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ㅎㅇ

아, 귀찮게 좀 하지 마라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드라마

휴학생P
작품등록일 :
2020.05.14 19:41
최근연재일 :
2022.05.17 09:05
연재수 :
18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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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034,157

작성
20.05.17 19:25
조회
737
추천
15
글자
13쪽

9. 광갱 (2)

안녕하세요~




DUMMY

“갑자기 일시에 부화한다거나 그런 일은 없겠지?”


“설마요.”


공동을 기점으로 이후의 길부터는 썩은 냄새가 진동했다.


“숨만 쉬어도 구역질이 나네. 놈들 특유의 체취인가?”


“아마 시체 썩은 내도 꽤 섞여 있을 거야. 광산이 이렇게 변하기 이전에 모르고 광산에 들어갔던 광부들, 마땅한 대처를 하지 못했던 초반부에도 꽤 많은 수의 사람들이 광산으로 끌려들어갔다고 들었다. 놈들이 교양 있게 식사하고 뒷처리도 깔끔하게 할 것 같지는 않잖아?”


“파트 씨도 농담이란 걸 할 줄 아시는군요.”


“잠깐...”


실없이 웃다 말고 갑자기 파트가 횃불을 프리드에게 건네고 땅에 두 손을 짚었다. 그의 눈동자에서 은은한 빛이 일었다.


“내가 다루는 대지의 마나의 효과야. 땅과 더 많은 교감을 할 수 있지.”


“뭔가 느껴집니까?”


“어,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미묘한 진동이 느껴지는군. 일단 횃불 꺼. 아무래도 조심하는 게 좋겠어. 이것부터 몸에 바르게. 체취와 불빛을 지우고 일단 상황을 지켜보는 게 좋겠네.”


프리드도 그닥 비위가 특출나게 좋은 편은 아니었기에 진흙을 바르는 내내 꺽꺽 헛구역질을 해댔다.


“혹시 거미라면 붉은 녀석만 아니면 상관없는데 꼭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습니까?”


“좀만 참게. 진동이 상당히 거대했어. 물론 가까이 있을 수도 있지만... 그런데 그러면 우리가 눈치를 채지 못할 리가 없잖은가? 자네가 강한 건 나도 알아. 그런데 적을 특정 지을 수 없으니 보고 싸우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라는 게 내 생각이야.”


나름 일리있는 추측이었다. 하는 수 없이 온몸에 진흙을 바른 그들은 벽에 몸을 밀착한 채로 숨을 죽였다.


쿵-!


쿵-!


쿵-!


어둠 건너편에서 진동의 주인이 그 실루엣을 드러냈다.


어둠 속에서 테두리만 겨우 보이는 정도였던지라 놈의 외피색까지 확인할 수는 없었지만 녀석의 크기는 끽해야 검은 녀석 정도였다.


‘뭐야? 별거 없네. 그냥 검은 거미잖아.’


검은 녀석이라면 고민의 여지가 없었다. 그냥 베어 넘기고 앞으로 전진하면 그만.


“돌파합...”


프리드가 달려들려고 하자 옆에서 파트가 그의 손목을 잡아 저지했다. 당연히 무슨 일이냐고 따지려던 프리드는 고개를 돌려 파트를 바라봤고, 보이는 그의 모습에 의아함과 동시에 뭔가 잘못되었음을 깨달았다.


그의 눈을 가득 채운 것은 공포였다. 미증유의 힘을 가진 어떤 존재를 목도했을 때, 인간이 보일 수 있는 가장 높은 수준의 공포. 상당히 긴장한 것인지 그의 심장 소리가 똑똑히 들려왔다.


시야가 충분한 수준으로 어둠에 적응되었다고는 하나 결국 실루엣만 어렴풋이 보이는 수준으로 성급하게 판단하고 말았다. 고작 검은 거미 두 마리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어둠 속에 가려진 진실을 엿본 프리드는 비명이 나오려는 것을 억지로 삼켜야만 했다.


‘빌어먹을, 빌어먹을!,, 빌어먹으으으으으을!!!’


숨이 턱 막힐 정도로 압도적인 거대함.


'그것'을 표현하기에 그것 말고는 적합한 표현을 찾기가 어려울 정도였다. 놈의 거대한 안면과 뒤를 이어 따라 들어오는 거대한 몸집. 놈의 거대한 덩치는 가히 장내를 가득 채울 정도였다.


키야아악-!


우드득. 우득.


최초에 봤던 작은 녀석은 거대한 아가리 속으로 사라졌다. 끔찍한 파쇄음이 들려왔다. 끔찍한 파괴력. 단단한 외피도 놈에게는 소용이 없었다.


사실 말이 광도였지 놈들이 자기들 입맛 따라 광산을 멋대로 확장해 놓았기에 광산 내부의 높이는 대략 십수 미터를 자랑했다.


검으로 향하던 그의 손은 곧바로 입으로 향했고, 오로지 생존을 위해 숨소리도 내지 않기 위해 악착같이 버텼다. 지금 이 순간 만큼은, 그런 괴물의 앞에서는, 프리드가 아닌 그 누구를 데려다 놓더라도 피식자에 불과했다.


