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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님의 축복 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우주최강 슬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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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님의축복
작품등록일 :
2021.05.04 23:45
최근연재일 :
2021.10.04 23:30
연재수 :
50 회
조회수 :
31,712
추천수 :
170
글자수 :
263,554

작성
21.06.16 22:30
조회
1,240
추천
3
글자
11쪽

14. 총독의 취미생활

DUMMY

[ 추락한 우주선 / 통제실 ]


“소령님. 소령님. 정신 차리세요”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먼저 깨어난 무휼이 나지막이 시온을 불러본다. 무휼과 시온은 물론 버블과 슬라임도 결박된 상태다. 조금 떨어진 곳에 엘린이 의자에 묶여 있고, 캐리어만이 무언가를 작업하는 중이다. 펩시와 블랙캣, 젤리슈트도 보이질 않는다.


“버블 괜찮아?”


정신이 든 시온이 주위를 둘러본다. 슈트에서 빠져나온 슬라임은 몹시 불쾌한 표정. 걱정스런 건 계속 몸을 떨고 있는 버블이다.


“거봐요. 제가 수상하다고 했잖아요. 저 양반 뭔가 다른 꿍꿍이가 있다니까.”

“일단 조용히 해.”


상황파악이 안된 시온은 캐리어의 의중을 알기 전까지 잠든 척 할 모양이다. 캐리어의 카트와 통제실 장비들을 연결 중인 듯. 캐리어의 손동작에 통제실 이곳저곳이 켜졌다 꺼지길 반복하고 있다.


그렇게 한참 동안 작업을 진행한 캐리어가 자리에서 일어나 엘린을 묶고 있던 결박을 풀어낸다. 그리고 두 사람간의 대화가 이어지더니 다시 자리에 앉는 캐리어다.


통제실 전체의 조명이 꺼지고 엘린과 캐리어를 향해서만 강한 불빛이 비춰진다.


“새로운 제안이라고?”


깨어난 엘린의 첫 마디가 심상치 않다. 어딘가 모르게 전혀 다른 분위기다.


“뵙게 돼서 영광입니다. 총독폐하. 기회를 주신다면 지금보다 세배 이상 많은 황금과 공물을 약속드립니다!”


깨어난 엘린을 향해 황급히 머리를 조아리는 캐리어. 녀석은 지금 엘린과 접신 중인 킬리언의 총독을 대면 중이다.


“세배라? 야마모토가 날 속인 게로군!”

“네. 폐하. 야마모토 이사장의 영향력은 겨우 태양계 인근에 국한됐을 뿐입니다. 저에게 기회를 주신다면 다른 항성계의 지구인들도 기꺼이 폐하를 따를 것입니다.”


“조건이 있다면서?”

“허락해 주신다면 마그마우인들과 교역을 하고 싶습니다.”


“안 될 소리!!”

“어렵다는 건 알고 있습니다. 다만 저희는 심부름꾼. 공식적으로는 폐하의 상단으로 운영될 것입니다. 수익은 고스란히 폐하의 것, 저는 그저 작은 부스러기면 감사할 따름입니다.”


“조건은 나쁘지 않군. 하지만 자네한테 그만한 능력이 있는지는 의문이야?”

“기회만 주신다면 무능한 야마모토보다는 잘 해낼 자신이 있습니다. 재단에 협력하고 있는 항성계라고 해봤자 고작 20여개. 30년 전에 비해 10분의 1도 안 되는 규모입니다. 야마모토의 부패와 무능 때문에 독자노선을 걷는 항성계는 더 늘어날 전망입니다.”


“지구인들은 마스터코드로 함대를 지배한다지? 자네는 그 마스터코드를 가지고 있는가?”

“야마모토는 제 아버지를 배신하고 이사장에 오른 방계일 뿐 입니다. DNA인증에 실패해 그의 마스터코드는 전혀 제 기능을 못하고 있습니다. 제가 이사장이 된다면 모두 손쉽게 해결될 문제들입니다.”


“전 이사장의 아들이란 말이냐?”


총독의 표정이 일그러진다. 전임 이사장에 대한 불편한 기억 때문이다. 하지만 그보다 캐리어의 표정 변화가 더 섬뜩하다.


“하루에 12번도 더. 원망하고, 또 원망 했습니다. 처음에는 저도 막연히 그의 길을 따라야만 하는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무책임한 남편을 잊지 못해 무너져가는 어머니를 보며 깨달았습니다. 그리고 맹세했습니다. 저는 절대 사랑하는 사람을 남겨두고 떠나지 않겠노라고.......”

"..................."


“아니 왜? 도대체 왜? 우주에 널리고 널린 게 행성인데. 어떻게 소중한 아내와 자식을 두고 그런 무모한 짓을 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리고 다짐했습니다. 잘못된 것을 바로 잡겠노라고............"

