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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곰 님의 서재입니다.

연애로 레벨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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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곰
작품등록일 :
2020.05.20 11:51
최근연재일 :
2020.06.19 18:20
연재수 :
32 회
조회수 :
13,886
추천수 :
959
글자수 :
167,524

작성
20.05.20 12:22
조회
663
추천
28
글자
11쪽

2. 민증에 연애경력이 나온다구요?

DUMMY

갑자기 암흑이 됐다.


‘링도 아니고 티비에서 가슴이 튀어나오다니, 말도 안돼······!’


그런데,


물컹!


이미 느껴지고 있는 이 충만한 감촉의 정체는······?


두 말할 것도 없이 가슴이었다.


아무리 눈을 뜰 수 없는 상태라도 감각은 생생했다.


그리고 들려오는 날카로운 목소리!


“꺅!”

“저 변태 새끼! 신고해! 신고!”


어둠 속에서 거진은 여자들의 비명과 욕을 바가지로 먹었다.

하지만 눈을 뜨려 해도 떠지지 않고, 움직이려 해도 온몸이 마비된 듯 도통 움직일 수가 없었다.


어디선가,


‘드드드드······.’


뭔가 진행되는 듯한 기계음만 들릴 뿐이었다.


1분이나 채 지났을까?


경찰차 사이렌이 들리더니,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여전히 깜깜했지만 거진은 직감적으로 경찰임을 알았다.

좆됐단 생각이 머릴 스치며 이게 대체 뭔 일인가 싶었다.


‘게임 이름이 뭐였더라? s시그널······’


[‘enter'를 클릭하기 전, 감당할 수 있겠는지 다시 한 번 신중히 생각해보시기 바랍니다.]


‘그 시건방진 경고문자가 붙은 게임······. 에, 그럼 게임 속으로? 아니야, 이건 그냥 꿈이야. 악몽이야!’


“이봐요, 일어나요. 여탕에 와서 이러고 있음 어떡해?”


여탕?

어쩐지 아까부터 코끝에서 비누향과 뭔지 모를 향들이 혼합되어······.


뭐시라, 여탕?


거진은 차라리 정신 잃은 척하는 게 낫겠다 싶었다.


순간, 긴 손가락이 그의 목을 움켜쥐었다.


'컥!'


“미친개가 광견병 주사도 안 맞고 길거리를 돌아다니네?”


날카롭고 뾰족한 손톱이 거진의 목덜미를 파고 들려던 찰나,

곧이어 나타난 경찰 두 명이 거진을 위 아래로 잡고는 경찰차에 태웠다.


잠깐이지만 여자의 눈과 마주쳤다.


오, 누구더라? 많이 본 얼굴인데······.


거꾸로 보인 얼굴이라 딱 떠오르진 않았지만, 미인이라는 것만은 확실했다.


경찰차에 실려 가는 동안, 초기 화면에 나타났던 여자의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거진은 계속 기절한 척하고 있었다.


[현재 손님으로 접속하셨습니다. 정식회원가입을 하시겠습니까?]


‘안 해! 안 한다고!’


경찰이 들을까봐 속삭이듯이 작게 말했는데,


[축하합니다. 정식회원가입이 되셨습니다.]


인공지능은 그걸 ‘한다’로 들은 듯했다.


망할!


그 다음부터는 귀찮아서 그냥 뭐든지 ‘예스’로 일관하고 말았다.


“정신 좀 차렸어요?”


경찰이 물었다.

경찰서 의자에 앉아 거진은 꿈이었으면 좋겠단 마음으로 양 손으로 힘껏 자신의 뺨을 때렸다.


짜작!


아, 볼따구가 불이 나도록 아팠다.

꿈이 아니구나.

눈물이 핑 돌았다.

아파서가 아니라 쪽팔려서였다.


“젊은 사람이 왜 그래?”


오칠환이라는 이름의 경찰이 한심하다는 눈초리를 보냈다.


“왜 이렇게 됐는지 저도 참 궁금하네요.”


거진은 심드렁하게 대답했다.

젊은 경찰은 들은 척 않고 키보드 위에 손을 얹었다.


“이름이랑 주민번호······.”

“저 어떻게 되는데요? 그냥 한번 봐주시면 안 될까요? 곧 군대도 가야 하는데······.”

“군대?”


오칠환이 거진을 보더니 짠한 표정을 지었다.


“아들 생각나는구만. 그냥 좀 봐주지?”


장규석이란 명찰이 붙은 젊은 경찰은 한 치에 어긋남 없게 생긴 깐깐한 얼굴만큼이나 사무적으로 대답했다.


