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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맥주세요 님의 서재입니다.

분석가의 전투방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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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맥주세요
작품등록일 :
2021.03.02 20:09
최근연재일 :
2021.04.04 18:40
연재수 :
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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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48
추천수 :
38
글자수 :
29,802

작성
21.04.02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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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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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글자
13쪽

확률의 문제

DUMMY

[ 민첩이 0.1, 체력이 0.1 상승합니다.]


“스테이터스.”


-

이름: 한도윤

직업: 초월 분석가(유일)

레벨: 1

능력치: [힘:10] [민첩:10.1] [체력:10.1] [마력:0]

보유 스킬: ⌜분석(Lv.Max)⌟, ⌜조수(Lv.Max)⌟, ⌜인벤토리(Lv.Max)⌟, ⌜초월 사고(Lv.Max)⌟

-


상태창의 글자의 말대로, 정확히 민첩이 0.1, 체력이 0.1 상승해있었다.


“레벨업만이 능력치의 변화를 유발하는 게 아니었던 건가. 가능성은 두 개다.”


하나는 몬스터를 쓰러뜨린 전투에 참여한 것만으로 능력치의 변화가 일어나는 것. 하지만 도현은 곰을 쓰러뜨리기는커녕, 상처 하나도 내지 못했으니 이 가능성은 제외였다. 무엇보다 총 4가지의 수치 중에서 민첩과 체력에 해당하는 스테이터스만이 상승했으니까.


“남은 가능성은 하나야. 특정 수치만이 증가한 것을 근거로 볼 때, ‘단련한 능력에 해당하는 수치가 상승한다’라는 거.”


곰 녀석과 전투를 치르면서 도현은 탈진하기 직전까지 움직였고, 현재는 뿔토끼들 덕분에 회복됐지만 몸에 적잖은 상처를 입었었다. 따라서 달리기를 통해 ‘민첩’에 해당하는 수치와 신체 피해를 통해 ‘체력’이라는 수치가 증가한 것이라는 결론이 나왔다.


이 생태계의 상태를 봤을 때 도현이 레벨업을 할 확률은 지극히 낮았으므로, 레벨업 없이도 능력치의 향상을 기대할 수 있다는 건 좋은 소식이었다.


다만


“내가 죽기 직전까지 싸웠는데 겨우 0.1씩 상승한다고? 너무 짠데?”


그 상승 폭이 너무나도 작았다. 자칫하면 뼈가 보일 정도의 피해를 받았는데도 체력 수치의 상승이 0.1에 불과하다니. 하지만 도현에게 선택권은 없었다.


〈 방금과 같은 행동을 반복하는 것은 상당히 비효율적이라고 판단됩니다. 〉

“그래도 해야지 뭐. 방법이 없잖아. 그리고-”


도현은 피가 묻은 티셔츠의 목덜미 부분을 코까지 끌어당겨 비릿한 냄새를 한번 맡고서 티셔츠를 놓았다.


“-어차피 싫어도 하게 될 걸?”


아침이 이런데 밤이라고 다를까. 오히려 야행성 몬스터들이 떼로 덤벼댈 것이었고, 도현의 근심은 대부분 이러한 생존과 밀접하게 관련된 부분에서 나왔다.


‘당장에 먹을 것도 없는 상황이니까 뭐.’


그 사단을 겪고나니 배에서 배고픔을 넘어서 고통까지 느껴졌다. 몸에 피로가 쌓인 상태에서 제대로 된 식사마저 못 하니 머리가 어지러워질락 말락 한 경계선까지 간 것이다.


“뀨웃! 뀨웃!”


새끼 뿔토끼가 고민하고 있는 도현의 바지를 입으로 물고 끌어당겼다.


“또 왜 그래 토끼야.”


어딘가로 가자는 듯한 눈빛과 어딘가를 향해 연신 해대는 눈짓. 그 끝에는 저 멀리 풀숲으로 향했다. 그리고 도현은 그런 녀석의 몸에 저절로 이끌려 주변 풀숲의 형태를 띄고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이 숲의 기준으로 했을 때 풀숲이지, 그 실상은 일반적인 나무보다도 훨씬 컸다.


터벅. 터벅. 터벅. 퓩!


도현의 발에 느껴지는 물컹한 촉감. 괴상한 촉감의 정체를 확인하려 확인한 발밑에는, 열매의 일부분으로 보이는 물체가 밟혀있었다.


