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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눈사람님의 서재입니다.

상태창 없이도 최강마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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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눈사람
작품등록일 :
2018.06.13 21:42
최근연재일 :
2018.07.22 08:00
연재수 :
32 회
조회수 :
42,079
추천수 :
708
글자수 :
108,908

작성
18.06.16 08:00
조회
1,783
추천
24
글자
9쪽

상태창이 없다

DUMMY

[ERROR]

?? ?? ?? ??

..

..

..

마법적성: 99

추천직업: 마법사


어라?

에러라니. 이게 대체 무슨 일이지. 지금까지 들어본 적도 없는 일인데.

그것보다 더 눈을 잡아끄는 항목이 있다. 온갖 물음표로 점철된 금속판에 적힌 아래 두줄. 마법적성 99에 추천직업 마법사.


신전에 잠시 적막감이 감돌았다.

한번도 본 적이 없는 에러창에, 그리고 사상 초유의 적성이 나온 금속판에.

신전 안의 사람들은 일순간 할 말을 찾지 못한 것 같다.

"그,그러니까 아무튼 마법적성 99라는거 아냐?"

"마법적성 99라니! 세계를 뒤져봐도 그런 수치는 없을거야."

모두들 에러에 관한 것보다는 마법적성에 주목하고 있었다.

카메라도 열심히 금속판을 찍고 있었다.

"이건 특종이야. 당장 생중계하도록 해."

급히 차에서 아나운서가 내려 방송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스카우터들도 정신이 없기는 마찬가지였다.

"마법적성 99... 김태진을 능가하는 괴물이 나타났어."

"저 친구를 영입하려면 얼마를 써야 할까."

"꿈 깨. 우리는 절대 영입 못하니까."

"근데 저 에러창이 걸리네. 한번도 에러가 나왔다는 전례가 없었는데."

"별일이야 있겠어."

이미 신우혁을 영입할 수 없다는 현실을 알고 스카우터는 오히려 평안을 찾았다.

하지만 제일 정신이 없는건 나였다고 자신할 수 있다.

'상태창의 물음표는 대체 뭐지.'

마법적성 99라는 대단한 수치는 물론 좋은 일이지만, 능력치가 표기되지 않는다.

그동안 열심히 한 공부가 지능을 어느정도까지 상승시켰는지 확인하고 싶었는데 실망이 컸다.

선생님이 내가 있는 곳까지 올라오더니 금속판에 손을 대고 정상적으로 작동하는지 확인한다.

"분명히 잘 작동하는데... 신우혁. 다시 한번 손 대봐."

나는 선생님의 말에 따라 다시 손을 금속판에 올렸다.

[ERROR]

내용은 변하지 않았다. 여전히 에러였다.

"상태창이라고 말해봐."

선생님의 말에 큰 소리로 나는 외쳤다.

"상태창!"

큰 소리에 모든 사람들이 기대감을 가지고 나를 쳐다봤다. 심지어 아나운서와 카메라까지도.

하지만 어떤 변화도 일어나지 않았다.

"다시 말해봐. 상태창."

선생님의 능력치와 직업이 적힌 홀로그램창이 눈 앞에 나타난다.

"상태창."

내 눈 앞에는 어떤 창도 나타나질 않았다.

'이게 뭐야.'

그 괴현상에 아나운서가 나에게 마이크를 들고 다가온다.

"문제라도 있나요?"

나는 일순간 대답을 망설였다. 상태창이 나타나지 않는다고 어떻게 알린단 말인가.

야속하게도 선생님이 마이크에 대고 크게 말했다.

"상태창이 나타나질 않습니다."

신전 안 웅성거림이 멎었다.

나는 붉어진 얼굴을 차마 들 수가 없었다.

"상태창이 나타나질 않는다니. 그게 무슨 말이죠?"

"말 그대로입니다. 신우혁 학생은 상태창이 없습니다."

"상태창이 없다면 마법은 어떻게 쓰나요."

아나운서의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선생님은 내게 다시 주문한다.

"손바닥을 하늘로 향하게 놓고, 파이어라고 외쳐봐라."

나는 마지못해 손을 들고 말했다.

"파, 파이어.."

예상대로 주문을 외치면 나타나야 하는 불길이 보이지 않는다.

"마법도 못쓰는군요."

선생님의 말에 내 기분은 바닥까지 곤두박칠쳤다.

굳이 저렇게 말해야 했는가.

모두가 나를 보는 눈이 달라지는걸 느낀다. 마치 쓰레기를 보는듯한 눈이다. 백수 직업을 받은 놈보다 심한 눈초리다.

"적성이 높으면 뭐해. 상태창이 안나오면 마법 못쓰는거 아냐?"

"그러니까. 아까 그 백수만도 못한거지."

"차라리 나한테 저 적성이 있었으면 잘 써줬을텐데."

큰 비난은 없었지만 학생들이 소근대는 소리가 더 거슬렸다.

백수새끼도 이 상황이 재밌었는지 웃고 있었다.

"저새끼는 나보다 불쌍하네. 나는 노력이라도 안했지. 뼈빠지게 노력하고도 세계 최하계층이니."

이미 나를 자신의 아래라고 판단했는지 말에 거침이 없다.

이거 꿈은 아니겠지?

