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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전쟁·밀리터리

무대선
작품등록일 :
2022.05.17 13:44
최근연재일 :
2022.06.29 19:40
연재수 :
6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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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355,0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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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5.17 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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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파락호 기사 백설공주를 구하러 가다 - 1

DUMMY

파락호 기사 백설공주를 구하러 가다 - 1


아침녘 윈즐로 집안의 서번트(하인) 무치는 난감한 얼굴을 하고 왕의 호위대 장교 중 한명인 윌리엄경 맞이하고 있었다.


“아니, 아직 아침식사 전이 아닌가. 마틴경이 집에 안 계시다니 어찌된 일인가.”


“하지만 나리, 저희 주인 나리 앞으로는 아무런 통보도 없었습니다. 이를 헤아려 주십시오.”


18살, 훤칠한 키에 금발, 돌이라도 씹어 먹을 듯한 젊음과 왕의 근위기사라는 오만함을 가진 윌리엄이었다.

그 윌리엄 앞에서 38살의 얼굴에 개기름이 번질거리는 둥근 얼굴의 거한인 무치는 윌리엄보다 머리 하나는 더 큰 키를 일부러 잔뜩 숙여서 보조를 맞추며 일부러 비굴한 듯한 목소리를 내었다.


“허어, 사전에 약속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집에 없다는 것인가. 하지만 사정이 그렇다 하여도 행선지는 가르쳐 줄 수 있잖아. 마틴경은 대체 어디로 가신 것인가.”


“저어, 솔직히 잘 모르겠습니다.”


“모르다니, 자넨 이 집의 집사잖아.”


“저는 집사가 아니라 그냥 하인입니다. 집사는 얼마 전에 그만 뒀습니다. 하녀들도 귀먹쟁이 할멈 하나 하고 그 딸 하나 뿐이지요. 딸이라고 해서 젊고 아름다울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마세요. 나이가 벌써 오십이 다 되어 가고 몸에서는 쉰 샐러드 냄새가 나니까요. 귀먹쟁이 할멈으로 말할 것 같으면 가끔은 살아 움직이는 게 기적이라고 생각될 때가 있지요.”


“나는 이 집 사정을 들으려고 온 것이 아니야. 왕의 명을 받고 마틴경을 모시러 온 것이다. 그러니까 내 앞에서 거짓말 같은 걸 한다면 왕을 능멸하는 것이 돼. 아무리 무식하다 해도 왕을 능멸하는게 무슨 죄인지 모르지는 않겠지?”


“어이쿠 나리, 소인은 정말 모릅니다. 소인 같은 것이 어찌 언감생심 나리 앞에서 거짓말을....”


무치는 거대한 덩치를 소심한 아낙네처럼 화들짝 하고 놀래며 새된 소리를 질렀다.

굉장히 공손했고 지나칠 정도로 소심해 보였지만 윌리엄은 왠지 기분이 나빴는데 공손함 속에 은연중 드러나는 능글맞음을 자기도 모르게 느끼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젠장!”


윌리엄은 이빨을 드러내며 발을 굴렀다. 그리고 몸을 홱 돌려 가버리려다가 몸을 돌리며 무치에게 말했다.


“마틴경께서 집에 돌아오시거든 왕께서 찾으신다고 전해라. 오시는대로 즉시 오시라고 해야 한다. 알겠느냐?”


“예, 나리.”


윌리엄이 말을 타고 같이 온 왕의 호위 병사들과 함께 떠나버리자 무치는 얼른 부엌을 향해 외쳤다.


“리지! 리지!”


“왜 불러!”


커다란 국자를 든 가슴은 멜론만하고 배는 그보다 더 큰 하녀가 어린애 머리통만한 국자를 든 체 나타났다.


“나 좀 나갔다 와야 겠어.”


“어딜 가는데?”


“나리를 찾아봐야지.”


“어딨는 줄은 알아?”


“계집장 아니면 술집이지 뭐.”


“성내의 술집이나 계집장을 다 다녀 볼거야?”


“성내에 있으면 다행이지만 성 밖에까지 나갔으면 낭패지.”


“그냥 기다리지.”


“그건 안돼. 언제 올 줄 알고.”


“뭐가 그렇게 급하우?”


“안에서 못 들었어? 왕께서 찾으신다잖아.”


하녀인 리지는 그 말에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뭐가 불만인지 입을 한 번 삐쭉하고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무치는 윌리엄이 사라진 뒷꼭지를 쳐다보고 집밖으로 나서려다가 생각을 달리 돌리고는 뒷문을 통하여 집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나간 길로 성내의 환락가가 모여있는 곳으로 길을 잡고 술집이며 기집장이며 그런 비슷한 곳들을 줄뒤짐을 하였다.


“마틴 나리 계시우?”


“외상값 갚아!”


“왜 날 보고 그래요!”


“그럼 누구 보고 그래?”


“나리 보고 그러시우.”


