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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현 님의 서재입니다.

흑교

웹소설 > 자유연재 > 무협, 판타지

서제1
작품등록일 :
2024.03.13 15:50
최근연재일 :
2024.03.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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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471

작성
24.03.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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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3.

DUMMY

“자, 마지막 임무를 말하겠다. 이미 다들 들어봤겠지만, 혈마당이라는 방파가 있다. 마삼탁 방주와 아들 마화락, 좌우 호법의 수급을 가져오는 조는 성적과 무관하게 흑살대원이 된다. 또한 혈마당과 관련된 성과나 결과를 내는 이들도 흑살대원이 된다.”


마위 교관의 나직하지만 강단있는 목소리가 토노번 흑교 지부의 지하실에 퍼졌다. 겉으로는 작고 초라한 지부 같았는데 이렇게 숨겨진 곳에 커다랗게 밀실까지 존재할 줄이야. 지부 사령의 회의실 탁자를 밀면 나타나는 바닥문. 그것을 들어올리면 지하실이 나타난다.

교관의 말에 예비 전투원인 훈련생들은 모두 크게 놀라는 눈치였다.


“조원은 다섯 명 내외로 짠다. 성과가 있으면 조원 모두 흑살대원이 된다. 지금이 신시申時(15~17시) 말이니 인시寅時(03~05시) 안에 모두 끝내야 한다. 만일 일이 커져 다른 문파나 관의 개입으로 포획된 경우, 이전처럼 버리는 패가 된다. 질문있나?”


버리는 패라는 것은 요약하자면 자결하라는 말이다. 아니면 고문 끝에 죽더라도 입은 다문 채로. 그렇지 않으면 친인척이 괴롭다.


“네, 만약 임무 성공한 이들이 이번 흑살대 정원인 20명을 초과한다면 어떻게 됩니까?”


고재석의 질문에 잘 했다는 시선을 한 번 준 후 교관은 답했다.


“좋은 지적이다, 이 질문이 없었으면 내 마음대로 뽑았을 거야. 마삼탁, 마화락, 좌우 호법의 순으로 수급의 가치는 매긴다. 마삼탁은 10점을 마화락은 8점을 주겠다. 좌우 호법의 수급은 5점씩 준다. 그리고 예상 외의 성과를 얻는 조는 결과에 따라 최고 10점을 받을 수도 있다. 동점자가 많아 정원 초과의 경우는 훈련소 성적을 바탕으로 뽑는다.”


주위를 한 번 둘러보더니 결론을 내렸다.


“대전투 대신이니 만큼 이렇게 순위를 매기겠다. 이의는 안 받겠다. 질문이 없으면 지금부터 임무를 개시한다. 이상!”


마위 교관은 계단을 타고 성큼 성큼 올라갔고 훈련생들은 기존에 임무를 자주 수행했던 인원끼리 모여 조를 짰다.


“자, 조를 다 짰으면 인원을 내게 보고한 후 나가라.”


양걸 교수의 말에 차례대로 인원 보고 후 지하실을 빠져나갔다.


다시 내 주위로 이립강을 비롯해 모여들었다.


“딱 반일(12시간)을 주는군. 다들 시간이 촉박해 똥줄이 탈 거야. 바로 습격하는 놈들도 있을 테고. 우린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


내 말에 고재석이 당연하다는 듯 바로 입을 연다.


“이럴 줄 알고, 훈련소에서 미리 이곳 사정을 알아봤지. 그랬더니 혈마당을 빼곤 조용한 동네더라고.”


“빨리 본론이나 말하라고.”


성질 급한 갈천령이 짜증을 내자 그제서야 고재석은 본론을 꺼냈다.


“그래, 혈마당은 다들 알겠지만 요 몇 년 사이 커졌잖아? 당주인 마삼탁은 완전 이름없는 무인 출신이라 근본도 없고, 호법들도 마찬가지야. 그나마 단서는 토노번 출생이라는 점. 젊어서 중원을 떠돌다 삼년 전에 돌아와 조용하던 토노번에 혈마당을 세웠고 주변 크고 작은 방파들을 흡수하거나 멸문시켰다는 점. 즉, 피바람이 꽤나 불었었지. 그렇게 주변 방파들에게 뺏은 돈으로 먹고 놀다가 돈이 떨어지자 최근엔 아들 마화락을 시켜 촉명루를 헐값에 강탈했지. 그리곤 등와사로 간판을 바꿔 달고 영업하고 있다는 점 등이야.”


“뭐야, 그럼 마삼탁과 마화락은 다른 곳에 있는 거야?”


갈천위의 지적에 이립강이 대꾸했다.


