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리데니

로또 당첨자는 귀환중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판타지

리데니
작품등록일 :
2022.03.27 04:10
최근연재일 :
2024.04.24 00:53
연재수 :
79 회
조회수 :
18,922
추천수 :
220
글자수 :
441,811

작성
24.02.22 23:55
조회
26
추천
0
글자
12쪽

68장

DUMMY

믿음



최후의 순간 살고자 하는 의지는 무엇보다 강할 것이다.


이전에 그러하듯 나는 지금도 살고자 했다.


어두워지는 시아에서 빛나는 곳을 향해서 손을 뻗었다.




빛이 갈라지며 그중 한줄기가 나에게 쏟아졌다.


빛은 내 몸을 통과해서 온몸을 헤집는듯했다.


주위가 빛으로 가득 채워졌다.


나는 별이 되어 땅으로 떨어졌다.




추락하는 그 찰나의 순간 뒤섞이는 기억 속에 그동안 잊었던 얼굴이 튀어나오듯 떠올랐다.


내 동생,


살아야 하는 이유가 있다면, 나는 돌아갈 곳이 있는 사람 이였다.


‘이곳에 죽을 운명이 아니라고,’


이미 운명이 정해졌더라도 그 운명 내가 꺾어버리겠다고 결심했다.




빛은 나에게 흘러들어와 얀과 나를 감았다.


빛나는 구체가 되어 얀과 나는 천천히 땅에 내려앉았다.


내가 욕지거리를 하며 외침을 한 것에 비해 부드러운 착지였다.




한동안 얀과 나는 그 들판에 떨어진 상태로 누워서 한동안 움직이지 못했다.


떨어질 때의 그 격한 감정, 뒤섞인 생각에 좀처럼 진정이 되지 않았다.



잠시 후 얀이 먼저 들썩이며 우리를 연결하는 밧줄을 끊어냈다.


그리고 나를 일으켜 세워주었다.


얀은 늘 그랬다.


이따금 너무 나를 조심스럽게 돌본다는 느낌을 받는다.



누군가의 보호를 받는다는 게 어색한 나는 마음이 말랑말랑 해지곤 했다.




나는 내손에 들어온 빛들을 보았다.


주위를 맴도는 작은 빛 알갱이들이 떠다녔다,


나는 두 손을 모아 모아보려 했다.


손안으로 빛들이 모여들며 모양을 이루었다.




이전에 보았던 형태가 아니었다.


그때는 둥근 구체의 모습 이였다면 지금은 마치 살아있다는 듯 고정되지 않는 모습이었다.


일렁이며 계속 움직였다.


마치 파도치는 물결과도 같은 모습이었다.


빛의 입자들이 이리 저리 흩어졌다 모여지며 손을 스쳐지나갔다.



원이 되었다가 타원이 되었다가 사각의 모형이 되었다.


계속 모습을 변하는 것을 수정목걸이로 되돌렸다.



손안에 들어있던 빛나던 물체는 입자가 되어 모래알이 손으로 빠져나가듯 스르르 목걸이로 흘러들어갔다.


그리고 영지의 성벽 안이 소란스러워 졌다.



북적대는 사람들의 움직임이 성벽을 넘고 새벽 공기를 움직였다.



빛의 구가 떠있던 곳에서 반짝이는 가루들이 쏟아지듯 영지로 떨어지고 있었다.


영지 안이 소란스러워 질만했다.


성벽 밖에서 바라보니 밤하늘의 별들이 별가루를 뿌려주는 듯 했다.


그 장면이 사뭇 아름다워 그 빛이 영지에 모두 떨어질 때까지 한동안 바라보았다.


얀이 어깨를 잡고 끌지 않았으면 한동안 여운에 발걸음을 떼지 못했을 것이다.




성벽 밖은 불씨가 여전히 남아있었다.


멀리 언덕 끝에서는 붉은 불씨가 이리저리 바람을 타고 날리는 것이 보였다.


얀이 이끄는 대로 검게 탄 들판을 걸어 우린 계속 걸었다.


그 끝에 무엇이 있는지 모르고 나는 얀을 믿었기에 그렇게 걸었다.







얀과 지크가 성벽을 떠나고 성안은 한동안 소란스러웠다.


하늘에 떠있던 빛이 한순간에 사라졌기 때문이다.




한순간 대낮처럼 밝아졌다.