“신고 들어왔는데 되나요? 신고자한테 결과처리 통보도 해줘야 하고.”

“사정 말하고 훈방처리 했다면 봐주지 않을까?”

“신고한 사람이 어디 보통 사람인가요? 소지은이잖아요? 저도 직접 본 건 첨인데, 성깔 있겠던데요. 이름부터 대.”


장규석은 퉁명스레 거진을 돌아보았다.

아무래도 돌아갈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닌 듯했다. 시무룩하게 고개를 떨구며 거진은 입을 열었다.


“임거진요. 97년······.”


하지만 소지은이라는 말에 들떴는지, 오칠환은 거진의 말을 듣지 않고 떠들어대기 바빴다.


“하긴, 괜히 4대광마겠어. 내가 듣기로 B랭크에 99레벨인데, 4대광마중에서 유일하게 아직 A랭크가 안 돼서 열 받아 있다고 하더라고...”

“그러니까요.”

건성으로 대답하며 ‘임거진’을 입력하던 장규석의 얼굴이 순간 굳어졌다.

그는 기막혀하며 거진을 쳐다보았다.


“임거진. 97년생. F랭크에 1레벨? 뭐야? 이건 거의 갓난아기 수준인데? 너 지금까지 뭐하고 살았냐?”


거진은 슬쩍 주눅이 들었다.


“뭘 하다니요······? 그냥 학교 다니고 군입대 앞두고 피시방 알바 하고 있었죠. 저 말썽도 안 피우고, 아버지랑 좀 싸우긴 해도 말도 잘 듣고······. 경찰서도 딱 한 번 친구 땜에 와본 거밖에 없어요.”


모니터를 보던 오칠환이 역정을 냈다.


“아니, 임마. 왜 연애경력이 하나도 없냐고?”

“네? 제 연애경력을 아저씨가 어떻게 알아요?”

“어떻게 알긴? 니 민증에 딱 나와 있구만...?”

“민증에 내 연애경력이 나온다고요? 그게 도대체 무슨······?”

“민증 까봐!”

“안 가져왔는데요······”

“이 자식이 지금!”


장규석은 손수 민증을 까는 모습을 보여줬다.

엄지손가락과 집게손가락을 맞대고 비비자, 홀로그램이 떴다.


오 신박!


거진도 장규석을 따라 엄지와 검지를 비볐더니 얼굴사진과 이름, 주민번호가 떴다.

그 아래에는 F자 표시와 1레벨이라 쓰인 글씨가 선명하게 박혀 있었다.

도대체 뭐가 F고 왜 1레벨이라는 건지.

그리고 어떻게 그것만으로 연애경험이 없다는 걸 어떻게 아는지 거진이 의아해하고 있던 찰나, 장규석이 떠 있는 홀로그램에 손을 뻗고 F자를 누르자, 디테일한 상태 창 하나가 더 떴다.


[애정도] 0

[호감도] 0

[공감도] 0

[매력도] -1

[명예도] 0

힘 20

민 10

체 30

지 15

[스페셜스킬] 라면끓이기


차라리 없는 게 낫지, 유일한 특기가 ‘라면끓이기’라니······. 치욕스러웠다.

대체 이게 왜 여기 표시되는 거냐고!


“애정도가 0이라니? 완전 연애고자족이구만. 쯧쯧.”


오칠환이 혀를 차며 말했다.


“야, 거기 네가 직접 애정도 한번 눌러봐.”


장규석이 손가락으로 '애정도'를 가리키며 말했다.


“이거요?”


하면서 거진이 애정도를 누르자, 다시 상태창 하나가 더 열렸다.


[성행위] 0

[유사성행위] 0

[스킨십] 0

[키스] 0

[자위] 256


악!

뭔 이런 디테일이!!


거진이 상태창을 없애려 손을 휘젓는데,

경찰이 딱! 하고 엄지와 중지를 손가락을 부딪쳤다.

거진이 경찰이 한 것처럼 따라 하자 상태창이 사라졌다.

아, 씨불!


“쯧쯧..”


늙은 오칠환 경찰은 혀를 찼고, 젊은 장규석 경찰은 거진의 어깨를 두드려줬다.


“먹고 살기 힘드니 애정도야 그렇다고 치자. 그런데 호감도도 0이면 친구는 있는 거냐?”


‘있긴 하죠. 거진이란 좋은 이름을 '거지'로 불러주는 친절한 개늠들이······.'


“공감도가 제일 중요한데, 그게 0이면 정신과 치료부터 받아야 하는 거 아냐? 너 이 상태로 군대 가면 바로 관심사병 직행각인데?”


거진은 머리가 어질어질했다.


‘뭔 이딴 게임이 있나.

