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훼룡 님의 서재입니다.

레플리카 헌터는 많은 것을 바라지 않는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훼룡
작품등록일 :
2020.12.29 11:21
최근연재일 :
2021.06.03 19:00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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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1.11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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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4화

DUMMY

레플리카 헌터는

많은 것을 바라지 않는다


14화


‘헌터가 부러워. 헌터는 누구나 편하게 살잖아. 게이트 한 번만 들어갔다 나오면 수십억은 가볍게 벌어. 몸매 끝내주게 예쁜 여자들도 헌터들 온다는 클럽에서 헌터 꼬시려고 엄청 모여들어. 뭐, 사망률이 높다고는 해도, 내가 죽기야 하겠어?’


각성하기 전까지 최장혁은 그렇게 생각했다. 헌터는 누구나 강하고 화려하고, 약간의 위험을 감수하는 것만으로도 평범한 사람을 평생 누릴 수 없는 것들을 쉽게 손에 넣을 수 있다고.


“축하드립니다. 최장혁 씨. D급 헌터로 각성하셨습니다. 보유하신 능력은 신체강화입니다.”


D급에 능력도 한 개. 솔직히 약간 실망했지만, 그래도 로또 맞은 것만큼이나 기뻤다.


“부장님. 저 오늘로 회사 그만두겠습니다.”

“뭐? 너 인마 어린 놈이 벌써부터 편한 거나...”

“저 헌터 각성했습니다.”

“최, 최 사원 내가 말실수를..”


꼰대 부장의 얼굴에 사표를 집어던지고 화사를 나섰다.


D급이니 뭐니 해도 헌터가 돈 벌 방법은 많았다.


게이트에서 나오는 수익은 무궁무진하다. 기본적으로 마수를 죽여 얻는 마정석, 살과 피, 힘줄과 뼈 등의 다양한 부산물이 뒤따른다. 게이트 내부에서 자생하는 여러 신비한 식물들과, 지구에는 없는 희귀한 광물들도 있다.


대형 길드에 취직해서 한 달 월급만 받아도 대학 등록금 빛이고 전세금이고 다 갚을 수 있었다. 꼭 대형 길드가 아니더라도 수입 자체가 평범한 직장인 따위와는 비교가 불가능했다.


“그럼 어디부터 갈까? 블루문 면접 보러 갈까?”


장혁은 벙긋벙긋 웃으며 블루문 길드의 홈페이지에 접속했다.


-블루문 길드 지원 커트라인


본 길드의 일반 현장직 근무(사원, 대리, 주임)에 지원하시고자 하는 헌터님께서는 최소 마력량 3천(C등급 상위권) 헌터의 역량을 갖춰 주시기 바랍니다.

본 길드의 일반 현장 관리직 근무(과장, 차장, 부장)에 지원하시고자 하는 헌터님께서는 최소 B등급 헌터의 역량을 갖춰 주시기 바랍니다.


“아이 씨. 블루문 전투계 헌터들 커트라인 장난 아니네. 그래, 뭐. 미르한 있는 데니까 이 정도는 눈 높아도 되지. 그럼 뭐, 콘체른 알아볼까?”


-콘체른 길드 지원 커트라인


본 길드의 일반 현장직 근무(사원, 대리, 주임)에 지원하시고자 하는 헌터님께서는 최소 마력량 3천(C 등급 상위권) 헌터의 역량을 갖춰 주시기 바랍니다.


본 길드의 일반 현장 관리직 근무(과장, 차장, 부장)에 지원하시고자 하는 헌터님께서는 최소 B등급 헌터의 역량을 갖춰 주시기 바랍니다.


“이거 뭐야? 복붙해놓은 거야? 그, 그럼 박은성의 린트부름 길드...”


-콘체른 길드 지원 커트라인


본 길드의 일반 현장직 근무(사원, 대리, 주임)에 지원하시고자 하는 헌터님께서는 최소 마력량 3천 또는 최소 마력량 2천과 3년 이상의 현장 경험을 역량을 갖춰 주시기 바랍니다.


