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똘기횽아 님의 서재입니다.

재벌집 입양아가 사는 법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드라마

영완(映完)
작품등록일 :
2024.02.21 20:39
최근연재일 :
2024.03.17 18:40
연재수 :
2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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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4,018
추천수 :
4,048
글자수 :
122,964

작성
24.03.08 2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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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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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
글자
10쪽

타오르는 불길(2)

DUMMY

열흘 뒤, 파리에서 인천으로 향하는 비행기.


창가 자리에 앉은 이대승 부장은 잠에 빠져 있었고 태수는 종알종알 떠들어대는 혜원이의 수다를 받아주고 있었다.


“···진짜 짜증난다니까? 자기가 무슨 차은우야? 아주 세상 여자는 자기가 다 꼬실 수 있는 것처럼 굴어.”

“웃긴 놈이네.”

“그치? 그래서 내가 딱 선을 긋고 안 받아주니까 나중에는 막 안달인 거 있지? 흥! 이리저리 떠보는 남자들 딱 질색이야.”

“음···”


평소 태수는 친척들과 그리 가깝게 지낸 적이 없었다.

대화도 많이 하지 않았고 혹여나 긴 대화를 해야 할 만한 상황이 오면 어떡해서든 자리를 피하곤 했다.

그런 그의 모습을 다들 친척들은 이해하고 넘어가 주었다.

그들 대부분은 입양아는 진실된 가족이 아니라고 생각하니까.


특히 태수가 입양된 이유를 아는 어른들은 아예 그를 없는 사람 취급 했기에 어릴 때부터 거리를 두었던 건 조금이라도 눈에 덜 띄기 위한 방책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래서인지 혜원은 어둡고 음침하다고 생각했던 태수의 다른 모습에 상당한 호기심을 보였다.


“오빠 원래도 이렇게 표정이 밝았어요?”

“집에 있을 땐 좀 힘들었었지. 너도 알다시피 내가 겉돌 수밖에 없었잖아? 나오니까 많이 좋아진 거 같아.”

“그렇구나. 큰 삼촌이나 작은 삼촌이나 두분 다 좀 무뚝뚝하긴 해서··· 숙모들도 그렇게 살가운 편은 아니구.”


혜원은 웃는 것도 안타까워하는 것도 아닌 묘한 표정을 지었다.

그런데 태수는 그 표정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자격지심일 수도 있음을 알고 있지만 왠지 혜원의 그 표정이 꼭 동물원에서 호기심 어리게 동물을 바라보는 모습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하고 싶은 말이 따로 있어?”


언짢은 기분을 내색하지 않고 묻자 혜원이 살짝 당황했다.


“어? 왜? 그렇게 느껴졌어?”

“뭔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있는데 계속 빙빙 돌리는 것처럼 느껴져서. 내가 알기로 넌 연애에 그렇게 관심 있는 애도 아니었고 심지어 출장 마치고 돌아가는 데 일에 관해서는 한 마디도 물어보지 않고 있잖아.”

“그게 이상한가?”

“이상하지. 아무리 우리가 계열사가 다르긴 하지만 일 잘하기로 소문난 네가 몇 시간을 친구 이야기로 시간을 보내다니··· 속내를 털어놓을 친구가 없어서 그런다기엔 너와 내가 엄청 친한 것도 아니잖아.”


어떻게 보면 지나치다 싶을 만큼 논리적인 설명에 혜원의 그림같이 올라가 있던 입꼬리가 살포시 내려갔다.

그리고 눈을 빛내며 태수를 빤히 바라보다가 말했다.


“오빠 되게··· 이성적이구나? 아, 이거 좋은 뜻이야.”

“···”


태수가 대답 없이 미소만 짓고 있으니 혜원은 살짝 당황스러웠다.

마치 무슨 말을 하든지 네 속마음은 다 알고 있다는 느낌을 받아서였다.


타고난 배경이 대단하고 원체 똑똑한데다 예쁘기까지 한 그녀는 어려서부터 누구를 대상으로 대단하다고 생각하거나 감탄해 본 적이 없었다.

아빠는 국내에서 세 손가락 안에 꼽히는 로펌 대표고 엄마는 주영패션이라는 대기업 사장이니 어디 가서 부족하다는 생각을 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반대로 그녀는 겉으로는 모든 사람들을 존중하는 것처럼 대했지만 사실 속내는 그렇지 않았다.

