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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쟁이를 꿈꾸는 희망녀의 방

경계 너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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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녀
작품등록일 :
2023.07.14 06:05
최근연재일 :
2024.05.03 08:00
연재수 :
41 회
조회수 :
349
추천수 :
4
글자수 :
142,551

작성
23.12.18 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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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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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쪽

16화

DUMMY

말라빠진 몸 어디서 그런 폭력이 나오는지 두 모녀는 반항조차 할 수 없었다.

혜영의 모습에 엄마는 죽을힘을 다해 다가와 감싸려 했다. 다시 그 발에 짓밟히기 시작했다.


그렇게 두 모녀는 서로를 이리 감싸고, 저리 감싸기를 반복하면서 한차례의 태풍과 같은 폭력이 사라지기를 기다렸다.

모녀의 모습에 남자는 더욱 화가 나 손에서 빠져 나간 그들에게 물건을 던지기 시작했다.


“이년들이 작당을 해서 나를 무시하는구나. 너희들이 힘을 합해서 나에게 어찌 해 보겠다는거야?”


아빠가 던진 재떨이가 혜영의 머리로 날라 왔고, 강한 충격 음이 들리더니 혜영이 쓰러졌다. 피가 흐르기 시작했다.딸이 피흘리며 쓰러진 모습에 지금까지 폭력에 무기력했던 엄마는 갑자기 부엌으로 가 칼을 들고 왔다.

이런 용기는 어디에서 나온 것인지 생각할 여유가 그녀에게는 없었다.


‘죽일 거야. 내가 없애 버릴 거야.’


거의 무의식적으로 달려가 칼을 들기는 했지만, 남편의 얼굴을 보니 습관처럼 공포를 느껴 섣불리 남편에게 다가가지 못하고 벌벌 떨기만 했다.

엄마는 아빠에게 수없이 맞았다.


그런 엄마의 모습을 혜영은 고통속에서 보았다.


이렇게 칼을 들고 나타나는 일은 한 번도 없었다. 그래서 혜영이도 놀라고, 때리던 아빠도 당황을 했는지 순간 주춤하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술기운이 다시 용기를 일으켰고, 아빠는 자신을 향한 칼날에 화를 냈다.


칼을 들고 덤비지 못하는 아내가 공격을 무서워한다는 것을 눈치챘다. 그런 아내의 모습에 당황스러움이 멸시로 바뀌었다.

지금까지 죽어지내던 아내가 반항을 하는 것이라는 생각에 더 잔인하게 누르고 싶어졌다.


“어쭈. 뭐하시게? 그걸로 나를 찌를라고? 쌍년이 이젠 서방까지 죽일 셈이구만, 어디 인간 같지 않는 년이 객기를 부리고 있어! 찔러 봐! 와서 여기. 여기를 세게 찔러 보라고 이 미친년아.”


그는 자신을 향해서 칼을 겨눈채, 떨고만 있는 아내를 향해서 자신의 가슴을 손바닥으로 치면서 한발 한발 다가갔다.

술김엔지. 정말로 그렇게 죽기를 원해서 찔러 보라는 것인지 그는 계속해서 엄마를 모욕하고 도발했다.

그의 눈에는 멸시하는 그의 감정이 고스란히 실렸고,떨고 있는 엄마에게 그대로 꽃혔다.


“오지 마, 오지 말라고. 가까이 오면 정말로 당신을 찌를 거니까?”


엄마는 울면서 남편이 자신에게 오는 것을 막았다. 그녀의 소리는 자신이 칼로 남편을 찌르지 않게 해 달라는 신에 대한 절규였는지도 모른다.

굼벵이도 밟으면 꿈틀하고 쥐도 막다른 골목에 다다르면 고양이를 물어 버린다!

엄마는 이제 더 도망갈 때가 없다고 여겼다.


‘이제는 정말이지 같이 살 수가 없다. 이러다가는 내 딸이 죽겠다. 그러니 저놈은 내가 끝내야겠다’


‘해야 한다.지금! 두려워 하지말자. 우리 혜영이를 위해서. 내 딸 혜영이를 위해서’


남편이라는 작자가 또다시 겁을 주기 시작했다.


“와보라고 이년아! 어쩌지도 못하는 년이 왜 지랄이야! 네 년이 나를 죽이기라도 할려고? 이년이 매를 덜 맞아 아직도 정신을 못차리지? 이리와 내가 이번에는 아주 확실하게 교육시켜 줄테니까. 씨발년아!‘


남자는 중심도 잡지 못하면서 팔을 이리저리 휘둘러댔다. 엄마를 향한 욕지거리를 침을 튀기면서 멈추지 않았다.

아빠의 손에 들려 있던 소주병이 날아가는 것이 혜영에게 어렴풋이 보였다.


그것이 엄마의 어깨를 정통으로 때렸고,그 바람에 손에 들려 있던 칼을 놓친 엄마도 바닥에 쓰려졌다.

엄마의 반격은 거기까지였다.


“그러게 진작 가만히 있었으면 내가 조금만 때리고 그만뒀을 거잖아. 이년아! 왜 미친 지랄을 해서 나를 화나게 하는데 씨발!”


