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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사랑사람의 서재

하늘을 등지고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전쟁·밀리터리

방구석4평
그림/삽화
lovendpeace
작품등록일 :
2019.12.26 00:03
최근연재일 :
2022.08.09 01:45
연재수 :
277 회
조회수 :
27,424
추천수 :
1,600
글자수 :
1,201,430

작성
20.02.05 12:15
조회
166
추천
13
글자
8쪽

Episode29_추적, 역추적(3)

DUMMY

"그 장사들이 저쪽 길로 간것이 확실합니까?"


"몇 번을 물어봐? 맞다니까. 이제 사람 그만 방해하고 어여 가봐."


"감사합니다."


영 친절치가 못한 사람이다. 그리 생각하면서도 게스는 일이 생각대로 진행되고 있는 것에 안도감을 느꼈다.


마을 안에는 씨름대회의 우승자가 아직까지도 장안의 화제라, 사람들에게 물어물어 가보니 쉽게 그들의 이후 진로를 파악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택한 길이 이런 외딴 오솔길이라곤 생각치 못했다. 무성한 숲으로 이어지는 길인데, 이제와서 이런 산 속에 숨기로 작정했단 말인가?


설마, 그럴리가! 그럴 것이면 좀 더 멀리에서 숨을 것이다. 한번 모습을 드러낸 이런 마을 근처가 아니라.


이 길을 따라가다 보면 무언가가 나오지 않을까 싶어, 게스는 그 길을 조금 더 걷기로 했다.


게스는 길 구석구석을 관찰하며 느리적거리고 있으니, 그동안 우리는 방향을 돌려 이야기의 다른 측면을 살펴보도록 하자.


게스가 걷고있는 그 길을 따라 쭈욱 앞으로 나가보면, 곧게 뻗은 길을 나무들이 무성하게 감싸고 있다. 그리고 그 수풀과 나무 사이에 어떤 이들이 숨어있다.


말할 것도 없다. 우리의 주인공들, 하온과 사라 일행이 아니겠는가!


그들의 목표가 다가오고 있다는 사실도 모른 채, 하품이나 농담 따위를 하면서 이들은 며칠째 이곳에서 잠복중이었다.


오래 앉아있어 찌뿌둥하던 몸을 풀기 위해 잠깐 일어선 하온이, 깜짝 놀라 고개를 숙이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다행히, 아무도 보이지 않는다. 빗자루 하나를 들고 슬쩍 길 한복판에 나간 뒤, 고개를 숙여 땅 위를 들여다본다.


그곳에는 이전에 묻어둔 밧줄이 슬쩍 튀어나와 그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었다.


안될 말이다. 곧 다가올(희망사항) 적이 이것을 보고 계획을 눈치채기라도 하면 모든 계획을 망치고야 만다.


조심조심 흙으로 덮은 뒤, 땅을 파헤친 흔적이 보이지 않도록 빗자루로 주변을 전부 쓸었다. 땅은 이제 말끔해졌다. 뭘 파묻었다는 생각은 전혀 못할 것이다!


"...어? 하온! 일단 빨리 들어와봐! 누가 온다!"


그 말을 듣고 하온이 재빨리 덤불 속에 숨자마자, 저 멀리서 네 명의 인간이 수다를 떨며 우르르 걸어왔다.


"어쩔까. 보내줘?"


"당연하지. 보내줘."


최근 며칠간의 그들의 암살단 사냥이란 대충은 이런 것이었다. 혼자 다니는 자가 아니면, 전부 암살단이 아닌 것으로 간주하고 넘기는 것!


적이 꼭 혼자서 돌아다닌다는 보장도 없고, 따지자면 오히려 확률이 낮겠지만, 어차피 두 명 이상의 적이면 계획을 성사시키긴 글렀다는 것을 근거로 삼아 이런 막가파식의 판별법을 고수해오고 있었다.


요즘같은 위험한 세상에 혼자 다니는 사람은 드물다는 점도 또한 도움이 되는 요소였다.


참으로 나사빠진 계획임을 다들 알아챘겠으나, 무릇 세상을 바꾸는 대업이란 모두 행운이 따라야 성공할 수 있는 법이라고 핑계를 대고자 한다.