스윽.


풀숲에서 떨어진 것일까, 고개를 들어 올려 그 열매의 정체를 확인했다. 그 정체는 바로 라즈베리, 혹은 산딸기처럼 보이는 열매. 도현의 머리보다도 큰 열매가 풀숲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

이름: 자이언트 레드베리

설명: ‘미식가의 파편’에 세상에서 가장 큰 레드베리로 등재된 열매. 탱글탱글한 과육 속에 감춰진 달콤한 맛으로 유명하며, 극상의 디저트 재료로서 취급되며, 맛에 지지 않는 희귀성 때문에 수많은 미식가들에게 칭송받고 있다.

-


“대충 헤아려봐도 백 송이 정도는 넘어 보이네. 이걸 알려주려고 불렀던 거야?”

“뀨웃!”


자랑스럽게 가슴을 펴는 새끼 뿔토끼. 뿔토끼 무리는 풀숲 아래에 떨어진 열매를 주워먹고 있었다.


“안 그래도 엄청 배고팠었는데 잘됐네.”

〈 해당 개체들을 인벤토리에 집어넣으시겠습니까? 〉

“저 위에 매달린 것도 넣을 수 있어?”

〈 사용자의 물음에 부정합니다. 〉


‘인벤토리의 조건이 대체 어떻게 되는 거지? 이참에 한 번 알아봐야겠어.’


도현은 땅에서 돌 하나를 집어 들어 바위 위에 올려두고 그곳에서 약간 떨어졌다.


“인벤토리에 넣어.”

〈 불가능합니다. 〉


이번에는 돌을 향해 약간 다가갔고, 일련의 과정을 대략 다섯 번 정도 반복하는 도현.


“인벤토리에 넣어.”


슈슉-!


순식간에 모습을 감추는 돌. 그것을 보며 도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인벤토리의 영향력은 대략 10m 정도.’


이번에는 인벤토리에서 돌을 꺼내 손에 꽉 쥐었다. 그리고 손에 쥔 돌을 하늘을 향해 던졌고, 돌이 손에서 떠나자마자 외쳤다.


“넣어.”


이번에도 역시 돌이 인벤토리의 안으로 사라졌다.


“꺼내.”


툭.


도현의 손위에 힘없이 떨어지는 돌.


‘넣기 전 물체의 운동상태는 보존이 안 되는 건가. 나쁘지 않아.’


그 뒤에도 ⌜인벤토리⌟ 스킬에 대한 연구는 계속됐다. 뿔토끼들이 열매를 먹다 고개를 들어 도현이 뭐하는 건가 구경했지만, 이내 신경을 끄고서 자신들의 섭취 활동을 계속했다.

아무튼, 그렇게해서 도현이 얻어낸 연구결과는 대략 이 정도.


-

1. 자신을 반경으로 10m 안의 물체를 자유자재로 인벤토리에 넣을 수 있다.

2. 인벤토리에 넣은 물체의 운동상태는 보존되지 않고, 힘이 0인 상태로 꺼낼 수 있다.

3. 넣을 물체를 인식하고 있다면, 굳이 보고 있지 않아도 넣을 수 있다.

4. 여러 가지 물체를 동시에 넣는 것도 가능하다.

5. 생명체는 인벤토리에 넣을 수 없되, 이미 죽은 것이나 본체와 떨어진 나무 열매 같은 건 넣을 수 있다.

-


“대충 이 정도인가?”


자이언트 레드베리 하나를 한 입 크게 베어 물었다. 당분이 전신에 스며드는 것이 느껴질 만큼 상쾌한 단맛. 어째서 이런 산딸기 따위가 미식가들한테 칭송받는 이유의 일면을 엿볼 수 있었다. 입안에서 느껴지는 피 맛이 씻어 넘어갔다.


도현은 뿔토끼들이 땅에 떨어진 열매들을 다 먹은 것을 확인한 후, 자이언트 레드베리를 포함해 땅에 떨어져 있는 수많은 열매들을 향해 인벤토리 스킬을 사용했다.


-

[ 인벤토리 ]


자이언트 레드베리 X 43

알로에나 호두 X 13

시스쿠 용혈과 X 17

.

.

