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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일산

천재 매니저는 연예계가 너무 쉽다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완결

산일(山日)
작품등록일 :
2022.05.14 00:45
최근연재일 :
2022.06.30 08:20
연재수 :
54 회
조회수 :
131,580
추천수 :
2,958
글자수 :
292,467

작성
22.06.07 08:20
조회
2,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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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글자
12쪽

성장 (2)

DUMMY

멤버들의 마음을 알게 된 나는 더 이상 망설일 것이 없었다.


“계약하겠습니다.”


나는 곧바로 스튜디오RK와 캐스팅 계약을 맺었다.

캐스팅 비용은 그리 높지 않았다.

인원당 50만 원.

하지만 우리 루나틱 데이즈에게 있어 이 50만 원은 유의미한 수치였다.


“대박...”


이야기를 듣고 놀라는 지아.

물론 50만 원을 전부 받는 건 아니었다.

회사와 정산금을 나누는 계약이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번 일이 보통 일인가?


“우리 더 성공하자.”


루나틱 데이즈의 이름을 널리 알릴 수 있는 유일무이한 기회.

금액이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정말로 중요한 것은 이번 웹드라마가 가진 가치였다.

아무튼.


“그럼 촬영 시작하겠습니다.”


박정PD의 신작 웹드라마 ‘모두 나만 바라봐’의 제작은 빠르게 시작됐다.

금액을 최소화하는 것이 웹드라마 추세이기 때문에, 그에 맞춰 제작 일정도 타이트하게 잡혔다.

촬영을 시작하며 나는 작은 걱정을 했다.


‘애들이 연기를 잘하나 모르겠네.’


이전 스케줄을 확인해보니 우리 멤버들은 본격적인 연기 트레이닝을 받은 적이 없었다.

당연한 일이었다.

이른바 ‘망돌’이라 불리는데, 그 누가 드라마 혹은 영화 배역에 캐스팅을 해주겠는가.

오히려 이번 웹드라마 캐스팅 건이 이례적인 경우였다.

그런 만큼 걱정이 앞섰다.


‘잘해야 할 텐데.’


배운 적도 없는 걸 잘하길 바라는 건 너무 큰 욕심 같기도 했지만, 정말로 다행히도 멤버들은 큰 부담 없이 연기에 임했다.


“PD님, 다시 한 번 해봐도 될까요?”


이전의 쇼츠 영상 제작 프로젝트를 겪었기 때문일까?

멤버들은 카메라 앞에서도 큰 흔들림 없이 연기를 펼쳤다.

게다가.


“생각보다 잘하는데?”


웹드라마 ‘모두 나만 바라봐’는 외모가 출중한 다섯 여주인공들의 왁자지껄 일상을 그린 시트콤.


“카메라빨도 좋아.”


내용이 가벼운 것도 좋았지만, 무엇보다 드라마 컨셉이 우리 루나틱 데이즈와 일치했다.


“난 예쁘잖아.”


시원한 피지컬과 당당한 태도가 인상적인 캐릭터 ‘안서현’ 역은 우리 막내 지아가.


“뭐래?”


그런 ‘안서현’을 구박하는 건 빠른 년생 캐릭터 ‘정수빈’역, 유나가 담당했다.


“와~ 햄버거 맛있겠다~”


나긋한 분위기로 주변을 따뜻하게 만드는 캐릭터 ‘최지인’역은 은정이가.


“...서점 좀 들리자.”


조용한 태도로 아가씨 분위기를 물씬 풍기는 캐릭터 ‘서하나’역은 우리 선영이가.

그리고.


“날이 좋네.”


이 드라마의 실질적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작중 최고 미녀 캐릭터 ‘이빛나’역은 우리 루나틱 데이즈에서도 독보적인 비주얼을 가진 예윤이가 담당했다.

거짓말처럼 멤버들에게 딱 맞춰진 배역들이었다.

그런 만큼 멤버들은 좀 더 자신의 배역에 집중하여 연기를 할 수 있었다.

그나마 걱정이 있다면.


‘예윤이가 잘하려나...?’


평소 소심한 모습을 자주 보이는 예윤이뿐.

하지만 그마저도 걱정거리는 되지 않았다.


“아앗...!”


