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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의군주
작품등록일 :
2022.05.11 13:55
최근연재일 :
2022.09.13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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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2,3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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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9.12 1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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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105화. 제국으로

DUMMY

105화. 제국으로




햇볕이 찬란하게 비치는 오후의 도서관.


어마어마한 장서를 보유하고 있는 제국의 도서관은 보는 이로 하여금 절로 그 규모에 압도당할 만큼 웅장하고 고고한 모습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인기척이 없는 그곳에 한 명의 여인만이 우아한 몸짓으로 책장을 넘기고 있었다.


누군가 지금 그녀의 모습을 본다면 있지도 않은 지식의 여신을 찾을 만큼 아름답고 고귀한 자태였을 테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다는 것을 깨달을 것이다.


그녀가 읽고 있는 책은 '정복의 역사'라는 일종의 역사서였으며 옷차림은 하늘하늘한 드레스 따위가 아닌 몸의 중요 부위를 금속으로 보호하는 경장 갑옷이라 어딘지 모르게 언밸런스한 느낌을 주고 있었다.


그녀는 분명 책을 읽고 있었지만 그와 동시에 조용한 도서관 어딘가에서 들려오는 작은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이는 중이었다.


"······따라서 그 정보에는 상당히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됩니다."


책장 넘기는 것을 멈추지 않고 정보원의 보고를 듣고 있던 여제, 엘레인 아이리나드는 책에서 눈을 떼지 않은 채로 입을 열었다.


"누군가 손을 쓰고 있다고요. 가능성으로 보자면 프랭클린이겠지만 그 돌머리가 직접 그런 일을 생각했을 것 같지는 않고··· 충성스럽다는 부관의 작품일까요?"

"장담할 순 없지만 현재로선 그럴 가능성이 가장 높습니다."

"후후후, 재밌는 일을 벌이고 있네요. 오랜만에 한 번 놀아볼 수 있을 것 같은데."


그 모습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장난기 섞인 말이 나오자 방금까지 무미건조한 태도로 보고를 하던 정보원은 곤란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폐하···."

"농담이에요, 우리는 수호자이자 조율자, 결코 균형을 깨뜨려선 안되죠 나도 알아요."


아무 소리도 들려오지 않았지만 그녀는 그 날카로운 감각으로 정보원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다는 것을 눈치챘다.


"하지만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고 욕심은 눈을 멀게 만들죠, 전쟁이 어떻게 흘러갈지 알 수 없으니 우리도 어느 정도 움직임을 보여야 해요."

"지당하신 말씀입니다."


그리고 더 이상의 대화는 들려오지 않았지만 그녀는 읽고 있는 책이 흥미로운 건지 아니면 그 머릿속에 뭔가 재밌는 생각이 흘러가고 있는 건지 미미하게 웃음을 지었다.


"하지만 뭔가 재밌는 일이 일어날 것만 같은 이 예감은 뭘까요? 후후훗."


지식의 여신이 현신한 것처럼 아름답고 고고하던 그 모습은 어느새 장난의 신과 같은 짓궂고 천진난만해 보이는 모습으로 바뀌었다.


여제 엘레인 아이리나드는 좀처럼 그 속을 알 수 없는 여자였다.



* * *



이곳은 발루카 골드러시의 지하 회의실.


평소에는 중요한 안건에 대한 회의를 진행하거나 비상시에 대피소로 사용하는 곳이기 때문에 그 문을 개방하면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을 때가 많았지만 지금은 꽤 단출한 인원만이 모여있었다.


우선 사장과 부사장인 로저스와 데비, 그리고 서지우 일행과 그들과 함께 온 아르나크 일행 두 명, 마지막으로 고위 마법사인 마틸다가 전부였다.


"귀한 분께서 오셨는데 제대로 대접도 못해드려 죄송합니다."

"아니, 그런 건 모든 것이 성사된 이후로 미루는 게 순서에 맞겠지."


서지우 일행이 모든 계획에 실패했다면 최대한 흔적을 지우고 물러나야 하기 때문에 아는 사람은 가능한 한 적은 편이 좋았다.


그래서 모든 것을 밝힌 것은 데비와 마틸다로 한정했었지만 지금까지 그의 계획은 성공적으로 풀려나갔고 이제 발루카 골드러시의 도움이 필요할 시기가 왔기에 사장인 로저스도 전면에 나서게 되었다.


