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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상가현의 꿈

그 황혼에서 사는 법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맨드레잌
그림/삽화
몽상가현
작품등록일 :
2018.09.30 23:13
최근연재일 :
2019.01.07 00:32
연재수 :
208 회
조회수 :
13,625
추천수 :
342
글자수 :
1,171,905

작성
19.01.07 00:08
조회
64
추천
2
글자
12쪽

52. 점심 - Q:혈군주 레이드2

DUMMY

.




⟳loading 중······

Tip. 레벨이 높을수록 장비 아이템과의 조화가 깊어집니다.

레벨과 장비의 조화는 압도적인 능력을 가져올 것입니다.












"하아♥ 너무 좋은걸?"



그 엄청난 양의 피가 아네모네의 옷에 흡수되었다. 그녀의 옷이 더욱 붉어진 기분이다.



"나는 말이야아♥ 깔짝깔짝은 취미가 아니라서. 우리 화끈하게 놀아보자♥"



아네모네가 그리 말한 직후, 그녀의 옷에서 피가 원을 그리며 흘러나오더니 꼭 회오리처럼 그녀를 감싸안고 하늘까지 차올랐다.

핏물이 비처럼 후드득 떨어져 가빈과 카이의 몸을 때렸다. 그들은 얼른 그것들을 털어내었다. 폭발이 일어날까 곤두선 몸짓이었다.



한편, 위로 떠오르던 아네모네는 고개를 구십도까지 꺾어야 올려다볼 수 있는 위치에 도달해서야 멈추었다.


대지를 부수며 휘몰아치는 핏줄기 사이로 간간히 비추는 속살에는, 아네모네가 다리를 꼰 채 한 차례 둥실둥실 흔들리고 있다.


붉은 손톱이 도톰한 입술에 얹어졌다.



"병아리들, 즐겁게 놀아달라구우♥"


"위치!"



아네모네가 뭐라 지껄이던, 가빈은 핏빛 구체에 반쯤 가려져 명확히 특정하기가 힘든 아네모네의 위치를 카이에게 요청했다. 카이가 가지고 있는 투시 기능을 아는 탓이다.


카이 역시 단박에 가빈이 원하는 바를 알아차리곤, 제가 보는 시야를 뇌리에 한 번 더 되새겼다. 그것을 읽음으로써 고스란히 전달받은 가빈의 손에는 어느새 레이저 건이 들려있다.



가빈이 방아쇠를 당김과 동시에 하얀 빛줄기가 피의 회오리 중심을 꿰뚫었지만 소용없다. 먹히질 않았다.


피의 회오리가 점차 덩치를 불리더니 가빈과 카이가 있는 곳까지 반경에 넣는 중이다.



"더 거지 같아졌잖아!"



대피하고 말 것도 없이 강제로 회오리 안에 들어오게 된 가빈은 혀를 찼다. 그나마 카이가 보낸 나트가 날개부위로 그녀를 가려주어서 피에 홀딱 젖는 것은 면했다.


날개가 사라지고 방패를 내리자 사방이 붉었다. 맨 위, 뻥뚫린 하늘에서 쏟아지는 햇빛을 제외하면 시야에 닿는 거의 모든 것이 피였기 때문이다.



이렇게 시야가 막혀서야 방어력 상승 효과가 사라진다.

가빈은 방어막의 방어력이 수직으로 뚝떨어진 걸 느끼며 혀를 찼다. 피라는 장애물로 인해 사람들의 시선이 떨어져나가며 타천의 기하 효과가 떨어져버린 거다.



그때 광선들이 쏟아졌다. 실상, 광선보다는 피를 압축시켜 쏘아내는 핏줄기였지만, 그럼에도 레이저 같다는 생각을 지울 수는 없다.



가빈은 서둘러 피했으나 카이는 반박자 늦어 팔뚝의 삼분지 일이 먹혔다. 팔뚝 아래가 사라지지 않았지만, 근육 절반과 뼈 일부가 상해 더는 왼팔을 움직일 수 없을 것 같다.



"이건 관통으로 포함 안 된다 이거냐···."



