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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데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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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데니
작품등록일 :
2022.03.27 04:10
최근연재일 :
2024.04.24 00:53
연재수 :
79 회
조회수 :
18,921
추천수 :
220
글자수 :
441,811

작성
24.03.02 23:55
조회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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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71장

DUMMY

검은 산



누군가의 마지막을 들여다보는 것은 비통한 일이다.




책에 적혀있던 글자들이 하나씩 떠올랐다.


그리고 글자들은 풀려나며 갈겨쓴 글자들이 날카로운 글자체로 바뀌어졌다.


수려한 글자들이 반짝이며 공중에서 일렬로 나열되었다.


신비로운 현상이긴 하였으나 그 글자의 뜻까지 내가 알 도리가 없었다.


문자를 모른다는 불편함을 체감하게 되는 순간이었다.




어지럽게 떠오른 글자들이 내 시선을 따라 움직였지만 나는 그 어떤 글자도 읽어낼 수가 없다,


날파리처럼 눈앞으로 어지럽게 움직이는 글자들을, 손을 뻗어 흐트러뜨렸다


물에 물감이 서서히 퍼져 나가듯이 손끝의 움직임에 서서히 공중에서 깨져가며 흐트러졌다.


흐트러진 글자들은 한 획 한 획 깨져나가며 부서졌다.


하지만 사라지지 않았다.




퍼즐처럼 어지럽게 공중에 뿌려지며 흩어졌다.


마치 말해주고 싶은 것이 있다는 의지를 가진 것 같았다.


글자들은 서로 이어지며 그림을 만들어냈다.


그것은 한편의 짧은 동화와 같았다.




글자들은 떠올라 한 인물을 묘사해 냈다.


자신이 누구인지 말해주는 것 같았다.


작은 소년이 자라나며 수염을 가진 사내가 될 때까지, 많은 장면이 순식간에 지나갔다.


짧은 장면들이 이어지며 책을 보며 꿈을 꾸는 어느 누군가의 인생을 비추었다.


그러다가 글자들은 흩어져 어떤 장면을 비추었다.


스쳐 지나가는 장면으로 정사각형의 모양과 그중 한곳이 검게 칠해졌다,




다음 장면은 산과 강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글자들은 뭉쳐서 마을과 평화로운 땅을 보여주었다.


구름이었던 글자들은 스스로 부서져 검은 비가 되어 마을을 그려낸 글자들의 여백을 채워나갔다.


그렇게 마을과 땅은 검게 칠해졌다.


그러자 그 땅에 세워진 길쭉한 글자들이 쓰러지며 쌓여갔다.




장면이 바뀌었다.


의자에 앉은 커다란 눈이 나타났다.


그 눈은 의자에 앉아 허리를 숙인 글자에게 손짓하였다.




빛나는 글자 하나가 다른 글자들과 그 검은 곳에 도착했다,


우리가 이곳에 도착한 것과 같이,



하지만 주위 동료 글자들은 하나하나 쓰러졌다.


글자들이 엉클어지고 검게 덧칠이 되어가는 중에 한 글자가 마지막까지 살아남았다.


여태 장면을 보여주었던 글자들이 부서지며 무너졌다.


글자들이 무너져 검은 땅바닥으로 떨어질 때 마지막까지 빛나던 한 글자는 내 손 위로 날아왔다.


그러자 내 귀에는 낯선 이의 목소리가 울리듯 들렸다.






<<나는 제국의 충실한 신하, 황제의 명으로 이곳에 왔다.


금제를 풀 수 있는 자는 그분의 혈족뿐,


금제에 묶인 제 마지막을 이제야 남겨드립니다.


이곳은 죽음이 내리는 땅.


어둠이 늘 뒤덮은 곳,


마지막 순간까지 빛이 그리웠습니다.


서쪽으로 더 이상 발걸음을 옮기지 마소서,


그곳은 어둠뿐이 가득하니. >>





경고와 당부의 말을 끝으로 글자들은 사라졌다.


그리고 오래된 책도 바스러지며 가루가 되었다.


질긴 겉표지만 남았다.




묘한 일에 나는 얀을 보았다.


“얀? 계속 가는 거야?”



내가 얀에게 말을 걸었지만 얀은 여전히 한 쪽 방향을 가리키며 단호하게 말했다.


“간다. 곧 다 왔다.”




나도 이젠 얀이 무엇을 목표로 이곳에 왔는지 알았다,




그 산이다.


아까 그 장면을 볼 때 특이한 모양의 산을 보였는데 얀의 눈이 커지며 놀라는 기색이 역력했다.



나는 찜찜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하지만 내심 궁금하기도 했다.


얀을 저토록 궁금하게 하는 게 무엇이길래,


나도 이 여정의 끝이 궁금해졌다.




잡동사니들은 한곳에 묻어주었다.


이유야 어떠하든, 누군가의 마지막은 그리해야 하기에,




며칠을 더 걸어가자, 우리를 가로막는 강을 마주했다.



강의 너비는 어림잡아 10m도 넘어 보였다,


강은 흐르지 않았다.


