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D디귿 님의 서재입니다.

기적과 함께(Now is miracle)

무료웹소설 > 자유연재 > 일반소설, 로맨스

D디귿
작품등록일 :
2018.01.06 20:23
최근연재일 :
2018.03.11 21:27
연재수 :
10 회
조회수 :
1,199
추천수 :
0
글자수 :
52,920

작성
18.03.11 21:27
조회
79
추천
0
글자
7쪽

10화. 노 티켓!

DUMMY

갑자기 출렁이는 기차의 진동에 놀라 눈을 떴다. 전날 설렘과 불안으로 잠을 설친 덕이었는지 잠깐 눈만 감으려고 했는데 무의식중에 잠에 빠져든 것 같았다.


이제 막 잠이 깬 나른함에 축 쳐진 몸에 겨우 힘을 줘 왼팔을 들었다.


14:33


이제 바욘까지 40분 정도 남았다. 기대와 흥분, 걱정 등의 감정이 뒤섞이자 아랫배가 살살 아려왔다. 그것은 성적표를 받기 직전이나 달리기 출발선에 섰을 때의 긴장 속에 찾아오는 어린 시절 향수 속 통증 그대로였다.


그러나 그 기분 좋은 통증 속에는 가슴을 먹먹하게 만들 만큼 큰 걱정 하나가 똬리를 틀고 혀를 날름거리고 있었다.


그것은 바로 환승 문제였다.


운행 정보대로라면 이 기차는 3시 15분에 바욘역에 도착할 예정이다. 그리고 오늘 생장으로 가는 마지막 기차가 3시 30분이었다.


예정된 시간대로 바욘에 도착만한다면 표를 구입해 생장행 기차를 타는데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어디서 차질이 생긴 것인지 기차는 조금씩 연착 되고 있었다. 이대로라면 생장행 기차가 출발하기 전에 바욘에 도착하는 것도 어려워 보였다.


걱정은 초조를 초조는 불안을 불안은 자연스럽게 짜증으로 이어졌다. 미리 준비를 하지 않은 나 자신에게, 연착된 기차에게, 생장행 막차가 너무 이르다는 사실까지 모든 게 짜증이 나서 견디기 힘들 정도였다.


하지만 짜증으로 해결되는 건 아무 것도 없었다. 시원하게 욕이라도 한 사발 내뱉거나 담배라도 한 대 피우면 조금 괜찮아질 것 같은데 지금 상황에선 그저 홀로 삭이는 수 밖에 없었다.


그래.

차라리 기차 놓쳤다고 생각하자.

빌어먹을 아쉽게 놓쳤네.

할 수 없이 바욘에서 하루 묵고 내일 다시 생장 가야겠네.


포기하는 순간 신기할 정도로 마음이 편해졌다. 알 수 없는 미래의 결과에 대해 걱정하며 애를 태우고 짜증을 내던 스스로가 한심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그럼 이제 기차도 놓쳤으니 바욘에서 하루를 어떻게 보내지?

스위스 바젤을 생각하면 호스텔이 20유로에 끼니는 대충 빵 등으로 해결한다고 해도 1,2 유로는 더 써야겠지?

젠장, 지금 가지고 있는 돈에서 순례길을 걸을 때 쓸 수 있는 돈이 250유론데 그 중에 1할을 써야 한다고?


다시 스멀스멀 기어오르는 짜증을 억지로 눌러 막았다.


그래. 스위스. 스위스 처음 간 날처럼 역에서 자자. 낮에는 바욘 구경하는 셈치고 좀 돌아다니다가 밤에 와서 역에서 노숙하고 첫차 타고 생장 가자.


스위스에서 노숙했던 걸 생각하면 그리 어려운 선택도 아니었다.


오늘 생장행을 포기한 것을 하늘에 들키기라도 한 걸까? 도착 예상 시간이 점점 지연되고 있었다. 이대로라면 생장행 기차가 출발한 후에야 바욘에 도착할 판이었다.


예상대로 기차는 도착시간은 고사하고 생장행 기차가 이미 출발하고도 남을 40분이 되어서야 바욘역으로 들어섰다.


“생장! 생장 삐드뽀!”


“생장 삐드뽀!”


드디어 그 육중한 몸짓을 멈춘 기차의 문이 스르르 열렸다. 열린 문 밖으로 사람들의 뒷모습을 따라 걸음을 옮기는데 남자들의 우렁찬 목소리가 역사 안을 울리고 있었다.


고함에 가까운 그들의 외침과 시선은 기차에서 내리는 사람들을 향해 쏟아지고 있었다. 마치 뭔가를 애타게 알리려는 그들의 목소리와 시선, 플랫폼 건너 선로 위에 얌전히 앉아있는 기차, 그리고 그 안으로 들어가는 나와 비슷한 복장의 사람들.


상황 파악이 되는 순간 가슴은 불안에 잠식당할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가슴을 답답하게 메운 불안의 고통을 느끼기 전부터 몸은 이미 사람들을 헤치고 있었다.


오로지 표를 구입해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 이미 출발 시간을 넘긴 생장행 기차는 언제 출발해도 이상할 게 없었다. 아마도 연착된 바욘행 기차를 위해 기다렸으리라. 그렇기에 그들이 그렇게 애타게 생장행 기차임을 알렸으리라.