그렇게 악을 쓰면서 엄마를 붙잡고 머리를. 뺨을. 가슴을. 닥치는 대로 때렸다.

정말 지치지도 않는 술빨이었다.

때리는 놈은 여전히 힘이 남아돌았고, 맞고 있는 모녀는 거의 초죽음이 되었다.


어머니는 체념했는지 저항없이 이리저리 튕기기만 했다.

그녀는 차라리 맞는 것이 마음 편해 보였다. 자신이 맞고 있는 동안에는 헤영은 무사할거라 스스로 위안을 하면서.


엄마의 입과 머리에서 흐르는 피가 보였다. 엄마의 몸은 아빠의 발길질에 이리 꺾이고, 저리 휘어져서는 벽을 향해서. 그리고, 베란다의 창문을 향해서 던져졌다.

아빠의 폭력은 끝날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안돼. 혜영아. 안 돼!”

엄마의 절규가 혜영이의 귓가를 때렸다. 헤영의 눈에 방 불빛이. 엄마의 모습이 보였다. 엄마가 공포에 찌든 얼굴로 울고 있었다.

엄마의 시선이 머문 곳에는 아버지가 피를 흘리면서 쓰러져 있었다.


조금 전까지 죽여 보라고 배를 내밀던 모습이 이제는 칼을 맞고 죽어 버린 것이다. 아빠는 정말 조용했다.

혜영은 자신의 손에 칼이 피를 뚝 뚝 흘리면서 쥐어져 있다는 것을 알았다.


‘내가? 내가 아빠를... ?’


무슨 일이 일어난건지 알 수 없었다. 찌른 사실도 기억에 없다.

그냥 아빠는 죽어 있고, 자신은 피 묻은 칼을 손에 쥐고 있는 상황만이 보였다.


칼이 그녀의 손에서 떨어지지도 않고 그냥 붙어 있다는 느낌이다.

누가 먼저 상황을 파악했는지 묻는다면 당연히 엄마 쪽이다.


‘ 내가 해야 하는데..... 바보 같이 망설이고 겁을 내고 있다가 내 딸이 아버지를 죽이게 만들어 버렸다.’


엄마는 공포감도 이제 없어졌고, 대담해지기 시작했다.

눈물만 흘리면서, 자신이 무슨 일을 벌인 것인지 모른 채, 죽은 아버지의 시신만 멍하니 보고 있는 딸에게로 다가갔다.


‘내가 책임질 거야. 이건 내가 한일이야. 저 양반은 죽어도 우리를 원망할 입장은 못 되잖아?’


그렇게 엄마는 아빠의 죽음에 당위성을 주장했고, 혜영에게 아빠를 죽게 한 정당성을 부여했다.

다가가서 딸아이를 감싸 안으며


“ 얘야 괜찮다. 걱정하지 마! 엄마가 다 알아서 할 거니까 두려워하지 마!”


심하게 뛰던 엄마의 심장박동이 서서히 평온해졌다. 그런 엄마의 품에서 혜영은 잠에 빠졌다.

그렇게 혜영이는 아주 길고 편안한 잠을 잤다.

꿈도 꾸지 않았다. 그저 아무것도 보이지도 않았고, 나타나지 않는 무색의 꿈을 꾸면서 그렇게 잠을 잤다.


그렇게 한참을 잤던 것 같다. 눈은 떠보니 방안에는 아무도 없었고, 어느때보다 깨끗하게 정리가 되어 있었다.

그리고, 방한 가운데에 보자기가 덮힌 작은 밥상이 놓여 있었다.

엄마가 쓴 쪽지와 함께 혜영이 좋아하는 오징어 국 한 그릇. 밥. 달걀말이. 김치가 있었다.

엄마가 일을 나가면서 준비해 둔 조촐한 밥상이었다.


음식들은 이미 식어 버렸지만, 엄마의 쪽지에는 따뜻함이 남아 있다.


‘엄마 일 갔다 올 테니까 먹고 쉬고 있어. 감기는 푹쉬는 게 최고니까. 선생님께는 전화 드렸으니 걱정말고.’


혜영은 엄마의 글씨가 조금 낯설다.

사실 엄마는 손으로 뭘 쓰는 것을 거의 보지 못했다. 쪽지의 비뚤고 흔들리는 글씨가 엄마의 원래 글씨체라 생각했다.

혜영에게 엄마의 그때 마음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감기?’


딱히 머리도 안 아팠고, 기침도 안 나는데 내가 감기인가? 싶은 생각에 수저를 들려는 혜영이의 눈에 붕대가 감겨져 있는 오른손이 보였다.

그곳에는 빨간 피가 불그스럼하게 베어 있다.


아프긴 했지만, 이 상처가 왜 있는 것인지 생각이 나지 않는다.

집으로 돌아온 엄마에게 자신이 왜 손을 다쳤는지 모르겠다고 했지만, 엄마는 혜영이 학교를 마치고 돌아와서는 머리가 아프다고 했었고, 그런 말을 하기 무섭게 갑자기 쓰러지다가 손을 살짝 다쳤다는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 사실들을 말해 주었다.

엄마의 말이 거짓이 아닐거라 확신하지만 왜 전혀 생각나지 않는지 알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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