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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현 님의 서재입니다.

흑교

웹소설 > 자유연재 > 무협, 판타지

서제1
작품등록일 :
2024.03.13 15:50
최근연재일 :
2024.03.20 00:00
연재수 :
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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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추천수 :
0
글자수 :
24,471

작성
24.03.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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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4.

DUMMY

챙!


마삼탁이 내지른 극보다 한 발 앞서 나갔다. 그리곤 두 발에서 끌어올린 기운을 온몸에 실은 다음 쇠토시를 낀 팔에 기운을 보내 자루를 부드럽게 밀어냈다.

발경에 노자의 이유극강以柔克剛(부드러움으로 강함을 제압)의 원리를 대입했다.


너무나 쉽게 극을 밀어내자 놈의 놀란 표정이 보였다. 그 사이 쏜살같이 칼을 내질렀다.



크앗


한뼘 모자란 탓에 칼날이 몸에 닿지 않았다. 그러나 내 도기刀氣를 가슴에 맞고 아픈지 뒤로 한걸음 물러서며 눈을 부라렸다. 풋, 검기상인은 너만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물론 아직 내 수준에선 진력을 짜내야 가능한 단계이긴 하다. 하지만 놈의 경각심을 일으켜 쉽게 덤비지 못하도록 하는 효과도 있기에 주저없이 사용한 것이다.


헉!


마삼탁은 이미 뒤에서 기회를 엿보고 있던 이립강의 검에 물러서다 등이 찔렸다. 비명과 동시에 놈은 재빨리 바닥에 놓인 관 옆으로 굴렀다.


“이봐! 항상 뒤를 조심해야지. 우린 두 명이잖아.”


이립강이 능글맞게 웃으며 주저앉아 헐떡이는 마삼탁에게 검으로 찌르는 시늉을 했다. 얄미운 놈, 내가 처리할 수 있었는데. 보아하니 이미 심장 어림을 찔려 바로 치료하지 않는 한···. 당연히 우리는 네 수급이 필요하니 이번 생은 글렀다.


“헉, 헉. 나, 난 흑교인이다. 나를 죽이면 너희들은 물론이고. 헉, 헉. 네 가족들도 위험해.”


“병신! 우리가 흑교인이다. 죽어가면서도 허풍을 치는구나.”


내 말에 놈은 놀래 눈이 튀어날 듯이 커졌다.


“뭐, 뭐라고? 왜 나를? 설마 내가 소용없어진 것인가? 아니야. 불과 얼마전에도 강시를 만들라고 했는데, 에잇. 모두 죽여버리겠다!”


놀란 표정이던 놈은 횡설수설하더니 갑자기 크게 울부짖었다. 그러곤 관을 짚고 일어서곤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이런!”


뭔가 이상함을 느낀 난 재빨리 칼을 들어 놈의 목을 베었다.


어쩐지 예상보다 쉽게 끝나나 했다. 쓰러진 마삼탁의 얼굴이며 손 등 보이는 곳엔 온통 붉은 반점이 퍼져 있어 괴이한 모습이었다.


마삼탁의 저주 탓인지 주문 탓인지 몰라도 갑자기 시체들이 움직이더니 공격해댔다. 당연히 이립강과 난 생전 처음 보는 광경에 움찔하며 처음엔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채 피하기만 했다.


“정신차려! 이립강. 이래 죽으나 저래 죽으나 죽는 건 마찬가지야. 시체라도 칼질은 통할 테니 목이라도 따보자!”


두려움과 화가 동시에 터져나와 이립강에 야단치듯 고함을 지르며 시체들에게 달려들었다. 사실 이립강은 나보다 벌써 정신을 차린 터라 애먼 꾸중을 들은 셈이었지만 내 자신의 기세를 돋우는덴 효과가 있었다.


비록 시체라 하지만 살아 숨쉬는 야생동물처럼 재빠르고 날쌨다. 고통도 없는지 손발이 잘려도 기세를 잃지 않고 공격하기에 생사의 위기도 여러 번 있었다. 정신을 가다듬어 살피니 이 죽지도 살지도 못한 녀석들은 적어도 일류고수의 수준에는 도달해있었다.

둘이서 일류고수 일곱을 상대한다? 분명 이립강과 나이기에 가능하지만 사실 버거운 일이긴 하다.

그래 맞다, 우리가 죽을 확률에 걸면 이길 가능성이 많다.


하지만! 도박이라는 건 거의 항상 예상을 뒤엎게 마련이다. 지금처럼.


“엇, 윽.”

이립강이 옆구리를 베이며 내는 신음이다. 분명 몸통 보호대를 둘렀을 텐데 베이다니! 놈들의 손날은 칼날보다 강하다.



“윽, 제길!”