-


그렇게 토끼들의 식사가 끝났고, 뿔토끼 무리들이 어딘가로 향해 조금씩 이동하기 시작했다. 어디를 향하는 건지 도현은 짐작할 수 없었지만 일단 무작정 따라갔고, 한 10분쯤 걸었을까 뿔토끼들의 목적지에 도착했다.


거대한 오르테기스 고목의 뿌리 밑에 위치한 작은 구멍. 잎으로 가려져 몰랐는데, 잎을 치우자 거대한 땅굴이 모습을 드러냈다. 도현이 들어가기에는 물론이고, 다크 이스랄 베어가 들어가도 충분할 만큼의 땅굴. 게다가 그 땅굴이 해당 뿌리 밑에만 존재하는 게 아니라, 다른 나무 뿌리의 밑둥으로도 이어지는 것 같았다.


“너희들 집이구나.”


‘굴토끼 습성을 지니고 있는 줄은 몰랐는데, 다행이네.’


상처까지 치료해주고, 자신들의 거주지까지 데려왔다는 건, 가족으로 인정받았다는 증거였다. 새끼 뿔토끼를 구해줘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도현의 입장에서는 다행인셈. 이 정도의 크기라면 도현도 충분히 살 수 있을 터.


거대한 땅굴의 안으로 뿔토끼들과 함께 들어갔고, 안쪽에서 잎사귀로 입구를 가렸다. 거대한 나무들 때문에 땅 위에서도 어두웠을 정도라 햇빛은 들어오지 않았다.


와그작-!


인벤토리에서 자이언트 레드베리 하나를 꺼내 그 자리에서 먹어치웠다.


“후우···. 식후땡하고 싶다.”


바스락거리며 담뱃갑을 꺼내 남은 개수를 세었다. 남은 건 총 12개비. 애연가인 도현에게는 턱없이 부족한 개수.


‘언제 돌아갈 수 있을지도 모르는데 피고 싶을 때마다 필 순 없지. 아끼자.’


담뱃갑과 피와 땀으로 떡진 웃옷을 인벤토리에 집어넣으며, 도현은 눈을 감았다.


“존나 피곤한 하루였다··· 시발···.”


파란만장하면서도 피곤한 하루.


그렇게 도현은 이 이상한 숲 속에서 첫 번째 잠에 취했다.












다음날 도현이 눈을 뜬 건 대충 아침 6시 정도.


잠을 잤다고 표현하기에는 도현의 온몸이 피곤에 쩔어있었다. 그 이유는 한밤중에 벌어졌던 소란 때문이었다.


몬스터들의 울음소리와 비명소리가 한 데 뒤섞인 자리의 한 가운데에 위치한 굴에서, 도현은 거의 뜬눈으로 밤을 지샜다. 살이 뜯기고 뼈가 부리지는 섬뜩한 소리에 잠을 잘 수 있을 리가 만무했고, 그 결과물이 도현의 눈 밑에 그득그득한 다크서클.


“시발···.”


아니나 다를까, 땅굴 입구의 잎사귀를 치우고 지상으로 올라가 보니 사방이 몬스터들의 시체로 가득했다. 다크 이스랄 베어보다도 거대한 놈들이 거대한 시체의 산을 만들고 있었고, 그 거대한 시체의 산에서는 피의 강이 만들어지고 있었다.


이 숲이 보통 더운 게 아니다보니 이미 부패가 상당히 진행되었고, 벌레는 물론 구더기도 보였다.


“분석.”


-

이름: 가테오카 울프

레벨: 432

-

이름: 살라맨더 스네이크

레벨: 412

-

이름: 골드 타이거

레벨: 452

-


다크 이스랄 베어를 훨씬 상회하는 레벨들. 이렇게 보니 그 곰녀석을 먼저 만났던 게 다행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이 시체가 돼버린 녀석들 중에서, 어제 한 마리라도 만났었다면 나는 분명히 죽었다. 힘과 체력에 특화된 곰 괴물을 만난 걸 다행이라고 말하는 처지라니···. 다시금 이 숲에서의 내 위치가 실감이 돼.’


시체의 산이라고 불러도 무방한 시쳇더미들을 보니 도현은 절로 인상이 찌푸려졌지만, 도현은 곧바로 행동을 개시해야 했다. 만약 이 시체들을 이대로 방치한다면 부패로 인해 도현이 이용할 수 있는 부분들마저 썩어버릴 것이고, 전염병은 물론이며 피 냄새로인해 다른 몬스터들을 불러올 수 도 있었다.