“한 자리에 다들 있을 순 없겠지. 여하튼 우린 최고의 점수를 받아야 하니깐, 적의 본진을 치는 게 낫겠지. 그래서 최악의 경우, 마삼탁이나 마화락이 없다라도 호법들은 있을 테고, 또 어떤 괜찮은 물건이 나올지도 모르잖아?”


다들 이립강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아니야, 교관까지 나선 걸 보면 분명 본진이나 등와사 둘 중 한 군데엔 있을 테지. 이렇게 대규모로 움직이는데 일처리를 쉽게 할 수는 없겠지.”


눈을 살짝 흘기는 이립강의 말을 바로 잡는 건 이번에도 내 몫이다. 다른 녀석들은 그렇구나 하고 당연히 고개를 끄덕이고 있고.


“일단 조를 나누는 게 어떨까? 둘 정도는 등와사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 보고 나머지는 혈마당으로 가 당주를 찾는거지. 자, 여기 폭죽을 가져왔어. 빨간 색 폭죽은 위급 상황이라는 뜻으로 하자고.”


역시 고재석의 머리가 탐난다. 둔한 몸은 버려두고 머리만 어떻게 들고 다닐 순 없을까?

쓸데없는 생각을 하는 동안 다들 좋다고 조를 짰다. 고재석과 갈천위가 등와사에 가는 조, 나머지는 혈마당.



혈마당으로 가는 길에 벌써 다른 조 여럿이 스쳐지나갔다. 성적을 내기가 예상보다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작전없이 싸우러 간 녀석들도 있을 테지.


혈마당은 등와사에서 반다경(7분)도 채 되지 않는 거리였다. 피냄새 나는 이름과는 달리 밖에서 보면 부잣집처럼 보였다. 시골에서 보기 힘든 알록달록한 기와 지붕을 지닌 건물이 넓은 담장 가운데 솟아 있었다. 주변엔 인가人家가 드물어 을씨년스러웠다.


겨울이라 해는 이미 떨어진 뒤였고, 시골이라 인적 역시 없는 거리인 게 다행이었다. 어느 정도의 소란은 주의를 끌지 못할 테니까.


가까이 가자 벌써부터 권장기 소리와 비명이 횡행했다.


“웬 놈들이냐? 억!”


“적습이다. 다들 불을 밝혀라!”


마당에선 난리가 난 모양이다. 아무래도 예비 전투원들의 일방적인 학살이 아닐까 싶다.


“너무 소란스러운데···. 이럼 일이 커지는데. 관이 출동하기 전에 마칠 수 있으려나?”


이립강의 말에 다들 조급한 눈치였다. 한 발로 담장을 타고 다음 발로 담장 옆 높이 솟은 나무에 올라 상황을 살폈다.


“사방 백장 정도, 중앙 건물이 본채. 문은 정문과 후문.”


내 뒤를 따라 담장과 나무에 오른 녀석들은 내 말을 듣고는 주위를 각기 살폈다.


“본채에 개구멍이 있지 않을까?”


이립강의 지적에 동의했다. 본채는 단층으로 지어졌지만 화려한 지붕과 높은 기단석에 층계까지 마련돼 마치 왕족의 집을 흉낸낸 듯 했다.


“그럼 본채로 가볼까?”


정확히 네 개 조가 적진을 습격해서 혼전이 일고 있었지만 본채를 지키는 경비들은 꿈쩍도 않고 제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그럼 본채를 공략해야 한다는 말이다. 때마침 마당에는 좋은 옷감으로 차려입은 자 둘이 나서더니 무리를 나눠 대응을 하기 시작했다.

금세 진을 짜서 이제는 누구도 승산을 말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아니, 오히려 예비 전투요원들로 이뤄진 네 개 조를 한데 몰아 유리한 고지를 점하려 들었다.


“저기 둘이 좌우 호법인가 보네. 일류는 넘는 것 같은데. 방진을 잘 짜서 쉽지 않아 보여.”


탁영훈이 주절거렸지만 주위를 살필 뿐 누구도 답하지 않았다. 마당에서 싸우는 이들을 피해 서둘러 본채로 향했다.


“거기 서랏, 뭐하는 놈들이냐? 억!”


본채를 지키는 무사들을 갈천위가 표창을 날려 사지를 제압했다. 나머지 무사들이 달려오자 탁영훈과 갈천위가 나서서 몇 초식 만에 드러눕혔다. 우리를 막으려면 대문파 제자들이 와야 어느 정도 가능할꺼다.

나와 이립강은 그 사이 본채 문을 부수고 들어갔다.


슉, 슉!


챙!


정면에서 날아오는 비수를 칼로 간단히 쳐낸 다음 앞을 바라봤다. 역시 대기하고 있던 무사들이 포위망을 좁히기 시작했다.


“먼저 간다, 뒤를 잘 막고.”


