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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와 님의 서재입니다.

하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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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와
작품등록일 :
2018.10.01 0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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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1.09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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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0,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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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1.07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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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70화

DUMMY

“그런 뜻이 아닙니다. 어쨌든 여러분이 여기 우리 마을에 대마법사 메를린의 흔적을 찾아 오신 거라면 잘 찾아 오신 것입니다. 정말 이곳은 대마법사 메를린이 만든 메를린 마을입니다. 그것은 제가 보증하지요.”

“촌장님. 무슨 말씀이신지 당최 잘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그런 자에게 어찌 그렇게 쉽게 ‘대마법사’라는 칭호를 쓰실 수 있으십니까? 우리가 찾는 메를린 마을은 메를린 에르킨토, 그러니까 제국 최고의 영웅이자 진정한 대마법사 메를린이 세운 마을을 말하는 것입니다.”


로이스가 말을 마치자 가만히 듣고 있던 촌장이 두 손을 턱에 괴고 나지막하게 웃으며 답을 이어갔다.


“하하하. 네, 마법사님 저도 잘 알고 있습니다. 다시 한번 말씀 드리죠. 그러니까 우리 마을은 크루버 제국의 영웅이자 대륙 최고의 대마법사 메를린 에르킨토님이 세우신 마을이라는 말씀을 드리고 있는 겁니다.”

“네? 그게 정말인가요?”


로이스는 이제 눈을 동그랗게 떴고 하퍼도 놀라며 물었다. 둘의 급격한 반응에 바스크도 연신 바쁘게 움직이던 손을 어느새 멈추고 촌장을 빤히 바라봤다. 입안에 아직 빵 조각이 남아있었지만 입의 움직임도 멈췄고 양 손에 붙잡고 있던 과일도 테이블 위에 던져둔 상태였다. 로이스가 놀란 눈을 그대로 유지한 채 촌장과 시선을 마주치고 있었다. 촌장은 다시 한번 멋쩍게 웃으며 하퍼 일행의 반응을 지켜봤고 천천히 찻잔을 들어 입으로 가져갔다. 로이스가 목소리에 힘을 잔뜩 주어 촌장을 향해 입을 열었다.


“촌장님. 지금 하신 말씀이 사실이라면 어떻게 된 것인지 듣고 싶습니다. 그리고 지금 그 자리에 앉아 자신을 ‘대마법사 메를린 에르킨토’ 라 칭하는 그자는 누구입니까? 그자는 분명 우리가 아는 대마법사 메를린이 아니지 않습니까?”


촌장이 고개를 끄덕이며 찻잔을 내려놓고 곧바로 입을 열었다.


“조금 긴 이야기가 되겠군요. 외지인에게 이 이야기를 풀어 놓아 본 적은 손에 꼽을 정도 입니다만 아무래도 여러분께는 이야기를 해드리고 오해부터 풀어야겠습니다. 여러분은 아무리 봐도 우리 마을을 공격하러 오신 분들은 아닌 듯하고 더군다나 저는 여러분이 어떻게 그렇게 쉽게 이곳에 들어 오셨는지도 너무 궁금합니다. 이야기가 끝나면 꼭 저의 궁금증도 풀어주시길 바랍니다.”


촌장은 말을 마치고 자리에서 일어나 비어있는 찻잔에 주전자를 들어 차를 다시 채워 넣었다. 그러는 동안에 로이스도 자세를 고쳐 앉으며 찻잔을 들어 잔을 채워 주길 기다렸다. 촌장은 미소를 띠며 로이스와 바스크의 빈 찻잔에 차를 채워주었다. 촌장은 곧 다시 제자리에 앉았고 모두 찻잔을 들어 차를 한 모금 마시고 잔을 내려놓자 촌장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음. 어디서부터 이야기를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군요. 하하.”


촌장이 한마디를 남기고 긴 이야기를 시작하려는 듯 헛기침을 한번 하며 목을 가다듬었다.


