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MSTORYHUB

충전하면 강해짐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새글

또속은냉죽
작품등록일 :
2024.04.12 16:51
최근연재일 :
2024.06.14 20:00
연재수 :
52 회
조회수 :
949
추천수 :
10
글자수 :
309,966

작성
24.05.07 20:00
조회
14
추천
0
글자
12쪽

제012화 – 리턴 리트라이 리피트 (2)

DUMMY

브레인 노커 스캔들을 알고 있는가?

알면 됐다.

모르면 지금 설명한다.


헤븐즈 스마일은 M.E.W와 화이트 베일이 공동 개발한 약물로, 원래는 신체 이식이나 사이버네틱스 수술로 인한 신경손상에서 빠르게 회복하기 위해 사용되는 것이었다.

단, 신경손상이 없는 사람이 투여할 경우 도파민과 베타엔도르핀의 과잉분비를 유도하는 부작용이 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공개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바로 각종 완충성분을 섞어 효력을 떨어뜨린 알약이 상품으로 나왔다.


하지만 러너 팀 리퍼즈의 전 리더······ 그 당시에는 아직 록밴드 ReaperZ의 리더이자 기타리스트였던 남자는 다른 사람들과는 달리 헤븐즈 스마일의 부작용이 아닌 원래 목적에 주목했다.

‘이거 다른 거랑 같이 쓰면 쩔지 않겠냐?’

신경신호를 증폭하는 성질은 다른 마약의 고양감과 행복감을 극적으로 늘릴 수 있으며, 신경세포와 수용기를 재생시키는 성질은 아무리 약에 흠뻑 절어서 역치가 올라갈 대로 올라간 사람도 처음 약을 했을 때의 ‘신선한 느낌’을 돌려놓을 수 있었다.

그래서 만들어진 게 24종의 약물을 섞어 만든 칵테일, 브레인 노커.

서로 다른 방식으로 작용하는 23종의 약이 헤븐즈 스마일을 완충제로 삼아 절묘한 시간차를 두고 뇌에 작용하며, 하나의 약효가 끝나갈 때마다 헤븐즈 스마일이 손상된 신경과 수용기를 곧바로 복원해 이전 약물의 부작용이 나타나거나 다음 약효가 떨어지는 일이 전혀 없다.

게다가 헤븐즈 스마일 덕분에 이후에 남는 후유증도 일절 없으니 이 얼마나 완벽한가!


그렇다.

이론상 완벽했다.

하지만 약학과 생물학에 대해서 대충 주워듣고 자기 몸으로 체험한 게 전부인 남자가 그 이론을 과연 현실로 옮길 수 있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완전히 망했다.

브레인 노커가 처음 의도했던 대로 작동한 건 첫 한 잔, ReaperZ 리더가 자기 몸으로 실험한 게 전부였고, 그나마도 제조 도중 알 수 없는 불순물이 혼합된 것 때문에 기적적인 성공을 거둔 것에 지나지 않았다.

그 이후에 만들어진 것들은 끔찍했다.

23종의 약물은 모든 약효를 한 번에 폭발시켜 섭취자의 뇌를 완전히 난도질했으며, 헤븐즈 스마일은 완충제는커녕 기폭제가 되었다.


이게 바로 당시 최고의 인기를 누리던 슈퍼스타 21명이 하룻밤의 파티 사이에 급사하고 그 세 배가 넘는 수의 유명 연예인이 평생 회복 불가능한 신경 손상을 떠안고 살아가게 된 사건, 브레인 노커 스캔들이다.


이후 리퍼즈 리더는 6번가로 쫓겨나 러너질을 하다 잘 알려진 대로 폭사.

그 폭발을 일으킨 해커도 생각보다 훨씬 강했던 폭발의 기세에 휘말려 함께 폭사.

유일하게 살아남은 클라이드 비스펀지가 2대 리더가 되었다.


그리고 앨빈 스위프트본은 2기 팀 리퍼즈의 두 번째 멤버였다.


* * *


‘날쌘돌이(Swiftbone)’ 앨빈은 안 그래도 수가 적은 초능력자 중에서도 극히 드문 미래예지 능력자였다.

단, 그 능력은 매우 보잘것없었다.

1초 뒤를 보는 왼쪽 눈, ‘플래시 포워드’.

오직 자신의 생명과 관련된 일이 일어났을 때만.

기껏해야 치명상을 중상으로 바꾸는 것 말고는 할 수 없는 능력이다.

