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섭풍 님의 서재입니다.

천역기환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퓨전

섭풍(囁風)
작품등록일 :
2022.08.27 02:00
최근연재일 :
2022.11.14 09:51
연재수 :
12 회
조회수 :
4,561
추천수 :
106
글자수 :
62,546

작성
22.10.14 2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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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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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글자
11쪽

제7화 대천각

DUMMY

"태사형!"


태사형이 고개를 돌리자 그 앞에는 예영이 서있었다.

그녀는 태사형의 집에서 멀지 않은 곳에 살고있는 여자아이로 어려서부터 친하게 지냈던 아이였다.


그녀는 본래 대열의 후미에 있었는데 언제죽을지 모르는 지금같은 상황에 태사형을 발견하게 되자 있는 힘을 다하여 그의 뒤에까지 따라붙었던 것이다.


"예영!"


태사형이 그녀의 이름을 부르자 예영은 눈물을 터뜨렸다.


"형아! 나는 너무나 무서워! 우린 이제 어쩜 좋아."


태사형은 그녀의 어깨를 두드리며 위로했다.


"걱정마! 내가 있잖아. 옛말에 호랑이에게 물려가도 정신만 바짝 차리면 살 수가 있다고 했어. 그런 이럴때일수록 냉정하게 상황을 판단해야해. 그러니 용기를 내고 더이상 울지마."


예영이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 그럴께."


한참 산을 오르자 드디어 제단이 나타났다.

신양진인은 잠시 아이들을 제단 앞에 세워둔 채 위로 올라가 무엇인가 주문을 외쳤다.

그러자 세찬 바람과 함께 먹구름이 몰려들었다.

그 광경이 너무나 기괴하여 아이들은 모두 겁에 질린 채 얼굴빛이 하얗게 변했다.


"전 죽기 싫어요."


그때 무리에 있던 아이들중 한 명이 소리를 지르며 도망치기 시작했다.

하나가 그러니 여기저기서 그를 따라 달아나는 아이들이 생겼다.


퍼억!


"으악!"


그러나 아이들은 십여장도 나가지 못한 채 갑작스래 온몸이 터져 피를 뿜고 말았다.

피보라와 함께 사지가 떨어져나가는 그 광경을 본 아이들은 경악한 나머지 울음조차 터트리지 못했다.


그때 태사형은 침착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었다.

예영은 놀란 나머지 손으로 얼굴을 가린 채 아무것도 보려하지 않았다.


"도대체 무슨 일이지? 도망치는 아이들을 해친 것은 이무기인가?"


한 사내아이가 말했다.

그러자 다른 아이가 반박했다.


"아냐, 아무것도 없었어. 만일 이무기였다면 어째서 모습이 보이지 않는거야?"


처음 말한 사내아이는 도준으로 진양에서는 유명한 무관인 천무관의 공자였다.

무공을 익혀서 그런지 다른 아이들과는 다르게 그 또한 매우 침착한 모습이었다.

그의 말에 반박한 것은 키가 작은 진경이라는 이름을 지닌 아이였는데 얼굴에 주근깨가 많고 매우 똑똑해보였다.


그때 태사형이 말했다.


"우리 주위를 잘 살펴봐."


"주위를 보라고?"


도준은 태사형의 말대로 주변을 살펴보더니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이럴수가...엷은 막이 우리를 가두고 있어. 설마 저 막으로 인해 아이들이 죽음을 당한거란 말이야? 혹 저것도 도사의 술법인가?"


태사형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마도."


그는 제단을 둘러 하얀색의 출렁이는 막이 있다는 것을 이미 깨닫고 있었다.


'사실 제물같은 것은 속임수일 뿐이고 아이들을 뒷탈없이 공급받으려는 것이 목적이었을테니 저 하얀막은 방금 도사가 주문을 외워 만들어낸 것이겠지. 우리들이 도망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말이야. 그렇다고는하나 너무나 잔인해!'


그때 신양진인의 외침이 들려왔다.


"분명히 보았느냐? 도망치려한다면 같은 꼴을 면치 못할 것이다. 그러니 의식이 끝날때까지 모두 얌전히 있는 것이 좋을게야. 말을 잘 듣는다면 나는 분명 나의 능력을 발휘하여 너희들이 살길을 만들어줄 것이다.'


"우리가 살 수 있단 말야?"

"신통한 도사께서 하시는 말씀이니 정말일거야."

"집으로 돌아가고 싶어."


여기저기서 터져나오는 소리에 신양진인이 다정한 목소리로 다시 아이들을 진정시켰다.


"내 분명히 약속하마. 나의 말을 따르는 자는 분명 이무기의 탐욕을 피해 목숨을 건질 수 있을 것이다."


