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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직구

회귀없이 야구만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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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직구
그림/삽화
k-young
작품등록일 :
2020.09.29 14:25
최근연재일 :
2020.11.13 09:59
연재수 :
40 회
조회수 :
50,204
추천수 :
895
글자수 :
206,768

작성
20.10.26 18:00
조회
1,024
추천
22
글자
12쪽

금강불패(1)

DUMMY

난 그냥 그녀를 바라만 보고 있었다.

그것 말고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네.”

바보처럼 이렇게 어물거렸을 뿐이다.


“금강! 너 쟤 알아?”

1년 선배 김찬수가 물었다.

“모릅니다.”

“몰라? 그런데 쟤가 네 이름을 어떻게 알아?”

“저도 모르죠. 그런데 유니폼 뒤에 이름 써 있잖아요.”

“아, 그런가?”


일그러졌던 김찬수의 표정이 좀 풀렸다.

바보 같은 자식.


“제가 등 돌리고 있어서 이름이 보였나 봅니다.”

“하긴, 이제 막 야구장 나오기 시작한 아나운서가 네 이름을 알겠냐? 낄낄.”


그건 맞는 말이다.

그렇다고 김찬수 네 이름은 알겠냐?

홀드왕 한 번 한 뒤로 나만큼 빌빌거리는 주제에.


그 이후 박지연 아나운서와 몇 번 스쳤다.

거리가 꽤 멀리 떨어져 있어도, 고개를 까딱하며 내게 인사하는 것 같았다.


이상했다.

내가 뭐라고, 날 언제부터 알았다고.


이 묘한 상황을 동윤이에게 얘기한 적이 있다.

녀석이 그걸 잊었을 리 없고.


그게 전부다.

정말 아무것도 아니다.


***


- 정말이야?

동윤이 목소리가 계속 날 쫓아다니고 있다.

숙소에 들어와서 샤워를 하는 동안에도 떠들었다.


“응. 정말이야.”

- 박지연이랑 정말 모르는 사이야?

“그렇다니까.”

- 이상하잖아. 처음부터 이름 부른 것도 그렇고. 오늘은 개띠 어쩌고 하질 않나.

“동갑이라서 그런가?”

-동갑이 한둘이야? 그렇다고 형이 뭐 대단히 잘생긴 것도 아니고.


맞는 말이다. 내가 생각해도 좀 이상하다.

그러나 그걸 신경 쓰는 것도 이상하다.


괜한 망상이다.

그녀는 그저 친절할 뿐이다.

나에게만 그럴 리 없다.


- 선수들이 박지연한테 많이 들이댔다고 들었거든. 아무리 찔러도 피 한 방울 안 나오더래.

“넌 그런 얘기는 어디서 듣고 다녀?”

- 형, 야구 잘하는 애들은 돈이랑 여자 얘기만 해. 야구 못하는 예들이 야구 얘기하지.


그런가? 나는 왜 그걸 몰랐지.

난 야구 선수도 아니었나.

하긴, 야구 잘하는데 무슨 야구를 고민할까?


샤워를 하고 나서 TV를 틀었다.

야구 프로그램에서는 내 완봉승이 메인 뉴스였다.


[금강불패! 3경기에서 3승!]


금강불패라니, 기가 막힌 일이었다.

2년 전만 해도 난 병원에 누워있었는데.

1년 전만 해도 겨우 연습생 신분이었는데.


하이라이트 프로그램에서는 내 얘기를 계속했다.


“금강 선수가 3경기에서 모두 승리하고 있어요. 평균자책점이 0.82로 KBO리그 1위입니다.”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신수지 아나운서가 허구 해설위원에게 물었다.


아, 몰랐다.

내 평균자책점이 0.82라고? 1위라고?

겨우 3경기밖에 안 던지긴 했지만 전체 1위라고?


나는 재빨리 KBO리그 앱을 열었다.

정말로 평균자책점 1위, 다승 공동 1위였다.


“그렇습니다. 저는 갑자기 성적이 좋아지는 선수, 특히 부상에서 회복한 선수에 대한 판단은 신중하자는 입장입니다만······.”


또, 구라가 시작이다.


“3경기 연속 승리를 거뒀다면, 이제 허 위원님이 평가를 내리실 때가 되지 않았나요?”

신수지 아나운서가 생글생글 웃으며 물었다.

박지연과 라이벌인 인기 아나운서다.


- 형, 신수지보다 박지연이 낫지?

이 자식은 정말 내 머리를 스캔하는 게 틀림없다.

“됐다 그래.”


“제가 볼 때는 금강 선수의 피칭이 아주 고차원적입니다. 수술 후에 전혀 다른 투수가 됐어요.”

“3경기에서 볼넷을 2개밖에 내주지 않았어요. 그것도 1개는 고의볼넷이었거든요.”

“그 부분이 가장 놀랍습니다. 제구력에 스피드까지 갖췄으니 타자들을 마음껏 요리하거든요.”


- 무슨 저런 하나마나한 소리를 오래 하냐?

“결과론이 다 그렇지 뭐. 너라면 뭐라고 할래?”