슈슉-! 슈슉-!


도현은 주변을 걸어 다니며 모든 시체들을 인벤토리 안에 넣었다. 섬뜩한 아이콘들이 인벤토리칸에 하나씩 들어섰고, 꽤나 그로테스크했다.


와그작!


인벤토리에서 자이언트 레드베리 하나를 꺼내 피냄새로 구역질이 올라오는 것을 밀어 넣었다. 평화의 시대라는 행운 속에서 나고 자란 도현에게, 이런 상황은 낯설었다.


〈 상태가 안 좋으십니까? 〉

“피곤해서 그런 것도 있고, 이걸 봐서 그런 것도 있어. 더럽게 치열한 세상 속에 살면서 남들과는 다른 멘탈을 지녔다고 생각했었는데, 꼭 그런 것만도 아닌 모양이야.”

〈 일반적인 인간의 사용자였다면, 이미 삶의 의지를 포기했을 거라고 의견을 제시합니다. 〉

“그렇긴 해.”


픽 웃으며 땅굴에서 하나둘 나오는 뿔토끼들을 바라봤다. 전날에 비해 그 숫자가 늘어나 있었는데, 원래 스무 마리였던 녀석들이, 자고 일어나니 서른 마리가 되어 있었다.


“아, 그러고보니 너희들 번식력이 엄청나다고 했었지? 아무리 그래도 하룻밤 만에 스무 마리에서 서른 마리까지 늘어나다니, 이런 절륜한 녀석들을 봤나.”

〈 상당히 비정상적인 번식력입니다. 〉

“녀석들한테도 무기 하나쯤은 있었다는 거지. 종의 보존을 위해 이렇게 진화한 거야.”


‘물론 이 녀석들한테도 자연선택설이 적용되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나보다 이 숲에서 약한 몬스터는 없다고 확신할 수 있게 됐어. 그러니까-”


도현은 상체를 숙여 신발끈을 꽉 매었다.


“능력치를 존나 올려야지. 어차피 레벨업을 못한다면, 능력치라도 올려야겠어. 그중에서도 민첩에 관련된 능력치를.”

〈 0.1 정도의 수치의 향상을 위해, 그러한 운동을 반복하는 것은 상당히 비효율적이라고 판단됩니다. 〉

“그러면 그냥 손 놓고 있자고?”

〈 다크 이스랄 베어 개체, 혹은 방금 전 마주한 시체의 개체들과 마주했을 경우, 사용자의 신체는 언제나 최상의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고 판단됩니다. 일련의 행위를 반복할 경우, 그 위협에서 사용자가 자연사하는 순간까지 생존할 가능성은 극도로 낮아집니다. 〉

“얼마에서 얼마나 낮아지는데?”

〈 현재 확보된 정보량이 충분치않아, 정확한 계산은 불가능- 〉

“얼마나 낮아지냐고.”


조수는 도현의 물음에 잠시 머뭇거리는 것 같더니, 이내 계산량을 도출해냈다.


〈 ······0.0005047%에서 0.00000124입니다. 〉

“거기서 거기구만 뭐.”

〈 하지만 계산상의 확률이 조금이라도 더 높은 결정을 하는 것이 합리적이라 판단합니다. 〉


하지만 이런 조수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도현은 마음을 꺾을 생각이 없었다.


“확률은 어디까지나 확률의 문제야 임마.”

〈 ···조수는 사용자의 판단을 존중합니다. 〉


탓. 탓. 탓.


오르테기스 고목 사이 사이를 빠르게 뛰는 도현.


숨이 찰 때까지 뛰었고, 토할 것 같아도 계속해서 질주했다.


‘생존하려면 이보다 더한 고통도 참아야 돼.’



그렇게 자신을 한계까지,



아니, 한계 그 이상까지 밀어붙이며,



한 달의 시간이 지나갔다.


작가의말

연재는 화~일 오후 6시 40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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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새로운 스킬. 그리고 이동 21.04.04 230 7 13쪽
» 확률의 문제 +1 21.04.02 231 7 13쪽
3 이변 +1 21.04.01 222 6 13쪽
2 분석가 21.03.31 224 6 14쪽
1 삼켜지다 +1 21.03.30 400 1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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