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똘기횽아 님의 서재입니다.

재벌집 입양아가 사는 법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드라마

영완(映完)
작품등록일 :
2024.02.21 20:39
최근연재일 :
2024.03.17 18:40
연재수 :
25 회
조회수 :
114,019
추천수 :
4,048
글자수 :
122,964

작성
24.03.06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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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첫 걸음(3)

DUMMY

인천국제공항.


태수와 이대승 부장은 최대한 간편하게 싼 짐이 들어간 캐리어를 하나씩 들고 간단히 식사를 하고 있는 중이었다.


“벌써부터 맛없네.”


본래 입맛이 까다로운 이대승 부장은 프랜차이즈가 많이 몰려있는 공항 내 음식점들을 좋아하지 않았다.

물론 기내식을 포함해서 해외에 나가 사먹는 음식들도 좋아하지 않았기에 이 부장은 해외 출장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아침부터 툴툴대며 똥 씹은 얼굴로 설렁탕을 후루룩 들이키는 중이었다.


“왜요? 먹을 만한데.”

“가끔 먹으면 먹을 만하겠는데 하필 우리 회사 앞에 '이남장'이 있잖아. 거기 설렁탕 먹다가 이거 먹으니까 분유 탄 맛 나.”

“까다로우시긴, 난 이런 분유 맛 좋던데.”

“내가 너 같은 애기 입맛하고 무슨 대화를 하겠냐. 쯧쯧···”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이 부장을 보면서 태수가 빙그레 웃는데 문자가 하나 도착했다.


「다음 달 2일로 약속 잡았으니 꼭 나와라.」


양어머니였다.

어제 갑자기 선을 보라고 문자를 보내시더니 잠시만 생각할 시간을 달라 했는데 억지로 선 약속까지 잡아 버리신 거다.

다른 건 몰라도 이런 식으로 곤란을 줄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던 태수였다.

아직 부모 자식인 사이에서 무작정 거절할 수만도 없으니 일단 만나 보기는 해야 했다.

어차피 만나서 시간 좀 끌다가 인연이 아니라고 해버리면 그만이니 크게 부담스러운 것도 아니었다.


“뭔데 그래?”

“아무것도 아니에요. 그나저나 형수님은 자꾸 해외 출장 나가는 거 보고 뭐라고 안 해요? 싫어하실 거 같은데.”

“나 안 보이면 더 좋아해. 저녁밥 따로 안 차려줘도 되잖아. 에휴, 사는 게 뭔지··· 넌 결혼하지 마라.”

“싫어요. 난 결혼 할 겁니다.”

“어어? 여자도 싫다는 놈이 결혼은 또 하려고?”

“내가 언제 여자 싫다고 했어요? 내 스타일이 아니었을 뿐이지. 난 행복한 가정 일구고 사는 게 꿈이에요. 남의 꿈 벌써부터 접게 만들지 마세요.”

“쯧쯧··· 관을 봐야 눈물을 흘릴 놈이로세.”


그렇게 시덥지 않은 농담을 하며 식사를 마친 둘은 캐리어를 끌고 보안검색대를 통과해 예정된 비행기 탑승 대기 장소에 이르렀다.


“아쉽다. 전에 니 그 비자금 계좌인지도 모르고 막 너랑 가면 재벌 혜택으로 비즈니스 해주는 줄 알고 신나게 출장 다녔는데 말이야.”

“저도 그랬잖아요. 그게 그 돈에서 나간 건 줄 누가 알았겠어요.”

“이제 그 좁은 데서 열 시간 어떻게 버티냐?”

“전 잘 겁니다. 자면서 버티려고 어젯밤 한숨도 안 잤어요.”

“독한 놈···”


이때 청초하고 맑은 목소리가 말을 걸어왔다.


“어? 여기서 보네?”


태수와 이 부장이 고개를 돌리자 하얀 피부에 갈색 단발머리를 한 여성이 웃음을 짓고 있었다.

꽤나 미인이었기에 다른 사람이라면 이런 미인이 말을 걸어와 좋아했겠지만 둘은 그녀가 누구인지 알기에 그런 생각 따위는 들지 않았다.


“아유, 안녕하십니까. 박혜원 팀장님 맞으시죠?”


이대승 부장이 자기보다 한참 어린 여자를 향해 살짝 고개를 숙였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그녀는 박한수 변호사와 강서연 주영패션 사장의 딸인 박혜원이었기 때문이다.


“네, 맞아요. 반가워요. 오빠는 얼굴 보고서 인사도 안 해?”