저 멀리서 또 한번 발자국 소리가 들린다. 겉보기엔 칼 하나 들고있지 않은 평범한 행인이나, 그 실체란 그들을 쫓는 암살단의 열혈 신참. 게스다.


그렇게 찾던 그가 마침내 이곳까지 도달했으나, 그렇다고 그를 잡을 수 있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단 한명이 외따로 출현한 것은 경계할만한 일이긴 하나, 고작 그 이유 하나로 '함정'을 멋대로 사용할 수도 없는 노릇 아닌가.


지금 그들은 게스가 암살단인지를 구별할 수 없다. 그렇다면 어떻게 그의 정체를 판별할 것인가?


게스는 점점 '함정'의 범위에 가까워지고 있었고, 그의 동세에 따라 사라는 땅 속으로 연결된 밧줄 하나를 꼬옥 쥐며 만일을 대비했다.


그때, 게스의 발걸음이 갑작스레 멈추고 말았다. 일행 모두가 그 돌발행동에 당황하였으나, 게스의 그 행동이란 참으로 타당한 것이다.


아까 전, 밧줄을 묻어둔 흔적을 일일히 지울 정도로 꼼꼼히 해온 하온이었으나, 계속되는 작업 속에서 지친 나머지 실수를 하고 만 것이다.


하온이 빗자루로 쓸어 아무런 흔적도 남지 않았다는 것은... 그 근처에 남겨진 발자국까지 지워졌다는 뜻이다.


"흥."


그것을 본다 한들 평범한 이라면 그냥 지나치기 마련이다. 무슨 상관인가? 바람이 쓸어갔던, 발자국이 겹쳤건.


허나 안타깝게도 그 께름칙함을 느껴버린 한 군인에게는, 그 사소한 것 하나마저 마음에 걸리고 만 모양이다.


'별 것은 아니겠으나, 왠지 신경이 쓰인다... 주변을 슬쩍 훓어볼 시간 정도는 써도 되겠지.'


그렇게 게스는 방향을 틀었고, 그대로 발을 옮겼다간 함정에서 영영 멀어지고 말 것이 분명하다. 뿐만 아니라, 근처 수풀에 있던 일행이 들킬 염려까지 생긴 것이다.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도 모르는 게스의 탓에, 사라가 침을 꿀꺽 삼키고 밧줄을 더욱 세게 쥔 순간-


"으앗!"


나무 뒤에서 사람 한명이 넘어져 길가에 쓰러지고 말았다. 게스와는 다른 사람. 그러나 게스가 본 적이 있는 얼굴이다.


"무슨...!!"


순간적으로 보인 그 얼굴! 흘깃 봐서 확실치는 않았으나 너무나 똑같다. 그가 그토록 찾던 목표-그중 한명, 하온의 얼굴이 아닌가!


이럴 수가 있는가, 그가 그토록 찾던 이가 이리도 쉬이 나타날 수가 있는가?


그런 이성적인 사고가 시작되기 전, 그 하온으로 추정되는 남자가 급작스레 몸을 틀어 도망치려 했다.


그리고 반사적으로, 게스의 발걸음이 그를 향해 직선으로 나아갔다. 철저히 훈련된 군인의 슬픈 본성이리라.


그렇게 짧은 시간만에, 게스는 함정이 설치된 범위 안에 들어오고 말았다.


"당겨-!!"


하온의 신호에 맞춰 사라와 돌가죽이 양 쪽에서 밧줄을 당겼다. 땅 속으로 연결된 그 밧줄은 이내 그 안에 묻힌 거대한 몸체를 드러냈다.

게스를 중심으로, 몇 겹이나 되는 크고 굵은 밧줄이 땅에서 튀어나와 그를 덮쳤다. 사라와 돌가죽의 바람같은 달리기로 당겨지는 그 밧줄은, 당황한 게스가 대항도 잊을 정도로 빠르게 그를 속박했다.


"됐다!"


몇 겹씩 원을 이루며 성공적으로 조여드는 밧줄을 보고 하온이 환성을 내질렀다.


