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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코코 님의 서재입니다.

파문-사랑에 길을 놓치다.

웹소설 > 자유연재 > 로맨스, 일반소설

루코코
작품등록일 :
2018.04.13 13:10
최근연재일 :
2018.04.30 15:48
연재수 :
31 회
조회수 :
12,096
추천수 :
7
글자수 :
154,182

작성
18.04.18 06:19
조회
3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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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쪽

성하, 그의 그림자를 잡다.

DUMMY

국밥 한 그릇을 게눈 감추듯 다 먹어치운 성하는 그릇을 반 납하고 멀지 않은 곳에 자리한 편의점으로 발길을 옮겼다. 치약과 칫솔 세트와 캔커피 하나를 계산하고 곧장 화장실로 들어갔다. 그가 기다리고 있기를 바라지만 그 고백 한마디로 세상을 다 잃은 듯한 표정으로 휴게소 한가운데 떨궈놓는 걸로 봐서는 가망이 없는 바람이다. 입장이 바뀌었다면 어차피 쏟아진 물, 주워 담으려 애쓰는 대신 그 물에서 즐겁게 헤엄치리라. 그의 진심을 알고난 뒤부터는 왠지 모든 것에 관대해지며 긍정적이고 넉넉해졌다. 언제 몸살과 고열로 병원을 들락거렸던가 싶게 기운도 솟구쳤다. 살아 가야할 이유, 삶의 의미, 삶의 목적, 이런 따위의 말에 토달고 싶어졌다. 강 지훈이 살아갈 이유이며 삶의 의미이고 삶의 목적이라고. 차마 함께 할 순 없지만 그의 진심을 가졌으니까. 그의 고백을 받았으니까. 홀로 그토록 휘청대고 가슴 절절했던 사랑이 한쪽 방향으로만 흐른다고 생각했던 사랑이 비록 떨어져 있었어도 같이 하고 같이 나누고 같이 느꼈던 사랑이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위로가 되고 힘이 되었다. 그가 떠나고 없다 해도 버리고 갔다 해도 제주도에서와는 차원이 달랐다. 사랑에 있어 이런 단순한 논리와 순수하고 철없는 논리가 또 어디에 있을까. 성하는 화장실 거울을 응시하며 어이없기도 하고 어리석기도 한 자신에게 웃었다.

밖으로 나가자 어둠이 장악한 휴게소의 주차장이 인공의 불빛들의 도움으로 거의 한눈에 들어왔다. 차들은 계속 나가고 들어오고를 반복했다. 머무르고 있는 차들도 꽤나 즐비했다. 저 속에 지훈이 있다면 오늘 밤은 그에게 맡길 것이다. 그러나 그를 찾을 수가 없다. 그의 차가 잘 보이지 않는다. 일렁거리는 불빛들이 하나 둘씩 사그라들기 전에 그를 찾고 싶었다. 한참을 샅샅이 훑었다고 생각됐을 때 성하는 주머니 속에서 핸드폰을 꺼냈다. 화장실 앞 의자에 앉아 누구에게 도움을 청해야 할지 연락처를 뒤적거렸다. 친구 미진은 알바 중일 테고 나머지 친구들에게도 나름 민폐일 테고 양쪽 집은 발칵 뒤집힐 테고 회사 사람들과는 왕래가 적고 차라리 택시나 경찰에게 도움을 청하는게 마음 편할 것 같다는 결론에 다다르자 한숨만 나왔다. 무슨 기백으로 그에게 버리고 가라고 했을까? 성하는 의자 위에 새우처럼 몸을 뉘었다. 배도 부르고 지치고 솔직히 겁도 났다. 억지로 웃어보려고 했지만 눈물이 먼저 맺혔다. 결국 지성 밖에는 의지할 곳이 없단 말인가? 성하는 그대로 누운 채로 지성의 전화번호를 찾아 들었다. 옆으로 눈물 한줄기가 흘러내렸다. 검지를 통화 버튼에 갖다댔다. 그 순간 핸드폰이 손아귀에서 사라졌다. 누군가에 의해 강탈 당했다. 시커먼 실루엣이 눈앞에 버티고 서서 핸드폰을 껐다. 온몸으로 진땀이 한꺼번에 올라오며 소름이 끼쳤다. 겁내던 일이 벌어지고야 말았다. 몸을 일으켜야 하는데 일어나지지가 않았다. 소리를 치려해도 쉽지 않았다. 화장실을 찾는 사람도 없었다.그 찰나의 순간이 영겁 같았다. 입술을 깨물며 울지 않으려고 해도 눈물만 자꾸 흘러내렸다.

