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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맥주세요 님의 서재입니다.

분석가의 전투방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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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맥주세요
작품등록일 :
2021.03.02 20:09
최근연재일 :
2021.04.04 18:40
연재수 :
5 회
조회수 :
1,343
추천수 :
38
글자수 :
29,802

작성
21.03.30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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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삼켜지다

DUMMY

서초구에 위치한 서울중앙지검의 5층.


대기업 회장들도 치를 떤다는 금융부의 조사실에서, 송아랑 검사가 눈 앞의 남성에게 언성을 높이며 취조를 진행하는 중이었다.


“이도현 이 새끼! 바른대로 말 안 해?!”

“아니라니까요 참내.”

“네가 빨아들인 자금만 십억이 넘어! 모든 정황이 너를 가리키고 있-”

“그래서 어쩌라고?”

“....뭐?”

“증거를 가져오세요 증거를. 말로만 쳐 씨부리지 마시고.”


입에 담배를 문 채 손가락으로 귀를 후벼파는 남자. 심각한 상황 속에서도 남자의 표정은 너무나도 여유로웠다.


‘하필이면 왜 이런 새끼를 나한테..!’


송아랑은 속으로 자신에게 이 남자를 배정한 자신의 선배를 욕했다. 통상적으로 그녀에게 배당되는 사건은 따로 있었기 때문이다.

그건 바로 주식 시장을 어지럽히는 이른바, ‘작전 세력’을 금감원과 연계하여 기소하는 것. 그리고 그런 의미에서, 눈앞에 있는 남자는 그녀에게 있어서 최악의 업무였다.


이 눈앞의 남자는, 바로 그 ‘작전세력들을 상대로 작전을 치는’ 미친놈이었기 때문에.


심증은 200%이상 이 남자를 가리키고 있는데 이렇다 할 증거가 없어 매번 참고인 자격으로 조사를 받는 이 남자에 대한 소문이, 그녀의 부서를 넘어 중앙 지검 전체에 파다했다. 한 편에서는 천재로 불렀고, 다른 한 편에서는 또라이라고 불렀다.


덜컹.


조사실의 문을 열고, 송아랑의 소식을 들은 제2 차장 검사 한태균이 웃으며 조사실의 안으로 들어왔다.


“송 검 수고해~.”

“차, 차자 검사님···!”

“한 검사님 오셨습니까?”


탁, 탁.


재떨이에 담뱃재를 떨구며, 도현은 익숙한 듯 고개를 까닥이며 인사를 건넸다. 그 모습을 보며 송아랑은 침을 삼켰다. 저 불같은 차장 검사 앞에서 저런 식의 행동을 보일 수 있는 게 과연 몇이나 될까, 하면서.


“이제 우리 얼굴 좀 그만 보면 안 되냐 도현아? 형 좀 살려주라.”

“마흔 살한테 형이라고 부르는 스무 살도 있습니까? 그리고 살려달라는 말은 제가 해야죠. 도대체 이게 몇 번 쨉니까?”

“작전치는 새끼들이 나올 때마다 네가 그 돈 다 빨아먹는데 네가 할 소리냐?”


한태균의 말에 송아랑은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그 말에 동의한다는 의견을 피력해댔다. 물론 도현은 그 말을 듣고도 꿈쩍도 안 했지만.


“우연이란 게 참 무섭습니다.”

“증거도 없고, 일반 투자자들 피해도 없고. 설마 노린 건 아니지? 뒷이야기 안 나오게끔 말이야.”

“그걸 노릴 수 있으면 제가 여기에 있겠습니까? 그냥 안전하게 돈이나 벌고 있겠지.”

“쯧. 재미없는 놈. 그만 가 봐.”


문에 고개짓을 하며 나가라는 한태균. 그 말을 들은 송아랑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소리쳤다.


“차장 검사님! 안 됩니다!”

“증거 있어? 없잖아.”

“그건···!”

“보내.”

“하, 하지만-”

“보내라고.”