본 길드의 일반 현장 관리직 근무(과장, 차장, 부장)에 지원하시고자 하는 헌터님께서는 최소 B등급 헌터의 역량을 갖춰 주시기 바랍니다.


....


“이게 뭐야? 5대 길드들 지원자격이 거의 다 똑같잖아. 그럼 좀 더...”


장혁은 그로부터 이틀 동안 길드 홈페이지들을 돌아다니고, 5대 길드 입사 시험 준비 카페에 가입했다.


가입 후 몇 시간, 장혁은 자신이 가입할 수 있는 5대 길드가 박연우의 ‘스케빈져’ 하나뿐이라는 사실을 인정해야 했다.


그것도 헌터로 입사하는 것이 아니었다. 하다못해 헌터가 사냥한 몬스터의 시체를 분해하는 스케빈져직도 아니었다. 게이트 내부에서 광석을 체굴하고 식물을 체취하는 던전 광부직으로 입사할 수 있었다. 광부직의 일당은 30만원 +a 정도. 단순 육체 노동직으로 따지자면 무척이나 높은 금액이었지만, 장혁의 눈에는 차지 않았다.


“이건, 이건 아니야.”


장혁은 인지부조화에 걸릴 것 같은 머리를 쥐어짰다. 클럽 앞에서 발렛 직원에게 람보르기니 키를 던져 주는 자신의 모습이 와장창 무너져 내렸다.


“어떻게든 전투직으로 입사해야 돼.”


장혁은 간신히 작은 길드에 들어갈 수 있었다. 사무직 포함 스무 명도 되지 않는 소형 길드였다. 힐러는 존재하지도 않았다.


그들은 자신들이 약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물론 그래서 좋은 점도 있었다. 무리하며 등급 높은 게이트를 노리지 않아 사고가 적었다. 동고동락하던 동료가 몬스터에게 잡아먹히는 꼴을 볼 일은 없었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헌터인지라 벌이도 좋았다.


“그런데 왜 빛이 늘지?”


포션은 길드 공금으로 사서 하나씩 나누어 주었다. 스케빈져들이나 던전 광부들을 고용할 돈이 없어 부산물 체굴은 직접 했다.


그래도 월급으로 들어오는 돈은 직장인 시절에 비하자면 몇 배가 넘었다.


“그런데 왜 빛이 느냐고?”


무기 때문이었다.


아티팩트, 인첸트, 법적 용어로는 마법 물품.


C급 헌터의 몸값보다 C급 마법 물품이 몇 배나 비싸다.


마법 물품은 ‘적절히 가공된 재료’에 ‘제작계 능력을 가진 헌터’가 알맞은 마법진을 새겨 넣음으로서 완성된다.


여기서 가공된 재료란 몇몇 던전 광산에서 캐낸 특수한 금속이나 고위 몬스터의 뼈가 해당된다.


제작계 능력을 가진 헌터란


1. 각성 당시에, 혹은 후천적 수련을 통해 마력 제어 혹은 그와 유사한 스킬이 있는 자,


2. 각 속성 마법의 본질을 이해, 재구성할 수 있는 자,


3. 금속을 다루기 위한 대지 마법과 뼈를 다루기 위한 혈마법에 지식이 있는 자를 말한다.


상술된 두 가지 조건-재료와 인력-은 무척이나 희귀하다. 공급은 적은데 수요는 많다. 그걸 경제학적 용어로는 ‘비싸다’라고 말한다.


게다가 제작계 헌터에게는 디자인적 완성도나, 안 그래도 어려운 기계 공학과의 접목까지 요구된다.


당연히 값이 올라갈 수밖에 없었다.


그나마 양산에 성공한 기본형 검, 방패등의 무기도 몇 백은 가볍게 깨졌다.


하물며 장혁이 재능을 찾은 사슬낫-긴 쇠사슬 끝에 낫이나 단검 등이 달린 무기-은 검에 비해 세 배는 비쌌다.


“형. 나 어떡해요? 존나 열심히 일하고 있는데 빛만 늘어나요.”