그래서 앨빈과 약 10년 가까이 함께 러너로 활동했던 비스펀지마저 그가 초능력자라는 것을 확신하지 못했다.

그저 생명의 위기에서 아슬아슬하게 살아남는 악운을 보면 뭔가 능력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막연하게 추측할 뿐.


하지만 그 보잘것없는 능력은 어느 날을 계기로 갑자기 진화했다.

1초 뒤를 보던 눈은 5초 뒤를 보게 되었고, 생명의 위기에만 발동하던 능력은 이제 원할 때 언제든 미래를 볼 수 있게 되었다.

어째서 갑자기 이런 변화가 일어났는지에 대해서는 알지 못한다.

초능력이란 과학적으로 해석하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초’능력이라 불리는 것이니 말이다.

다만 비교적 납득이 가는 설명은 가능했다.

지금까지 앨빈 스위프트본의 플래시 포워드는 아주 작은 바늘구멍을 통해 벽 너머를 바라보는 것과 같았다.

시야각이 좁기 때문에 볼 수 있는 것도 적었고, 그나마도 각도가 정확히 맞지 않으면 전혀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어느 날 갑자기 그 좁디좁은 바늘구멍을 통해 뭔가 거대한 게 억지로 밀고 들어왔다.

단순한 시각 정보만이 아니라 청각과 촉각을 포함한 오감, 기억, 지식, 그리고 인격까지.


그 결과 미래를 보는 바늘구멍은 현관문의 어안렌즈 정도로까지 확장되었고, 앨빈 스위프트본은 역행자가 되었다.


* * *


“왜 이렇게 됐지······.”

앨빈은 창밖에 비치는 3번가의 풍경을 바라보며 한숨을 쉬었다.

최초로 역행하여 미래의 지식을 얻었을 때, 그는 보니 크랙페이스의 죽음에서 시작되는 참극을 막기 위해 전력을 다했다.

하지만 어느 시점에서 그는 자신이 본 미래의 발단이라 할 사건이 일어나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원래 역사에서는 남동생과의 후계경쟁에서 패배해 6번가로 추방되었던 ‘울보 율리’가, 팀 리퍼즈에 들어오지 않았다.

아니, 추방되기는커녕 경쟁 상대였던 남동생을 모살하고, 딥 래더 인더스트리의 권력 서열 2위였던 자신의 아버지와 1위였던 할아버지까지 처리한 다음 회장 자리에 올랐다.

당연히 딥 래더가 팀 리퍼즈와 얽힐 일도 없었고, 열등감에 찬 남동생이 추방된 자기 형을 사회적뿐만이 아니라 물리적으로도 완전히 끝장내기 위해 B&C 사옥 일대를 위성병기로 증발시키는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단순한 헛고생으로 끝났다면 그나마 다행일 것이다.

미래의 파멸이 근본부터 제거된 것이니 말이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그 사실을 알게 된 시점에서, 그는 이미 넘을 수 없는 강을 건넜다.

팀 리퍼즈(Reaperz)에서 탈퇴하고 새 러너 팀인 리퍼스(Reapers)를 만들어 원래 팀에 가야 할 의뢰를 횡령했으니 말이다.

이는 평생지기인 클라이드 비스펀지에 대한 배신이자, 남몰래(라고 본인은 생각하고 있지만 사실 주변에서는 다 알고 있었다) 짝사랑하고 있던 보니 크랙페이스의 신뢰를 휴지 조각으로 만드는 일이기도 했다.

더 이상 돌아갈 길은 없었다.

다행히도, 그 의뢰는 딥 래더 인더스트리가 팀 리퍼즈에 주목하게 되는 결과를 만들어 미래의 파멸로 이어지는 의뢰이기도 했지만, 그와 동시에 보통 러너는 평생 가도 만져볼 수 없는 거액을 얻을 기회이기도 했다.

어디까지나 기회일 뿐 그걸 잡을 수 있을지 없을지는 실력에 달렸지만······ 그에게는 미래 지식이 있었기 때문에 무난히 성공했다.


미래의 참극은 어째서인지 저절로 사라졌다.

손에는 돈이 있다.

그리고 조금만 지나면 그의 배신을 옛 동료들이 알아차릴 것이다.

그가 취할 수 있는 선택지는 도망밖에 없었다.


하지만 도망쳐 도착한 곳에 낙원은 없다 하던가.