“집에 어디 붙어 있어야 말이지.”


“입 참 걸죽하네. 조심하우. 그래도 우리 나리가 전하의 5촌 조카라구.”


“흥, 에크하트경에게 걸리지나 말라지.”


술집 주인 따위도 대놓고 이런 소리를 했다.

무치는 마음만 먹으면 왕국의 모든 술집 주인과 주먹싸움을 할 수도 있었고 그들 모두들 한꺼번에 때려눕힐 수도 있었지만 참았다. 그들의 잘못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에크하트는 왕비의 숙부로 왕하고 척지고는 살아도 이 사람과 척지고는 이 왕국에서 살수가 없었다.

무치가 대략 7번째로 비슷한 일로 술집 혹은 포주와 싸웠을 때 자기 주인인 마틴 경을 찾을 수 있었다.

마틴은 아래층은 술집, 윗층은 창녀촌인 어느 가게에서 탁자 하나를 껴안은 체 잠들어 있었는데 입은 것은 반쯤 술에 젖은 서코트 달랑 하나였다. 이 말은 하의가 없다는 의미이며 속옷도 마찬가지 인지라 서코트 아래로 보기에 민망한 무엇이 대놓고 덜렁거리고 있었다.


“나리!”


존칭을 붙였지만 어투는 ‘야 임마’ 와 별다를 게 없었다.


“나리 일어나요!”


의자를 걷어차 버리려다가 탁자를 주먹으로 치는 것으로 타협을 보았다.

무치의 주먹에 맞은 탁자가 요란한 소리를 내고 지진이라도 난 듯이 흔들리자 그제야 마틴이 눈을 게슴츠레하게 떴다. 하지만 그렇다고 정신이 돌아온 것은 아니었다.


“이봐 나 났다구. 이제와서 겁쟁이처럼 죽는 건 아닐테지. 붙어 붙으라구.”


마틴이 여전히 옆얼굴을 탁자에 붙인 체 침을 질질 흘리고 한 팔을 내두르며 외쳤다. 무치는 마틴의 바지가 도박으로 잃은 건지 아니면 술 취해 쓰러진 것을 그냥 벗겨간 것인지 궁금했다.


“나기는 뭐가 나고 붙기는 뭐가 붙어요. 어서 일어나요.”


무치는 술집주인이 기꺼이 빌려준 양동이를 들고 마틴의 머리위에서 그것을 반대로 뒤집었다.

물이 쏟아지고 마틴의 풍성한 붉은 머리가 물과 함께 머리통에 착 달라붙으면서 마틴은 벌떡 일어나 두 팔을 내두르며 괴성을 지르다가 의자채로 뒤로 나가 자빠졌다.

그 바람에 의자 아래에 대충 숨겨있던 민망한 물건이 위로 솟아올라와 백일하에 드러났다.

무치는 고개를 돌리고 술집 주인은 혀를 찼다. 그리고 마침 바깥으로 나오던 술집 주인의 딸은 새된 비명을 지르며 계산대 밑으로 몸을 숨겼다가 슬그머니 머리를 위로 내밀며 도둑놈처럼 흘끔 거렸다.


“냉큼 부엌으로 들어가지 못해!”


술집 주인이 눈을 부라리며 딸을 윽박지르자 겁먹은 딸이 꽁지가 빠지게 달아나 버렸다. 그리고는 무치를 돌아보며 머리를 흔들면서 말했다.


“외상으로 달아놓을 테니 어서 빨리 데러가기나 하슈. 이런 장사를 하고 있어도 딸 가진 애비라구.”


무치는 아무말 없이 마틴을 들쳐 메었다. 발로 문을 밀어 열고 길을 걸었다. 한쪽에는 마틴의 머리 한쪽에는 하체, 무겁지는 않았지만 흔들리는 것은 어쩔 수가 없어서 흔들릴 때마다 마틴의 그것도 같이 덜렁거렸다.

좌우에서 걸어가는 여러 사람들은 앞에서 보고 뒤돌아보고 머리를 흔들기도 하고 비웃기도 했다.

집에 다 와서 불 꺼진 벽난로 앞 의자에 앉혀 놓았을 때 마틴은 취기가 잔뜩 끼어 있는 목소리였지만 분명히 알아들을 만한 목소리로 말했다.


“왜 데리고 왔어?”


“윌리엄경이라는 사람이 찾아왔습디다.”


무치가 볼 멘 소리로 말했다.


“윌리엄이라? 근위대 젊은 장교잖아. 그가 왜?”


“국왕전하의 명이라고 나리를 모시러 왔답디다.”


“무슨 일로?”


“그걸 내가 물을 수 있습니까?”


“하긴 그렇겠구만. 그건 그렇고 국왕전하의 명령이래?”


“그렇다니까요.”


마틴의 얼굴은 여전히 술에 취해 붉그레 하였고 거실에는 간밤의 마신 술냄새로 진동을 했으나 더 이상 반쯤 자는 듯한 그런 눈은 아니었다.