왼쪽 허벅지에 피를 흘리며 내가 뱉은 신음이다. 쇠토시를 낀 종아리가 아닌 허벅지를 쑤시다니. 피해가 생각보다 크다.


그렇게 온몸을 난도질 당하듯 하면서도 기어코 일곱 구의 시체들을 몰살해버렸다. 놈들은 사지가 잘려도 공격성이 줄지 않는다. 머리나 목을 따야 움직이지 않는 짐승이었다. 하지만 우린 어려서부터 살인에 최적화된 짐승이지.


봤나? 도박은 이렇게 하는 거다. 지는 듯 이기는 것!

더불어 흑교는 항상 이긴다! 내가 흑교의 사도이니.


“헉, 헉. 이거 돌아가면 입대식까지 계속 누워있어야겠다.”


“당연하지, 수석과 차석이 나란히 누워있는 것도 흑살대 훈련소 기록이겠군.”


나란히 누워 뒹굴 생각을 하니 벌써 몸이 퍼질 것 같다. 그래도 임무는 완수해야지.


“립강아, 마삼탁 수급!”


내 말에 이립강은 힘겹게 걸어가 쓰러진 마삼탁의 수급을 취했다. 난 쓰러진 시체들을 한쪽으로 치운 후 밀실을 살펴보았다. 관짝도 들어 안을 보았다.


“응?”


다른 관들은 모두 비어 있었는데 하나의 관에만 시체와 그 위에 책 하나가 놓여있었다.


“교 강시술敎 殭屍術? 역시 우리가 싸운 시체들은 강시였어!”


“난 보자마자 알았다고. 움직이는 시체를 강시라고 하니깐.”


내 말에 이립강은 고개를 끄덕이며 심호흡을 할 뿐이었다. 피가 흐르는 손을 대충 닦고 책을 먼저 펼쳤다.


“신성한 내 선혈을 네게 선사하노니 이로써 우리의 맹약은 완성되었다. 이제부터 네 주인은 나다?”


지혈부터 할 걸 온몸에서 피가 새어나온다. 여하튼 이상한 글귀가 머리를 어지럽혀 품에 넣고는 시체를 살폈다.


“헛!”


그 순간 시체의 검은 동자와 내 눈이 입맞춤이라도 하듯 마주쳐 버렸다. 놀라서 나와 어울리지 않게 신음을 낼 수밖에 없었다.


“뭔데?”


이립강도 다가오더니 시체를 보자마자 놀라 내 어깨를 움켜쥐었다. 아까 강시 주먹에 맞은 데라 아픈 곳이다.


시체는 관에서 껑충 뛰어올라 내 옆에 서 있기만 했다. 순간 칼을 들어 찌를까 했지만 왠지 내게 해를 가할 것 같지 않아 지켜보기만 했다.


“뭐지? 얘는 말 잘듣는 아이같은 표정인데?”


시체가 어떻게 표정을 지을 수 있겠니, 립강아? 하지만 이립강의 말처럼 그런 느낌의 강시였다. 온순한 시체이자 살아있는 강시.


“너 혹시 말 할 줄 알아?”


당연히 내 말을 못 들은 체 했다. 어떡하지? 이 놈을 데려가면 상부에서 상을 주려나?


“찬아, 얘를 데려가면 위에서 좋아하지 않을까?”


내 말이 그 말이다. 다행히 우리가 움직이자 녀석도 따라 움직여 한층 수월했다.


“야, 뒤로 가봐.”


혹시나 싶어 한 번 명령해보니 정말 시체가 앞을 보며 뒤로 물러났다.


“와! 다시 앞으로 와봐!”


이립강의 말엔 꿈쩍도 않았다. 다행이다!

그러니까 내가 말한 책의 내용이 강시와 주종 관계를 맺는 주문이라는 거였군.

내 말을 잘 따르는 강시를 앞세워 밀실을 나갔다. 모처럼 큰 부상을 입었지만 뜻밖의 수확에 둘 다 기분이 째졌다.



채챙~챙!


전실로 올라오자마자 격전을 벌이는 모습이 보였다.


“뭐야? 너희들!”


이립강이 외치자 천랑 일당과 갈천령 일행의 싸움이 잦아들었다.


“천랑! 이게 뭐하는 짓이지?”


천랑은 말없이 이립강이 든 마삼탁의 수급을 응시했다.


“허, 하하하. 너희들이 가져갔구나?”


가져가긴 뭘 가져가? 내가 제것을 훔치기라도 했단 말인가?


