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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일산

천재 매니저는 연예계가 너무 쉽다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완결

산일(山日)
작품등록일 :
2022.05.14 00:45
최근연재일 :
2022.06.30 08:20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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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2.06.18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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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스텝업 (6)

DUMMY

여름이 다가오는 밤.

공기가 습해지고, 뜨거운 공기가 불쾌하게 느껴지기 시작한다.

묵직해진 공기가 빠져나가지 않는 자취방에서 나는.

달칵-

오늘도 루나틱 데이즈의 영상을 편집하고 있었다.

편집하는 영상은 당연히 내가 책임자로 있는 루나틱 데이즈의 브이로그 영상이다.

벌써 브이로그를 올린지 3달이 지났다.

나는 1주에 2, 3회 빈도로 멤버들의 브이로그 영상을 올렸고, 어느새 멤버들의 일상을 담은 브이로그의 조회수는 평균 20만 회에 달하고 있었다.

처음 10만 조회수를 찍고 모두가 놀라던 그때에 비하면 정말 장족의 발전이라 할 수 있었다.

게다가.


‘슬슬 인터넷에서 루나틱 데이즈의 언급 빈도가 높아지기 시작했어.’


나는 영상을 올리는 틈틈이 SNS에 올라오는 루나틱 데이즈 태그글들을 확인했다.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루나틱 데이즈와 관련된 글을 1주에 1, 2건을 찾아볼 수 있을까 했다.

하지만 지금은.


-루나틱 데이즈 근황.jpg

-루나틱 데이즈 브이로그 봄??

-요즘 아이돌 비주얼을 살펴보자


하루가 멀다하고 루나틱 데이즈와 관련된 글들이 올라오고 있었다.

아무래도 힐링토크의 영향이 컸다.


‘순간시청률이긴 하지만 13.4%나 됐으니까.’


SBC의 대표 예능인 힐링토크.

우리 멤버들은 힐링토크에 나가 멋지게 활약했고, 그 활약 덕분에 인지도가 크게 늘어났다.

또한.


‘웹드라마 반응도 나쁘지 않아.’


박정PD가 총괄한 웹드라마 ‘모두 나만 바라봐’가 너튜브에 공개되었고, 3일 만에 무려 50만 조회수라는 경이로운 조회수를 기록했다.

웹드라마는 일주일간 평균적으로 10만 조회수에서 20만 조회수가 찍히는 게 보통이다.

그런데 우리가 찍은 웹드라마 ‘모두 나만 바라봐’는 그러한 평균을 아득히 상회하는 성적을 거둔 것이다.


‘운이 좋으면 수백, 진짜 어쩌면 천만 조회수를 찍을지도 모르겠어.’


물론 희망적인 관측이지만, 그만큼 우리 멤버들이 출연한 웹드라마 ‘모두 나만 바라봐’는 그 정도 포텐을 가지고 있었다.


‘성적이 좋으니 너튜브 오리지널 드라마 제의를 받을 게 분명하고.’


그렇게 되면 우리 멤버들은 정기적으로 출연할 수 있는 드라마 스케줄이 생기게 된다.

퍼즐 조각이 하나둘씩 맞춰지는 것처럼, 우리 루나틱 데이즈의 활약도 하나둘씩 맞춰지기 시작했다.

그 조각들이 모이고 모여 큰 그림이 그려진다.

그리고 내 눈에 보인 큰 그림은.


‘때가 왔어.’


컴백을 때가 도래했다는 사실이었다.

사실 이 정도 됐는데 컴백을 하지 않는다면 그거야 말로 팬들의 기대를 저버리는 일이다.

그래서 나는.


-나 : 실장님, 이제 슬슬 멤버들 컴백시켜도 되지 않겠습니까?


최현 실장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늦은 시간에 상사에게 메시지를 보내는 건 예의에 어긋나는 일이라고 하지만, 이렇게 중요한 일은 뭐 어쩔 수 없지 않나.

게다가 최현 실장이 이런 일을 싫어할 사람도 아니고.

아니나 다를까.


-최현 실장님 : 저도 그렇게 생각하는 중이었습니다.


내가 메시지를 보낸지 얼마 되지 않아 최현 실장의 메시지가 도착했다.

