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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출
작품등록일 :
2017.06.26 16:15
최근연재일 :
2017.07.06 22:49
연재수 :
11 회
조회수 :
523
추천수 :
9
글자수 :
41,655

작성
17.06.28 22:50
조회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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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자
7쪽

1. 샤하트 (4)

DUMMY

다음 날 정오.

오늘도 어김없이 꾸흐뜨는 수하트족에게 때때로 발길질을 당하면서 낙타에 끌려가고 있었다. 사막의 태양빛은 마치 무게가 느껴지는 것 같았다. 어깨위로 내리 쬐는 태양은 마치 짓누르듯이 살갖을 파고들고 있었다. 그러나 어젯밤 몇 모금이나마 물을 마셔서인지 어제보다는 훨씬 더 견딜만했다. 야르트는 그런 꾸흐뜨의 모습을 보았다.

먼지폭풍이 없어서 그렇기도 하겠지만, 아무리 그래도 그런 만큼 태양빛은 더 뜨거워졌다. 어제만 해도 계속 넘어지던 꾸흐뜨가 오늘 갑자기 회복되어 잘 따라온다는 것은 그냥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야르트는 피리를 불어 행렬을 세웠다. 다시 행렬 앞 뒤의 전사들이 야르트를 중심으로 모여들었다.

모여든 전사들을 향해 야르트가 소리쳤다.

“누가 저 오크에게 물이나 먹을 것을 주었나?”

야르트는 이미 그가 누구인지 알고 있었다. 알고 있으면서 일부러 그렇게 한 것이었다. 아니, 애초에 오크를 혼자 방치한 시점부터 그를 시험하고 있는 것이었다.

주저하던 카쟌이 앞으로 나섰다. 전사들의 시선이 카쟌에게로 모여들었다.

“제가 그랬습니다, 야르트 숙부.”

카쟌의 얼굴이 긴장으로 굳어 있었다. 그러나 그를 바라보는 야르트의 표정은 그 이상으로 딱딱하게 굳어있었다. 야르트가 말했다.

“이유는?”

“저 오크가 죽으면 벨누마 쪽 주문을 위해 다시 오크를 사로잡아야 합니다. 그 보다는 저 오크를 죽지 않게 하는 편이 낫다고 생각....크헉!!”

카쟌이 비명을 지르면서 낙타 밑으로 떨어졌다. 카쟌의 말을 들으며 가까이 다가온 야르트가 카쟌의 얼굴을 강하게 치는 바람에 그만 균형을 잃고 떨어진 것이었다. 카쟌도 인정받은 수하트 전사였다. 웬만큼 강하게 쳐도, 아니, 심지어 화살에 맞아도 낙타에서 떨어지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하지만 야르트의 공격은 너무나 순식간이었기에 미처 균형을 잡을 틈도 없었다.

“쿨럭... 쿨럭.... 야르트 숙부.... 왜...”

카쟌의 얼굴은 시뻘겋게 부어올랐고 입안이 터져서 흘러내린 피가 기침에 섞여 옷깃에 튀었다. 그의 코와 귀에서도 피가 흘러내리고 있었다. 그런 카쟌을 내려다보면서 야르트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오크에게는 절대 방심하지 마라. 오크는 저 정도로는 죽지 않는다. 만일 저 오크가 약탈 경험이 있는 오크였다면, 어제 물을 준 시점에서 너는 인질이 되었을 것이다.”

카쟌은 고개를 숙이고 야르트의 말을 들었다.

“그리고 카쟌 너는 아직 결정권자가 아니다. 주문을 위한 오크의 포획과 처리를 결정하는 것은 나다. 내가 분명 이 오크가 따라올 수 없으면 죽이고 간다고 결정한 것을 못 들었나?”

“들었... 습니다.”

“너는 결정권자의 허가 없이 오크 포로에게 물을 주었다. 그것은 너 뿐만 아니라 네가 인질이 되면 너를 구해야만 하는 네 형제들의 목숨마저 위험하게 할 수도 있는 일이다. 카쟌, 네가 아무리 부족장의 아들이라 하더라도, 부족을 위험하게 하는 행동은 결코 용납할 수 없다.”

“죄송... 합니다. 야르트 숙부.”