관통면역 인챈트가 붙은 주제에, 갉아먹힌 듯 움푹 패였다. 아마 실력차 탓도 있겠지만 욕 나오는 건 어쩔 수 없다.


카이는 지글지글 익는 고통을 무시하며 재생포션까지 복용했다. 이번에 황혼에서 보급해준 물약에 이것이 껴있어서 참 다행이다. 보통이었다면 비싼 값 때문에 엄두도 못냈을 테니까.



그는 입술을 짓씹으며 바닥을 굴렀다. 재생되는 생살에 돌조각이 박히며 고통을 더했지만 못 버틸 것도 없다. 광선에 맞는 것보단 백 번 낫다.



입으로 시위를 당겨 쏘아낸 화살이, 회오리의 중심에 떠있는 아네모네에게로 향한다. 벼락치듯 떨어져내린 핏줄기가 그것을 바닥에 처박았다.



"젠장!"



카이는 처음으로 무력감을 느꼈다. 상급 때 최상급─반쪽짜리 신기급을 상대했을 때는 그래도 희망이 보였는데, 지금은 보이지 않는다. 상성이 안 좋아도 너무 안 좋았다.


죽음의 무게가 스멀스멀 그의 발목을 휘감았다.



그때, 아네모네의 손짓에 따라 그들을 감싼 회오리에서 출렁거리는 구체가 튀어나왔다. 꼭 행성처럼 고리를 가진 구체는 회오리 안을 마구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속도는 그냥 그랬지만, 그들을 추적하는게 아니라 랜덤 각도로 이리저리 튕겨다니는 거라 피하기가 까다로웠다. 그렇다고 무시하자니 맞았을 때 그냥 아픈 수준이 아닐 것 같았고.



가빈은 이대론 안 된다는 걸 깨달았는지 카이에게 합류하며─어차피 사방이 피로 이뤄진 이상 거리 벌리긴 소용이 없다─눈짓을 했다.


그들의 몸이 허공을 박찬다. 그 순간, 회오리의 한쪽 면이 비이상적으로 두꺼워졌다.



가빈의 눈썹이 확 휘며, 카이를 데리고 다른쪽으로 피했다. 두꺼워진 회오리 면에서 피의 가시들이 쫙 튀어나왔다.



"나트!!"



카이가 부르자 나트가 허공에서 튀어나오며 그들을 물고 가시를 피했다. 간발의 차로 가빈과 카이는 창에 찔리는 걸 피했지만, 나트의 거체는 너덜너덜해졌다.

카이가 악 소리를 내며 마음 속으로 사과를 수백 번 건넸다.



"또 온다!"



가빈은 바닥에서 핏방울이 출렁거린 걸 보곤 나트를 발판 삼아 옆으로 이동했다. 카이 역시 다년 간의 레이드 경험을 토대로 이미 피하는 와중이다.



허공에서 핏빛광선이 수직으로 내려꽂혔다. 그녀를 감싸던 회오리가 확장됨으로써, 이제는 온전히 모습을 드러낸 아네모네가 깔깔 웃었다. 와중에 머리카락을 빗으로 쓸어넘기는 꼴이 얄밉다.



"나트!"



이대론 공격 피하기에만 급급하다가 죽임당할 것을 직감한 카이가 나트의 이름을 외쳤다.


나트가 아네모네보다 더 높은 하늘에서 아네모네를 향해 수직으로 낙하했다. 동시에 피의 회오리에서 피가 얇고 좁게 여러갈래 터져나왔다. 나트의 몸이 조각났다.



카이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아하하하!!! 너무 즐겁지 않니!?"



아네모네는 허공에 둥둥 뜬 채로 피를 조종하며 카이와 가빈을 데굴데굴 굴렸다. 분명 출력은 최상급이 맞는데, 아이템 효과로 인해 뻥튀기 되어 신기급 저리가라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아니, 확정하건데 반쪽자리 신기급보다 더하다.



카이는 이를 갈며 다시 나타난 나트에게 검붉은 기운을 주입했다.


<광폭>. 최상급이 되며 배우게 된 기술. 공격력을 두 배 넘게 상승 시켜주는 대신, 방어력을 절반으로 깎아버리는 극단적인 스킬이었다.