허벅지를 살짝 꼬집어봤지만 아프기만 했다.

"이런 씨발."

욕이 나온다.

마법 적성은 필요도 없었다. 그저 상태창만 나와도 만족했을 것이다. 그런데 상태창조차 나오질 않는단다.

"신우혁. 빨리 내려가."

귀찮은듯한 선생의 말투에 나는 터벅터벅 걸어가 구석에 쪼그려 앉았다.

이미 방송으로 전국에 다 퍼져나갔을 것이다.

상태창이 없는 마법적성 99. 쓸모없는 인간, 빛 좋은 게살구라고.

이건 재앙이다. 왜 나만 상태창을 받지 못하는건지 이해조차 가지 않는다. 뺀질거리며 놀기만한 새끼도 받는데 왜 나만!

김인석이 슬그머니 내가 쪼그려 앉은 자리로 다가온다.

"괜찮냐?"

"안괜찮아."

"분명 금속판이 잘못 판단했을거야. 다른 신전에서 테스트해보면 상태창을 받을 수도 있잖아."

"티비 안보냐? 모든 신전의 재능테스트는 결과가 똑같아. 삼년 전에 이미 발표된 사실이라고."

과거에 노력도 안하고 재능도 없던 사람이 다른 신전에서 테스트를 보면 결과가 달라질거라는 희망을 품었던 전례가 있다. 하지만 금속판에는 절대적인 법칙이 작용하는지 동일한 능력치가 나와 울고불고 난리친 장면이 티비로 방송되었다. 나는 그 프로그램의 애청자였기에 똑똑히 기억한다.

"야. 그래도 낙담하지는 마. 방법이..."

김인석이 뭐라고 말하려 할때 나는 우울한 목소리로 말을 끊었다.

"근력 42, 미래가 보장된 무투가 김인석. 나는 이미 글렀어. 너랑 다른 세계의 사람이 된거라고. 알아들었으면 더 비참하게 하지 말고 그만 가라."

김인석은 우물쭈물하더니 다시 원래 자리로 돌아간다.

그녀석이 돌아간 후 아무도 내가 앉은 자리를 쳐다보지도, 다가오지도 않았다.

'진짜 인생이 어떻게 이러냐.'

다른 반의 적성 테스트를 바라보며 앞으로 뭘 하면서 살아가야 할지 고민을 한다. 비제이가 되어 괴물들에게 쫒기는 미래가 그려진다. 상태창을 받고 좋아하는 애들이 미치도록 부러웠다.

"자. 이제 적성 테스트를 종료한다. 모두 수고 많았다. 더이상 학교는 나오지 않아도 된다."

선생의 말이 끝나자 대기하던 스카우터들이 찜해둔 학생들에게 접근하며 길드 가입을 권한다. 김인석에게도 세 명의 스카우터가 찾아가 경쟁하고 있었다. 부러운자식.

나에게도 한 명 찾아오기는 했다.

"난 방송국 피디 백승찬이라고 한다."

거침없는 하대와 경멸의 말투. 이자식의 눈동자는 나를 벌레 이하로 보고 있다.

"내가 새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있거든. 내용은 너나 저기 백수같이 사회에 쓸모가 없는 종자들이 괴물에게 살아남는 거지."

현재 유행중인 Bj 방송과 똑같은 구성이다. 내용을 베끼고도 자랑스러워 하는 저 태도를 보니 구역질이 치민다. 피디는 저런 멍청이들도 할 수 있는건가보다.

"상태창도 없는 너따위가 감히 내가 하는 말을 거절할 수 있을리 없겠지. 당연히 하는걸로 알겠다."

"꺼져."

"뭐. 뭐?"

"꺼지라고."

분노한 피디의 얼굴을 보니 스트레스가 풀린다.

"아직 주제를 파악하지 못한 모양이네. 쓰레기는 쓰레기답게 비굴하게 굴어야지. 퉤. 재수가 없으려니."

내 얼굴에 침을 뱉은 피디는 곧장 백수에게 가더니 같은 방식으로 출연을 제안한다. 그녀석은 자존심도 없는지 피디의 발이라도 핥을 기세로 엎드려 절한다. 방송에 출연하는 것이 비제이보다는 안전할 거라고 판단했을지도 모른다.

백승찬 피디는 나에게 비웃음을 날리더니 그대로 방송국 사람들과 함께 차를 타고 떠난다.

"개같은 새끼."

얼굴에서 끈적하고 더러운 가래가 흘러내리는게 느껴진다.

씻기 위해 화장실로 향하며 한번 더 말해본다.

"상태창."

역시 상태창은 나오지 않는다.

"엄마도 혹시 방송 나간거 보셨을까."

나는 엄마의 자랑이자 희망이었다.

아빠랑 동생이 허무하게 괴물에게 죽은 이후로 힘들게 일하고 돌아오시는 엄마를 보며 열심히 공부하고 공부했다. 엄마도 능력치가 높지 않았기에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으셔서 가정 형편은 어려울 수밖에 없었다.

오늘 노력한 결실을 맺는 날이었는데. 이제야 풍족하게 살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물로 얼굴을 박박 문지른다. 물인지 눈물인지 모를 액체가 세면대에 떨어진다.

나는 보이지 않는 계급으로 나누어진 현대 사회에서.

천민이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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