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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다츠 님의 서재입니다.

게임 폐인, 여신이 되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게임

팅글탱글
작품등록일 :
2021.06.05 11:06
최근연재일 :
2021.06.26 10:00
연재수 :
12 회
조회수 :
910
추천수 :
55
글자수 :
91,031

작성
21.06.13 16:00
조회
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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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글자
19쪽

8화. 슈퍼 루키. (6)

DUMMY

아리엘이 망령 사냥에 나선지 40분 전.


아리엘이 뚫어놓은 구멍을 통해 탈출에 성공한 9계급 신들은 여러 무리로 나뉘어 토성동 곳 곳으로 도망쳤다.


그 중에는 건물 안이나 골목에 숨어 망령들의 눈을 피하는 신들도 존재했다.


토성동의 허름한 원룸 빌라 1층.


창문을 깨고 원룸에 들어온 남자는 나무로 된 낡은 침대 밑에 숨어 망령들이 지나가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후욱.. 후욱.. 제발 다른데로 가라 좀..


하지만 망령도 바보는 아닌지라 깨진 창문을 보자마자 자기도 창문을 넘어 원룸에 들어왔다.


"끼에에.. 끄으으.."


두리번 두리번.

괴성을 내며 남자를 찾는 망령.

남자는 공포스러운 상황에 겁을 먹은 나머지 그만 딸꾹질을 해버리고 말았다.


"으헙. 헉..!!"


"끼에..!?" 끼에에에엑!!!!!"


남자의 존재를 확인한 망령은 침대로 다가가 몸을 바닥에 납작 엎드렸다. 이내 공포의 질린 남자의 눈과 망령의 핏발선 눈이 마주친 그 순간.


쑤욱. 덥썩!!!


긴 팔을 침대 밑으로 집어 넣은 망령은 단박에 남자의 다리를 찾아냈다.


"으아악!!! 이거 놔!!!"


"끼에에에에에!!!"


망령은 남자가 버둥거리지 못하게 손톱을 세워 다리에 박아버렸다. 그러자 망령의 손톱을 타고 남자의 피가 흘러내렸다.


"끄아아악!!!!"


남자의 발버둥에 피칠갑이 되어버린 침대.

자신의 피가 범벅이 된 침대에서 남자는 엄습하는 고통에 눈물을 흘리며 힘 없이 망령의 손에 끌려 나왔다.


질질질.


"끼에에.."


붉은 피에 적셔진 신은 망령에게 있어선 최고의 만찬과도 같은 것이었다. 망령은 눈 앞에 놓인 맛난 식사에 침을 질질 흘려댔다.


남자는 죽기 전 마지막으로 망령에게 자비를 구했다.


"살려주세요.. 제발.."


그러나 망령에게는 그의 애절한 목숨 구걸마저 감미로운 조미료처럼 느껴졌다.


더 이상 허기를 참지 못한 망령의 손톱이 남자의 심장을 파내려던 그 순간.


"슈퍼 슬라이스."


서걱.


툭. 데구르르..


어떤 여자의 목소리와 함께 망령의 머리가 바닥으로 떨어졌다. 떨어진 망령 머리의 입가에는 침 대신 피가 흥건히 고여있었다.


무슨 일이 일어난거지!?


다급히 주변을 둘러보던 남자는 창문가에 서있던 새하얀 소녀와 눈이 마주쳤다.


황금색과 붉은색.

아름다운 보석과도 같은 눈을 지닌 소녀는 남자를 보고 싱긋 웃더니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다.


떠나버린 그녀에게 남자가 할 수 있는 건 목청껏 감사를 표현하는 것 뿐이었다.


"감사합니다!!!!"


****


[망령 1마리를 쓰러트렸습니다.]

[경험치 100을 얻었습니다.]

[레벨이 8에서 9로 상승했습니다.]

[레벨이 상승하여 HP가 완전 회복 되었습니다.]

[임무 보상으로 신의 증표 100장을 얻었습니다.]


간신히 레벨 9인가.

이 녀석이 마지막 망령이라 걱정했는데, 딱 맞춰서 레벨업해서 다행이다.

내가 안도하고 있던 그 때,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감사합니다!!!!"