예윤이는 성격이 소심한 거지, 행동까지 위축된 건 아니었다.

조금 부자연스러운 면이 있었지만, 그 누구보다 열의를 가지고 연기에 임하는 게 바로 예윤이었다.


“다시... 다시 한 번만 갈게요...!”


자신이 만족하지 못하면 몇 번이고 재촬영을 요구하는 용기까지.

전에도 느꼈지만, 루나틱 데이즈에서 가장 배우와 어울리는 건 예윤이었다.

외모만이 아니라 연기에 임하는 자세가 그렇다는 뜻이다.

아무튼.

우리 멤버들은 상당히 순조롭게 촬영을 이어나갔다.

이제 남은 것은 최후반부, 멤버들의 야외씬뿐.

그런데 그때 문제가 생겨버렸다.


“어라?”


콰앙-!

야외 촬영장을 향해 가던 내 등뒤로 알 수 없는 굉음이 났다.

혹시...? 하는 생각이 뇌리를 스쳐지나가며, 숨이 턱, 하고 막힌다.

그리고 불길한 예감은 언제나 틀리는 경우가 없었다.


“......!”


유나였다.

돌계단을 내려오던 유나가 넘어졌다.

그런데 상태가 심상치 않았다.


“............!”


자신의 손가락을 부여잡고,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는 유나.


“언니!”


놀란 멤버들이 재빠르게 유나에게 달려들었다.


“괘, 괜찮아... 아악!”


유나는 애써 웃으며 멤버들에게 괜찮다고 말하려 했지만, 그건 불가능한 일이었다.

유나의 입에서 터져나오는 비명.

유나의 손가락이 이상했다.


“어, 어떡해!”


예윤이가 유나의 손을 보고 비명을 질렀다.


“언니 보지 마요!”

“...!”


예윤이가 유나의 얼굴을 붙잡았다.

자신의 손을 못 보게 하려는 속셈이었다.

그 사이, 나는 유나의 손을 살폈다.


‘이건...!’


푸르게 변한 손가락.

골절로 인한 출혈이었다.


“뭐야? 사고 났나봐.”

“이번에 연기하는 애들 아니야?”


스텝들이 웅성거린다.

나는 그 모습에 이를 아득 물었다.


“뭐해요! 구경거리 생겼어요? 구경할 시간에 빨리 응급차나 불러요!! 지금 통화하는 당신!! 119에 전화하라고!!!”


속에서 터져나오는 울분.

스텝 놈들.

남 일이라고 그냥 구경만 하나?


“아, 네, 넵!”


스텝들은 그제야 119에 전화를 하며 난리가 났다.

난 그 사이 상태를 악화시키지 않기 위해 유나에게 말을 걸었다.


“괜찮아, 유나야. 별일 아냐. 괜찮아. 많이 아프지? 괜찮아. 괜찮을 거야.”

“으, 으응...”


유나가 애써 웃으며 대답했지만, 유나의 이마에는 식은땀이 맺혀 있었다.


“다들... 나 괜찮으니까...”


이 와중에도 유나는 멤버들을 진정시키기 위해 입을 열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


고통을 참지 못한 유나는 이를 아득 물었다.


“유나야!!”


.

.

.


얼마 후, 응급차가 왔다.

유나는 검진을 받았고, 결과가 나왔다.

결과는 내 예상대로 골절이었다.


“헤헤...”


바보 같은 미소를 짓는 유나.


“흉터는 안 남을 거래. 조치가 빨라서 그렇다던데?”

“그래도...”


예윤이가 눈물을 글썽인다.


“왜 울어, 바보야.”

“언니... 아프지 마요...”

“내가 발 헛디딘 건데 어쩔 수 있나.”


유나는 그렇게 말을 하면서도 습관적으로 머리를 긁적이려다가.


“아야!”


손가락 통증 탓에 비명을 질렀다.

상태가 좋진 않았다.


“얼마나 있어야 낫는데?”

“한 달 정도 걸린다던데?”

“오래 걸리네... 바보는 예윤 언니가 아니라 유나 언니야.”


지아가 못마땅한 표정으로 유나의 머리를 붙잡았다.


“그러니까 조심 좀 하지!!”

“으아아악! 하지마!!”

“조심할 거야, 안 할 거야!!”