난 말없이 주변을 살폈다. 내 주위로 갈천령, 갈천위, 고재석, 탁영훈이 모였다. 절뚝거리는 탁영훈 몸에 흐르는 피가 나보다 많아 보였다. 그러니깐 맨날 바보란 소릴 듣지. 다른 이들에게도 여기저기 상처가 보였다. 반면 천랑 일당은 자잘한 상처만 보일 뿐이었다. 하긴 4대5니 쪽수부터 불리했을 테고, 더군다나 천랑과 구희연은 사실 훈련생 중 3,4위의 실력이니 여지껏 죽지않고 버틴 것만 해도 상을 줘야 한다. 다시 살펴보니 구희연보다 살짝 아래인 갈천령과 갈천위가 나름 무리해서 잘 버틴 것 같았다. 여기저기 피 나지 않는 데가 없군.

원래 훈련소에서는 남의 공을 가로채도 문제삼지 않지만 마지막 임무에서 다른 누구도 아닌 내 공을 가로채는 건 문제가 있지···.


“꺼져!”


살기어린 내 말에 놈들은 살짝 주눅들은 표정이었지만 천랑은 대놓고 날 보며 쪼개고 있었다.


“왜 우리 둘이서 해볼까?”


내가 천랑을 보고 싸움을 걸자 놈의 눈길이 매서워졌다.


천랑 패거리는 나와 이립강 등과는 사사건건 충돌을 빚어왔다. 제 부친이 철혈대鐵血隊 요원이라는 배경을 믿고 오만방자한 천랑은 제 뜻에 맞는 놈들을 수하로 부려먹고 있었다. 하지만 유독 내게는 사나웠다. 놈은 나와 이립강에 밀려 늘 3등이었다. 아마 제 부친보다 직위가 아래인 선친을 둔 내가 제 휘하에라도 있어야 했나? 미친놈!


“그만! 천랑, 이만하고 물러가는 게 좋아. 여기서 더 나가면 알지?”


이립강의 힘있는 목소리에 천랑은 나와 이립강을 잠시 응시하고는 제 무리들에게 말했다.


“쟤들이 그만하잖다, 얘들아. 뭐, 아쉽지만 마화락의 목만 가지고 가는 걸로 하자고.”


천랑은 전부터 이립강에겐 우호적이었고 그를 존중해왔다. 립강의 부친이 광전사대狂戰士隊 요원이니 만큼 제 부친보다 끗발 있어서이겠지. 하지만 립강은 태생적으로 천한 것들이랑은 어울리지 않지, 야비한 놈아!


“아냐, 좌호법, 우호법의 목도 있잖아.”


천랑의 말에 놈을 짝사랑하는 홍일점 도살屠殺 구희연이 토를 달았다. 우리 훈련생 중 유일하게 도살이라는 별호가 붙었다. 저건 흑교에 사는 평민 출신이라 내세울 건 없지만 정말 도살자의 기질은 타고난 년이다.

전에 임무 수행 중 돌아오다 우연히 보았는데 살인에 무한 쾌감을 느끼는지 눈에 흰자만 남은 채 임무 대상자들을 인형처럼 데리고 놀며 학살하는 장면을 보았다. 그 뒤 며칠간은 입맛이 썼지. 저런 년에게 걸리면 정말 죽지도 살지도 못하니 미리 미리 자살하는 게 백번 낫다.


“흐흐, 어렵게 목을 딴 녀석들을 혼내주고 우리가 차지했으니 이쯤이면 천랑과 구희연, 너희가 수석과 차석이고 우리도 10위권 안은 확실해!”


싸가지 없는 방결의 말에 역시 놈들이 혈마당 좌, 우 호법의 수급을 다른 조원들에게 탈취했음을 알 수 있었다. 저놈들의 특기가 다 된 밥을 통째로 삼키는 거다! 앞서 본 4개 조가 혼신의 힘을 다해서 따낸 수급일 텐데···.

이놈은 본교 행정대원의 아들이었는데 역시나 시기질투가 많은 놈이다. 20위권 안에는 드니 뭐 그럭저럭 하는 놈이라 할 수 있다.


“헤헤헤, 그래도 마삼탁의 수급을 가지고 있으니 너희도 20위권 안에는 들겠네. 좋겠다, 야!”


아길은 우릴 조롱하며 천랑 옆에 바싹 붙었다. 하긴 그런 말을 내뱉다니 두렵기도 하겠지. 저놈은 별볼일 없는 놈인데 어떻게든 천랑에게 잘 보여 콩꼬물이라도 떨어지길 바라는 개새끼지. 그 옆에 있는 연형길도 이하 동문.


아쉽긴 하지만 여기서는 놈들을 보내줄 수밖에 없다. 나도 이립강도 누워 뻗을 기운 밖에 없으니. 만약 우리가 탈진 상태라는 것을 눈치채고 덤빈다면 오히려 우리가 부나방 신세가 되니.


놈들이 사라지기까지 그 자세 그대로 천천히 운기했다. 삼할 정도의 기운이 돌아오자 쓰러질 듯 비틀거리는 탁영훈의 입에 호심환護心丸을 한 알 넣어주고 기력이 찰 때까지 잠시 기다렸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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