멍청하고 무능하다고 욕을 해댔던 사람들이 부지기수였다.


아빠에게서 파리 출장을 굳이 강태수와 같이 다녀 오라는 말을 들었을 때도 속으로는 아빠가 친척 오빠를 잘못 판단했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직접 느낀 강태수에 대한 생각은 지금껏 그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다는 거였다.


“하고 싶은 말은 오빠가 나한테 있는 게 아닐까?”


대화의 주도권을 잡으려고 하면야 굳이 그녀의 말에 말려들 필요가 없었다.

그냥 모른 척하면 못참은 그녀가 먼저 속내를 꺼내놓을 테니까.

하지만 잠시 고민하던 태수는 하고 싶은 말을 꺼냈다.

굳이 그녀와 힘겨루기를 한 뒤 얻을 게 없었기 때문이다.


“글쎄, 난 없는데.”

“나두. 어? 식사 주려나 보다.”


스튜어디스들이 돌아다니며 식사를 할 건지 물어보기 시작하는 걸 보고 혜원이 반색했다.


“어쨌든 덕분에 비즈니스 타게 돼서 난 좋았어. 고맙다.”

“나중에 한 턱 쏴.”


그녀는 환하게 미소 짓다가 일어나서 화장실로 향했고 태수는 그런 그녀의 뒷모습을 차갑게 바라보았다.


*


샵에서 헤어, 메이크업을 하고 나온 오주연은 택시를 타고 어딘가로 향해 가고 있었다.

서른 중반의 나이가 무색할 만큼 아름다운 그녀는 이십 대 중후반처럼 보이기도 했다.


굳은 얼굴로 입술을 깨물다가 또 계속 택시 밖의 주변을 살피는 모습은 어딘지 모르게 초조해 보였다.

택시에서 내린 그녀가 도착한 곳은 한 카페로, 테이블 간격도 넓고 손님이 많지 않아 조용하게 대화하기 좋은 곳이었다.

그녀가 음료를 시키고 얼마 지나지 않아 한 젊은 여성이 그녀에게 다가왔다.


“오주연 씨 되시죠?”


검은색 단발에 꽤나 귀엽게 생긴 여자였는데 그녀는 오주연이 앉으라는 말을 하기도 전에 의자를 빼고 앉더니 생긋 웃었다.


“반가워요.”

“왜 이래요? 죄 없는 사람 이렇게 막 불러내도 되는 거예요?”

“필요하니까 만나자고 했겠죠? 죄 안 지었으면 불안할 것도 없는데··· 지금 많이 불안해 보이는 거 아세요?”


최지은 검사는 예민하게 반응하는 오주연을 향해 대수롭지 않게 받아치며 오히려 그녀를 압박했다.


“하하, 미치겠네. 그래요. 물어봐요.”


오주연은 언제 초조한 모습을 보였냐는 듯 순식간에 안색을 바꾸고 재벌 사모님처럼 차분한 분위기를 내보였다.

최 검사는 카멜레온처럼 분위기를 휙휙 바꾸는 오주연의 모습에 내심 감탄을 금치 못했다.


오주연은 사실 꺼리는 게 많고 최 검사의 연락을 받고 너무 놀라 그 이후부터 마약을 하지 못해 무척이나 심적으로 불안한 상태였다.

만약 그렇지 않았다면 절대 초면에 불안해 하는 모습을 보이는 실수를 저지르지 않았을 것이다.


“검사님한테 얘기 많이 들었어요. 많이 가까우시다고.”

“허, 그 양반이 그래요?”

“아닌가요?”

“가깝긴 개뿔, 내 약점 잡아서 정보나 빼가는 양반이···”

“그래서 이번에도 도움을 많이 줄 거라고 하셨어요.”


조한석 검사는 그냥 정보를 캐려고 하면 말을 안 들을 것이기에 얼마든지 자기 이름을 팔아도 된다고 했다.

그래서 최지은 검사는 후련하게 조 검사 이름부터 팔며 그녀를 압박했다.


“무슨 이야기를 들었는지는 모르겠는데 난 아는 게 많이 없어요. 들어서 아시겠지만 내가 학교 갔다 온 이후로 써주는 데도 없고 내 새끼들은 다 어딘가로 가버려서 완전히 개털이라구요.”

“그래도 손님 번호는 있겠죠.”

“요즘 번호 그대로 계속 쓰는 사람이 어딨어요? 다들 몇 년 지나면 바꾸지.”