자신도 그렇게 생각한다는 최현 실장의 메시지.

이 사람도 역시 루나틱 데이즈를 생각하는 필수 멤버 중 하나이다.


-최현 실장님 : 요즘 멤버들 인지도가 크게 올랐죠. 지금이 적기라고 생각합니다.

-나 : 그럼 스케줄 조절이 필요할까요?

-최현 실장님 : 아뇨, 지금 당장은 아니고... 일단 내일 본사에서 이야기하도록 하죠. 메시지로 이야기하기엔 너무 말이 많아질 것 같네요. 좋은 밤 되세요, 현준씨.

-나 : 알겠습니다, 실장님. 늦은 시간에 죄송합니다.


나는 마지막 메시지를 보내고 핸드폰을 껐다.


‘...’


무언가 기분이 찜찜했다.

컴백을 해야 한다는 사실에는 동의하면서 왜 곧바로 이야기를 꺼내지 않고 다른 이야기를 꺼내는 걸까?


‘이런 경우에는 보통 어떤 문제가 생긴 건데...’


나는 여러 회사를 다니면 다양한 일을 겪어봤다고 자부할 수 있었다.

나이 26살 중에서는 일적으로 가장 많은 사건을 겪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어떠한 일이 일어났을 때, 일이 풀려나가는 경우는 대체로 두 가지 방향으로 정해진다.

첫 번째는 아무런 문제도 없이 일이 진행되는 것.

이건 왈가왈부 할 것도 없이 쉽게 일이 해결된다.

문제는 두 번째 방향이었는데, 이건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방향이었다.

가고 싶은 길이 있는데 괴한들이 길을 막고 있어서 가지 못하는 느낌과 비슷하다.

최현 실장의 답변을 받은 나는 어째서인지 일이 두 번째 방향으로 풀릴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고.

다음 날.


“예? 컴백을 늦추자고요?”


나는 내 직감이 맞았다는 걸 확인당하고 말았다.


.

.

.


연예계에 뛰어들어 몇 년 이상 버틴 사람이 대개 그렇듯, 최현 실장은 자신의 일에 자부심이 있었다.

연예 1팀 매니저 시절부터 그의 손을 거친 아이돌과 배우의 숫자만 해도 5팀 가까이 될 정도로, 그는 자신의 일을 사랑했다.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만큼, 최현 실장은 자신의 일에 자신감 역시 가지고 있었다.

HWJ엔터테인먼트라는 곳이 어떤 곳인가.

3대 기획사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그래도 성공한 아이돌과 배우들을 배출해낸 대한민국에서 손꼽히는 기획사이지 않는가.

아이돌과 배우들의 성공 배후에는 최현 실장이 있었고, 최현 실장은 그러한 커리어만큼이나 높은 자신감을 가지고 있었다.

그 어떤 아이돌이나 배우가 와도 성공시킬 자신이 있다.

최현 실장은 그런 자신감 하나로 실장 자리까지 올라온 사람이었고, 앞으로도 그 자신감 하나로 자신의 기획사를 차릴 야망이 있는 사람이었다.

그런데.


“왜 이런 일이...”


그런 최현 실장도 감당할 수 없는 팀이 하나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루나틱 데이즈였다.

첫 기획부터 최현 실장이 깊게 관여한 루나틱 데이즈는 실패할 가능성이 전혀 보이지 않는, 수많은 아이돌을 봐온 최현 실장이 보기에도 너무나 완벽한 걸그룹이었다.

외모면 외모, 실력이면 실력, 개성이면 개성.

모든 면에서 빠질 것 하나 없는 그룹이 바로 루나틱 데이즈였다.

그런데 이게 웬걸?


‘왜 실패한 거지?’


반드시 성공할 거라 예상했던 루나틱 데이즈는 데뷔 무대부터 실패를 경험하고 말았다.

그것도 보통 실패가 아닌, 폭망이라 불릴 정도로 어마어마한 실패를.

어째서 이런 일이 일어난 것일까?

최현 실장은 다양한 시선으로 루나틱 데이즈의 실패를 분석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었다.


‘실패한 이유가 도대체 뭐야?’


분석을 하면 할수록 루나틱 데이즈가 실패할 이유를 찾을 수 없었다.