‘저런 건 더는 몬스터가 아니야. 인간에게 있어서 움직이는 재앙 그 자체다.’


패닉으로 프리드의 몸이 들썩이고 호흡이 불안정해지자 손목에 가해지던 파트의 완력이 더 강해졌다. 격하게 떨리기는 그도 마찬가지였지만 그는 분명 견디고 있었다.


그렇게 터질 것 같은 중압감 속에서 영겁 같은 몇 분이 지나갔다. 거대한 놈의 덩치 때문인지 작은 녀석들보다 느릿느릿했고 몸체도 꽤나 길었기에 놈이 그들의 시야에서 사라지는 데는 꽤 긴 시간이 걸렸다.


“후아... 저런 게 밖으로 나온다면... 상상하기도 싫군요.”


“이길 수 있으리란 생각조차 들지 않는구만. 눈치를 못 채줘서 다행이야.”


사실 광산에 처음 들어오던 때에도 그렇게 가벼운 마음으로 들어오진 않았다. 하지만 알게 모르게 안일해져 있었던 것도 사실이었던 것 같았다.


‘긴장해야 한다. 그 무엇도 내 목숨을 보장해주지 않아. 어리석은 실수 한 번이면 목숨을 앗아가기에 충분하다.’


스스로 되새긴 프리드의 몸에는 이전보다 강인하지만 보다 정제된 기운이 실려있었다. 착 가라앉은 분위기. 하지만 긴장감은 최고조의 상태로 그들은 마침내 광산의 심층부에 도착했다.


광산의 끝부분은 설명을 듣고 상상했던 것과는 별로 매치되지 않는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정작 끝을 막고 있었다던 검은 구형의 무언가는 보이지도 않았고 오히려 멀쩡한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여긴 그래도 빛이 있어 앞이 보이긴 하네요. 공간도 좁아서 검은 거미들도 들어오기 힘들어 보이고. 그래서 수정구도 멀쩡한 건가?”


초입부부터 살벌하게 깨져있던 보급형 수정구들이 어쩐 일인지 이곳에선 환하게 빛을 내고 있었다.


“그러게나 말이야. 이제야 좀 살 것 같군. 그건 그렇고 내가 잘못 본 게 아니라면 저게 자네가 찾는다는 그 마병이라는 것 아닌가?”


확실히 한 쪽에 딱 보는 순간 '내가 바로 마병이란다.' 라는 기운을 풀풀 풍기는 수상한 물체가 있기야 했다.


“아마 맞는 것 같습니다. 저도 실제로 본 경우는 이전에 한 번뿐이긴 했지만 이건 맞는 것 같아요. 꽤 많은 양의 마나가 흘러나오는 게 느껴지긴 하네요.”


가까이 가서 보니 자줏빛 문양이 전 방향으로 음각된 잿빛의 흉갑이었다. 섬세한 문양까지 표현된 그 외형이 제법 멋스럽기도 했다. 흉갑에 손을 대자 여느 때와 같은 메시지가 떠올랐다.


----------------------------------------------------------------

석화의 눈동자

가고일의 마나 특성을 활용해 어느 연금술사가 만들어낸 흉갑 형태의 마병입니다.

상상도 못할 정도로 오래된 마나를 품고 있습니다.

세대를 거듭함에 따라 그 마나가 많이 희석되었습니다.

상당한 수준의 경화(硬化)의 마나가 느껴집니다.


----------------------------------------------------------------


놈은 상당히 오묘한 느낌의 마나를 풍기고 있었다. 놈이 가진 색깔은 영롱한 보라색. 보라색은 보는 이를 매혹시키는 색이었다.


“이 정도면 당초 생각했던 것처럼 기분 나쁜 수준은 아니기는 한데 그래도 고민할 여지조차 없습니다. 그럼 아깝긴 하지만 파괴하겠습니다.”


프리드가 그 길로 주저 없이 검을 내려치려 하자 돌연 파트가 그를 붙잡았다. 그의 눈빛 너머로 그에게 씌인 짙은 탐욕이 느껴졌다.


“아니, 딱 봐도 귀한 무구임이 분명한데 이걸 왜 파괴하려 하는 건가? 밖으로 무사히 들고 나갈 방법은 없겠는가? 나도 한 명의 장인으로서 이런 작품이 파괴되는 게 너무 아쉬워서 그런다네.”


“광산 안의 거미들을 전부 토벌하면 가지고 나갈 수야 있겠죠. 그런데 알아두셔야 하는 게 저희가 지금 행하는 방법은 어디까지나 편법입니다. 앞서 말한 방법이 안 되기에 몰래 들어와서 마병만 파괴하려는 건데 놈들이 우리가 가지고 나가는 걸 가만히 보겠습니까?”


프리드의 말을 들으며 안절부절 못 해하던 그는 돌연 달려들어 프리드로부터 마병을 빼앗으려 했지만 그의 손은 허공을 쓸었다. 결국 원하는 대로 마병을 빼앗지 못하자 그는 메이스를 꺼내들었다.


“내놔! 그건 내 거야! 누구 맘대로 부수려고 하는 거야?!”