밝아진 밤에 쉽사리 잠들지 못한 이들이 놀라서 밖으로 튀어나왔다.


하늘에는 빛이 이리저리 여러 갈레로 뻗어가는 것을 보았다.




빛이 다 뻗어 나가고 나서 땅으로 무언가 떨어지기 시작했다.


빛나는 가루들이 하늘에서 떨어지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하늘의 별들이 가루를 뿌린다고 생각했다.


빛나는 가루들은 비처럼 하늘에서 내려왔다.


땅으로 떨어진 가루들은 서서히 흩어지며 사라졌다.




사람들은 단순이 빛이 사라진 것에 안심하며 어두운 하늘을 반겼다.



하늘의 빛이 갈라질 때 그중 한줄기는 남문의 한 천막으로 쏘아졌다.


음유시인들과 함께 지내고 있는 리온에게 떨어졌다.


파비오는 옆에서 누워있던 리온이 몸을 일으키더니 중얼거리는 소리에 덩달아 일어났다.




리온은 그대로 일어나 천막 밖으로 나갔다.


하늘에서 떨어지는 빛나는 조각 하나가 리온에게 날아들었다.



리온은 두 손에 쥐고 있던 성물을 손을 펴보였다.


낡고 부식된 금속조각에 빛이 반사되었다.



빛나는 조각은 흡사 호기심을 가진 어떤 동물과도 같이 그 금속조각 주위를 기웃거리며 리온 주위를 날아다녔다.



리온은 놀라운 기색도 없이 침착해보였다.


성물을 쥔 두 손을 모아 기도를 할 뿐이었다.




리온의 손안으로 빛이 스며들었다.


리온의 손안에서 밝은 빛이 순간 비추어졌다.


강한 빛에 리온의 뼈가 비추어 보일정도였다.




리온의 손등 가운데가 빛나더니 터져 나오듯 빛이 손등으로 쏟아져 나왔다.


그리고 리온의 손등에서는 피가 빛과 함께 흘렀다.




피가 나는 와중에도 리온은 기도를 멈추지 않았다.


손을 빠져나간 빛은 리온 주위를 돌며 원을 이루더니 서서히 느려지고 여러 덩어리로 나뉘어졌다.


그리고 공중에 빛나는 모양을 띄며 떠올랐다.




옆에서 그걸 지켜보던 파비오는 놀라서 멍하니 그걸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떠오른 문양들을 알아보았다.


그건 수도원장의 책에 남아있는 다른 신들의 문양이였다.


심지어 책에 적혀지지 않은 문양도 있었다.




파비오는 그 문양을 유심이 살폈다.


셀 수 없는 수많은 문양들이 주위로 스쳐지나갔다.


그러더니 다시 리온의 손으로 빨려가듯 모아졌다.




으드득!!


리온은 고통스럽게 부들부들 떨며 이를 부딪쳤다.


터져 나오는 고통을 삼키며 리온은 다시 기도문을 읊었다.




문양이 하나하나 리온의 손등위에 겹쳐지며 사라졌다.


그때마다 리온의 손등에서는 피가 계속해서 흘렀다.


흡사 온몸의 모든 피를 쏟아낼 듯 손등에서 피가 쏟아졌다.




모든 문양이 사라지고도 리온은 눈을 감은 채 기도를 읊다가 두발로 버티지 못하고 쓰러지듯 주저앉았다.


파비오는 달려가 리온을 살폈다.




리온의 손등에는 피가 두텁게 층을 이루었다.


파비오가 리온을 천막으로 데려가 손등을 조심스레 닦아냈다.


손등에는 금색으로 그려진 알아보기 힘든 그림이 그려졌다.




어느 여인의 그림자로 보이는 얼룩이 리온의 피부 안에 박혀있었다.


파비오가 리온의 손등을 닦아내며 유심이 관찰하였다.


떠오른 신들의 상징들이 모두 겹쳐져 얼기설기 그러져 있었다.


겹치는 선들이 교묘하게 어느 여인의 형태를 만들어냈다.




리온의 양손 모두 그러했다.


파비오가 혹시나 싶어 리온의 손등을 닦으며 문지르자 흡사 금속과 같은 딱딱한 것이 피부 안에 만져졌다.


계속 해서 파비오가 손등을 잡고 고심하자 리온이 파비오 에게 말을 걸었다.




“형제님.”


“리온?? 정신이 드는 게냐?”