“할게!!!”


그렇게 멤버들이 티격태격하는 사이.

나는 스튜디오RK 측과 최현 실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스튜디오RK의 박정PD는 촬영 일정을 조율해보자며 유나의 쾌유를 빌었고, 최현 실장에게는 유나의 휴식이 필요하다고 병가를 내달라는 부탁을 했다.


-그렇게 하죠.


2주의 안정 기간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들은 최현 실장은 흔쾌히 유나의 병가를 허가했다.


“후우...”


잘 되던 일이 이렇게 되다니.

일에 대한 안타까움도 컸지만, 유나가 받을 스트레스가 얼마나 클까, 에 대한 걱정도 점차 커졌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유나는 멤버들을 챙겨주고 이끌어주는 리더이다.

이번 일로 받을 스트레스가 어마어마할 것이 분명했다.


‘자택 병가로 스트레스 좀 풀면 좋겠는데...’


처음에는 유나를 숙소에 둘까, 하는 생각도 했지만, 유나 성격상 멤버들을 챙겨주겠다고 한 시도 가만히 있지 않을 게 분명했다.

그러다 상처라도 도지면 큰일이 난다.

때문에 나는 최현 실장에게 병가를 요청한 것이었다.

아무튼.


“언니, 아프지 마아아아.”

“아잇, 진지아! 저리 안 떨어져?”

“여고생 붙어 있으면 뼈도 금방 붙는다고 했어.”

“그런 말은 어디서 나오는 거야?”

“몰라악. 아프지 말라고 유나 언니.”


유나에게 들러붙는 지아의 모습.

이러니저러니 해도 결국, 유나는 진정할 시간이 필요했다.


.

.

.


유나의 본가는 충청도의 읍이었다.


“은퇴하시고 그냥저냥 지내셔.”


유나의 말에 따르면, 유나의 부모님은 꽤 나이가 많으셔서 벌써 은퇴를 하셨다고 한다.

취미삼아 밭일도 하시고, 바다도 구경하며 유유자적 사신다고 했다.


“근데 오빠.”

“응?”

“우리 가족 만나고 갈 거야?”


왜 묻는 걸까?


“아니 뭐... 안 된다는 건 아니고... 우리 가족이 좀 걱정이 많거든.”

“그래?”

“응. 동생도 두 명이나 있어서 난리도 아냐.”

“나이 차가 좀 나나봐?”

“응, 이제 초등학교 6학년하고 4학년이야.”


나이 차이가 좀 나는 동생들이 있어서 유나가 남들을 잘 챙겨주는 걸까?

어쨌거나.


“그래도 여기까지 왔는데 인사를 안 하고 가긴 좀 그렇네.”

“아무튼 그렇다고. 우리 가족들이 너무 뭐라고 해도 그냥 넘겨들어줘. 알았지?”


신신당부 하는 유나.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유나의 집까지 안전하게 운전했다.

그렇게 도착한 유나의 본가.


“오...”


멋들어진 한옥이었다.

직접 지었다고 유나가 말해주었다.

그리고 집에 도착하자마자.


“아이고, 유나야!”


소식을 들은 유나의 부모님이 달려나왔다.


“엄마! 아빠!”


오랜만에 만난 부모님.

유나도 부모님에게 달려갔다.

그리고 유나의 어머님이.


“저분은...”

“우리 매니저님이셔.”

“아, 그래...?”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나를 바라봤다.

...어쩔 수 없는 일이겠지.

외지로 딸을 보냈으니 뭐가 걱정 안 될까.

나는 유나의 부모님께 허리 숙여 인사했다.


“안녕하십니까? 루나틱 데이즈 로드매니저 김현준이라고 합니다.”

“그래요... 유나 엄마에요.”

“이번 일은 제 관리 소홀로 일어난 일입니다. 정말 입이 몇 개라도 부족할 판입니다. 죄송합니다, 어머님.”


내 진심어린 사과가 통했는지, 유나 어머니가 고개를 주억거리고는 내게 말했다.


“들어와요, 오느라 고생했는데.”


.

.

.


“와, 누구야?”


유나의 동생들이 내게 달라붙었다.

유나는 당황하며 동생들을 떼어놓았고.