단호한 한태균의 말. 그 말에 송아랑은 어쩔 수 없이 고개를 숙였다. 금융 전담부를 포함한 2팀의 대가리는 한태균이었고, 그의 말은 절대적이었으니까.


“다음부턴 증거 없으면 부르지 마십쇼.”

“너 하는 거 봐서 임마. 지금까지 했던 거처럼 증거는 남기지 말고.”

“옙. 노력해 보겠습니다.”


덜컥.


“어휴, 저 꼴통 새끼.”


도현은 콧노래를 부르며 그대로 조사실에서 빠져나갔고, 한태균은 그런 도현의 뒷모습을 보며 툭 내뱉었다. 그렇게 송아랑과 한태균만이 남은 조사실 안에는 침묵이 감돌았다. 거기서 먼저 말을 꺼낸 것은 바로 한태균.


“송 검은 저놈 처음이었나?”

“네···.”

“왜? 억울해?”

“솔직히··· 저런 녀석이 왜 아직도 안 잡혔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저놈은 포기해. 너한테 저놈 맡겼던 김 검사를 포함해서, 그 전에 저놈 맡았던 놈들까지 모조리 두 손 두 발 다 들게 만든 놈이야. 너 경식이 알지?”

“3팀 그 미친개, 아니 김경식 부장 검사님 말씀이십니까?”


3팀의 김경식 부장 검사. 그는 미친개라는 별명대로 한 번 물면 끝까지 물고 늘어진다는 집착성으로 유명했다. 현재 국무총리를 들이박으려다 총장이 겨우 말렸다는 일화만 봐도, 그 집착성은 말을 다 한 셈.


“그 놈도 포기한 놈이야 저게.”


미친개도 포기했다는 소리에, 송아랑은 크게 놀라며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도, 도대체 저놈 정체가 뭡니까? 뒤에 건드릴 수 없는 빽이라도 있는 겁니까?”


송아랑의 추측은 나름 합리적인 추측이었다. 겨우 대학생에 불과한 스무 살 남자 한 명을 온갖 엘리트들로 넘쳐나는 중앙 지검 전체가 포기했다는 것에, 그것 말고의 이유는 생각할 수 없었다.


“빽은 무슨. 14살 때 부모님 두 명 다 교통사고로 사망하고 나서부터, 혼자서 살아온 놈이야. 한 마디로 ‘고아’라고.”


툭-.


한태규는 서류철을 테이블에 던져놓으며 확인하라는 듯 손짓했고, 송아랑은 테이블에 놓인 서류를 확인하기 시작했다.


-

이름 : 이도현

나이 : 20살

직업/학적 : 한국대학교 경제학과 1학년 재학중

특이사항 : 양친 모두 20xx년 x월 x일 서울 사로구 뺑소니 사건으로 사망.

-


“진짜··· 네요···.”

“내가 검사 생활하는 팁 알려준다. 건드려도 될 놈하고 건드리면 절대 안 될 놈만 구분해.”

“건드려도 될 놈하고 건드리면 안 될 놈이요?”

“그래. 경식이처럼 현직 국무총리를 들이박아도 좋고, 마음에 안 들면 대법관한테 개겨도 돼. 그게 싫으면 기업 회장한테 영장 들이밀어도 되고. 그런데 딱 이런 놈.”


톡. 톡.


한태규는 서류에 적힌 도현의 사진을 손가락으로 건드렸다.


“이런 미친놈들은 건드리지 마라. 저번에 저놈이 거래한 차트 내가 봤는데-“


칙!


담배에 불을 붙이는 한태규.


“쓰읍- 후-. 저놈 또라이야. 아니면 존나 천재거나.”











도현은 검찰청에서 나와 담뱃갑을 젖혀 속을 들여다봤다.


“다 폈네. 어디보자 편의점이···.”


주변을 둘러보니 골목길 안쪽에 CZ 편의점 하나가 보였다. 도윤은 곧장 그곳으로 걸어가 편의점으로 들어가 담배를 샀다. 검사였던 아버지가 피시던, 그 영향인지 자기 자신도 피는 단 한 종류의 담배를.