“예, 너무 긴 꿈을 꾼 것 같습니다.”


“무슨 꿈을 꾸엇길래, 아주 긴 꿈을 꾼 모양이구나,”


“세상이 갈라지는 것을 보았습니다.”


“도대체 그게 무슨 말이야,”


“온 곳에 비통하며 울부짖는 자들이 보였습니다.”



차분해 보이는 로안의 말에 파비오는 로안의 손등을 두드리며 말했다.


그것은 로안을 진정시키기보다는 스스로를 위한 것이었다.


파비오는 떨리는 손을 부여잡고 말을 이어갔다.



“리온, 그것이 네 운명인가보다.”


“제 운명이요?”


“그래, 네 눈에 그러한 것이 보이는 것은 다 그런 이유 아니겠는가.”


“제가 무엇을 해야 합니까?”


“그건 나도 모른다, 그 뜻을 어찌 내가 헤아릴리,”


“형제님, 제가 어찌해야 합니까.”



리온의 반복된 물음에 파비오는 리온의 눈을 바라보았다.


그 눈에 담긴 것은 깊은 곳에서 울리는 물음이었다.




“수도원장님은 이런 말씀을 하셨다.”


“수도원장님이요?”


“그래, 그분은 네가 신께 선택을 받았다고 하셨다,”


“제가요?”


“그래, 그것도 우리의 주신이 아닌 다른 신의 선택을 받았다 하였다.”


“그럼, 전 여태 누구에게 기도를 한겁니까?”




리온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눈은 이글거리며 불타는듯했다.


파비오는 긴 한숨과 같은 침묵을 이어가다 굳은 입술을 떼었다.



“진정 하거라,”


“사제님 그럼 전 이교도 인 것입니까?”



리온이 제 손등에 그려진 금속의 문양을 떼어낼 심산으로 손톱을 세워 피부를 긁어냈다.




“그만두어라,”



하지만 리온은 그만두지 않았다.


파비오는 리온의 뺨을 쳐올렸다.




짝-


“내 그만 두라 하지 않았느냐!”


“사제님, 어서 이것을······.”


“정신 차리거라!”


“하지만 저는 주신을 따르는 종입니다, 어찌,”


“이 모든 것을 주신께서 모르였겠느냐, 모두 그분의 계획안에 일어난 일이란 걸 어찌 모르느냐.”


“그럼 저는 이제 어찌해야 한단 말입니까,”


“내가 가르쳐주마. 이제부터 나를 스승님이라 부르거라,”


“스승님?”


“그래, 네가 사특한 길을 들어선다는 내가 그것을 막을 것이고, 바르게 걸어가는 길을 가리켜줄 것이다.”


“파비오 사제님,”


“그래 이제 우리 둘뿐이구나,”


“그럼 수도원장님은......”




“그분은 이제 평안에 드셨다.”


“어서 신전에 다시 돌아갑시다.”


“이곳을 떠나 네 길을 찾길 바란 것이 그분의 뜻이었다. 앞으로 쉽지는 않을 것이다.”


“그분은 저에게 참 어려운 분이셨습니다.”


“스승님은 너를 아들보다 더 아꼈다. 늘 네 곁에 계셨다,”



리온은 수도원장이 떠올라 말없이 눈물을 뚝뚝 흘렸다.



“정신을 차린지 얼마 안되었는데 피를 많이 흘렸다. 어서 눕거라,”


파비오는 리온을 눕혔다.


리온은 눈물을 훌쩍이더니 이내 숨을 고르더니 잠에 빠져들었다.


파비오는 등불하나를 곁에 켜고 책을 꺼냈다.


그리고 깃펜을 꺼내 들었다.




책에 여태 있었던 일을 써내려갔다.


한동안 사각거리는 소리만 들려왔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리온의 손과 그 손에 박혀있는 문양들을 세세하게 옮겨 그렸다.


파비오는 책에 그려 넣은 손과 모포 위에 누워있는 리온의 손을 비교하며 깃펜을 내려놓았다.




그러며 앞 페이지에 적힌 페이지를 넘기며 수도원장이 떠올랐다.


그 글자를 하나하나 짚어가며 파비오는 눈시울이 붉어졌다.


수도원장이 남긴 흔적.




빛이 사라지자 사람들은 점점 일상으로 돌아가는 듯했다.


일단 눈에 보이는 것이 없자 다들 안심했다.