“생각을 하자 생각.”


마틴은 두개의 검지로 양쪽 관자놀이를 누르며 들릴 듯 말 듯한 소리로 중얼거렸다.

윌리엄은 스노우캐슬(도성)이나 그 주변에 있는 귀족 가문의 자제가 아니었다. 금발 머리 파란 눈에 그 계집 붙은 녀석은 그 외모와는 다르게 신분도 분명치 않은 시골뜨기 였다.

성내의 귀족 아가씨들 조차도 그가 지나갈 때마다 창문으로 내다보고 가슴이라도 꺼내고 싶어 했지만 그 아버지를 안다면 잠시 멈칫 할 수도 있었다. 그의 아버지가 귀족이 아니라 단지 돈 많은 농사꾼이었기 때문이었다.

그가 국왕의 근위기사가 될 수 있었던 것은 아버지가 돈 푼 꽤나 있는 농사꾼(지주)이기도 했지만 그 자신의 외모와 검술과 창술과 기마술 때문이었다.

그러니까 윌리엄은 귀족도 아니고 자기 당대에 귀족이 될 기회가 생긴 사람에 불과했다.


‘중요한 건 그 녀석이 아직은 왕비파가 아니란 사실이지.’


하지만 갑자기 국왕께서 왜 부르시는 걸까. 물론 성 안으로 들어가는 것이 특별난 일은 아니었다. 마틴은 지난 주에도 왕이 개최하는 연회에 참석하기 위해 성 안으로 들어갔다 왔다.

하지만 이런 공식적인 행사는 최소 열흘 전부터 계획되어 귀족들에게 공고되고 또한 참석하는 것은 마틴 혼자만이 아니었다.

그런데 이것은 왕의 개인적 호출이었다. 성 안에는 혼자 들어가야 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마틴의 아버지 윈즐러경은 이렇게 왕의 호출을 받아 성 안으로 들어갔다가 다시는 돌아오지 못했다.

왕실 집사이자 왕비의 숙부인 에크하트 경에게 체포당해 그 길로 유배를 갔고 그 곳에서 죽었다. 사인은 병사였지만 그걸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죄는 반역죄, 무슨 반역을 했다는 건지는 알 수 없었다. 설명조차 해주지 않았다.

그게 불과 삼년 전이었다.

사실 마틴은 운이 좋다고 할 수 있었다. 반역죄는 연좌제가 적용되는 죄이다. 마틴도 재산을 몽땅 뺏기고 체포되었다가 감옥에서 살해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왠일인지 마틴에게는 왕비의 마수가 뻗쳐오지는 않았다. 물론 일은 현재 진행이었기 때문에 앞으로의 일은 알 수 없었다.


“주인님, 따끈한 스프에요. 건더기는 짧게 썰었으니 그냥 쭉 마시세요. 속이 좀 풀릴 거예요.”


언제 다가왔는데 하녀 리지가 나무 그릇에 스프를 담아 가지고 서 있었다.


“오, 리지 내 자기.”


마틴은 다시 얼빠진 얼굴로 돌아가 의자에서 벌떡 일어났다. 여전히 하의가 없었기 때문에 예의 그것이 다리 사이에서 춤을 추었다.


“주인님, 충심을 다해 말씀 드릴께요. 바지 좀 입으세요.”


“오, 그대도 숙녀였지. 이거 실례했군.”


마틴은 우스꽝스럽게 하녀인 리지에게 레이디에게나 할법한 절을 했다.

하지만 이미 사십을 훨씬 넘은 리지에게 남자의 그것은 그냥 그것이라는 물건일 뿐 부끄러움을 느끼게 할 만한 것이 아니었다.

더군다나 다른 남자의 그것이라면 몰라도 마틴의 그것은 리지에게는 옛날에 늘 보던 조그만 것이 세월이 지나 크기가 좀 커진 것에 불과했다.


“오랜만에 보니까 좀 커졌네요.”


“오, 어때 훌륭한가?”


마틴이 두 눈썹을 찡긋하며 희롱하듯이 말했다.


“잊지 마세요. 내가 도련님의 똥 치우고 기저귀를 갈았고 가끔 내 젖꼭지를 물고 잠들었다는 사실을요.”


“오, 그것은 정말 훌륭했지. 그래, 또 엄마 노릇을 하려고? 좋아. 그러면 아들이 엄마를 끌어안는 것이 무례나 희롱이 될 리는 없으렸다.”


마틴은 갑자기 리지를 끌어안고 그 육중한 몸을 가볍게 번쩍 들고는 한바퀴 빙글 돌렸다.

그 바람에 리지가 손에 들고 있던 스프가 쏟아질 뻔 했지만 마틴이 이럴 줄 알고 미리 대기하고 있던 무치가 그 큰 덩치에도 불구하고 믿을 수 없는 순발력으로 스프 그릇을 낚아채어 참사는 피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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