“인마...형도 그렇다.”


장혁은 그날 밤 퇴근길에 불 꺼진 금은방을 봤다. 인생 최악의 비극이었다.


‘저 안에는 얼마나 있을까?’


유혹은 지독했다.


C, B급 헌터들과 비교해 와서 그렇지 장혁의 신체 능력은 썩 나쁘지 않았다. 학창 시절 축구도 잘했고, 균형 감각도 좋은 편이었다.


죄책감은 생각보다 짧았다. 네 번 성공했고, 다섯 번째에 꼬리가 잡혔다.


“뭐야 씨발? 왜, 왜 저것들이 와.”


경찰은 따돌릴 자신이 있었다.


하지만 장혁을 잡으러 온 건 헌터관리지원실 요원들과 그토록 동경했던 블루문 길드의 헌터들이었다.


안 그래도 모 고위 헌터의 일탈이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던 시절, 장혁은 본보기로 법의 철퇴를 독하게 얻어맞았다.


그리고 1여년 후, 헌터지원관리실의 한 요원이 찾아왔다.


장혁은 그 역시 자신을 망가트릴 유혹임을 알고 있었다.


***


43호는 어깨에 밖힌 칼날을 힘껏 뽑았다. 한 뼘을 조금 넘는 십자가 모양의 칼이었다. 다리 쪽과 양 팔이 칼날이었고, 머리 쪽의 고리에 사슬이 연결되어 있었다.


‘어깨 근육이 제대로 잘려 나갔어. 우연이 아니라면 강적이다.’


43호는 십자 모양의 칼을 집어 던지는 대신 꼭 쥐었다. 무기를 돌려줄 이유는 없었다.


“43호. 정신 차려. 괜찮아?”


33호가 속삭였다. 당황스러움이 뚝뚝 묻어났다.


“조용히 해!”


뱀이 쉭쉭거리듯이 43호는 목소리를 낮췄다.


‘어떤 놈인지는 모르겠지만, 언제까지 웅크리고 있을 수도 없지.’


공격스킬

ㄴ원거리

ㄴ열선


사슬낫의 사슬을 한껏 잡아당겼다. 한순간 팽팽해지고 다시 늘어졌다. 장혁는 순순히 자신의 위치를 알릴 초심자가 아니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43호는 폭발적으로 뛰어 올랐다. 왼손에는 이미 지름이 7센티미터가 넘는 열선이 환한 빛을 뿜고 있었다.


‘사슬을 잡아당기면 끝이 나오겠지.’


가끔은 단순한 게 제일 좋았다. 반 박자 빠르게 들어가야 다치지 않고 이길 수 있었다.


“흡!” 순간 사슬이 한계에 달한 고무줄처럼 팽팽해졌다. 왼쪽으로 몇 미터 떨어진 바위 뒤에서 평범하게 생긴 헌터 한 명이 당근처럼 딸려나왔다. 검은 후드티에 검은 청바지를 입고 있었다.


탁, 그가 힘껏 사슬을 잡아챘다. 43호의 오른손에서 사슬이 빠져 나갔다.


‘그래 봐야 열선보다 빠르겠냐?’


스킬 중에서도 가장 빠른 빛 계열 스킬이었다.


파앗! 열선이 푸른색과 오랜지색 섬광을 꼬리처럼 남기며 대기를 찢었다. D급 헌터 따위가 반응할 수 없는 속도였다. 열선이 장혁이 숨어있던 바위를 갈갈이 찢었다. 동시에 검은 그림자 하나가 튀어 나와 근처 덤불 속으로 들어갔다.


‘피했어? 시선을 읽혔나?’


43호는 입술을 깨물었다. 아무리 강한 출력을 낼 수 있다 한들 맞히지 못한다면 의미가 없었다. 강화되지 않은, 예를 들어 눈 같은 곳을 저 십자 칼날에 맞는다면 끝장이었다.


“33호! 엄호해줘!”


일부러 허공을 보고 외치며 돌진했다.