굳이 공격력을 두 배로 만들지 않아도 강했던지라 황혼에선 자주 쓰지 않았지만, 지금은 아니다. 지금 방어력이나 반 깎인 방어력이나 상대에겐 종잇장이나 다름 없으므로, 그럴바엔 공격력이라도 올리는게 더 나은 것이다.



나트의 눈에 붉은 기운이 맴돌며 입 사이로 침이 뚝뚝 흘렀다. 누가봐도 흥분한 이의 모양새다.

날개가 하늘을 가릴 것처럼 펼쳐졌다. 해가 기울어진 하늘이 금세 검은빛으로 물든다.



"나트, 한 방 먹여줘!"



크아아아아!!!

나트가 함성을 터트리며 날아올랐다. 아네모네는 여전히 조소만 머금고 있다.



한편, 가빈은 얼굴을 일그러트렸다. 그녀의 특기인, 한 자리에서 고정되어 이어나가는 끈질긴 싸움은 아네모네가 육체적 전투를 포기하고 권능전쟁으로 나간 이상 발휘하기가 힘들다.


거기에 가빈의 권능인 정신조종 따위는 아네모네의 아이템으로 인해 완전히 막혀버려, 도저히 풀어갈 길이 없었다. 기실 아이템이 없었어도 수천 년을 산 아네모네의 특성상 먹히지 않을 확률이 더 높지만 말이다.



"유니콘!"



그녀가 랜스를 잡고 외치는 순간 발밑에서 흰 털에 금빛 갈기를 가진 <유니콘>이 튀어나왔다. 머리에 금빛 뿔을 달고 있는 그 말은 가빈을 등에 태운 채 허공을 박차 아네모네를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아네모네가 손짓했다. 핏줄기가 옷에서 빠져나오더니 그녀를 구형태로 감싸곤 그대로 가시를 일으킨다.



피의 구체에 카이와 가빈의 공격이 닿는 순간, 펑! 하고 폭발이 일어났다.


투명한 방어막이 깨지며 가빈이 바닥으로 추락했다.

그녀는 쿨럭 피를 토했다가 바로 입을 털었다. 다행히 피 섞인 침을 입 밖으로 내뱉고나서야 폭발이 일은지라, 험한 꼴은 피했다.



유니콘은 조금 다친 몸으로도 그녀를 태우고 있다. 그나마 유니콘은 영체라서 피가 피가 아니라는 게 다행이다.



"서리폭풍."



그때, 카이가 무기장식에 담긴 인챈트를 발동시켜 날아오는 피의 화살들을 격추시켰다. 얼어붙은 화살들이 바닥에 떨어졌다.


가빈을 노리던 것들이다.



가빈은 자길 신경쓸 바에야 자기나 더 신경 쓸 것이지, 라며 혀를 차면서도 씩 웃었다. 독기가 차고 넘치는 미소고, 악과 깡으로 가득한 소태다.



"시발, 그냥 같이 뒤지자."



그녀는 아우구스의 비늘창의 기능 중 하나를 발동시켰다. <악룡의 가호>. 발동시 5분간 재생력을 끌어올리고 신체능력을 절반 이상 뻥튀기 해주는 버프였다.


딸랑딸랑

타이밍 좋게 방울소리가 울려퍼졌다.



"카이! 맞춰!"



가빈은 딱 거기까지만 외치곤 다시 유니콘을 타고 허공으로 날아올랐다가 그대로 유니콘을 박찼다. 그녀의 손에 들려있던 <유니콘 랜스>가 사라지고 배고픈 아귀가 들린다.


지금껏 수천의 탐식이 쌓여, 이젠 어지간한 고위 라나크들의 무기만큼이나 강력한 공격력을 자랑하는 배고픈 아귀가.



쉐엑!

왼팔이 슬슬 거의 다 나았는지 카이가 화살을 쏘았다. 카이의 화살이 방어무시 효과를 필두로 핏빛구체를 뚫고, 폭발 인챈트로 폭발하여 구체를 이루는 피 일부를 날린 순간, 가빈은 창을 휘둘렀다.


위와 아래, 뒤에서 쏟아지는 공격들을 무시한 채로.



서걱!

절삭음이 생생하다.