- 투구 패턴이 완전히 달라졌잖아. 형은 몸 쪽으로 150㎞ 이상의 패스트볼을 찔러 넣는 투수야.


동윤이 말이 맞다.

지난해 한국시리즈 4차전에서 김대후를 때린 공.

그로 인해 퇴장당해서 난 세이브 기회를 날렸다.


기록 하나를 날렸지만, 난 무기 하나를 가졌다.

바로 타자들의 공포심이었다.


시속 152㎞의 패스트볼로 김대후를 맞혔다.

김대후는 총 맞은 사람처럼 쓰러졌다.


다음 승부에서 몸 쪽으로 꽉 찬 공을 던졌다.

김대후는 겁에 질린 사람처럼 움찔했다.


김대후가 나를 개무시한 건 라이거즈 선수들은 다 안다.

내가 그 정도 제구력을 가진 건 알만한 사람은 다 안다.

때문에 내가 김대후를 겨냥해 때렸다는 건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누구도 물증이 없었지만,

누구나 심증은 갖고 있었다.


이후 난 타자를 맞힌 적이 없다.

그래도 몸 쪽으로 패스트볼을 바짝 붙이면, 타자들이 상당히 예민하게 반응했다.

아니, 두려운 거겠지.


투구를 무서워하는 타자는 상대하기 쉽다.

몸 쪽 패스트볼, 바깥쪽 유인구 조합에 너무나도 취약하기 때문이다.


신수지 아나운서는 침착하게 방송을 진행했다.

“허 위원님, 금강 선수가 왜 갑자기 다른 투수가 될 수 있었을까요?”

“우선 구위 회복이 가장 큰 이유라고 봅니다. 그래서 자신감도 붙었어요. 그러니 타자들도 금강 투수에게 말리는 거죠.”


- 무슨 말이야? 구위 회복이라니? 형이 과거에 언제 150㎞를 던졌다고?

“······.”

- 회복이 아니라 탄생이지. 강속구 탄생.

동윤이는 아주 신났다.

마음껏 까불어라. 틀린 말도 아니니까.


“스피드가 빨라지니 타자와의 승부가 쉬워졌다?”

“맞습니다. 신수지 아나운서가 야구를 많이 배웠네요. 허허. 자, 한 번 보시죠.”


허구 위원은 자리에서 일어나 방망이를 잡았다.

“140㎞ 패스트볼이 온다고 칩시다. 타자는 하나, 둘, 셋 스윙. 이 리듬으로 타격합니다.”


그는 다시 배트를 고쳐 잡았다.

“150㎞ 이상의 패스트볼이면요. 하나, 둘, 셋 하기 전에 공이 들어와요. 그럼 어떻게 해야 돼요?”

“더 빨리 쳐야죠.”

신수지 아나운서가 똘똘하게 답했다.


“맞습니다. 그러면 정확성이 떨어져요. 변화구에도 잘 속고요. 구속이 빨라졌다는 건 대단한 거예요.”

“위원님, 시청자들이 쉽게 이해할 것 같아요.”


신수지 아나운서의 진행을 보니, 박지연 아나운서가 더 잘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 형, 무슨 생각해?

이 녀석은 알면서 묻는 건지, 몰라서 묻는 건지.

“나는 늘 그렇듯 아무 생각도 안 해.”


나는 스마트폰을 꺼냈다.

샤워하는 사이, 문자 메시지가 꽤 많이 도착했다.


「강아! 잘했다. 고맙다!」

└ 「고맙습니다. 아버지 덕분이에요.」

└ 「고맙긴. 내가 더 고맙지.」


아버지와의 문자 메시지는 늘 이렇다.

말주변 없는 아버지와, 그를 똑 닮은 아들.

어머니가 세상을 떠난 뒤 둘만 남겨졌지만, 우리는 아직 둘이서 잘 지내는 법을 잘 모른다.


내가 어려서부터 아버지는 매일 야구를 보셨다.

언젠가부터는 야구를 잘 안 보시는 것 같았다.


내 생각으로는 3년 전 인천 슈퍼스타즈의 에이스 김공현의 인터뷰를 본 다음인 것 같았다.

최단 기간 통산 100승을 달성한 김공현은 “튼튼한 몸을 물려주신 부모님께 감사하다”고 말했다.


효자 선수의 모범적인 인터뷰.

아버지는 그 말을 듣고 마음이 아팠던 것 같았다.


그날 밤, 아버지는 ‘미안하다’는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그 뒤로는 야구 얘기를 하지 않았다.


마침 그때 난 라이거즈 2군에서 헤매고 있었다.

아버지는 아들에게 허약한 몸을 물려줬다고 자책했다.


그건 아닌데.

부모님은 큰 키와 강한 근력을 주셨다.

다만 어깨와 팔꿈치가 조금 약했을 뿐이었다.

이식 수술을 받은 뒤로 내 피지컬은 누구에게도 지지 않을 것 같은데.


아무래도 안 되겠다.

문자 메시지를 보내야겠다.


