내리는 것의 반복.


온 대륙을 뒤덮고 있을 것만 같았던 오르테기스 고목도 이제는 줄어들어, 끝없이 펼쳐진 평야의 한 가운데서 도현은 그 바람을 온몸으로 맞아야만 했다.


“어디 몸 좀 녹일 곳 없나?”


죽일 듯이 휘몰아치는 눈보라 때문에 한치 앞도 잘 보이지 않는 상황.


“이러다 진짜 추워 뒤지겠-”



그 순간 눈보라 너머로 거대한 형체의 그림자가 나타났다.



“-...네?”



산.



정확히 말하자면 그것은 산의 ‘일부분’이었다.



날카로운 칼에 베이기라도 한 듯, 한쪽 면이 절벽으로 남아있는 형태. 난데없이 광활한 평야 사이에 우뚝 솟아있는 그 모습은 상당히 이질적이었다.



그리고 오르테기스 고목을 처음 마주했을 때보다 더욱 괴리감이 드는 광경에 도현은 입을 다물지 못했다.



거기에 이어지는 조수의 말.



〈 전방의 산에서 거대한 마력이 느껴집니다. 〉


작가의말

분석가의 전투방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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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 화~일 오후 6시 40분에 연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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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로운 스킬. 그리고 이동 21.04.04 228 7 13쪽
4 확률의 문제 +1 21.04.02 230 7 13쪽
3 이변 +1 21.04.01 222 6 13쪽
2 분석가 21.03.31 224 6 14쪽
1 삼켜지다 +1 21.03.30 397 1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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