“아, 어··· 여기는 어쩐 일이야?”


처음 그녀를 알아보았을 땐 순간적으로 경계하는 눈빛을 흘렸지만 이내 그런 기색은 사라지고 얼굴엔 그저 놀라움만 가득했다.


“나? 출장이지. 오빠도?”


주영패션의 해외패션부문 3사업 팀장인 그녀가 파리로 가는 해외 출장은 무척 자연스러운 일이었지만 하필 같은 시간, 같은 비행기로 간다는 건 여러모로 부자연스럽기 그지없었다.

아무래도 박한수 변호사의 의중이 들어간 거 같은데 궁금한 건 과연 강서연 사장이 자신과 박 변호사와의 협상 내용을 알고 있을 것인지였다.

그 정도로 아내를 사랑하거나 믿는 것 같지는 않았기에 태수는 내심 의아했지만 겉으로 드러내지 않았다.


“어. 어떻게 여기서 다 만나지?”

“그러니까. 밖에서 오빠 보는 거 진짜 오랜만이다. 전에 찬열오빠 생일 때 왜 안 왔어?”

“출장 중이었어.”

“뭐가 이렇게 바빠? 주영건설 일 오빠 혼자 하는 것처럼 보여.”

“하하, 그런가? 안 본 사이에 많이 예뻐졌다. 연애해?”


그녀의 얼굴이 붉게 변하며 미소 짓다가 태수 어깨를 툭 때렸다.


“멘트 좋았다? 이런 말도 할 줄 알아?”


항상 친척들과는 거리를 두었던 태수였기에 혜원은 태수의 이런 모습이 굉장히 의외였다.

태수는 그저 한줄기 미소를 보이고는 탑승을 알리는 안내에 자리에서 일어서며 말했다.


“우린 이코노미라서 먼저 줄 서고 있을게. 도착해서 보게 되면 인사 하자고.”

“어? 비즈니스가 아니야?”


당황하는 그녀에게 씨익 웃어준 태수는 그녀를 지나쳐 갔고 이 부장은 혜원에게 살짝 고개를 숙이곤 얼른 태수를 따랐다.

그리고 그런 태수를 바라보는 혜원의 얼굴은 언제 미소를 지었냐는 듯 삽시간에 굳어졌다.


*


서초동의 한 카페.


[나 파리 갑니다. 일주일쯤 걸려요.]


조한석 검사는 강태수 차장에게 온 문자를 슬쩍 보곤 눈앞의 최지은 검사보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녀는 탁자 밑 손을 꼬물거리며 조 검사의 입에서 무슨 말이 나올지 기다리고 있었다.


“일신테크 황재원 소환통지서 발송했어?”

“네. 다음달 12일입니다.”

“준비 확실히 해.”


최지은 검사는 조 검사가 꽤 어려운지 자못 긴장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네.”

“내가 문제 하나 더 준다고 했었잖아?”

“네.”

“노트 줘봐.”


그녀는 얼른 자신의 노트를 내밀었고 조 검사는 거기에 주소와 번호 하나를 휘리릭 적어 주었다.

상당한 악필이라 최 검사보는 그 주소를 한참 동안 바라보고 나서야 거기가 어디인지 파악할 수 있었다.


“너 여기 좀 알아봐.”

“강남이네요? 번호는 누구입니까?”

“오주연이라고 강남에서 텐프로 하는 마담이야.”

“텐프로요? 갑자기 룸싸롱 마담은 왜···?”


목이 타는지 조한석 검사는 앞에 둔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크게 한 모금 들이켜고는 말했다.


“일신테크 주가조작 쩐주(錢主)가 누구야?”

“아직 확정된 건 아니지만···”

“유강열이잖아.”

“네.”

“걔 건달 출신인 거 알지?”

“알고 있습니다.”

“건달 새끼들 돈 있으면 회사 출근하듯 드나드는 곳이 룸싸롱이고 유강열처럼 기업 몇 개 홀랑 처먹고 몇백억 가지고 있으면 집처럼 드나드는 데가 텐프로야.”

“아, 이해했습니다. 오주연을 파서 유강열을 끌어내라는 말씀이시죠?”


그쯤이야 할 수 있다는 자신만만한 표정을 짓던 최지은 검사는 대답 없이 그저 가만히 자신을 응시하고 있는 조 검사를 보며 무언가 더 있음을 깨달았다.


“··· 아닌가요?”

“아니야. 맞아. 조금 더 이야기해주고 싶어서.”