"안갈 거야, 똥강아지?"

그것은 틀림없이 지훈의 목소리였다. 그리고 그 사람만 알고 있는 '똥강아지'였다. 그는 떠나지 않았다. 버리고 가버리지 않았다. 성하는 날아오르듯 일어나 그의 가슴으로 뛰어들었다. 기쁨과 감동의 흐느낌으로 고맙다는 말을 대신하면서그를 더 꼬옥 안았다.

성하는 달리는 차 안에서도 연신 눈물을 닦아내고 있었다. 위기의 순간이 지워지지가 않았다. 그제서야 지훈이 원망스러워지고 있었다.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요? 내가 얼마나 찾았는데, 내가 얼마나 겁나고 무서웠는데?"

"호기롭게 버리고 가랄 때는 언제고 누굴 원망하는 거야, 지금?"

"그렇긴 하지만......"

성하는 딱히 저항할 말도 반박할 이유도 없어 말끝을 흐렸다. 아뭏든 그는 그녀곁에 있으니까.

"뭐했어요? 차 안에만 있었어요?"

"으응...피곤했는지 기다리다 깜빡 졸았어."

그는 거짓말을 했다. 차창 넘어 그녀의 일거수일투족을 좇아 다녔다고 말하기 민망하고 낯 간지러워서 거짓말로 둘러대고 있었다.

"지금도 졸려요? 커피 마실래요?"

성하는 그의 말을 곧이곧대로 듣고 자켓 주머니를 뒤져 캔커피를 꺼내 놓았다.

"따줄까요? 마실래요?"

"아니, 나중에!"

"그래요 그럼. 나중에!"

"근데 커피랑 같이 샀던 치약 칫솔은 어쨌어? 버린 거야?"

커피를 홀더에 끼워넣던 성하는 치약 칫솔을 화장실 세면대에 그대로 두고 나온게 생각났다.

"아...맞다! 양치질하고 화장실에 그대로 두고 왔다! 그런데......."

성하는 무슨 말을 물으려다 관뒀다. 차 안에서 잠잤다는 사람이 자신이 치약 칫솔을 샀다는 걸 어떻게 알고 있을까? 그는 차 안에서 잠을 잔게 아니라 성하를 지켜보며 떠나야 할지 말지를 고민하고 있었으리라. 아니면 애초에 버려두고 갈 마음이 없었을 지도 모른다. 성하는 그의 옆모습을 뚫어져라 응시하면서 후자쪽이기를 바랐다.

"이젠 진짜 집으로 가는 거예요?"

"집으로 가고 싶다면!"

"당신은요?"

지훈은 사뭇 진지하게 물어보는 성하를 힐끗 훔쳐 보았다. 좀전까지만 해도 첫여행길에 오른 사춘기 소녀처럼 천진하더니 이젠 도도하면서도 성숙한 숙녀처럼 굴고 있었다.

"난...집이 없어. 한국엔!"

"집이 없으니 집으로 갈 필요가 없겠네요."

"무슨 뜻이야?"

"말그대로예요. 한국말 몰라요? 영어로 해줄까요? You don' have to return home because of homeless person, do you?"

성하는 강회장 집 앞에서 있었던 반대상황을 그대로 재연했다. 지훈은 자기도 모르게 씨익 웃었다. 그제서야 성하도 다시 웃어보였다.

"돌아갈 집도 없는데 바다나 보러 갈까?"