그가 갑작스레 등장한 그 도발이란, 적을 파악할 수 없는데 대한 그들 나름의 계책이었다.


만일 그의 얼굴을 알아보고 쫓아온다면 적일 것이고, 아니라면 이상한 이 보듯 지나칠 것이다.


단련된 게스의 순발력 덕에, 되려 그는 역으로 완벽하게 당하고 만것이다.


"잡았다!"


줄이 꽉 죄어들며 사라의 발걸음이 밧줄의 반동에 막혔다. 사라는 성공을 확신하며 뒤를 돌아보았다.


"어어? 으악!"


그와 동시에, 갑작스레 헐거워진 밧줄에 그녀의 몸이 그대로 앞으로 고꾸라졌다.


"뭐, 뭐야 하온? 퉤퉷, 실패한 거야?"


입에 들어간 흙을 성내게 뱉으며 물은 사라지만, 하온은 이 긴급상황에 머리를 굴리느라 대답을 외치지도 못했다.


"아니, 계획은 성공했어... 그런데..."


게스를 묶고있어야 할 밧줄은 이리저리 잘린 채 나뒹굴었다. 밧줄이 약해 그런 게 아니라, 날카로운 것에 인위적으로 베인 것이다.


게스의 품 속에서 흑광석 하나가 은은하게 빛나고 있다. 그 주변을 거대한 검 하나가 둥둥 떠다니며 공기를 가른다.


"칼같은건 보이지도 않았는데, 어디서..."


"칼을 차고 다니려니 의심만 받거든... 그래서 멀리서 조종하며 내 주변에 숨기고 다녀. 수련삼아."


하온이 당황하여 그 말을 받아들이던 도중, 그 검이 그대로 하온을 향해 돌진했다. 커다란 바람소리가 울린다.


사라가 재빨리 던진 창에 가로막혀, 철이 부딛히는 소리와 함께 격추되었지만, 그 검은 금방 다시 떠올라 하온 일행을 겨누고 있었다. 그리고 게스는 손 끝 하나 대지 않았다. 그리고 하온은 깨달았다.


'검을 조종하는 기적이다!'


잘린 밧줄을 분하다는 듯 꽉 쥔 게스는, 이내 인상을 팍 찡그린 채 하온을 노려봤다. 검 역시 그를 위협하듯 떨려왔다.

계획이 크게 틀어진 것에 하온은 큰 후회를 느끼며 전투를 준비했다.


그러나, 본디 그런 법 아니겠는가.


많든 적든 행운에 의지한 계획이란, 그만큼 쉽게 흔들릴 수밖에 없는 것을.


작가의말

다음 화도 잘 부탁드립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7

  • 작성자
    Lv.58 gn*****
    작성일
    20.02.09 12:08
    No. 1

    진심으로 재밌네요. 글 확실히 잘쓰십니다.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7 방구석4평
    작성일
    20.02.10 14:35
    No. 2

    엄메야... 감사합니다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7 방구석4평
    작성일
    20.02.10 14:39
    No. 3

    정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이 세상의 누군가 한 명이 제 작품을 좋아해준다는 것이 이렇게나 기쁜 일일줄은 몰랐네요. 부족해도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4 pi******..
    작성일
    20.02.26 13:46
    No. 4

    Great drawing !!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7 방구석4평
    작성일
    20.04.07 21:51
    No. 5

    ***작가 공지***
    현재 알 수 없는 오류로 글의 수정이 불가해짐과 동시에 삽화가 함께 날아가버렸습니다.
    자료를 올릴 수 없습니다.(1) 라는 메세지가 뜨는데 뭘 어쩌자는 건지 알 수가 없네요.
    문의는 넣어놓았으나 언제 해결이 될지는 미지수입니다.

    여러분께 온전한 경험을 드릴 수 없는 점 사과드립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1 bl******..
    작성일
    21.03.20 16:39
    No. 6

    날라간 삽화가 아쉽네요ㅜ 잘 보고 있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7 방구석4평
    작성일
    21.03.21 19:52
    No. 7

    저도 너무 뼈아픕니다.... 으흑흑 ㅠㅠ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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