3등 시민권을 사고 벽 안에 안착해 평화로운, 하지만 공허한 나날을 보내던 중.

“오랜만이구만, 앨빈. 나 클라이드야. 왜 여기 왔는지 알겠나?”

“······.”

앨빈 스위프트본은 뒤를 돌아봤다.

새까만 정장을 차려입은 클라이드 비스펀지가 서 있었다.


* * *


더 이상 예전처럼 돌아갈 수는 없다.

하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앨빈은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잘······ 지냈나?”

“그야 물론 잘 지냈지.”

평범한 대답이 돌아왔다.

앨빈은 약간의 희망을 가졌다.

“어떤 놈이 뒤통수를 때리고 튀지만 않았으면 더 잘 지냈을 거고. 그러는 너도 꽤 잘 지낸 모양이구만? 하긴 200억이나 처먹었는데 잘 못 지내면 그게 더 이상한 거겠지.”

“······.”

곧 깨졌지만.

그래도 아직 모른다.

앨빈은 어금니를 꽉 악물고 다시 입을 열었다.

“대화로······ 아직 대화로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너 벽 너머에서 살더니 감이 꽤 죽었구나? 이미 그럴 시기는 지나도 한참 지났을 텐데.”

돌아온 것은 피식거리는 미소와 날카로운 살기.

그러나 앨빈에게는 아직 믿을 만한 게 남아있었다.

그는 착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

“여기가 어딘지는 알고 있겠지.”

“그야 물론.”

벽 안쪽, 즉 딥 래더 인더스트리의 경비부서가 직접 치안을 유지하는 거리이다.

“그럼 여기서 날뛰었다간 어떻게 될지도 잘 알 거고.”

고작해야 보급형 레이저 무기 정도가 전부인 6번가 갱과는 달리, 딥 래더 시큐리티 가드는 파워 아머와 스마트웨폰으로 무장하고 있다.

아무리 에너지 흡수 능력을 가진 비스펀지라 해도 그들을 상대하는 건 무리다.

거의 10년 가까이 함께 활동했던 앨빈이었기에 그 예상은 실로 정확했다.

“아, 그건 걱정하지 말라고.”

하지만 비스펀지는 여전히 살기를 풀풀 뿜어내며 품에 손을 넣었다.

앨빈은 한순간 긴장했으나, 플래시 포워드로 품에서 나오는 게 총이 아닌 CT라는 것을 확인하고 안심했다.

“자, 이게 뭘까?”

그 안심 또한 곧 깨졌지만.

“그건······?!”

“딥 래더 인더스트리에서 직접 발급한 3급 살인면허다. 유효기간은 오늘 한정이긴 하지만, 나 말고도 네가 죽어줬으면 하는 사람이 저 위에 있단 말이지.”

지나가다 미친놈에게 총 맞아도 하소연할 곳 없는 4등 시민과는 달리, 벽 안쪽에서 거주할 권리를 가진 3등 시민에게는 기본적인 인권이 적용된다.

단, 그 인권은 어디까지나 그 도시를 지배하는 기업의 의향에 따라서는 얼마든지 무시될 수 있는 것.

3급 살인면허는 3등 이하의 시민 계급을 살해했을 때의 처벌을 면제하고, 시큐리티 가드의 체포권한 또한 무력화할 수 있는 권리이다.

“후우······.”

앨빈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대화로 해결할 수 있다는 허튼 생각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았다.

다만······.

“클라이드 비스펀지.”

“왜.”

“내가 지금까지 어떤 대책도 없이 놀고 있었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다만 부디 쓸 일이 없기를 생각한 수단을 사용하게 된 것은 슬펐다.


다음 순간, 큰 폭발이 일어났다.


* * *


초능력 10계의 제6계.

‘간파되기 전에 죽이거나, 간파되어 죽거나.’

지극히 은밀성이 높다······기보다는 없는 것이나 다름없는 능력이었던 ‘플래시 포워드’와는 달리, 클라이드 비스펀지의 ‘리차저블 맨’은 상당히 간파하기 쉬운 능력이었다.

레이저엔 멀쩡하지만 실탄에는 아파하고, 접근한 적은 불타서 죽거나 얼어서 죽으며, 가볍게 손을 댄 것만으로 자동차에 들이받은 것 같은 막대한 충격을 내뿜는다.

조금이라도 관찰력이 있다면 그 능력의 정체가 에너지의 흡수와 방출이라는 것을 알아낼 수 있을 것이다.