“우리 마을은 뮤토가 대륙에 발을 디디기 전부터 존재했던 마을입니다. 그 당시 이 땅은 마족들의 본거지 중 하나였으며 마족 도시 중에서도 번성하기로 유명했던 땅이었다고 합니다. 다시 말해 본래 이 땅은 우리 인간들에게는 불행한 땅이었습니다. 마족이 번성한 곳에는 늘 인간의 희생이 강요 되었으니까요. 인간을 구원한 위대한 뮤토는 이 땅에서도 마족과 전투를 벌였고 이 땅에서 가장 화려하고 큰 승리를 거두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래서 승리하고 난 후 이 땅을 직접 자신의 전초기지로 삼았다고 전해집니다. 후에 인간이 마족의 손에서 해방되고 크루버국이 세워져 나라의 기틀이 마련되어 갈 때쯤부터 이 땅은 번성했던 옛 명성을 잃어가기 시작했습니다. 결코 인간들에게 좋은 기억이 남아있지 않은 땅이었으니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였겠지요. 사람들은 그때부터 이 땅을 멀리하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 땅에도 지금에나 그때나 땅을 지키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우리 마을의 조상들은 이곳에서 묵묵히 삶을 이어가고 있었습니다. 위대한 뮤토가 대륙을 통일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던 전초기지였다는 사실에 자부심을 느끼면서요. 물론 대륙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는 이 사실은 서서히 잊혀져 갔지만요. 그래도 그때는 사정이 그렇게 나쁘지는 않았습니다. 그래도 아직 번성했던 시절의 흔적이 남아있던 때였으니까요.”


촌장이 잠시 말을 멈췄다. 촌장의 눈에는 자신의 이야기에 호기심 가득한 표정으로 앉아 한마디, 한마디에 귀를 기울이고 하퍼 일행의 모습이 비춰지고 있었다. 촌장은 그런 하퍼 일행들 한 명, 한 명과 눈을 마주쳐가며 잠시 숨을 고르고는 곧바로 다시 입을 열어 말을 이어갔다.


“여러분이 우리 마을을 찾아오면서 자연스레 아시게 되셨겠지만 우리 마을은 이카와 칸지 그리고 지금은 센투라 크루버 지역이라 불리지만 과거 분열의 시대에 크루버국이 자리하고 있었던 지역, 이렇게 세 지역의 접경지역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촌장은 한 손을 펼쳐 들어 하퍼 일행에게 보이게 하고는 손가락을 천천히 하나씩 접어가며 설명을 했다. 손가락 세 개가 접히고 나자 그 손으로 턱을 괴고 말을 이어갔다.


“크루버국이 분열되기 시작했던 시기부터 이 땅과 마을은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지역이 되고 말았습니다. 이유는 간단했습니다. 어느 나라나 어느 지도자도 우리 마을을 자신의 발 아래 두는 것을 꺼렸기 때문이었습니다. 당시 사람들의 기억 속에 이 땅이 과거 뮤토의 전초기지였다는 역사는 지워져 있었고 이 마을의 사람들은 천시 받기 시작했습니다. 이 곳은 그런 대우를 받아도 마땅하다는 기억만이 사람들에게 남아있게 되었던 것이죠. 그런 주변의 반응이 모두 나쁜 것만은 아니었습니다. 우리는 그 때 그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덕에 오히려 분열과 통일 전쟁의 참화를 피해갈 수 있었습니다.”


촌장은 잠시 어색하고 불편한 미소를 표정에 담았다가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나 그런 평화로운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습니다. 각국의 전쟁이 치열해 질수록 상대적으로 안전하고 풍족하게 남아있던 이 땅을 밟는 사람들의 수는 늘어났고 그 때부터 우리는 수많은 약탈과 치욕들을 고스란히 받아들여야 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 곳을 떠나려고도 했으나 오랜 전쟁은 번번이 우리들의 발목을 잡았고 결국 어디로도 피할 수 없게 만들었죠. 그 당시 상황을 생각해보면 아마 우리가 이 땅을 버리고 도망쳤더라도 지옥 같은 상황에 놓이기는 마찬가지였을 겁니다. 그렇게 우리 마을은 전쟁 중에 많은 것을 잃어야 했고 또 많은 것을 내어놓아야 했습니다. 우리는 전쟁과 함께 고난의 세월을 힘겹게 이겨냈지만 전쟁이 끝나고 대륙에 제국이 들어섰을 때에도 우리의 사정은 별로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전쟁이 끝나고 난 뒤에 통일이 되고 제국이 열렸을 때 새 황제 세이번이 당신들을 보살펴 주거나 도와주지 않았나요?”