노래가 안 좋았나?

그럴 리 없다.

대한민국에서 이름을 날리는 작곡가에게서 노래를 받아왔다.

실력이 부족했나?

그것도 아니다.

데뷔 무대는 그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에 멤버들의 손가락 각도 하나까지 교정했다.

그럼 멤버들이 문제였나?

그것도 아니었다.

멤버들은 아이돌로서 성공하겠다는 각오 하나만으로 몇 년이나 되는 연습생 생활을 버텨왔다.

열의가 없거나 외적인 문제가 있는 것도 아니었다.


‘실패할 이유가 전혀 없었는데...’


모든 면에서 루나틱 데이즈는 완벽했다.

그럼에도 루나틱 데이즈는 실패를 경험했고, 최현 실장은 그것을 결국.


‘그냥 운이라고...?’


운의 탓으로 돌릴 수밖에 없었다.

운칠기삼이니, 모사재인 성사재천이니.

일을 하는 건 사람이지만, 결과는 하늘에 달렸다는 수많은 격언.


‘말도 안 돼.’


최현 실장은 그 말을 믿고 싶지 않았다.

최선을 다한 건 우리인데, 왜 결과는 하늘에 맡겨야 하는가.

하지만 루나틱 데이즈 만큼은 그 격언을 믿을 수밖에 없었다.

모든 면에서 완벽했던 루나틱 데이즈가 절망적일 정도로 실패를 겪었으니.

그렇다 해도 루나틱 데이즈를 손에서 놓을 수는 없었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이건 너무하잖아. 내가 키운 애들이라고.’


루나틱 데이즈는 최현 실장의 10년 노하우를 담아낸 걸그룹이었으며, 최현 실장의 자부심과도 마찬가지인 그룹이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미 망해버린 아이돌에게 일감은 들어오지 않는 법이라.

루나틱 데이즈는 아무런 소득도 없이 황금 같은 1년을 낭비하고 말았다.

최현 실장은 어떻게든 일감을 물어오고 싶었지만, 망해버린 아이돌에게 행사를 맡기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허...’


모든 것이 너무 절망적이었다.

자신이 만든 작품이 세간의 혹평을 예술가의 기분이 이런 걸까?

그렇다고 포기하고 싶지도 않았다.

자신을 향한 자신감과 자부심, 그리고 고집이 있었기에.

최현 실장은 포기하지 않았다.

그러던 차, 기적이 일어났다.


“김현준씨라고 했지?”


엎친 데 덮친 격이라고, 루나틱 데이즈를 악의적으로 쫓아다니던 스토커를 잡은 사람이 매니저로 들어왔다.

처음엔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다른 매니저처럼 도망이나 가지 않으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자체 컨텐츠를 제작하겠다고요?”

“예.”


그 매니저는 도망가기는커녕 멤버들의 스케줄을 담당할 자신보다 앞서 일감을 만들어내는 수준이었다.

처음에는 믿음직스럽지 않았다.

관련 업계에서 일한 적도 없는 사람이 자체 컨텐츠를 제작하겠다고 하니, 오히려 꼴불견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그런 생각은 오래 이어지지 않았다.

자체 컨텐츠로부터 시작된 가히 파괴적이라 할 수준의 스케줄 행보.

스타라이브, 웹드라마, 쇼츠 프로젝트, 그리고 SBC의 대표 예능인 힐링토크 게스트 참가까지.


‘도대체 뭐하는 사람이야?’


그가 어떤 사람인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사원의 추천으로 뽑은 매니저는 어느새 자신이 담당하는 연예 3팀에서 없어서는 안 되는 존재가 되어 있었다.

그리고 최현 실장은 직감했다.


‘드디어 때가 온 거야.’


운칠기삼이라는 말을 믿고 싶지 않았지만, 이젠 믿어야 할 때였다.

하늘이 기회를 내려준 것이다.

절대 이 기회를 놓쳐선 안 됐다.

최현 실장은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루나틱 데이즈에게 쏟아부었고, 양 어깨에 날개를 단 루나틱 데이즈는 지난 1년간의 부진이 거짓말이었던 것처럼 날아오르기 시작했다.