눈이 완전히 맛탱이가 가있었다. 그의 동공이 중심부에서부터 서서히 보랏빛으로 물드는 게 눈에 들어왔다.


“파트 씨, 정신 차리시죠! 당신 지금 마병의 마나에 취한 것 같습니다. 계속 이렇게 나오시면 저도...”


쿠웅-!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메이스를 휘둘러왔다. 그의 힘을 받아낸 충격이 검을 따라서 두 손으로 흘러왔다. 충격에 손이 아려왔다.


“아이씨! 이 아저씨 힘은 또 왜 이렇게 센 거야! 나중에 일어나면 배로 보상받을 겁니다! 아프다고 하셔도 소용없고요!”


‘일단 제압하고 본다!’


탐욕에 먹혀서 그런지 이전에 상대했을 때보다 전체적으로 업그레이드된 거 같은 느낌이었다. 메이스에서 느껴지는 힘은 정제되지 않은 날것이었다.


“힘에서만큼은 나도 이레귤러라는 걸 잊지 말라고!”


파트가 전력으로 내려찍은 메이스를 전력을 다해 위로 쳐올리자 그의 거대한 몸이 뒤로 자빠졌다. 육체의 밸런스가 어그러진 이 순간을 놓칠 만큼 프리드는 둔재가 아니었다.


“간다아!”


정복의 마나를 가감없이 전개해냈다.


그 뒤로는 일방적이었다. 딱 죽지는 않을 만큼 검면으로 계속 팼다. 패고, 또 패고, 어느 순간부터는 주먹으로도 팼다.


“내... 갑, 옷...”


“아직 덜 맞았네. 조금만 더 맞읍시다.”


그 과정에서 수차례 기절하고 깨어나기를 몇 번이나 반복했을까? 정신없이 맞던 그가 다급하게 입을 열었다.


“ㄱ,,,그만! 내가 잘못했네!”


“날 기만하려 들지 마라. 마병아.”


“그만! 그만 좀 때려. 이 자식아! 진짜 나라고!”


“어? 정신이 좀 드십니까? 아니 막무가내로 달려드는데 제가 어찌할 도리가 있겠습니까? 저도 제 나름대로 정신 차리게 해드리려고 애썼습니다.”


눈빛도 거의 정상으로 돌아온 듯 보였기에 연기는 아닌 듯했다.


“내가 미안하네. 잠깐 정신이 나갔던 모양이야.”


“사과하실 것까진 없고요. 딱히 제압하는데 난항을 겪거나 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럼 정신도 차리셨으니 이제 부수겠습니다. 당연히 동의하시겠죠?”


“ㄱ,그럼! 그렇고말고! 당연히 부숴야지! 자네 마음대로 하게!”


그는 제압하는 데에 큰 어려움을 겪지 않았다는 프리드의 말에 다행이란 생각이 듦과 동시에 어딘가 조금 찝찝했지만 맞을 당시의 기억이 떠오른 탓일까? 그는 그저 구석, 아주 자투리 부분에 자리를 잡고 앉아 상황을 지켜보기를 선택했다.


그런 파트의 반응에 죄책감을 아주 찔끔 느낀 프리드는 검을 높게 쥐었고 그대로 마병을 향해 힘껏 내리찍었다.


깡-!


“?”


“?”


그들의 얼굴에 동시에 이채가 떠올랐다. 분명 힘껏 내리찍었는데 아무리 쌩 평타라고 해도 이건 너무한 게 아닌가?


‘아니, 그 거미 놈 마나의 원천이라 단단할 거라고 생각은 했는데 이건 아니지.’


“이번엔 마나를 담아보겠습니다!”


같은 공간에 있던 파트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지만 프리드는 혼자 무안했는지 크게 소리쳤다.


정복의 마나와 부패의 마나를 가득 담은 검이 사선으로 내리꽂혔다. 프리드가 쉬이 방향성을 잡지 못하자 답답했던지 시스템이 메시지를 보내왔다.


----------------------------------------------------------------


경화의 마나를 담은 마병입니다. 날붙이에 절대적인 수준의 피해면역을 갖습니다.

차라리 주변에 굴러다니는 짱돌을 주워다가 내리치는 것이 더 효과가 좋을 것입니다.


----------------------------------------------------------------


“그 말이 맞네. 하기사 거미도 어지간한 날붙이는 통하지도 않았는데 왜 그런 생각을 못 했지? 파트 씨, 거기 메이스 좀 빌립니다.”


“여,여기 있네.”


검을 놓고 메이스로 교체하자 조금 더 둔탁한 소리와 함께 확연한 성과가 보이기 시작했다. 흉갑의 음각된 길을 따라 서서히 균열이 가기 시작했다. 가격한 횟수가 기백을 넘어가자 더욱 벌어진 균열에서 마나가 줄줄 새기 시작했다.




제 글이 여러분에게 어떤 방향으로라도 영향을 끼쳤기를 바랍니다.


작가의말

광산의 끝에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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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5. 광산 마을 (1) +3 20.05.15 1,031 22 13쪽
5 4. 프리드 (4) +10 20.05.15 1,188 32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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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Prologue +65 20.05.14 4,939 146 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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