게다가 앨빈 스위프트본은 10년 가까이 비스펀지의 능력을 옆에서 봐온 옛 친구.

이 세상 누구보다 리차저블 맨을 무력화하는 방법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그중 첫 번째가 바로 이것.


‘막대한 질량으로 깔아뭉갠다.’


2층짜리 단독주택을 통째로 질량 트랩으로 개조한 것이었다.

거주공간은 1층뿐.

2층은 형태만 집이지 실제로는 대량의 콘크리트를 채워 넣어 굳힌 누름돌이다.

그리고 지금, 앨빈은 기둥에 묻어둔 화약의 기폭 스위치를 누르는 것과 동시에 창 너머로 몸을 던졌다.


쾅!


엄청난 폭음과 함께 2층을 지지하던 모든 기둥이 단번에 날아가고, 곧바로 2층이 떨어져 내려 1층을 짓뭉갰다.

쿵!

마치 지진이라도 일어난 듯한 진동.

하지만 안심하기는 아직 이르다.

앨빈은 대체 무슨 일인지 웅성거리는 주변 사람들을 무시하고 곧장 차에 올라탔다.

조금 전 ‘쿵’ 소리가 나기 직전, 뭔가가 파열하는 듯한 소음이 연속적으로 울렸기 때문이다

틀림없다.

놈은 아직 살아있다.

앨빈은 마치 호러영화의 살인마에게 쫓기는 희생자처럼 초조해하며 차에 시동을 걸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충전하면 강해짐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연재 주기 공지 24.04.29 19 0 -
52 제050화 – 패밀리 비즈니스 (12) NEW 4시간 전 1 0 12쪽
51 제049화 – 블랙 보더, 세피아 톤 (5) 24.06.13 4 0 14쪽
50 제048화 – 블랙 보더, 세피아 톤 (4) 24.06.12 5 0 13쪽
49 제047화 – 패밀리 비즈니스 (11) 24.06.11 8 0 15쪽
48 제046화 – 패밀리 비즈니스 (10) 24.06.10 8 0 11쪽
47 제045화 – 수티드 밴딧 버서스 언암드 로버 (2) 24.06.09 8 0 12쪽
46 제044화 – 수티드 밴딧 버서스 언암드 로버 24.06.08 9 0 12쪽
45 제043화 – 드렁큰 러너스 하이 (3) 24.06.07 9 0 12쪽
44 제042화 – 드렁큰 러너스 하이 (2) 24.06.06 9 0 12쪽
43 제041화 – 드렁큰 러너스 하이 24.06.05 10 0 12쪽
42 제040화 – 패밀리 비즈니스 (9) 24.06.04 8 0 12쪽
41 제039화 – 패밀리 비즈니스 (8) 24.06.03 8 0 12쪽
40 제038화 – 보더리스 블루스 (3) 24.06.02 8 0 12쪽
39 제037화 – 보더리스 블루스 (2) 24.06.01 9 0 14쪽
38 제036화 – 보더리스 블루스 24.05.31 9 0 13쪽
37 제035화 – 서브패스 퀘스트 24.05.30 9 0 12쪽
36 제034화 – 블랙 보더, 세피아 톤 (3) 24.05.29 9 0 12쪽
35 제033화 – 블랙 보더, 세피아 톤 (2) 24.05.28 10 0 13쪽
34 제032화 – 블랙 보더, 세피아 톤 24.05.27 9 0 14쪽
33 제031화 – 더 세이피스트 플레이스 인 더 월드 24.05.26 11 0 13쪽
32 제030화 – 클라이드 더 뱀파이어 슬레이어 (2) 24.05.25 12 0 12쪽
31 제029화 – 클라이드 더 뱀파이어 슬레이어 24.05.24 12 0 12쪽
30 제028화 – 언더 더 서브웨이 (2) 24.05.23 14 0 13쪽
29 제027화 – 언더 더 서브웨이 24.05.22 13 0 13쪽
28 제026화 – (언)리즈너블 바이올런스 (2) 24.05.21 12 0 13쪽
27 제025화 – (언)리즈너블 바이올런스 24.05.20 12 0 13쪽
26 제024화 – 패밀리 비즈니스 (7) 24.05.19 13 0 14쪽
25 제023화 – 패밀리 비즈니스 (6) 24.05.18 11 0 13쪽
24 제022화 – 패밀리 비즈니스 (5) 24.05.17 11 0 1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