"나를 도운 이들과 발루카 골드러시는 절대 잊지 않을 것이오. 자세한 이야기는 이제부터 천천히 나눠보도록 하지."

"물론입니다 핫하하하!"


원칙대로라면 서로 손을 잡는 것에 대해 많은 이야기가 오갔어야 맞지만 지금은 일분일초를 다투는 상황인데다가 극비로 진행 중인 일이었기에 중요한 몇 가지 사항을 논의하고 재확인하는 절차를 마무리한 후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우선 가장 급한 일은 제국을 끌어들이는 것.


하지만 현재 아르나크는 변변한 뒷배가 없는 상태이다. 거래와 협상은 서로 대등한 위치여야 가능한 것이기에 무턱대고 제국으로 찾아간들 여제는 그들을 만나주지도 않을 것이 분명했다.


그래서 서지우는 그럴듯한 말로 자기 계획을 열심히 포장하며 설명했다.


"나라의 일을 타국의 힘을 빌려 해결하려 한다면 그것은 두고두고 후환이 될 확률이 높아요. 그것은 역사가 말해주고 있죠, 앙글라시움 왕국과 동맹을 맺어 일을 처리한다면 딱 그렇게 되는 꼴입니다. 하지만!"


서지우는 모두의, 특히 아르나크의 주목을 끌면서 중요한 순간에 약간씩 뜸을 들여가며 감질나게 말을 이어갔다.


"발루카 가문의 도움을 받는다면 꼭 그렇지만도 않을 거다 이 말입니다. 발루카 가문은 일개 가문이지만 대륙 전체에 영향력이 있을 만큼 막강한 가문임과 동시에 나라 대 나라가 아닌 단순히 거래 상대로서 봐도 무방하다 이거죠."


그렇게 말하며 그는 슬쩍 데비에게 눈길을 주며 무언의 재촉을 했다.

그것을 알아들은 데비는 마치 미리 연습이라도 한 듯이 서지우의 말을 이어받아 이야기를 계속해 나갔다.


"맞습니다, 서지우 씨의 말대로 저희는 그저 거래를 하는 것뿐이에요. 모든 것이 끝난 후에도 내정간섭을 하려 한다거나 하물며 프리가니트 왕국을 욕심내거나 할 일은 절대로 없죠."

"그런데도 뒷배가 돼주겠다 이 말인가?"


아르나크가 미심쩍다는 뜻을 내비치자 오히려 데비는 감추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듯이 허심탄회하게 얘기했다.


"왕자님, 그 부분에 대해선 오해하실 것 없습니다. 저희는 도움을 드린 만큼 돌려받겠다는 것뿐이니까요. 나중에 가서 내정간섭이나 프리가니트 왕국의 한 축이 되려 한다면 지금 가문의 모든 것을 왕자님께 내어 드려야 할 판인걸요? 하지만 그렇게까진 하지 않을 것입니다."

"흐음···."


지금 이곳에 아르나크 자신을 도와줄 사람은 없다. 그레이슨이 있지만 그는 아르나크를 오래 모셔온 호위 기사일 뿐 이런 쪽에는 그리 밝지 않았기 때문이다.


즉, 왕이 되기로 마음먹은 아르나크가 온전히 자신의 생각으로 판단을 하고 나중에 그에 대해서 책임을 져야 한다는 뜻이었다.


그것은 당연한 일이기도 하지만 왕이 되려는 자라면 응당 해내야 하는 부분이기도 한 것이다.


아르나크는 긴 고민 끝에 어느 정도 마음을 정한 듯 한 가지를 물었다.


"발루카 가문이 내게 해줄 수 있는 것이 뭐지?"

"이름입니다."

"이름?"

"네, 이름. 다른 누구도 아닌 발루카 가문이 왕자님을 지지한다는 것을 세상에 공언할 수 있게 되겠죠."


잘 모르는 사람이 들으면 고작 그것뿐이냐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뒷배가 부족한 아르나크에게 있어 그것은 결코 가볍지 않은 것이었다.


데비의 그 대답을 듣자마자 긴 고민은 이어지지 않았다.

나라는 아니지만 그에 필적할 만큼의 명성과 힘을 가지고 있는 가문, 지금의 그에게 있어 이것만큼 안성맞춤인 뒷배는 더 없을 것이 분명했다.


