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프롤로그
여긴 어딜까. 촉촉한 물내음. 비릿한 박쥐똥내. 그리고 익숙한 살 냄새가 내 코를 찔러왔다. 학교 체육시간에도 맡아본 적 없는 이 역겨운 토쏠림은 필시 고블린의 냄새일지라. 나는 눈을 떴고 주위엔 고블린들로 이루어진 관경을 보고야 말았다.
!!!
놀라기도 전, 일단 나는 상황을 살펴야 했다. 어떻게 해서 내가 끌려오게 된 것인지. 그것보단 먼저 내가 왜 이들과 같은 침상에 누워있는 것인지가 문제였었다. 이렇게 손발이 자유로운 걸 보아하니 최소한 먹잇감은 아닐테고, 포로 삼을거면 누가 이렇게 자기들과 같은 막사 안에 가둬두겠는가.
그 생각은 나를 정신들게 만들었다. 어렴풋이 스쳐온 내 손과 두 시야를 통해 보여오는 기다란 코가 그것을 뒷받침했다. 일단 나는 코를 만졌다. 평소의 코와는 위화감이 들었다.
내 코가 원래 이렇게 높았었나?
그것은 사실이었다. 그러니 코를 매만지는 손이 코 끝으로 향하기까진 너무도 오랜 시간이 걸렸었다. 그러곤 내 팔을 바라봤다. 가느다랐다. 그리고 어둠 속에서 무얼 보겠느냐만은 칙칙한 청록색과 같은게 지금의 내 팔 색이었다.
나는 도망쳐나오듯 막사 안을 뛰쳐나왔다. 그러니 고블린들의 앙상한 다리에 내 발이 밟혀버려 소리 지르는 고블린들이 있었고 나는 그걸 무시한 채 계속해서 나아갔다.
헉.. 헉..
분명 속으로는 가쁜 숨을 내쉬려고 했으나 지금은 이상한 소리가 들렸다. 이것은 킥킥거리며 쪼개는 듯한 소리가 일그러트려지며 내 속 안을 해집었다. 그것은 튀어나오며
키르륵, 키르륵
비로소 내 현재 모습을 실감할 수 있었다.
동굴 안의 물을 통해 바라봤다. 이 고르지 못한 치열, 머리털 하나 없는 민둥산,
나는 고블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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