그제야 아이들이 희망가득한 표정으로 잠잠해졌다.

태사형은 이미 그가 어떤 이유를 대서라도 아이들을 이곳에서 빼돌릴 것을 알고 있었으므로 별다른 표정변화가 없었다.


다만 앞으로 대천각이라는 곳에서의 생활이 어떠할지, 그리고 대체 자신이 그곳에서 살아나올 수 있도록 은신형이 어떤 도움을 줄지에 대해서만 집중하고 있었다.

그러던중 시선을 돌려 다른 아이들을 돌아본 그의 심경에 변화가 생겼다.


'저 아이들은 나와 같은 마을에 살던 애들이야. 그런데 약으로 만들어진다니... 그건 정말이지 너무나 끔찍한 일 아니겠어? 나는 저들이 그런 비참한 일을 겪게 놓아두고 싶지가 않다. 무슨 일이 있더라도 반드시 그들을 구해낼거야.'


신양진인은 아이들이 진정되자 다시 몸을 돌려 무엇인가 알 수없는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도준이 태사형과 예영의 곁으로 바짝 다가왔다.

그가 움직이자 진경 또한 그를 따라왔다.


"내 이름은 도준이라고 해. 가만보니 너는 이런 상황에서도 아무런 두려움을 느끼지 않는 것 같구나?"


"지금 같은 때에 두려움따윌 가져봐야 오히려 방해만 될 뿐이니까. 반갑다. 나는 태사형! 그리고 이쪽은 예영이라고 해."


도준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좋아! 너는 다른 아이들과는 다르게 배포가 있군. 마음에 들어."


그러고는 진경을 보며 물었다.


"너는 이름이 뭐지?"


"진경!."


"진경? 혹시 진양의 수재라 일컬어지던 진경이 바로 너란 말야?"


"흐흠. 뭐 과분한 소문이지만, 내가 맞아."


도준이 말했다.


"음. 지금 이곳에 수재와 대단한 배짱을 지닌 장부가 모여있었단 말이지?"


진경이 말했다.


"물론 진양 최고의 소년고수가 있단 말도 넣어야지."


"최고의 고수는 무슨! 그저 아버지께 몇가지 초식을 배운 정도 가지고. 어쨌든 좋아! 이 정도면 못할 것이 무엇이겠어? 나는 이곳에서 이렇게 죽을 생각이 없어. 너희들은 어때?"


도준의 물음에 진경이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답했다.


"그건 물론 나도 마찬가지야. 하지만 어쩌려고?"


태사형이 고개를 저으며 그들에게 말했다.


"지금은 어떤 수도 쓰지 않고 조용히 있는 것이 상책이야."


"어째서지? 너는 그냥 이대로 저 도사놈에게 목숨을 바칠 셈이야?"


"아니, 우리들은 죽지 않아. 저 도사는 우리들을 데리고 남몰래 그의 근거지로 갈 생각이니까. 살 방도를 도모해야한다면 지금이 아니라 바로 그곳에서야."


도준이 의심의 눈빛으로 물었다.


"너! 뭔가 알고 있는거지? 솔직히 말해봐."


태사형은 부인하지 않았다.


"물론. 하지만 지금 그 이상은 말해줄 수 없어."


도준이 진경에게 물었다.


"너는 이 녀석의 말을 믿어? 만약 이 말이 허무맹랑한 거짓이라면 우린 마지막으로 살 수 있는 기회를 놓치게 되는거야."


태사형이 말했다.


"설령 지금 나선다해도 우리를 지키고 있는 저 시체같은 자들은 어찌할 것이고 결정적으로 온몸을 산산조각내는 저 불길한 막은 어떻게 해결할건데? 중원의 일류고수가 온다해도 지금은 방법이 없어. 그런데 어린아이 셋이 무엇을 어쩌려고?"


진경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나도 같은 생각이야. 태사형이 뭔가 알고 있는 것 같으니 일단 그의 말을 따르는 편이 낫다고 생각해."


도준이 주변을 살펴본 후 말했다.


"흥! 좋아. 모두들 그렇게 말하니 이번에는 따르도록 하지. 이것이 잘못된 선택이 아니길 바랄 수 밖에..."


잠시후 도사가 주문 외우는 것을 멈추고 제단 위에 있던 호리병을 들어올렸다.

그것의 마개를 열자 안에서는 노란색의 연무와도 같은 것이 퍼져나왔다.


"저게 뭐지?"


모두가 웅성거렸으나 노란 연기는 어느새 그들을 감싸버렸다.

태사형을 비롯한 모두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정신을 잃게 되었다.


***


얼마나 많은 시간이 지났을까?