대체 여길 어떻게 벗어날 수 있지?

경찰들은 알고 있을까? 여기가 게임 속 세상인 걸?


“저 제가 정말 궁금해서 그러는데요. 혹시 여기 어떻게 들어오시게 됐는지, 여쭤 봐도 될까요?”


거진은 최대한 예의발라 보이게 두 손을 곱게 모으고 촉촉한 눈망울을 깜박이며 물었다.


장규석은 자부심 철철 넘치는 목소리로 답했다.


“당연히 경찰공무원 시험 봐서 들어왔지. 경쟁률이 자그마치 28대 1이었어.”


오칠환은 하하 웃더니,


“난 그딴 거 없이 들어왔지롱. 사격 선수였거든? 특채라고 들어는 봤나?”


하면서 권총을 휘릭 뽑아 사격자세를 취했다.


“아, 네.”


더 이상 질문하는 건 무모한 짓이었다.

결국, 신고자에게 직접 사과하는 걸로 결론을 짓고, 오칠환이 신고자 소지은에게 전화를 걸었다.


‘얘가 군대를 가야 하는데 어쩌고 저쩌고······.’


눈물겨운 오칠환의 읍소가 계속될수록, 거진의 고개도 점점 아래로 떨어졌다.


‘게다가 F랭크에······. 연애고자······.’


거진은 고개를 들어 위를 쳐다 보았다.


'거기 누구 계시면 좀 들어주세요. 전 이런 게임 별로 안좋아하거든요. 연애물 정말 싫어요. 차라리 용사냥꾼······. 아니 전 그냥 NPC로 해주시면 안될까요? 식당 주인도 아니고 종업원 정도로. 아니면 걍 원래대로 보내주든가!'


아무리 개똥밭 같더라도,

아버지의 잔소리와 노숙자 사장의 착취를 세 배 더 받더라도

원래의 세상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자, 얼렁 사과해.”


늙은 경찰이 전화기를 거진에게 넘겼다.


“여보세요.”

[오, 너 그 변태!]

“네······. 제가 무조건 잘못했구요. 이번 한번만 용서해 주시면 다시는 그런 일 없도록······.”

[너, 사과를 지금 말로 하니? 어디서 그따위로 배웠어?]

“네?”

[여기 경찰서 앞 ‘하니’카펜데 빨랑 튀어 와라. 딱 10초 준다. 10!]


전화를 끊자마자 달리고,


9, 8, 7, 6, 5, 4, 3, 2, 1, 0!


달리고,


······


달렸다.


1, 2, 3!


“헉, 헉!”


“3초 늦었다.”


텅 빈 카페 안.

딱 봐도 저 사람이구나 싶은 여자가 시계를 보고 있다 거진을 꼬나봤다.


거진이 다가가자, 경찰에게 끌려가기전 언뜻 보았던 그녀가 틀림없었다.

거꾸로 봤을 땐 잘 몰랐던 얼굴이 제대로 보이자,

숨이 차 죽을 지경에도 거진은 그녀가 전지현만큼 예쁘다는 사실에 놀랐고,

그 사실에 몹시 언짢아졌다.


'경계 대상'이라는 듯 머릿속에서 빨간불이 켜졌다.


저 정도의 미모라면, 어떤 남자라도 반하지 않을 수 없을 거란 자만심에 쩔어 있을 테고, 그러므로 거진 역시 자신에게 반한 수많은 남자 중의 하나로 생각할 터였다.


난 여자를 돌, 아니 자연으로 보는 사나이.


저것은 전지현이 아니고 전자연이다.


전나무이며 꽃이며 바람이다······.


모든 자연은 아름답다······.


긴 생머리에 밝은 황토색 가죽 재킷을 입은 그녀는

하늘거리는 흰셔츠 위로 머플러를 매고,

검은 가죽치마에 보석 박힌 앵클부츠를 신은 채 다리를 꼬고 앉아 있었다.

어디서 화보촬영이라도 하시다가 급히 오신 건가 싶을 만한 자태였다.


어쨌거나 미모 하나는 인정해줄 만했다.

그러나 보이는 모습과 달리 목소리는 차갑기 그지없었다.


작가의말

편하게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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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4. 뭐 이런 귀여운 자식이 다 있어? +10 20.05.20 564 25 10쪽
4 3. 연애를 거부한 연애거자라고요! +12 20.05.20 619 25 12쪽
» 2. 민증에 연애경력이 나온다구요? +12 20.05.20 664 28 11쪽
2 1. 감당할 수 있겠는지 +27 20.05.20 804 36 11쪽
1 프롤로그 +44 20.05.20 1,013 74 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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