‘루나틱 데이즈는 이제 시작이야.’


이제 모든 것이 완벽하게 풀릴 거라 생각했다.

루나틱 데이즈는 성공가도를 달리게 될 것이고, 자신의 더욱 높은 경지로 오를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이게 정말입니까?”


최현 실장은 다시 한 번 넘을 수 없는 벽을 만나고 말았다.

그 벽은 바로.


“YT엔터테인먼트가... 정말로 여름에 신인 걸그룹을 데뷔시킨다고 했습니까?”


대한민국 3대 기획사 중 하나인 YT엔터테인먼트였다.

대한민국에서 손꼽히는 기획사라고는 하지만, HWJ엔터테인먼트는 YT엔터테인먼트와 규모에서도, 질적인 면에서도 비교가 되지 않았다.

YT엔터테인먼트가 가진 연예계 라인부터 시작해, 방송계 라인, 그리고 해외유통망 및 여러 로비까지.

HWJ엔터테인먼트는 절대로 YT엔터테인먼트를 이길 수 없었다.

최현 실장은 절망했다.


‘왜 내게 이런 일이?’


정말 하늘은 나를, 그리고 루나틱 데이즈를 버린 걸까?

그런 생각이 들 수밖에 없었다.

어떻게 되어 먹은 게, 이제 좀 볕이 드나 했더니만 폭풍이 몰아칠 수 있는 건가.

아아, 내가 뭘 잘못했다고.

최현 실장은 절망할 수밖에 없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저주 받았다고 밖에 생각되지 않았으니까.


‘난 어떻게 해야 되지?’


최현 실장은 멍한 눈으로 허공을 바라봤다.

여전히 길은 보이지 않았다.

그때 최현 실장은 생각했다.


‘만약 이 난관을 뚫을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그건 바로...’


그리고는 곧.


“내가 무슨 생각을.”


고개를 저었다.


“이런 걸 어떻게 해결한다고.”


하지만 그는 믿지 않았다.

이 난관을 뛰어넘을 수 있는 사람이, 딱 하나 있다는 사실을.


작가의말

날씨가 우중충해서 너무 피곤한 거시에요...

역시 여름보단 겨울이 좋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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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 쇼케이스 (5) (삽화) +3 22.06.29 1,036 22 12쪽
50 쇼케이스 (4) +2 22.06.28 1,029 22 11쪽
49 쇼케이스 (3) +3 22.06.27 1,071 21 13쪽
48 쇼케이스 (2) (삽화) +3 22.06.26 1,212 25 13쪽
47 쇼케이스 (1) +2 22.06.25 1,258 24 13쪽
46 리더의 무게 (5) (삽화) +2 22.06.24 1,318 28 11쪽
45 리더의 무게 (4) (삽화) +3 22.06.23 1,378 32 13쪽
44 리더의 무게 (3) +3 22.06.22 1,364 32 13쪽
43 리더의 무게 (2) +1 22.06.21 1,405 30 12쪽
42 리더의 무게 (1) +4 22.06.20 1,480 35 13쪽
41 스텝업 (7) (삽화) +5 22.06.19 1,593 36 12쪽
» 스텝업 (6) +4 22.06.18 1,590 36 12쪽
39 스텝업 (5) +3 22.06.17 1,648 40 12쪽
38 스텝업 (4) (삽화) +4 22.06.16 1,702 42 14쪽
37 스텝업 (3) (삽화) +3 22.06.15 1,748 42 13쪽
36 스텝업 (2) +2 22.06.14 1,757 39 14쪽
35 스텝업 (1) (삽화) +4 22.06.13 1,892 45 12쪽
34 성장 (7) +7 22.06.12 1,908 42 12쪽
33 성장 (6) +2 22.06.11 1,916 41 11쪽
32 성장 (5) (삽화) +3 22.06.10 1,993 52 12쪽
31 성장 (4) +4 22.06.09 2,041 46 13쪽
30 성장 (3) (삽화) +3 22.06.08 2,139 49 12쪽
29 성장 (2) +1 22.06.07 2,127 43 12쪽
28 성장 (1) (삽화) +5 22.06.06 2,314 53 12쪽
27 의외 (7) +2 22.06.05 2,416 5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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