백작도 틀어막았던 성문을 열었다.


연래보다 긴 축제기간이 되었지만 큰 북소리와 문이 열리며 축제는 마지막을 맞이했다.


성문이 열리자마자 상인들은 기다렸다는 듯 영지를 빠져나갔다.


일정이 꼬여 큰 손해를 봤다며 불평하였다.




그 뒤를 이어 음유시인의 짐수레가 뒤이어 성문을 통과했다.


하지만 성문의 경비가 허술했던 것은 아니었다.


경비들은 트리스틴이 타고 있을 것이라 여긴 마차를 뒤져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짐마차 안에 다른 이들과 함께 타고 있는 트리스틴을 보았다.




축제기간에도 하지 않았던 화려한 모습으로 마차 안쪽에 앉아있었다.



“흠...흠! 아무 이상이 없네 그려,”


멋쩍은 듯 얼굴을 붉히는 경비병을 보고 뒤이어 다른 병사들도 마차 안으로 얼굴을 들이밀었다.


흡사 우리 속 짐승과 같은 모양세지만 트리스틴은 인상하나 쓰지 않고 오히려 화려한 미소를 보이며 콧노래를 불렀다.




그것을 넋 잃은 듯 바라보는 여러 개의 머리들이 마차 안을 들여다보았다.


짧은 콧노래가 끝났지만 마차안의 머리들은 빠져나갈 생각이 없어보였다.


트리스틴은 품속에서 헝겊조각 하나를 꺼내었다.


그걸 뭉쳐 그 사내들에게 던졌다.




사내들은 그 헝겊이 금덩이라도 되는 듯 열광했다.


서로 그 천조각을 갖겠다고 기싸움을 하였다.




경비병에게 마차를 몰던 악사가 다가왔다.


“아이고, 나리들 이거 아쉬워서 어떻게 합니까.”


“그럼 가지 말고 자리를 한번 만들어보던가, 내가 아주 호강 시켜 줄 테니.”



으스대며 사내는 거만하게 말했다.


“죄송합니다. 저희가 공작가의 초청을 받아서 바삐 가봐야 합니다.”


“그러한가,”


“네, 너무 죄송하게 되었습니다. 이것으로 목이라도 축이시지요,”


“크읍, 정 그러면 그러세,”


“제가 다음에는 더 미색 띄어난 아이로 둘 이상 데리고 오겠습니다,”


“어허, 그런가?”


“예 가을 축제 때도 올터이니 그때까지 기다려주시지요,”


“어허허, 그러지.”


경비병은 건네받은 주머니를 손위에 올려 무게를 가늠해보더니 마음에 든 눈치였다.


마차가 움직이는 중에도 마차 안을 아쉽다는 듯 입맛을 다시며 멀어지는 것을 바라보았다.


그렇게 음유시인의 무리에 섞여 리온과 파비오는 남쪽으로 향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로또 당첨자는 귀환중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79 78장 24.04.24 20 0 11쪽
78 77장 24.04.06 15 1 12쪽
77 76장 24.03.20 20 0 12쪽
76 75장 24.03.18 12 0 13쪽
75 74장 24.03.16 17 0 12쪽
74 73장 24.03.11 24 0 12쪽
73 72장 24.03.07 20 0 11쪽
72 71장 24.03.02 23 0 11쪽
71 70장 24.02.29 27 0 13쪽
70 69장 24.02.26 22 1 11쪽
» 68장 24.02.22 27 0 12쪽
68 67장 24.02.20 30 0 12쪽
67 66장 24.02.16 29 0 13쪽
66 65장 24.02.12 24 1 12쪽
65 64장 24.02.09 31 1 11쪽
64 63장 24.02.04 28 0 12쪽
63 62장 24.02.01 37 2 12쪽
62 61장 24.01.25 40 0 13쪽
61 60장 24.01.21 37 0 13쪽
60 59장 23.12.21 49 0 13쪽
59 58장 23.11.06 47 0 12쪽
58 57장 +1 23.11.02 46 0 12쪽
57 56장 23.06.29 61 0 12쪽
56 55장 23.06.03 48 0 12쪽
55 54장 23.05.28 51 1 13쪽
54 53장 23.05.25 41 0 13쪽
53 52장 23.05.21 54 0 11쪽
52 51장 23.04.24 58 0 13쪽
51 50장 23.03.24 86 0 12쪽
50 49장 23.03.14 69 0 1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