태사형은 자신의 품 속에서 무엇인가 부르르 떨리는 진동에 의해 정신을 차리고 말았다.

그가 누워있던 곳은 향내가 물씬 풍기는 거대한 전각의 대청이었다.

주변을 보니 자신과 함께 제물이 된 아이들이 누워있지 않은가!


그곳에 당연히 예영과 도준, 그리고 진경도 있었다.

태사형이 돌아보니 전문은 모두 열려있었는데 그 밖으로는 제단에서 보았던 엷고 하얀 막이 하늘거리고 있었다.

분명 신양진인이 아이들이 도망가지 못하도록 쳐놓은 것일 것이다.


"이곳이 대천각? 어느새 이곳으로 오게된거지?"


다시 품속의 은신형이 부르르 떨렸다.

태사형은 그것을 꺼내들었다.


그랬더니 신기하게도 인형의 얼굴에 그려진 작은 입이 오물거리며 말을 시작했다.


"이제야 나를 꺼내었군."


"할아버지?"


"나는 은신형! 진양진인의 의식이 깃들어 있긴 하지만 그와 나는 완벽히 같지 않아."


"좋아! 그건 아무래도 상관이 없으니. 너에게 물어볼 것이 있어."


"기기기긱! 말해봐. 이곳에서 나는 너를 도울 것이니까."


"이제 우린 어떻게 되는거지?"


"그건 기긱 나도 몰라. 나 또한 너와 마찬가지로 이곳에 온것이 처음이니까."


"그럼 질문을 바꾸지."


"기기긱. 말해봐."


"이곳을 빠져나가려면 어찌해야해?"


"기기긱. 우습군. 감히 은사막(隱絲幕)을 통과할 생각을 하다니. 네가 그 막에 닿는 순간 온몸이 천갈래만갈래 갈라지고 말걸?"


태사형은 어이가 없어 속으로 생각했다.


'진양진인은 뭐 이런걸 주신거지?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잖아?'


은신형은 작고 귀여운 눈을 흘기며 말했다.


"너! 지금 속으로 기기긱 나를 욕하고 있었지?"


'젠장! 멍청하면서도 눈치 하나는 더럽게 빠르네. 어쨌건 이놈을 구슬려야 뭔가 답이라도 나오겠지.'


태사형이 안색을 부드럽게 바꾸며 말했다.


"그럴리가. 넌 이곳에서 내가 유일하게 의지할 수 있는 존재인데..."


"후후후. 나를 기기긱, 나를 속일 생각은 하지마."


"좋아! 네가 지금 나에게 한 답변중에 쓸모있는 것이 하나도 없다는 것만큼은 사실이잖아. 그러니 뭔가 그럴듯한 대답을 해보라고."


"기기긱. 은신형은 거짓을 말하지 못하지."


태사형이 속으로 생각했다.


'웃기고있네. 거짓말을 못하다니 자기가 무슨 선비라도 된단말이야?'


그러나 그때 갑자기 은신형이 특유의 기기긱 소리를 내며 몸을 떨었다.


"누가 온다. 누가 와!"


그러더니 모든 움직임을 멈추고 다시 차디찬 인형의 모습으로 돌아갔다.


태사형은 급히 은신형을 품속에 집어넣은 채 바닥에 다시 드러누워 기절한 체 하였다.


잠시후 은막이 출렁이더니 두개의 그림자가 안으로 들어왔다.

그들은 처음보는 자들이었는데 거만한 표정으로 쓰러져있는 아이들을 돌아보더니 한명이 입을 열었다.


"넷째야."


"네! 삼사형!"


"분명 기척이 들렸는데 깨어있는 놈이 아무도 없구나."


"아주 순간적이었잖습니까? 아무래도 우리가 잘못 안 것이겠죠."


"그렇겠지? 고작 어린 인간 주제에 기척을 숨기는 것이 가능할리는 없을테니까."


넷째라 불리운 자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그러나 다시 또 인신재료가 들어왔으니 언제 이들을 가르치고 비약에 절인답니까?"


"후후후. 그래도 사부님께서 시키신 일이니 해야할 밖에..."


"매부자를 달이는 일도 이젠 신물이 납니다. 그 냄새가 어찌나 역하고 약효가 센지 법력이 줄어드는 느낌이라니까요."


"매부자는 단전을 비워 백지의 상태로 만드는 약물이니 그럴 수 밖에..."


"대체 약의 제련은 언제나 성공하게 될까요? 이러다가는 약만 달이다가 단계상승도 못하게 생겼습니다."


"글쎄...그것을 우리가 어찌 알겠느냐. 그저 묵묵히 사부님을 따를 수 밖에..."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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