가지고 있던 폭죽을 탁영훈에게 던지곤 이립강과 난 놈들에게 달려들며 뒤에 대고 소리쳤다.


“그래, 걱정 말고. 조심해.”


탁영훈의 목소리가 귓가를 스쳤다. 놈들의 무기가 몸을 비껴 지날 때 좌우로 한 칼씩, 그리고 앞에 선 놈의 목에도 한 칼을 먹였다.

그대로 달려가 방문을 박차니 침실이 보였다. 주변을 둘러보고 있자니 립강도 어느새 같이 살피고 있었다.


“건물은 큰데 방은 침실 뿐이라. 전실前室이 아니면 이곳에 개구멍이 있겠지.”


이립강은 말을 하면서 주의깊게 살폈다. 난 침대를 밀어보았다. 깨끗했다. 벽을 두드려 보았지만 역시 둔탁한 소리가 날 뿐이었다.


다시 전실로 가서 쓰러져 있는 이들을 한데 몰고는 바닥을 살폈다. 바람에 날리는 촛불과 핏자국에 분간이 어려웠지만 찬찬히 탐색했다.

그때 천장에 줄 하나가 매달린 게 보였다. 일장 높이로 일반인들은 손이 닿지 않는 높이였다. 즉시 바닥을 차서 뛰어 올라 잡았다. 손으로 당기자 바닥까지 쑥 내려왔고 바로 밑 바닥이 열리더니 숨겨진 구멍이 드러났다.


“찾았다!”


내가 어두운 계단으로 훌쩍 뛰어 내리자 이립강도 뒤이어 뛰어내렸다. 불도 없는 어두운 층계는 곧 바닥을 드러냈고 그 앞에는 어두운 동굴이 보였다.


“도망가면서 불을 꺼놨군.”


이립강이 작은 목소리로 말하며 손을 뻗었다.

휙 하는 소리와 함께 비침을 날아갔다.


“윽”


“육장!”


멀리서 상대의 신음이 들리자 이립강은 거리를 산정했다. 그리고 둘이 동시에 땅을 박찼다.

하나 둘 셋 넷 다섯 여섯 일곱!

일곱까지 세자 삼십장의 거리는 영零에 수렴되었고, 지키고 있던 놈들 또한 이 세계의 끝을 보았다.


“억”


“으앗!”


어느 순간 머리가 쭈뼛해져 여기저기 들리는 비명을 뒤로 한 채 옆을 슬쩍 보니 날카로운 날을 지닌 극戟이 눈앞에 다달아 있었다. 재빨리 한 발 비켜선 후 자세를 잡았다.


“네 놈들은 누구냐? 촉명루주의 청부냐?”


육척은 넘어 보이는 비대한 몸집의 중년 사내는 제 키만한 극을 움켜쥐고 비장한 얼굴로 물었다. 촉명루를 강탈당해 등와사를 만들었으니 그 주인은 당연히 네게 원한이 있겠군.


“글쎄, 원혼이 많은 자는 저승길이 빠른 법이지!”


말과 동시에 한달음에 삼 장을 건너 뛰어 놈의 심장에 칼을 찔렀다.


채챙!


어느새 앞을 막은 극의 한쪽 날은 칼을 움켜쥔 채로 내게 쑤셔왔다. 쇠토시를 낀 팔로 극의 자루를 막았지만 온몸이 울려 뒤로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 마삼탁의 공력이 예상을 상회했다.

빈 자리는 이립강이 바로 채워 공격했다.


“흐흐흐, 제법이다만 이곳이 너희들 무덤이 될 게야. 내 뒤의 놈들처럼.”


이립강 또한 날랜 몸으로 몇 초를 막아냈지만 힘든 표정이었다. 마삼탁이 진정 내공을 무기에 주입해 상대에게 상처를 입히는 검기상인劒氣傷人의 경지에 이르렀단 말인가? 완벽히 검기를 쓰지는 못하지만 이렇게 발경의 기운 자체로도 공격할 수 있다는 것은 곧 절정에 다가섰다는 말이다. 이런 궁벽한 촌구석에선 보기 드문 경우다. 분명 공력은 우리보다 윗길이다.

하지만 어려서부터 나보다 못한 놈과는 생사투生死鬪를 한 적이 드물지.


그런 생각을 하면서 놈의 말대로 슬쩍 앞을 쳐다봤다.


이건 뭐지? 건너편 벽에 시체들이 나란히 기대어 있는 게 아닌가? 그 앞에는 관들이 놓여 있었는데 저절로 등골이 서늘해졌다. 장례식장이야? 단체로 장례하는 것도 아니고 뭐지?


마음을 다잡고는 다시 뛰어들어 이립강과 교대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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