"동해? 서해? 남해? 어디로 데려다 줄 건데요?"

"으음...부산!"

지훈은 표지판을 보며 대답했다.

성하는 잠깐 망설이는 듯 하더니 곧 동의했다. 하지만 거리가 먼 만큼 운전 분배가 중요했다.

"대신, 거리가 있으니까 나눠서 운전해요. 나도 운전 경력 10년쯤 되니까 걱정 붙들어 매시구요. 그래 줄 수 있죠?"

"아니! 운전은 쭈욱 내가 해. 대신 피곤하거나 졸리면 잠깐씩 쉴 테니까."

지훈의 단호한 협상에 성하는 수긍했다. 자신을 생각해주는 그의 마음을 하나라도 거절하고 싶지 않았다. 언제까지 가능할지 모르겠지만 함께 하는 모든 순간을 그녀의 기억 속에 쟁여둘 것이다. 빛바랜 추억으로 닳아 없어질 때까지. 성하는 그녀의 왼손을 그의 뺨 위에 갖다 놓았다. 지훈이 힐끗 쳐다보자 다정하게 웃어보였다.

지훈은 성하를 따라 웃어주며 성하 손 위에 자신의 손을 포갰다. 잠시 후 그가 손깍지로 바꿔 잡자 성하는 하나가 되어 있는 두 손을 내려다보았다. 그러자 지훈이 손아귀에 힘을 실어 더 꽉 잡는게 느껴졌다. 성하는 깍지 껴져 있는 두 손을 그녀의 가슴 위에 올려놓았다. 이대로 마음의 손깍지도 단단해지면 좋겠다는 욕심이 고개를 쳐들었다.




<\nov.sti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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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문-사랑에 길을 놓치다.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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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새 생명, 그 경이로운 이름으로..... 18.04.30 354 0 18쪽
30 그의 목소리 18.04.29 349 0 11쪽
29 얽힌 실타래 18.04.29 356 0 10쪽
28 사랑을 놓치다 2 18.04.28 349 0 11쪽
27 사랑을 놓치다 1 18.04.28 360 0 12쪽
26 약혼식 18.04.27 360 0 12쪽
25 전진, 두려움 없이 나아가다. 18.04.27 353 0 14쪽
24 전쟁의 시작 18.04.26 361 0 15쪽
23 아픔이 지나간 자리 18.04.26 372 0 14쪽
22 서로의 아킬레스건 18.04.25 362 0 11쪽
21 불행 중 다행은 불행이었다. 18.04.24 376 0 15쪽
20 지옥 중간 그 어디쯤... 18.04.24 371 0 9쪽
19 두번째 지옥. 18.04.23 369 0 14쪽
18 첫 번째 지옥. 18.04.23 367 0 11쪽
17 지옥을 향해 첫발을 내딛다. 18.04.22 368 0 11쪽
16 어둠 뒤에 도사리고 있는 것은....... 18.04.21 362 0 11쪽
15 라이벌 18.04.21 365 0 10쪽
14 일탈은 끝났다. 2 18.04.20 384 0 12쪽
13 일탈은 끝났다.1 18.04.20 380 0 9쪽
12 바깥놀이 18.04.19 370 0 13쪽
11 사랑, 동행을 시작하다 18.04.19 379 0 10쪽
» 성하, 그의 그림자를 잡다. 18.04.18 380 0 8쪽
9 끝,시작을 위한 이름 18.04.18 382 0 8쪽
8 추억, 운명의 첫걸음 18.04.17 372 0 10쪽
7 재회. 운명의 장난 18.04.17 734 0 9쪽
6 가족, 그 이상한 관계 18.04.16 370 1 9쪽
5 가족, 가혹한 형벌2 18.04.15 380 2 9쪽
4 가족, 가혹한 형벌 1 18.04.15 397 1 8쪽
3 좋은 인연은 스쳐간다 18.04.15 399 1 12쪽
2 공항에서 공항으로 18.04.14 444 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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