“이제 와서 뭘......... 다시 한 번 전쟁이라도 하자는 소리냐?”


“아닙니다. 폐하. 저는 그저 그의 어리석은 행동으로 고통 받고 있는 지구인들을 위해서라도 아들인 제가 바로잡는 게 도리라 생각합니다. 애초에 지구인들의 끝없는 욕심 때문에 일어난 전쟁. 12번째 신족의 보호를 받고 있는 킬리언에 대항한다는 건. 신의 심판에 반기를 드는 것과 다를 바 없는 일입니다.”

“당연한 소릴 쓸데없이 하는구나........”


“위대하시고 너그러우신 총독폐하. 이제라도 제 아비의 잘못을 사죄하고, 반성하고, 뉘우치나니 바로잡을 수 있도록 기회를 부탁드립니다. 저 아둔하고 멍청한 야마모토를 대신해 지구인들이 위대한 킬리언 문명의 보호 아래 번성하고 또 보답할 수 있도록 앞장서겠습니다!”

“...................”


“총독폐하. 부디 제 아비의 잘못을 용서하시고 총독폐하의 업적을 빛낼 도구로 쓰이길 간청 드리나이다.”

“쯧쯧. 반성하는 모습은 기특하다만. 너희 지구인들의 간사함을 모르는 내가 아니다. 또한 나는 너희 지구인들을 통해 무언가 업적을 남기도 싶은 생각도 없다. 그저 이 지긋지긋한 변방의 삶을 하루빨리 끝내고 싶을 뿐.......”


“하오나 폐하.........”

“다만........ 무능한 야마모토를 지켜보는 일도 지겨우니 천천히 생각해보지. 계집의 감도가 너무 떨어져서 오늘은 그만........”


“잠시만 폐하. 드릴 선물이 있습니다.”

“선물?”


접신을 끝내려던 총독을 간신히 붙잡았다.


“그리시던 그림을 가지고 왔습니다.”

“그림?”


총독의 눈빛이 반짝인다. 묶여있는 버블을 향해 천천히 걸음을 옮기는 캐리어. 정신을 잃은 버블의 머리채를 잡은 채 얼굴에 단검을 들이댄다.


“폐하를 좀 더 이해하고 싶어 연습 중입니다만............ 전 아직.............”


천천히 버블의 얼굴에 닿은 칼날을 움직이자 선홍빛 피가 흐르기 시작한다. 하지만 여전히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버블. 그녀가 고개를 떨어뜨리자 바닥으로 굵은 핏방울이 흘러내린다. 여전히 온몸을 부르르 떨고 있는 버블이다.


“야~이 개자식아!!! 뭐 하는 짓이야!!!!”


무휼이 참지 못하고 소리친다. 온몸을 흔들며 결박 장치를 부술 기세다.


“저 것들은 또 뭐냐?”

“여기까지 오기 위해 필요했던 도구들입니다. 그리고 이 계집이 바로 준비한 선물입니다.”


시온의 머리채를 잡고 얼굴을 들어 보이는 캐리어. 그녀의 흉터 자국이 유난히 선명하다.


“개. 새. 끼”


시온은 몸서리쳐지는 과거의 잔상에 이성을 잃을 지경이다. 어릴 적 시온의 얼굴에 커다란 흉터를 남긴 이가 바로 엘린. 아니 총독이다. 반란군의 기습으로 중단된 총독의 광기어린 행동. 사령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굳이 시온을 고집했던 이유가 바로 총독의 관심을 이끌어내기 위함이었다.


편집증 적인 행태를 보여 온 총독의 잔혹한 취미. 접신이 가능한 이곳에서라면 결코 캐리어의 제안을 거절하지 못할 터였다. 미완성 그림으로 활보하고 있을 자신의 작품을 떠올릴 때면 뒷맛이 영 께름칙했을 총독이기 때문이다.


총독의 승인만 얻어낸다면 야마모토에게 빼앗긴 재단을 되찾는 일 따윈 식은 죽 먹기나 다름 없다. 캐리어의 얼굴에는 탐욕스런 기대감이 스멀스멀 피어나기 시작했다. 총독 역시 녀석의 표정 변화가 싫지만은 않은 듯 했다. 탐욕스런 자보다 다루기 쉬운 노예도 없을 테니 말이다.


“아~~~! 그 아이냐? 네가 제법이로구나!”

“감사합니다. 폐하~~ 여기 이걸로........”


총독에게 칼을 건네는 캐리어. 하지만 몸을 일으키지 못하고 주저앉는 총독이다.


“여기가 지구에 있는 함선이라고?”

“네 폐하.”


“계집의 감도가 떨어진 줄 알았더니 이곳 상태도 엉망이야. 나를 좀 일으켜보게........”