카쟌은 사막쥐구멍이라도 보이면 들어가고 싶었다. 첫 번째 원정은 대 실패였다. 이 이상 어떻게 부끄러울 수 있을까. 주변에는 수하트 전사들이 둘러싸고 카쟌을 주목하고 있었다. 차라리 놀림받을 때가 나았지, 저런 준엄한 눈빛을 받는 것은 더욱 견딜 수가 없었다.

고개를 숙인 카쟌에게 야르트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벌로 너에게 낙타를 타는 것을 허락하지 않겠다. 낙타에서 내려서 샤하트까지 걸어서 따라와라.”

야르트는 더 할 말이 없다는 듯이 다시 피리를 불어 행렬을 출발시켰다. 야르트의 오른팔 하볼이 카쟌의 낙타 고삐를 잡고 같이 데리고 갔다. 카쟌은 부끄러움에 얼굴을 들 수가 없었다. 그렇다고 숙부의 명을 어기고 따로 가겠다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카쟌은 고개를 푹 숙인 채로 행렬을 따라 사막을 걷기 시작했다.

꾸흐뜨는 자신과 같이 걷기 시작한 카쟌을 보며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 미안함을 말로 전할 수는 없었다. 오크와 친한 듯이 보이면 카쟌이 더 곤경을 당할 것 같아서였다. 꾸흐뜨는 그저 묶인 채로 밧줄에 끌려 행렬을 따라가는 수밖에 없었다.

카쟌도 그런 꾸흐뜨를 의식했다. 저 오크만 아니었다면 이런 수모를 당하지는 않았을텐데라는 생각에 화가 치밀면서도, 오크에게 화를 전가하는 자신이 부끄럽기도 했다. 잘못은 자신이 한 것이다. 벌을 받는 것은 오직 자신의 것이었다.

서로를 의식하면서 걷고 있는 꾸흐뜨와 카쟌 사이에 어색한 침묵이 감돌았다.


***


저녁 때가 채 못되어 수하트 족은 자신들의 고향 샤하트 경계에 도착했다. 샤하트는 특정한 도시나 마을을 부르는 이름이 아니다. 무르하쉬 국경에서부터 샤얀티의 경계에 이르기까지의 건조한 땅을 부르는 이름이었다. 샤하트 지역은 건기 때에는 샤얀티와 크게 다르지 않는 메마른 황무지로 보이지만 실은 무르하쉬와 에델라를 지나가는 강 ‘랑가 텅’으로 인해 생성된 지하수가 전체 지역에 퍼져 있었다. 수하트 족은 샤하트 곳곳에 깊은 우물을 파서 낙타나 당나귀, 양과 같은 가축을 기르는 것을 생업으로 하고 있었다. 그리고 지금에 이르러서는 바루단에서 무르하쉬로 가는 상단의 길목으로서 상업적으로도 발달하고 있었다.

샤하트의 경계를 걸어서 통과하는 카쟌은 비참한 기분이었다. 낙타를 타고 경계를 넘어간다는 것이야말로 전사의 증거였다. 그런데 낙타에서 내려서 경계를 넘어왔으니 그의 자존심이 완전히 무너진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그리고 그렇게 똥씹은 얼굴인 카쟌 옆에서 꾸흐뜨도 고개를 숙인 채 걸어갔다.

꾸흐뜨는 앞으로 자신에게 무슨 일이 벌어질지 조금도 알 수 없는 상태였다. 사막에서 죽음을 맞이하는 것만은 어떻게든 피했지만, 오크를 증오하는 수하트 족의 땅으로 끌려와 언제 죽어도 이상할 것이 없는 상태였다. 꾸흐뜨는 오크의 마을로 잡혀 온 인간 포로가 어떻게 되는 지 잘 기억하고 있었다. 사실 인간 포로는 없었다. 그들은 그저 식량으로 취급되었다. 꾸흐뜨는 아직 인간에게 오크를 먹는 풍습이 없다는 것을 모르고 있었다. 그래서 그는 아마도 자신이 인간들에게 잡아먹힐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지금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탈출하기에는 주변에 강해 보이는 수하트 전사들이 너무 많았다. 만일 탈출한다고 해도 원정대가 해산한 이후를 노려야 했다. 그 때까지 살아있을 지도 지금은 장담할 수 없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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