"그 제안을 받아들이지, 앞으로 발루카 가문과 좋은 관계가 이어졌으면 좋겠군."

"영광입니다 왕자님, 그 선택에 후회는 없으실 겁니다."

"핫하하하! 앞으로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그렇게 일이 일단락되자 서지우는 서둘러 제국으로 출발할 준비를 하려고 했지만 그런 그를 데비가 멈춰 세웠다.


"이럴 때는 명백한 사실보다는 눈에 보이는 게 중요한 법이에요."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서지우의 물음에 데비는 뜸을 들이며 나중에 직접 눈으로 보라는 말만을 남긴 채 답을 회피했지만 나중에 가서 그녀의 말대로 직접 눈으로 보니 자기가 생각이 짧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하급 귀족만 돼도 이런 것에 공을 들이는 법인데 제국의 여제쯤 되면 더하면 더했지 덜하진 않겠죠 거기에서부터 벌써 차이가 생기는 거예요."

"그대로 갔다면 웃음거리가 될 뻔했네요. 제가 이런 쪽엔 어두워서요."


그렇게 대화를 나누는 서지우와 데비의 너머로 보이는 것, 그것은 화려한 행렬이었다.


화려하고 거대한 육두마차 한 대를 중심으로 발루카를 상징하는 검은색과 황금색의 쌍두마차 다섯 대와 짐마차가 그 뒤를 따르고 주변에는 검은 갑옷의 독 발톱 부대 백여 명이 호위를 하고 있었다.


거기에 화룡점정(畵龍點睛)은 행렬의 맨 앞에 있는 거대한 깃발이었는데 한쪽에는 긴 발톱의 짐승이 그려진 발루카 가문의 깃발과 다른 한쪽에는 프리가니트 왕국의 상징인 파도가 그려진 깃발이었다.


한 나라의 왕자가 가볍지 않은 이유로 제국을 방문한다고 한들 달랑 여섯 명이 초라한 행색으로 짐마차를 타고 갔다면 그야말로 웃음거리가 됐을 것이 뻔했다.


그래서 데비는 서지우의 계획을 들었을 때 이미 그것에 대한 준비를 시작했고 조금의 지체도 없이 제국을 향해 떠날 준비를 마칠 수 있었다.


"자 이제 그럼 두 번째 산을 넘으러 가볼까요?"



* * *



제국의 수도로 출발한 지 일주일.


그동안 서지우는 꽤 바쁜 시간을 보냈다. 왜냐하면 제국의 여제를 만나러 가는 길에 아르나크를 따르는 신하들 또한 동행을 해야 했기 때문에 그들을 디멘션 게이트로 운반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원래대로라면 그들은 그들 나름대로 행렬을 꾸려서 와야 맞겠지만 프리가니트 왕국에서 제국의 수도까지의 거리가 너무 멀었기 때문에 그랬다간 시간에 맞출 수 있을지 미지수였다.


그래서 애초에 제국에 다다를 때쯤 디멘션 게이트를 이용해 옮길 심산으로 미리 각자 데려갈 다섯 명을 선발해 놓으라고 말을 해놓은 것이었다.


그 결과 현재 육두마차 안에는 아르나크와 데비, 그리고 이번에 도착한 헬리커스 백작과 카시우스 백작이 탑승하게 되고 다섯 대의 쌍두마차에는 나머지 일행들이 각각 나눠 타고 있었다.


아직 본격적인 일은 시작도 안 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미 지쳐 보이는 서지우를 향해 아이작이 딱하다는 듯이 말했다.


"어렸을 땐 아처 말고 마법사가 되고 싶었던 때도 있었는데 너를 보니까 그럴 생각이 싹 사라진다 야."

"그건 위로냐 놀리는 거냐?"


그의 반응을 보고 재밌다는 듯이 웃는 아이작을 향해 콧방귀를 뀐 서지우는 피곤하긴 하지만 나름 속으로는 충실한 기분을 느끼고 있었다.


'앞으로 한 번 이면 디멘션 게이트 3레벨이야! 흐흐흐.'


그것을 본 마틸다는 새침한 표정으로 서지우를 향해 툭 내뱉었다.


"내가 그 마법을 쓸 수 있었으면 더 수월했을 텐데 네 설명으론 아무리 해봐도 이해가 안 된단 말이야."

