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logue
안녕하세요~
한 아이가 있었다.
어렸을 때부터 유달리 강한 힘을 갖고 있었다. 굳이 시간과 노력을 들여가며 단련을 할 필요도 없었다. 남들이 노력해가며 얻는 근력조차도 그 아이에게는 당연히 갖는 것이었다.
“어때? 나 요즘 운동했는데. 조금 세진 것 같아?”
“오오... 좀 버거운데?”
‘똑같아. 대체 뭐가 다른 거지?’
청소년기의 그가 학교에 진학하면서 상당히 자주 겪게 되는 패턴이었다. 따로 운동을 하지 않는 학생들이 건전하게 힘을 겨룰만한 게 팔씨름 말고 또 뭐가 있겠는가?
압도적인 근력. 또래들 사이에서는 오히려 고통을 느끼는 게 힘들 정도로 단단한 맷집. 그렇지만 굳이 상대가 기분이 나쁠 것 같은 말은 하지 않았다. 괜히 대화가 이어져서 귀찮아질 게 뻔했으니까.
남들보다 느끼는 고통의 한계선이 월등하게 높아서 그런지 몰라도 타인의 감정에 동조하는 능력이 살짝 떨어지는 그였다. 하지만 타인의 감정을 미리 예상하는 건 남들보다 뛰어났다. 참으로 역설적이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이 모든 게 귀찮은 걸 극도로 싫어하는 그의 천성에서 비롯된 특징이었다.
그 나이대의 아이들치고 부분적이지만 꽤나 성숙한 모습도 보였다. 그 정도의 힘이 있으면 으레 그렇듯이 나쁜 길로 빠지기 마련이었지만 그 아이는 나름 올곧게 자라났다.
굳이 먼 곳에 있는 불의에 신경을 쓸 정도로 오지랖을 부리지는 않았지만 적어도 눈앞에서 보이는 불의를 외면할 정도로 무심하지는 않았다.
“그거 남들이 보기에 좀 안 좋은 것 같은데.”
“괜히 끼지 마라. 힘 좀 세다고 놀아주니까 맞먹지?”
그는 조용히 다가가서 귓속말로 속삭여주었다.
{여기 보는 애들도 많은데 적당히 하지. 내가 그나마 면 살려줄 때 빠져. 진짜 자신 있으면 계속하는 건 네 선택이고.}
그렇다고 그 시절의 그가 딱히 남들보다 특출나게 정의롭다는 소리는 아니었다. 단지 힘이 있었기에, 꼴보기 싫은 건 스스로 치울 수 있는 능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이후에는 정의를 입에 달고 살게 되지만 그건 먼 훗날의 이야기니 생략하도록 하자.
힘이 있음에도 다른 아이들을 괴롭히지 않고 두루 잘 지내는 모습을 보이자 당연하게 그의 주변에는 사람이 모여들었다.
성적도 나름 상위권을 유지하는 데에는 성공했다.
살면서 학업에 그렇게 큰 노력을 한 적은 없었다. 그가 뭔가를 하는 데에 들인 노력은 타인의 평균에 미치지 못했지만 그로 인한 결과물은 항상 평균 이상이었다.
“야, 내일 시험 뭐 보냐? 국어?”
“몰라.”
“미친 새끼. 공부 안 함?”
“시험은 당연히 벼락치기지.”
다들 학창시절에 이런 뉘앙스의 대화는 많이 들어보지 않았나? 진짜 안 하고 시험점수 작살나는 친구가 있는 반면에 괜히 허세나 자존심 때문에 빡세게 공부하고 안 했다고 하는 친구들 하나씩 있었지 않았나?
그는 진짜였다.
그가 들이는 노력은 수업시간과 전날 밤이 전부였다. 그 정도로 충분했다.
“야, 몇 점 맞았냐?”
“나? 채점 안 했는데.”
“줘봐. 내가 해줌.”
중학 시절에는 꾸준히 20등 내외를 유지했고 고등 시절에도 종합 2점대 내신을 유지하는 데에 성공했다. 물론 그런 그라도 예체능에는 큰 재능이 없었다.
음악이나 미술 같은 예술 계통을 끔찍하게 혐오했고 선호 비율이 꽤나 높은 체육까지도 그는 선호하지 않았다.
이런 그의 꿈은 단 하나였다.
“아, 진짜 인생 X나 날로 먹고 싶다.”
그렇게 지지는 않는 학창시절을 넘긴 그는 어느덧 20대 중반에 접어들고 있었다. 인생에 있어서 가장 큰 위기라고 할만한 건 사실 군대라고 할 정도로 그는 별 고난을 겪으면서 살지 않았다.
귀찮은 건 싫어하되 게으르지는 않았다.
강자에게는 꿇리지 않고 약자에게는 친절할 수 있는 능력또한 있었다.
먼 곳에 있는 불의까지 신경을 써줄 정도는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가까운 곳의 불의까지 외면 할 정도로 나쁜 놈도 아니었다.
다소 우유부단했지만 정말 결단이 필요할 때에는 나름의 강단이 있었다.
일반인보다 월등한 근력을 갖고도 순수하게 근력의 증강을 위해 운동을 시작했을 정도이니 부분적으로는 나름 욕심도 있다고 볼 수 있었다.
그런 그는 과연 어떻게 이야기를 써내려갈까?
대체 어떤 사람들을 만나고, 어떤 모험을 하며, 어떤 결말을 향해서 달려갈까?
제 글이 여러분에게 어떤 방향으로라도 영향을 끼쳤기를 바랍니다.
- 작가의말
결국엔 또 프롤로그 수정했습니다.
2020 11 18일자 수정본입니다.
써놓고 보니 모르겠네요.
놀랍게도 감동실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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