어딘지 모르게 깊게 가라앉은 눈빛은 이상하게도 최 검사의 마음을 살짝 놀라게 만들었다.

조 검사는 투명한 플라스틱 컵을 매만지며 말을 이었다.


“깡패 새끼들을 오래 상대한 마담들은 독하고 모질기가 건달들과 비슷하다고 보면 돼. 조금만 어수룩해 보이면 상대가 누구든 잡아먹으려고 들어. 그런 면에서 봤을 때 오주연은 남자로 태어났으면 보통 건달이 아니었을 거라고 확신할 정도로 보통 년이 아니야.”

“명심하겠습니다.”

“오주연은 돈 욕심이 존나게 많아. 거기다 이빨도 좋아서 어지간한 기업체 사장들도 걔가 한 손에 다 주물러. 니가 들어서는 이름도 모르는 중소 업체가 아니라 너도 들어봤을 정도로 다들 알고 있는 회장 전화번호도 걔 핸드폰에 있을 정도야.”

“대단한 여자네요? 그런 여자를 어떻게···”

“알게 됐냐고? 약쟁이거든. 그년이 지금까지 텐프로 아가씨들한테 뿌린 마약만 억대가 넘어.”

“아···”

“지금은 끊었다 어쨌다 구라를 치지만 결국 또 하게 돼있어. 그래서 지켜보고 있었는데 내가 서울청 지능범죄수사부로 오면서 한동안 연락을 안 했지.”


점점 심각한 단계의 이야기로 접어들자 최지은 검사는 손에 촉촉하게 밴 땀을 닦으며 집중하기 시작했다.

조한석 검사는 그런 그녀를 자세히 살피며 말을 이었다.


“빵에서 나온 지 3년이 넘었으니까 지금 가게에서 다시 자리 잡은 지는 꽤 됐을 거고 약에도 손댔겠지. 안 댔으면 지금쯤 미치려고 할 테고.”

“···”

“약에 대한 건 니가 건들 필요 없어. 너가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그럴만한 사이즈도 아니야. 필요하면 내가 대검 마약범죄조사부에 요청할 거야.”

“네.”

“넌 그 여자가 룸 아가씨를 대주는 인간들을 주로 파. 기업체 사장이 될 수도 있고 정치인이 될 수도 있지. 그럼 유강열이는 고구마 줄기처럼 자연스럽게 딸려 나올 거야. 유강열처럼 양지에 나오고 싶어서 발버둥을 치는 건달 새끼는 정치인이나 기업체 사장과 연줄 만드는데 환장하거든.”

“알겠습니다.”

“잘할 수 있겠어?”


못 미덥다는 얼굴도 아니고 그렇다고 완전히 믿어진다는 얼굴도 아니라서 최지은 검사는 조 검사의 마음을 도통 알 수 없었다.

그래서 그저 주먹을 굳게 쥐고 외칠 뿐이었다.


“할 수 있습니다!”

“진짜?”

“네. 잘 할 수 있습니다.”

“건달이라고 쫄지 말고. 너 대한민국 검사야. 가서 쪽팔릴 짓 하지 마.”

“믿어주십시오.”

“하아··· 믿을 수가 있어야지.”

“그런데 이게 제가 풀 문제입니까?”


이건 그냥 일을 지시한 거지 이게 왜 문제냐는 물음이었다.

조 검사의 입꼬리가 슬그머니 올라갔다.


“아까 말했듯이 상상도 못 했던 사람들이 고구마 줄기 캐듯 줄줄이 딸려 올라올 거야. 당장 TV에 나오는 연예인일 수도 있고 존경받는 신앙인일 수도 있어. 그리고 그중에 너와 아주 가까운 사람도 있을 수 있지. 예를 들면··· 나?”

“예? 성 접대 받으셨습니까?”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물어보던 최 검사보는 조 검사의 눈이 한겨울 날씨처럼 서늘한 걸 보고 급히 사과했다.


“죄송합니다. 농담이었는데···”

“괜찮아. 웃을 뻔했어.”

“진짜로요?”

“응.”

“···”

“어쨌든 그럴 수 있다고. 그래서 이게 문제인 거야. 네가 어떻게 수사하는지 지켜볼 거야.”

“네. 실망시켜 드리지 않을 겁니다.”

“부디 그랬으면 좋겠다.”


조한석 검사는 그렇게 말하곤 자리에서 일어나 최 검사보의 어깨를 살짝 두드리고 그대로 카페를 나가버렸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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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복수를 꿈꾸는 자(2) +10 24.03.01 5,096 204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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