“애들도 아니고 기업체 대표들이 무슨 번호를 그렇게 바꿔요? 건달이면 모를까.”


오주연의 미간이 살포시 찌푸려졌다.


“기업체 대표?”

“네, 내가 알기로 오주연 씨 손님 많이 받는다던데?”

“누가 그래요?”

“누군지 알면?”


순간 최 검사의 급격하게 굳은 얼굴이 분위기를 삽시간에 다운시켰다.

네 까짓 게 감히 뭘 묻느냐는 듯한 태도에 오주연도 차가운 음료로 타는 목을 적셨다.


“아니··· 그냥 물어보는 거죠. 나 요즘 손님도 얼마 없어.”

“쓸데없는 소리 그만 하시고, 손님 중에 이 사람 있어요?”


최지은 검사는 수첩에서 사진 한 장을 꺼내 그녀에게 내밀었다.

사진을 살펴본 오주연은 처음 본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본 적 없어요.”

“없다고?”

“네, 이 사람이 누군데 그래요?”

“거짓말하지 말구.”


급기야 최 검사의 말이 짧아졌다.


“진짜 모른다니까요? 아니, 가게에 손님이 얼마나 많은데 내가 오는 손님을 어떻게 다 알아요? 내 연락처에 있어서 내가 직접 부른 손님이면 모를까··· 난 진짜 몰라요.”


아마 조한석 검사에게 능력을 시험해보겠다는 말을 듣지 않았다면 최 검사는 그냥 일어섰을지도 모른다.

결코 오주연을 만만하게 봐서는 안된다는 말을 들었던 그녀는 내키지 않지만 조한석 검사가 종종 보여주는 방식을 써보기로 마음먹었다.


“협조만 해. 그러면 당신 안 건드려.”

“지금 나 협박하는 거예요?”

“협박이자 경고야. 솔직히 말 안하면 당신부터 털 거야. 가족도 아니고, 애인도 아니면 그냥 솔직히 불어. 이번에 마약으로 걸리면 몇 년 나올 거 같아? 내가 장담하는데 5년 이상은 썩게 될 거거든?”


너무도 노골적이고 선명한 협박에 오주연은 정신이 나갈 것 같았다.


“나 마약 안 했어요.”

“흥! 웃기네.”


최 검사는 오주연의 얼굴을 찬찬히 살피더니 말했다.


“그 예쁜 얼굴에 마약을 하니 피부가 그렇지. 화장으로 덮어도 안 가려지잖아.”


그녀의 말처럼 오주연은 멀리서 보면 무척 예쁜데 가까이서 보면 관리 잘 된 여성들에 비해 피부가 무척 안 좋은 걸 알 수 있었다.

이건 순전히 그녀가 한 마약 때문인데 화장을 벗기고 보면 잡티도 많고 거칠고 탄력이 없어 훨씬 나이가 들어 보였다.


“그게 무슨···”

“손도 떠네? 저 정도면 소변검사만 해도 바로 나오겠는데?”


여자이기 때문에 피부에 대한 비난은 오주연을 폭발시키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최 검사의 관찰력으로 찝어내 툭 던진 말에 그녀는 치솟던 화가 눈 녹듯 가라앉으며 막다른 길에 몰렸음을 깨달았다.


“저기, 이러지 마시구요.”

“그러니까 거짓말하지 말고 다시 보라고. 어때? 다시 보니까 기억이 나지? 여기서 모른다고 고개 젓는 순간 나랑 같이 화장실 가는 거야. 응?”


입술을 핥으며 사진을 향해 눈을 꿈뻑이던 오주연은 결국 아주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그 모습에 최 검사는 짜릿한 무언가가 등줄기를 타고 정수리까지 올라오는 걸 느꼈다.

하마터면 그녀의 말을 철석같이 믿고 그냥 돌아올 뻔하지 않았는가?


돌아와서 조한석 검사에게 ‘오주연은 모르는 것 같은데요?’라고 보고했다면 어떤 결과가 나왔을지 생각만 해도 소름이 끼쳤다.


“누군데?”

“강열 오빠요.”


이제 여유가 생긴 최지은 검사는 의자 등받이에 허리를 대며 귀여운 얼굴에 한껏 미소를 띄웠다.


“아, 강열 오빠··· 요즘 이 오빠가 한창 빠져 사는 여자가 누구야?”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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