「아버지가 건강한 몸을 물려주신 덕분이에요. 강한 의지도 함께요.」

└ 「고맙다······.」


힘없는 말줄임표도 나는 마음에 걸렸다.

왜 저렇게 기운이 없으신 건지.


새 문자 메시지가 도착했다.

「이 데이터 한 번 보세요.」

ING스포츠의 김선달 대표였다.

이 늦은 시간에도 일을 하고 있었다니.


그가 링크를 걸어준 사이트로 들어갔다.

오늘 내 피칭 데이터가 벌서 업데이트 돼 있었다.


내 릴리스 포인트는 평소보다 1인치 정도 높았다.

큰 차이는 아니지만, 의미 있는 변화였다.

스트라이드 폭은 1.5인치 정도 좁아졌다. 미터법으로 환산하면 4㎝였다.


-위이이잉.

전화기가 울렸다. 김선달 대표였다.


- 데이터 봤어요?

“지금 보고 있습니다. 보폭이 4㎝ 정도 줄었네요.”

- 그 정도면 어떻게 봐야 하나요?

“오늘은 폼을 크게 의식하지 않았거든요. 하체에 힘을 빼고 몸 전체의 밸런스에 신경 썼어요.”

- 난 전문가가 아니라서 잘 못 알아듣겠는데.

“나쁘지 않아요. 지금은 일시적인 변화에 가깝고, 10㎝, 20㎝ 줄였을 때가 진짜죠.”


김선달 대표는 역시 열정적이다.

밤늦도록 데이터를 보며 야구 공부 중이다.


- 통역한 친구 말로는, 스트라이드 줄이면서 변화구 구사도 좀 달라질 거라던데요?

“네. 팀 하우스 코치가 그렇게 얘기했어요. 오렐 허쉬 코치 말도 비슷했고.”

- 아무튼 축하합니다. 내일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에서 또 전화 오겠네. 허허.


김선달 대표는 기분 좋게 전화를 끊었다.

나도 웃으면서 통화를 했다.


한편으로는 불길했다.

뭐가 이렇게 잘 풀리나?

내가 언제 이런 적이 있었나?


- 위잉.

휴대폰이 짧게 몸부림쳤다.

모르는 번호로부터 문자 메시지가 왔다.

「박지연이에요. 오늘 완봉승 정말 축하해요. 우리 친구 한 거 맞죠?」


음, 이건 또 뭐지? 내 번호는 어찌 알았지?

이런 캐릭터가 아니라던데, 왜 이러는 거지?

이런 일이 익숙하지 않은데, 뭐라고 답해야 하나?


- 형, 그렇게 좋아?

이 녀석 때문에 난 혼자 웃지도 못한다.

“됐다 그래.”

난 이불을 뒤집어썼다.

헤실거리는 내 얼굴을 녀석에게 보여주기 싫었다.


***


다음날 아침, 난 몸을 부르르 떨며 일어났다.

베개에는 땀이 흥건히 젖어 있었다.


어떻게 잠이 든 걸까?

꿈을 꾼 것 같은데, 기억이 나지 않는다.

식은땀을 많이 흘린 걸 보니 악몽이었을 것이다.


나는 오른팔을 휘휘 돌려봤다.

피칭 다음날은 팔이 묵직하고 아픈 법이다.

오늘은 조금 더 그랬다.

날갯죽지 근육이 평소보다 더 당기는 기분이었다.


너무 무리했나?

아니면 폼이 달라져서 그런가?


안 된다. 쫄면 안 된다.

나는 바닥에 매트를 깔고 스트레칭을 시작했다.

하루 일과 중에 가장 중요한 훈련이다.


근육 피로를 풀고, 유연성을 강화하는 시간이다.

다른 선수들은 야구장에 가서 하지만, 난 혼자서 1시간 이상 집중해서 스트레칭을 한다.

가장 지루하고 재미없지만, 가장 중요한 과정이다.


쫄지 말자.

지난 주 검진에서도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밤에 잠을 잘못 잔 것일 수도 있다.


스트레칭을 끝내고 아침 먹을 준비를 했다.

세수를 하고, 옷을 갈아입은 뒤 휴대폰을 봤다.


“이런······.”

휴대폰 잠금장치를 풀자마자 박지연 아나운서의 문자 메시지가 보였다.

뭐라고 답장을 보낼까 고민하다가 잠든 것이다.

그래서 악몽을 꾼 걸까?


지금이라도 답장해야 한다.

박지연 아나운서여서가 아니라. 누구에게라도 그래야 한다.

몇 번 강조했지만, 난 경우가 바른 사람이니까.


그런데 뭐라고 답장을 보내지?

난 예의바른 사람이니까 존대를 해야겠지?


- 위잉.

휴대폰이 움찔했다.


「어제 피곤했을 텐데 너무 늦게 문자 보냈죠? 미안해요. ㅠㅠ 좋은 하루 보내세요~!」


박지연 아나운서였다.

아, 내가 먼저 답장했어야 하는데.

이렇게 나오면 내가 뭐라고 답해야 하나.


- 위이이이잉.

이번에는 전화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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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두 번째 기회(2) +3 20.10.15 1,229 2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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