“말X루 후레쉬 하나 주세요.”

“네~.”


카드로 계산을 마치고 편의점을 빠져나와, 골목길에 기댄 채 도윤은 라이터를 꺼냈다. 유명한 브랜드의 고급 라이터이자, 아버지의 유품.


키잉-


무언가 중요한 일이 있을 때마다 이 라이터를 만지작거리며 청아한 뚜껑 소리를 즐기던 아버지의 모습이, 도현에게는 아직도 소중한 기억으로 남아있었다.


“오늘도 한 번 쓸어담아 볼까.”


그 말을 끝으로 도현은 폰을 꺼내, 국내 주식 시장, 해외 주식 시장, 비트코인 등을 넘나들며, 했던 말 그대로 돈을 쓸어담기 시작했다. 공격적이라는 말로도 부족할 정도의 공격적인 투자 방식을 감행했고, 간혹 작전 세력들이 보이면 모조리 힘으로 찍어눌렀다.


하루에 서른 개가 넘는 종목의 주식에 과감히 뛰어들면서도 손해가 생기기 직전에 빠지는 투자 방식. 한태규 차장 검사가 도윤에게 미친놈이라는 말을 한 이유도, 도현의 이러한 일반적인 상식과 궤를 달리하는 투자 방식에 있었다.


그리고 이렇게 리스크의 끝을 달리는 투자를 통한 이득은 모두 도현의 통장으로 찍혀들어갔다.


“이제야 430억. 비트코인이 아니었으면 아직도 몇 억 언저리에서 숨쉬고 있었겠어.”


430억. 이제 갓 스무 살인 대학생, 그것도 보육원 출신이 알바를 통해 모은 몇 푼의 돈으로 시작한 금액이 이렇게까지 불어났다고 한다면 그 누가 믿을 수 있을까?


하지만···


“아직 부족해.”


부족했다. 적어도 도윤에게는.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도윤의 ‘목적’에는. 목표가 아닌 목적이라고 표현한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황룡 새끼들한테 닿으려면 아직 한참 부족해.”


황룡.


그것은 한국 전반의 산업과 문화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명실상부 한국의 1위 기업의 자리에 군림하는 기업의 이름.


그렇다면 도현이 어째서 그 황룡에게 이렇게까지 집착하는가.


그 이유에 대한 답은 약 6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도현의 양친이 여행을 갔다가 교통사고로 운명을 달리한 뒤, 단 14살에 불과한 도현이 홀로 그 장례식장을 지키고 있을 때.


‘그때 화장실 옆에서, 아버지의 동료 검사들이 하는 말들을 난 분명히 들었다.’



‘흑흑흑! 이 검사님 어떡해요!’

‘이거 황룡 그 새끼들이 한 짓이 분명합니다!’

‘맞아요! 황룡의 뒤를 캐던 한 검사님이 노출돼서 이런 일이-’

‘예끼 이 사람들이! 어디서 그런 음모론을 펼치고 있어?!’

‘성 부장님! 누구보다 부장님을 믿고 따랐던 게 이 검사님인데, 어떻게 그럴 수 있습니까?!’

‘몰라! 난 모르는 일이야! 난 분명히 황룡 건드리지 말라고 했어!’

‘성철중 이 새끼가!’

‘야, 야! 전부 김 검사 말려! 빨리!!’



14살. 단 14살의 나이에 도현은 너무 많은 것을 알게 되었다. 아버지의 죽음의 진실과 현실의 더러움을.

그리고 그때부터 도현은 머릿속에 중요한 무언가가 끊어진 듯이 공부에 매진했다. 법, 경제, 때로는 철학까지 분야를 가리지 않고 공부했다. 성공해도 자신을 채찍질했고, 실패한다면 자신을 더욱 채찍질했다.