재빠르게 부축하는 캐리어. 시온에게 가려는 모양이다.


“아니 이쪽으로............ 감도가 영.........”


하지만 총독은 시온과 반대편으로 이동했다. 그리곤 기기 위에 손을 대고 무언가 읊조린다. 조명이 꺼졌다 켜지기를 반복하더니 통제실 전체가 환해졌다. 그사이 상태가 점점 심해진 버블. 점점 더 몸을 크게 떨기 시작한다.


“버블!!!!”


시온이 놀란 듯 결박을 풀어보려 안간힘이다.


“음. 이제 조금 감이 되살아나는 군............”


접신 상태를 점검하려는 듯 팔다리를 움직여보는 총독. 만족스런 표정이다. 접신에 필요한 통신장비를 재부팅한 모양이다. 그리곤 캐리어를 향해 환하게 웃으며 팔을 벌린다. 캐리어의 의도가 적중했다. 이제부터 총독은 캐리어의 뒷배가 되어줄 터다.


“자 새로운 이사장 이쪽으로 오게..........”

“폐하. 감사 합니다”


고개를 숙인 채 다가가는 캐리어. 결국 녀석이 원하는 걸 얻게 됐다. 그리고 그런 캐리어의 옆구리에 녀석이 쥐어준 단검을 꽂아 넣는 총독이다. 피를 쏟으며 쓰러지는 캐리어. 고통스런 듯 꿈틀거리는 녀석의 얼굴을 잘근잘근 짓밟는 엘린. 아니 총독이다.


“버러지 같은 지구인들. 어떻게 하나같이 배신하질 못해 안달인지.......... 나보고 이런 변방에서 얼마나 더 썩으란 말이냐?”


고통 속에 몸부림치던 녀석의 움직임이 어느 순간 멈췄다. 캐리어의 움직임이 사라지자 돌아서 시온을 바라보는 총독. 잔뜩 흥분한 모습이다.


“아~~~~~ 아~~~~~~~~ ”


상상만으로 벌써 쾌감에 다다른 모양이다.


“내가 얼마나 보고 싶었는지 알아?”


시온을 향해 천천히 걸음을 옮기는 총독. 웃음 띤 그녀의 얼굴은 악마 그 자체. 아름답고 성스러운 느낌까지 들던 그녀의 표정변화에 무휼은 온 몸에 소름이 돋는 기분이다.


그리고 결국 지리고 만다. 아름다운 엘린의 광기어린 눈빛보다 더 무서운 걸 보고 말아서다. 방금 전 쓰러진 캐리어가 좀비처럼 일어나 총독의 등에 전기 충격기를 꽂는다.


(찰칵)


시온의 결박이 풀렸다. 캐리어를 향해 돌진하는 그녀. 아무래도 녀석의 숨통을 끊어놓을 모양이다.


“시온 소령!!”


버블이다. 시온의 결박을 푼 건 바로 그녀. 하지만 버블도 완전히 다른 사람이다.


“사령관님?”


눈앞에서 멈춰 선 시온. 털썩 주저앉는 캐리어. 그도 지린 모양새다. 겨우 정신을 추스른 캐리어가 아무 일 없다는 듯 버블에게 향한다.


“성공하셨군요?”

“자네 말이 맞았네!”


“다행입니다. 피닉스는?”

“아직 이야. 곧 움직이겠지......... 이쪽은 걱정 말고 자네들이나 몸조심하게!”


“저희는 이미..........”

“친위대 대부분이 지구로 갔어. 쉽지 않을 거야. 겁이 많은 놈이라 같은 방식으론 맞붙지 않을 걸세. 통신채널을 열어 둘 테니. 연락하게..........”


“네 사령관님. 열심히 응원 하겠습니다.”


쓰러지는 버블을 부축하는 캐리어. 그를 죽일 듯 노려보는 시온과 무휼이다.


“도대체........... 이게 무슨............”

“이거 말인가? 집에 다들 하나쯤 있지 않나?”


캐리어가 손에 들린 단검을 누르자 칼날이 손잡이로 들어가며 빨간 핏물이 흘러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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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19. 산산조각 난 고백 21.07.12 878 3 12쪽
18 18. 자만이 부른 위험 21.07.05 988 3 13쪽
17 17. 또 다른 피닉스 21.06.28 1,118 4 12쪽
16 16. 빛보다 빠른 창, 그보다 빠른 눈 21.06.23 1,159 4 13쪽
15 15. 뉴-티클, 새로운 입자 21.06.22 1,175 3 12쪽
» 14. 총독의 취미생활 21.06.16 1,241 3 11쪽
13 13. 황금들판 위 탱탱볼 21.06.14 1,264 3 11쪽
12 12. 고장난 안드로이드 +2 21.06.09 1,342 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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