나도 집에 여동생이 있기 때문에 이 정도 상황은 크게 개의치 않았다.

그렇게 시작된 유나 부모님과의 면담.

유나의 말대로, 유나의 부모님은 걱정이 많았다.


“우리 애... 잘하고 있나요?”


걱정이 많으신 게 당연했다.

외지로 보낸 것도 보낸 거지만, 루나틱 데이즈는 빈말로도 성적이 좋다고 할 수 없었으니까.

그 사실을 알기에 나는 좀 더 확실하고 분명하게 이야기를 해야만 했다.


“루나틱 데이즈는 성적이 잘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


내 직언에 두 눈이 휘둥그레진 유나의 부모님.

나는 계속해서 이야기했다.


“하지만 멤버들 모두가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고개를 돌려 유나를 본다.

유나는 벌써부터 동생들과 노느라 정신이 없었다.


“유나가 있습니다.”

“...”


유나의 부모님은 여러 감정이 섞인 눈빛으로 나를 바라봤다.

감히 내가 이해할 수 없는 부모님의 심정이겠지.


“제가 걱정이 많아요. 딸이 아이돌을 하고 싶대서 서울로 보냈는데, 들리는 이야기는 없고, 오랜만에 연락이 왔나 했더니 다친 이야기뿐이고...”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그게 매니저님이 죄송할 일인가요? 다 그러려니 해야 하는 일이지.”


유나 어머니가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그런데 아이돌 일... 가망이 있나요?”


유나 어머니가 진심 어린 걱정을 내게 물어왔다.


“유나가 하는 일이야... 전부 걱정되긴 하지만... 결국 아이돌은 성공해야 일을 지속할 수 있는 거잖아요.”

“그렇습니다.”

“그런데 들려오는 이야기는 하나도 없고...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에요.”


하아, 하고 한숨을 내뱉으신다.

확실히 루나틱 데이즈는 여러 면에서 걱정이 될 수밖에 없다.

성적이 나오든, 나오지 않든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실 텐데.

그리고 이 상황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하나다.

그건 바로.


“어머님.”

“예?”

“유나 잘하고 있습니다.”


유나를 칭찬하는 것이었다.

그것도 아주 자세히.

그리고 아주 상세히.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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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 쇼케이스 (5) (삽화) +3 22.06.29 1,035 22 12쪽
50 쇼케이스 (4) +2 22.06.28 1,028 22 11쪽
49 쇼케이스 (3) +3 22.06.27 1,069 21 13쪽
48 쇼케이스 (2) (삽화) +3 22.06.26 1,210 25 13쪽
47 쇼케이스 (1) +2 22.06.25 1,256 24 13쪽
46 리더의 무게 (5) (삽화) +2 22.06.24 1,316 28 11쪽
45 리더의 무게 (4) (삽화) +3 22.06.23 1,375 32 13쪽
44 리더의 무게 (3) +3 22.06.22 1,362 32 13쪽
43 리더의 무게 (2) +1 22.06.21 1,403 30 12쪽
42 리더의 무게 (1) +4 22.06.20 1,478 35 13쪽
41 스텝업 (7) (삽화) +5 22.06.19 1,591 36 12쪽
40 스텝업 (6) +4 22.06.18 1,587 36 12쪽
39 스텝업 (5) +3 22.06.17 1,646 40 12쪽
38 스텝업 (4) (삽화) +4 22.06.16 1,700 42 14쪽
37 스텝업 (3) (삽화) +3 22.06.15 1,746 42 13쪽
36 스텝업 (2) +2 22.06.14 1,755 39 14쪽
35 스텝업 (1) (삽화) +4 22.06.13 1,890 45 12쪽
34 성장 (7) +7 22.06.12 1,906 42 12쪽
33 성장 (6) +2 22.06.11 1,913 41 11쪽
32 성장 (5) (삽화) +3 22.06.10 1,991 52 12쪽
31 성장 (4) +4 22.06.09 2,039 46 13쪽
30 성장 (3) (삽화) +3 22.06.08 2,137 49 12쪽
» 성장 (2) +1 22.06.07 2,123 43 12쪽
28 성장 (1) (삽화) +5 22.06.06 2,311 53 12쪽
27 의외 (7) +2 22.06.05 2,413 5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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