"별 수 없잖아요 아무리 제 오리지널 마법이라곤 해도 제가 하나부터 열까지 만든 마법이 아니니까, 전 그냥 전수받은 것뿐이라고요."


그러자 마틸다는 더욱 삐친 듯이 고개를 홱 돌리며 한숨 섞인 말투로 말했다.


"아, 나한테는 그런 마법 전수해 주는 사람 안 찾아오나."


그렇게 키득거리며 웃고 떠드는 사이 어느새 행렬은 제국의 수도에 다다르려 하고 있었다.


이미 발루카 가문을 통해 아르나크의 방문과 그 목적을 알린 덕분에 국경부터 수도의 관문까지 막힘없이 통과할 수 있었는데 정작 문제는 다른 곳에서 일어났다.


분명 4왕자인 아르나크가 방문한다는 기별을 넣었고 준비까지 충분한 시간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일행을 맞이하고 응대를 해야 할 사람이 보이질 않는 것이다.


그들은 기껏해야 시녀를 통해 안내받은 응접실로 보이는 공간에 앉아 하염없이 시간만 보내고 있는 중이었다.


참다못해 지나가는 사람을 붙잡고 물어봐도 마치 녹음기처럼 황제 폐하께서는 바쁘시다는 말뿐.


이쯤 되니 그들도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싫어도 눈치챌 수밖에 없었다.


"기선제압이네요 하하하하."

"자네는 뭐가 그리 재밌는가? 우리가 무시를 당한 것인데."


하지만 서지우는 얼굴에 웃음기를 지우지 않고 그에 답했다.


"아뇨, 그 여제라는 사람 생각보다 별거 아닐 수도 있겠다 싶어서요 후후."


방안에 있는 모든 사람들은 그런 서지우의 속내를 도통 알 수가 없어 고개만 갸우뚱거리고 있었다.


작가의말

안녕하세요 오늘도 잘 부탁드립니다.


드디어 제국에 다다른 일행이었지만 시작부터


난관에 부딪혀 뜻대로 안될 것 같은 불안감이


느껴지는 상황인데요.


표정이 나쁘지 않은 서지우의 생각대로


일이 잘 풀려갈지 다음 편을 기대해 주세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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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7 106화. 레이너의 계략 22.09.13 45 1 13쪽
» 105화. 제국으로 22.09.12 47 1 13쪽
105 104화. 헬리커스의 선택 22.09.08 51 1 13쪽
104 103화. 인벤토리 22.09.04 73 1 15쪽
103 102화. 쿠데타 22.08.31 59 1 13쪽
102 101화. 피해자들 22.08.30 59 1 15쪽
101 100화. 살인사건 22.08.29 62 0 14쪽
100 99화. 야반도주(夜半逃走) 22.08.28 66 1 14쪽
99 98화. 몰래카메라 22.08.26 62 1 14쪽
98 97화. 왕성 잠입 22.08.25 61 1 16쪽
97 96화. 열쇠의 정체 22.08.24 68 1 15쪽
96 95화. 작전 브리핑 22.08.23 69 1 13쪽
95 94화. 아르나크의 결심 22.08.22 75 1 17쪽
94 93화. 항구도시 르나비크 입성(入城) 22.08.20 76 1 14쪽
93 92화. 르나비크로 가는 길 22.08.19 75 1 13쪽
92 91화. 그렌에 대하여 22.08.18 79 1 16쪽
91 90화. 역세권? 아니, 차원문세권! 22.08.18 97 1 16쪽
90 89화. 업그레이드 22.08.16 97 0 13쪽
89 88화. 돌기 시작한 톱니바퀴 22.08.16 93 1 15쪽
88 87화. 폭죽을 터뜨릴 준비 22.08.15 110 1 17쪽
87 86화. 전략기획부서 22.08.13 110 3 16쪽
86 85화. 인턴 종료 22.07.28 115 3 14쪽
85 84화. 아르나크의 의도 22.07.27 117 3 13쪽
84 83화. 지하 검투장의 결투 22.07.27 120 4 14쪽
83 82화. 원수는 도박장에서 만난다 22.07.26 120 3 13쪽
82 81화. 작당모의(作黨謨議) 22.07.25 137 2 14쪽
81 80화. 두더지 잡기 22.07.24 129 3 17쪽
80 79화. 골칫거리와의 만남 22.07.23 133 3 12쪽
79 78화. 변경백령 아르나메데스 22.07.23 127 3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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