공격스킬

ㄴ단거리

ㄴ경질화


푸르게 물든 팔로 가드를 올렸다.



공격스킬

ㄴ중거리

ㄴ교란전격


지-잉. 오른팔 전체에 저릿저릿한 감각이 내달렸다. 900이 넘는 마력을 가졌음에도, 시야 우상단에서 잔여마력 게이지가 분명하게 감소했다.


‘내가 더 세. 출력으로 밀어붙인다.’


머리를 쓰고 기다리다 한 순간의 모험으로 승기를 잡는 건, 내가 약할 때 택하는 방법이다.


저놈이 무슨 능력이 있는지도 모르면서 이렇게 대담하게 덤비냐고?


‘낫이나 휘두르는 놈이 능력은 무슨! 있다 한들 발동시키기도 전에 끝내버리면 그만이야.’


하급 헌터는 스킬이 적고 단순하다. 우리 역시 고위 헌터의 피로 태어나지 않았다면 변변찮은 스킬 한두 개 정도가지고 있었겠지.


43호의 오른팔에 푸른 전격이 내달렸다. 점점 거세게 끓어오르며 방출될 준비를 마쳤다.


온 몸의 솜털이 곧두섰다. 장혁은 처참하게 잘려 나간 바위를 흘겨보았다.


‘맞으면 한 방에 간다. 내가 저놈보다 앞서는 건 많지 않아.’


있는 힘껏 사슬낫을 휘둘렀다. 질긴 잡목 덩굴과 고사리들이 잘려 나갔다. 소리보다 몇 배는 빠른 속도로 휘둘러진 낫이 43호의 인중을 향했다.


쩡! 고사리 덤불 사이에서 푸른 열선이 뿜어져 나왔다. 장혁이 휘두른 사슬낫이 형편없이 튕겨 나갔다.


“그쪽이구나!!”


43호는 오르막길을 날 듯이 달려나갔다. 신경을 태우고 근육을 오그라트릴 전격이 웃는 탄산처럼 튀었다.


“조심해!”


33호의 목소리가 아찔하게 귓가에 울렸다. 부스럭, 부스럭, 고사리 덤불 사이로 무언가가 지나갔다. 고사리들이 좌우로 흔들리고 다시 합쳐졌다. 투둑, 마른 잡목이 부러지는 소리가 났다.


조심은 무슨. 출력은 압도적이다.

쓰레기마냥 쓸어 버리겠다.


촤악! 얇은 바지 위로 굵은 선이 그어졌다. 43호의 허벅지 뒤쪽 근육, 햄스트을 무언가 깊게 배었다. 진한 립스틱처럼 선명한 붉은색이 하얀 셔츠 위로 튀었다.


“윽!”


43호는 비명을 삼켰다. 목구멍에 무언가가 걸린 듯이 넘어가지 않았다. 영화처럼 다리가 꺽여 넘어졌다. 거의 준비되었던 교란전격 스킬이 캔슬되며 흩어졌다.


‘뭐야, 왜. 일어날 수가...안 보였어.’


찌릿찌릿한 살의가 뒷목에 오싹하니 와 닿았다.


덤불 속으로 사슬낫이 거두어지는 게 눈에 들어왔다.


부스럭, 부스럭.


이번에도 역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클로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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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21화 +1 21.01.20 114 3 12쪽
20 20화 +1 21.01.19 115 2 12쪽
19 19화 +1 21.01.18 107 4 11쪽
18 18화 사형집행 +1 21.01.15 118 3 14쪽
17 17화 +1 21.01.14 110 3 12쪽
16 16화 +1 21.01.13 113 3 12쪽
15 15화 +1 21.01.12 117 3 12쪽
» 14화 +1 21.01.11 122 3 12쪽
13 13화 +1 21.01.08 127 3 13쪽
12 12화. 뿌리 +1 21.01.07 114 4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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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10화 +1 21.01.05 133 3 12쪽
9 9화 +1 21.01.04 125 3 12쪽
8 8화. 성장통 +1 21.01.01 152 4 12쪽
7 7화 +1 20.12.31 152 3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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