가빈의 몸이 핏줄기에 관통되고 잘려나갔다. 입은 옷이 부여하는 절단 면역으로 인해 그나마 사지가 잘려나가진 않았지만, 거의 시체나 다름없는 상태였다.



"쿨럭."



그녀는 아이템 차가 이렇게까지 거대한 격차를 만들어냈다는 것에 새삼 경악하면서도 희미한 웃음을 머금었다. 상처는 심각해보일지언정 쌓이는 데미지는 그나마 버틸만 하다. 정말 버티기만 할 만한 수준이지만.


그녀의 몸이 순간 빛에 휘감기더니 상처들이 전부 사라진 것이다. 피부에 덧칠되었던 핏자국마저도 사라져있다.



"가빈아!"



식겁해서 달려온 카이가 가빈의 몸을 부축했다. 상처는 전부 사라졌지만 고통의 잔재가 남아 가빈의 몸이 살짝 휘청거렸기 때문이다.



"괜찮아···?!"



몸 사리라고 했던 사람이 누구인데 본인은 이렇게 다쳐오는지. 카이의 눈매가 서글프게 일그려지려던 찰나, 가빈이 입을 열었다.



"적에게 집중해."



가빈은 금이 간 배고픈 아귀를 다시 한 번 치켜세우곤 아네모네를 응시했다. 고통이 이만저만 아닐 것임에도 그녀의 눈동자는 형형히 빛나고 있다.


반대로 가빈의 까만 홍채 위에 비치는 아네모네의 얼굴은 깔깔 웃던 아까와는 대조적으로 더없이 싸늘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아네모네의 몸에는 사선으로 가르지은 상처가 선명했다.



고작해봐야 옷깃과 그 아래 살 1cm 어림팍을 베어냈을 뿐인 상처. 절대 치명상이라 할 순 없지만, 적어도 유효타를 내는 것에 성공한 거다.

기실 저조자 치명상을 입고 반격할 경우 데미지를 뻥튀기 시켜주는 아이템 덕분에 낸 상처지만, 냈다는 것 자체에 의미를 두기로 했다.



"실실 안 쪼깨니까 얼마나 이쁘냐?"



가빈이 이죽거렸다.



"재수없는 년."


"어머♥ 너도 그러니? 나도 너 웃는게 재수 없는데."



아네모네의 정적인 목소리에 가빈은 일부러 더 웃었다. 한쪽 입꼬리가 매끄럽게 올라가는, 비소의 정석이라고 해도 될 만한 특유의 웃음이다.


당연하지만 그 웃음은, 아네모네에게 제법 큰 거슬림을 선사했다.



"놀라워라···."



아네모네는 그리 중얼거리다가 손가락으로 카이와 가빈을 가리켰다. 그녀의 손이 천천히 뒤집히며 중지와 검지를 마찰시켰다.


딱, 하는 소리가 울려퍼지는 순간 마른 하늘에서 번개가 내려꽂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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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6 52. 점심 - Q:혈군주 레이드3 19.01.07 34 1 12쪽
» 52. 점심 - Q:혈군주 레이드2 19.01.07 65 2 12쪽
204 52. 점심 - Q:혈군주 레이드 19.01.07 49 2 12쪽
203 51. 점심 - Q:목숨의 무게4 +1 19.01.04 84 2 11쪽
202 51. 점심 - Q:목숨의 무게3 +1 19.01.03 51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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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 50. 점심 - Q:보급로 차단하기2 +1 18.12.26 86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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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 49. 점심 - Q:레푸아 방어전13 +1 18.12.21 42 2 13쪽
191 49. 점심 - Q:레푸아 방어전12 +1 18.12.20 42 2 12쪽
190 49. 점심 - Q:레푸아 방어전11 +1 18.12.19 50 2 12쪽
189 49. 점심 - Q:레푸아 방어전10 +1 18.12.18 43 2 12쪽
188 49. 점심 - Q:레푸아 방어전9 +1 18.12.17 50 2 12쪽
187 49. 점심 - Q:레푸아 방어전8 +1 18.11.16 48 3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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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5 49. 점심 - Q:레푸아 방어전6 +1 18.11.14 67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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