물론 고등학교 때 있었던 ‘어떤 사건’을 계기로 그렇게 미친 듯이 복수만을 쫓던 삶에서 벗어나기는 했지만, 그래도 도윤의 목적이 바뀐 것은 아니었다.


아무튼, 일련의 그 모든 행위의 결과물이 지금의 도현. 도현은 일반 사람들로서는 보지 못하는 것들을 보고, 생각할 수 있게 되었다.


‘한 걸음. 딱 한 걸음이면 된다. 녀석들과 동일한 위치에 올랐을 때, 그때서야 내 복수는 시작되는 거야.’


톡. 톡. 톡. 톡.


그렇게 다짐하며 빠르게 투기로 보이는 투자를 계속하던 그때,



“꺄아아아악-!”



귀를 찢을 듯한 비명 소리와 함께 이변이 일어났다.


갑자기 주변이 웅성대는 사람들의 대화로 가득 차기 시작했고, 누구를 향하는 것인지 모를 차들의 클락션이 반복적으로, 일제히 울려댔다.


“갑자기 무슨-”


도현은 폰 화면을 잠시 끄고서 고개를 들어 주변을 둘러봤다.


그런데···


툭.


도현의 입에 물려있던 담배가 원 궤적을 그리며 땅으로 떨어졌다.


“···뭐야 시발?”


걸쭉한 욕설. 그도 그럴 것이 도윤의 눈에 들어온 것은 바로



우우우우웅—



하늘을 뚫을 기세로 솟아있는 ‘빛의 기둥’이었기 때문이다.


그 크기는 빌딩보다도 컸고, 그 수는 모래알보다 많았다. 현재 도현의 눈에 보이는 기둥의 수만 수백 개.


건물들도, 산도, 사람들도 그 빛의 기둥에 삼켜졌다. 그렇게 녀석들은 이 아스팔트 도시의 모든 것들을 집어삼키며 그 크기와 수를 늘려가고 있었다.


“···도망쳐야 하나?”


도현은 주변을 둘러보고서 이내 그 가능성을 부정했다. 빛의 기둥들은 이미 도현을 충분히 둘러싸고도 남을 만큼 솟아있었다.


아니,


어쩌면 이 서울을,

어쩌면 이 한반도를,

어쩌면 이 지구 전체를 뒤덮고 있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솟아 있었다.


“이제부터가 복수의 시작인데···. 신은 없는 게 분명해.”


신이 있다면 자신에게 이럴 수는 없다고, 그동안 누구보다 치열하게 살았던 자신에게 이럴 수는 없다고 되뇌었다. 뭐, 도현은 원래부터 신 같은 건 안 믿는 주의였지만.


칙.


도현은 다시 담배를 물었다.


“내가 이상한 거냐, 아니면 이 세상이 이상한 거냐?”


우문이었다.

둘 다 충분히 이상했으니까.


쩌저저적-!!


우우우우웅—


도현의 코앞에서 빛의 기둥 하나가 아스팔트를 뚫고 하늘로 치솟았다.


주변 사람들이 모두 기둥에 삼켜지고서 자신만이 마지막으로 남은 순간, 도현은 한숨을 쉬며-


“···여기서 문제.”


-허탈한 표정으로 실성이라도 한 듯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내가 저 빛의 기둥에 삼켜지면 과연 어떻게 될까? 괄호 열고 3점.”


탁. 탁.


담배를 털고 한숨 깊게 연기를 빨아들이는 도현.


“쓰읍 후.. 정답은”



우우우우우우우우웅—



“내가 그걸 어떻게 알아 시발.”


슈슉-!!




그렇게,




도현은 빛의 기둥에 의해 삼켜졌다.


작가의말

안녕하세요 이번에 ‘분석가의 전투방식’이라는 작품으로 찾아뵙게 된 빅맥주세요 라고 합니다. 열심히 달려가 보겠습니다.


연재: [ 월 화 수 목 금 토 ] 오후 6시 40분

을 원칙으로 하되, 사정에 따라 유연하게 연재하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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