플랫폼을 가득 메운 사람들의 틈바구니를 헤치기란 만만한 게 아니었다. 그래도 달려야만 했다. 지금 상황을 아무리 긍정적으로 보더라도 저 기차에 타는 건 무리였다. 하지만 그래도 최소한의 노력은 필요했다. 그래야만 했다.


그런데 전혀 예상 못한 일이 내 걸음을 가로막아버렸다. 누군가 내 팔을 붙잡아 세운 것이었다.




순간 욕이 먼저 튀어나올 뻔 했다. 한 발자국이라도 빨리 달려야하는 마당에 누군가에게 붙잡혀 걸음을 멈추니 짜증과 화가 한꺼번에 밀려왔다.


“생장 삐드뽀?”


복장을 보니 직원으로 보이는 남자였다.


“예스. 예스.”


급하게 대답만 하고 몸을 돌리는데 다시 그에게 붙잡혔다.


“생장 삐드뽀. 생장 삐드뽀.”


그는 알아들을 수 없는 영어를 섞은 프랑스어와 손짓으로 생장행 기차를 가리켰다.


“OK. I know. But··· I··· no ticket. No ticket."


"No problem. No problem."


역 직원 남자는 또 다시 빠른 영어 섞인 프랑스어로 뭐라 말하면서 생장행 기차를 가리켰다.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나중 일이야 어떻게든 되겠거니 자포자기하는 마음으로 서둘러 기차에 올랐다.


당장이라도 문이 닫힐 것 같은 불안함에 잽싸게 오른 기차 안엔 다양한 사람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자리를 잡고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의자에 앉은 사람도 있었지만 그냥 바닥에 주저앉은 사람도 있었고, 벽에 등을 기대거나 자전거에 걸터앉은 사람들도 있었다.


덜컹 거리며 기차가 천천히 출발하기 시작했지만 자리를 잡고 앉을 수 없었다. 아직 티켓 문제가 해결된 게 아니니 응어리처럼 남아있는 불안이 안절부절 하게 만들었다.


“티켓! 티켓!”


굵직한 남자의 목소리가 기차 안을 울렸다. 드디어 우려하던 상황이 벌어졌다. 영어 한 마디 제대로 못하는 내가 이 상황을 어떻게 타파할 수 있을 것인가? 준비되지 않고, 해결할 자신이 없는 문제에 직면한 것이다.


역시 죽으라는 법은 없는 걸까? 티켓을 외치던 굵직한 목소리의 주인공은 다행히 나를 붙잡아 세웠던 직원이었다. 그는 천천히 한 사람, 한 사람의 티켓을 확인하며 내 쪽으로 걸어왔다.


“No ticket."


"OK. No problem."


그는 사람 좋은 인상으로 웃어 보이고는 들고 있던 카드기처럼 생긴 기계를 능숙하게 조작하기 시작했다. 잠시 후 익숙한 기계음과 함께 그의 손에 들려있던 기계가 종이를 뱉기 시작했다.


찌이익!


그의 손에 의해 찢긴 종이는 바로 내게 넘겨졌다. 예상대로 그 종이는 기차 표 값이 적힌 영수증이었다. 혹시 공짜로 태워주는 게 아닌가 하는 어이없는 기대를 잠깐 가져본 스스로에게 조소를 보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파리에서 바로 생장까지 가는 표를 구매하는 것보다 약 8유로를 더 소비한 셈이었다.)


기차 삯까지 치루고 나니 드디어 마음에 평화가 찾아왔다. 잔뜩 긴장한 탓인지 한 일도 없는데 기운이 연기처럼 사라졌다.


배낭을 벗어 좌석 위 짐칸에 올리고 넘어지듯 털푸덕 자리에 앉았다. 긴장이 풀리자 잠이 쏟아질 것 같았다.

20140405_070745.jpg


작가의말

노트북 모니터가 거의 운명 직전입니다ㅠㅠ

연재용으로 작성했던 내용은 여기까지입니다.

더 쓰고 싶지만 모니터를 오래 보고 있자니 멀미가 나올 지경이라ㅠㅠ

한국에서 구입한 컴퓨터가 이곳까지 오려면 앞으로 2주는 더 걸릴 것 같습니다.

부족한 글이나마 읽어주시는 분들께 다시 한 번 양해 말씀 드립니다.

기다리시는 동안 에피소드6로 버텨주세요;;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기적과 함께(Now is miracle)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 10화. 노 티켓! 18.03.11 80 0 7쪽
9 9화. 우연에 우연이 겹치며 벌어진 비정상적 상황 18.02.11 65 0 12쪽
8 8화. 스페인 북부의 이 천리 길 18.01.27 112 0 11쪽
7 7화. 러브레터 18.01.21 108 0 17쪽
6 안드레아와 안드레아 18.01.14 113 0 13쪽
5 5화. e-mail 18.01.12 92 0 7쪽
4 4화. 클라우디아 18.01.09 103 0 16쪽
3 3화. 태극기 청년 18.01.08 113 0 10쪽
2 2화. 수취 오류 18.01.07 136 0 14쪽
1 1화. 미쳤거나 이해 받고 싶거나 18.01.06 278 0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