아니, 흐르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질척이는 검은 늪과 같았다.


하지만 저 너머에 얀이 원하는 것이 있다는 것은 분명했다.



강 건너편에 산맥이 보였기 때문이다.




얀은 격양되어 보였다,


하지만 나에게는 그 정도의 감동은 없었다.





나는 강을 건너고 싶지 않았다.


강에 손이 닿는 순간 앞으로 벌어질 일이 두려웠다.


바닥이 보이지 않는 검은 강.


질척거리며 독한 가스를 토해내는 강을 보고, 저곳에 몸을 담그는 순간 앞으로 겪을 일이 두려웠다.




좌우를 둘러보아도 나무 한 그루 하나 보이지 않았다.



발 디딜 곳도 깊이도 알 수 없는 저 강을 어떻게 건너야 하는가 고민하고 있었다.





하지만 얀이 먼저 강에 뛰어들었다.


무작정 강에 먼저 뛰어든 얀은 온몸에 검은 진흙이 묻어도 앞으로 나아가려고 했다.


내가 그의 옷자락을 움켜쥐었지만, 깊은 강 속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계속 깊은 곳으로 향했다.


나도 덩달아 얀의 옷을 붙잡고 끌려가듯 강으로 끌려들었다.




우리가 강의 중간지점에 이르렀을 때였다.


강바닥에서 거품과 함께 날카로운 것들이 솟아났다.



그건 사람들의 손이었다.


뼈만 남은 사람들의 손이 부글거리는 거품들과 떠오르기 시작했다.


강에서 손이 뻗어 나왔다.



검은 강에서 솟아난 손들은 얀과 나를 잡아끌며 그 밑으로 잡아 끌었다.




하지만, 얀은 의식이 없어 보였다.


흡사 무언가에 취한 듯처럼 보였다.


강에서 솟아오른 지독한 가스를 많이 마신 것 같았다.


나도 심한 두통을 느끼면서도 얀을 잡아당겼다.




그 뼈들은 얀과 나를 잡아 끌며 강바닥으로 끌고 갔다.



내 목걸이에서 빛이 솟아나며 주위를 비추었다.




나는 그 빛을 수정 밖으로 꺼내려고 했다.


하지만 내 의지와 다르게 미동도 하지 않았다.


거부한다거나 반발하는 느낌이 들었다.


수정 안에서 일렁이는 빛을 낼 뿐이었다.




결국 목걸이의 끈을 손에 쥐고 사방으로 휘둘렀다.


수정은 생각보다 단단했다.


부딪힌 뼈들은 부서지며 가루가 되어 흩어졌다.




손들은 부러지면서도 빛을 향한 갈망을 멈추지 않았다.


뼈들이 얽기 설기 겹치며 자그마한 수정으로 모여들었다.


강에서 부글거리는 거품들과 함께 뼈들이 떠올랐다.


강을 가득 채우며 수면을 뒤덮었다,




목걸이의 끈이 강하게 당겨졌다.


뼈들이 빛나는 수정을 감싸며 솟아났다.


뼈로 만들어진 탑이 늪에 세워졌다.


빛나는 수정을 가두고 있는 탑을 만들었다.





그것은 뼈로 세워진 기둥이었다.


꼭대기의 수정부위를 감싼 손뼈들이 수정을 뒤덮었다.


뒤덮은 손뼈 사이로 빛들이 새어 나왔다.




나는 뼈로 만들어진 그 기둥에 매달려있었다.


한 손에는 목걸이의 끈을 휘감고 말이다.


뼈들이 솟아나며 한쪽 팔이 같이 딸려 가 버렸다.





얼마나 강하게 수정을 뒤덮고 있는지 여러 겹의 손들이 수정을 뒤덮고 있었다.


힘으로 그 뼈들을 뜯어내 보려고 하여도 뼈끼리 붙어서 꿈적도 하지 않았다.


손에 감긴 끈을 당겨보아도 뼈로 만들어진 감옥에서 수정을 빼지 못했다.




그때 내 기억을 스쳐 지나가는 말이 떠올랐다.


마지막 까지 빛을 그리워했다고,



‘이들도, 어둠 속에서 빛을 그리워한 이들이구나.’


두려운 마음에 앞서 안타깝다는 마음이 들었다.




나는 주머니를 뒤졌다.


허리춤에서는 부싯돌이 나왔다.


그동안 서툴던 실력에서 많이 발전했다.


이젠 불을 그럭저럭 피운다.


하지만 어디에다가 불을 피워야 할지 감이 오지 않았다.




그대 내 눈에 들어온 것은 우습게도 얀의 수염이었다.


풀 한 포기 나무 한 그루 없는 이곳에서 불씨를 피울만한 것으로 눈에 들어온 것이다.




나는 얀의 수염을 덥석 잡아당겼다.


유난히 그때의 당황하던 얀의 표정을 생각하면 지금도 웃음이 지어지곤 한다.


아무튼 무척이나 당황했던 얀의 얼굴에도 나는 그 수염을 잡아당겼다.




내가 미안한 표정으로 얀에게 말을 걸었다.


“얀 불!!”