하퍼가 진지하게 촌장에게 물었다. 촌장은 한숨 섞인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네, 그랬습니다. 그가 이 땅을 통일하여 제국을 세우고 황제를 칭했으나 우리에게는 그가 황제가 되었다는 사실은 그리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우리를 대하는 사람들의 태도는 제국 이전이나 전쟁 중에나 별반 다르지 않았으니까요. 물론 전쟁을 끝냈다는 사실은 큰 도움이 되었지만요. 최소한 이 땅이나 마을을 짓밟는 사람들은 사라졌으니까요.”

“아..”


촌장의 대답에 하퍼의 외마디 탄식이 이어졌으나 촌장은 그리 개의치 않고 다시 말을 이어갔다.


“통일이 되어 황제가 이 크루버 제국을 열고 나자 제국은 분열이 되었던 모든 지역에 귀족들을 봉후하여 각 지역을 다스리게 했습니다. 우리와 밀접한 이카와 칸지 지역에도 각각 제후들이 임명되었죠. 지금은 센투라 크루버가 크게 확장되어 이 근처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으나 막 제국이 세워졌을 때는 사정이 조금 달라 이 곳은 이카나 칸지에 속하는 것이 마땅했습니다. 그러나 그 지역의 제후들은 이 땅을 다스리려 하지 않고 그냥 서로에게 떠넘기기 바빴습니다. 이 땅을 다스리면 저주라도 받는다고 생각했던 것이죠. 결국에는 황제의 직접 영향권에 있는 크루버 지역으로 편입이 되기는 했으나 제국의 초창기에 지역의 가장 외진 곳에 위치한 이 땅에는 그 누구도 신경을 써주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우리는 전쟁의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은 채 버려졌습니다. 이 제국에서요. 그래도 이 땅에는 그 옛날에나 지금에나 사람들이 마을을 이루고 살고 있었습니다.”


촌장은 말을 마치고 찻잔을 들어 이야기를 늘어놓느라 마른 입을 적셨다. 하퍼 일행도 같이 한숨 돌렸다. 그 한숨에는 안타까움이 잔뜩 묻어나고 있었다. 그러면서 다시 촌장의 이야기가 시작되길 기다리고 있었다. 이들의 기대에 부흥하듯 곧 촌장이 찻잔을 내려놓고 다시 입을 열었다.


“어쨌든 우리는 그렇게 버려졌습니다. 누구도 이 땅의 우리들에게 관심을 주지 않았기에 우리는 오랜 전쟁의 상처와 화마를 스스로 극복해야 했습니다. 어떤 상황에서도 삶은 이어지는 법이니까요. 우리는 누구보다 노력했고 다시 살아가기 위해 뭉쳤습니다. 힘든 시간이었지만 제국의 여느 지역처럼 갈등을 봉합하거나 불필요한 싸움을 이어갈 필요는 없었기에 오히려 빨리 복구를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우리는 근처 이카나 칸지 지역의 어느 곳보다 빠르게 극복하고 다시 일어나 삶을 이어갈 수 있게 되었습니다. 여러 사람의 노력과 희생이 결실을 맺은 것이었죠. 하지만 우리는 여기서 다시 좌절해야 했습니다.”

“좌절이요? 또 누군가가 이 곳을 침입했나요?”


로이스가 촌장에게 물었다. 촌장은 눈을 감고 깊은 한숨을 내쉬면서 천천히 답을 이어갔다.


“당시 이카와 칸지 지역은 전쟁의 상처를 지우는 일을 시작하지도 못하고 있었습니다. 제후들은 여전히 곳곳에 잔존하던 반란 세력들과 대립해야 했습니다. 크고 작은 싸움을 계속해야 했던 것이죠. 그렇다고 제후들은 그들을 쉽사리 제압하지도, 봉합하지도 못했습니다. 이처럼 이카와 칸지에서는 여전히 갈등과 반목이 이어지고 있었습니다. 그렇다 보니 안 그래도 척박한 그 땅에서 전쟁의 상처를 지우는 일은 뒷전으로 밀려나 있었습니다. 종전과 통일, 제국의 시작에 환호하며 평화롭고 안전한 삶을 고대하던 사람들은 다시 시작된 싸움과 갈등, 반목에 지쳐갔습니다. 이런 일에 가장 큰 피해를 보는 것은 결국 평범한 사람들이니까요.”


“그···그렇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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