부싯돌을 보이면서 그리 이야기 하자, 얀은 수염을 칼로 잘라주었다.


하지만 그 양이 너무 적어 내가 다시 얀을 보자 마지못하다는 표정으로 수염을 마저 잘라주었다.


한 움큼으로 모인 수염을 뭉쳐놓고 부싯돌을 두드렸다.


그러자 불이 잘 붙었다.


불이 붙은 수염 뭉치를 들고 그 뼈 기둥의 꼭대기에 가져갔다.



“불을 가져왔으니 내 것을 돌려줘.”




강에서 뼈들이 손을 뻗어 움켜쥐는 이 현상이 이들의 의지라면,


그러한 의지를 가졌다면 내 말의 뜻 정도는 알아차릴 것으로 생각했다.


그 와중에 얀의 수염을 뭉친 털 뭉치는 불이 서서히 타오르며 손이 뜨겁게 달구었다.




“이거 줄게, 그러니까 빛을 돌려줘요,”


손이 뜨거운 나는 이 불을 놓칠까 봐 다급하게 말했다.



불공을 손뼈가 있는 곳에 가져다 대었다.


그러자 손이 서서히 펴지기 시작했다.


서로 겹치며 수정을 감싸던 손들이 꽃처럼 피어났다.




나는 잽싸게 수정을 잡아당겨 내 손에 쥐고 불씨를 그 속으로 던졌다.


그러자 화르르! 퍽 하는 소리와 푸른 불이 크게 타올랐다.



순간 불꽃이 사람 얼굴처럼 변하더니 흩어졌다.


그와 동시에 발밑 바닥에서 꾸르륵, 뽀글뽀글 하는 거품이 올라오는 소리가 들려왔다.




한번 불이 붙자 뼈로 이루어진 탑의 불은 꺼지지 않았다,


뼈로 만들어진 기둥을 타고 가스가 올라왔다.




불은 가스를 태우며 꺼지지 않았다.


그렇게 그 기둥은 이 어두운 곳을 비추는 등대가 되었다.


마지막까지 빛을 그리워하던 이들의 탄식을 태우며,




강을 덮은 뼈들을 밟으며 우리는 강을 건널 수 있었다.


강에는 얼마나 많은 시신이 있었던 것인가?




얀은 그동안 하지 않던 기도를 강을 향해 했다.


나도 찹찹한 기분에, 그 옆에서 복잡한 마음을 내려놓았다.




그 후 우리는 산에 올랐다.


산은 검은 먼지가 두껍게 쌓여있었다.


그것들이 서로 엉겨 붙어 단단하게 굳었다.




산에 풀 한 포기 작은 짐승 하나 없었다.


그저 산을 오를수록 보게 되는 것은 검은 돌들과 바위들이었다.


얀은 이곳에서 무언가를 찾는 듯 두리번거리며 산을 올랐다.



마지막에 가서는 기다시피 산을 올랐다.



절벽같이 가파른 구간을 기어 올라갔다.




산을 오르며 머릿속은 생각으로 가득해졌다.


날카롭게 솟아오른 산봉우리에는 무엇이 있는지 궁금했다,



얀이 이곳에서 찾고자 하는 게 무엇인지,

왜 날 이곳까지 데리고 온 건지,


나는 또 왜 얀을 따라 이곳까지 왔는지,


답을 알 수 없는 물음들이 내 머릿속에 가득 찼다.




산을 오르다 숨도 돌릴 겸 뒤돌아보았다.



산 아래를 둘러보자 산 아래가 보이지 않았다.


검은 운무가 바람을 따라 검은 파도가 되어 산들을 굽이치고 있었다.




짙은 안개가 눈 앞을 가렸지만, 험한 산을 끝까지 올랐다.


겨우 꼭대기 산에 도착하자 별다른 것은 보이지 않았다.


나는 그곳에 무슨 보물이라도 있는 건 아닐까 생각했었다.



하지만 얀에게는 남다른 의미가 있나 보다,


얀은 그곳에서 짐 속의 검은 상자를 내려다 놓았다.


그러며 그곳에서 기도를 하기 시작했다.




이전에 보지 못한 절실함과 간곡하게 진지한 표정으로,


또한 경건해져 보이는 그 모습에 나는 옆에서 조용히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결국 이 산에 기도하러 왔나?’


이렇게 생각하며 얀의 곁을 지켰다.



반나절 가까이 얀의 옆에서 기다렸다.




산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산을 감싸던 검은 안개들이 서서히 모여들더니 한곳으로 모여들기 시작했다.


소용돌이가 되어 한곳으로 모이기 시작했다.


검은 소용돌이는 검은 바람을 일으키며 얀과 그 상자를 감았다.




그리고 얀과 상자를 주위로는 자욱한 연기를 펼쳤다.




바람이 잠잠해지고 그 상자 위에 누군가 서있었다.



작은 소년 하나가 그 상자를 딛고 서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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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 73장 24.03.11 24 0 12쪽
73 72장 24.03.07 20 0 11쪽
» 71장 24.03.02 23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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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 54장 23.05.28 51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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