원룸에서 들려오는 감사인사에 난 나도 모르게 미소를 지었다.


"후후, 주인님, 기분이 좋아보이시네요."


"당연하지. 감사인사를 듣고 싫어할 사람이 어딨어. 그건 그렇고 방금 잡은 망령이 마지막 일반 망령이지?"


"맞아요. 이제 남은 건 숙주 망령 뿐이에요."


"숙주 망령의 위치는?"


"아직도 공사장이에요."


"이상하네. 이렇게까지 망령들이 줄었으면 박현도가 확인하러 올 만도 한데, 아직도 숙주 망령이랑 놀고있다고? 무슨 꿍꿍이인거지."


"궁금하시다면 제가 박현도의 꿍꿍이를 알아볼까요?"


"그게 가능해?"


"예. 저는 하루에 한 번, 물건이나 1km 이내의 공간에 담긴 기억을 읽어낼 수 있어요. 마침 공사장이 반경 내에 들어가는데, 지금 박현도의 계획을 확인해볼까요?"


"응. 부탁해. 난 네가 기억을 읽는 동안 공사장 주변까지 접근하고 있을게."


"알겠습니다. 그럼 기억 읽기를 시작하겠습니다. 으으.."


캐시는 미간을 찌푸리고는 [기억 읽기] 스킬을 사용했다.


****


(1시간 전. 공사장.)


아리엘의 돌발 행동으로 공사장에 가둬두었던 9계급 신들이 절반 이상 탈출하고 말았다. 하지만 이런 긴급한 상황에도 박현도는 여유롭게 계약서를 작성하고 있었다.


"자, 여기에다 지장 찍으세요."


"저.. 다른건 괜찮은데 회사 임원이 지시하면 언제든 보증을 서야한다는 항목만 빼주시면.."


"하.. 또 불만입니까. 안되겠네요. 당신."


콱!!


"꺄악!!!!"


박현도는 면접을 보던 여자의 머리채를 휘어잡고는 아리엘이 뛰어내렸던 외벽으로 질질 끌고 갔다. 외벽 밑엔 거대한 숙주 망령이 누런 송곳니를 드러내고는 먹이가 떨어지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자..잘못했어요!! 바로 지장찍을게요!!"


"늦었어요. 난 상사의 지시에 두 번 이상 말대꾸하는 사람은 직원으로 두지 않아요."


휙.


박현도는 여자를 밀어 외벽 밖으로 떨어트렸다.


"까아악!!"


숙주 망령은 떨어지는 여자를 이빨로 콱 씹어 낚아채버렸다.


콰드득!!


"끄어억.. 어어.."


그렇게 여자는 제대로 된 단말마도 질러보지 못한 채 숙주 망령의 뱃속으로 들어갔다.


박현도는 사람을 죽여놓고도 아무렇지 않은지 태연하게 다음 면접자를 지목했다.


"다음 분 이리로 오세요."


다음 면접자로 지목 받은 건 부산 9계급 신 중에선 탑 2에 들어가는 실력자였다.


남자는 전에 Sin에 면접을 봤을 때, 부산 9계급 탑 1이었던 최유진에게 밀려 탈락을 겪었던 아픔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 그에겐 이번 일이 오히려 Sin에 들어갈 수 있는 기회나 다름 없었다. 하지만 남자의 눈은 면접 때와는 달리 차갑게 식어 있었다.


쾅!!!


주먹으로 벽을 쳐 박살을 내버린 남자는 그 주먹을 최현도에게로 들이밀었다.


"내가 아무리 궁해도 미친놈 밑으론 못 들어가지. 넌 사람 목숨이 목숨 같지가 않냐?"


남자의 도발에 최현도는 표정 하나 바뀌지 않고 바깥을 가리켰다.


"제 방식이 불만이라면 지금이라도 나가시죠."


"크으으.. 좋아. 당장 나가주지. 거기 형씨들! 형씨들도 따라오지. 여기 있어봐야 저 자식 노예가 되는 것 뿐이라고."


이에 앞서 박현도에게 남자친구를 잃었던 여자가 일어나 가세했다.


"진작에 나갔어야 했는데.. 용기를 내게 해주셔서 고마워요. 박현도. 내가 이 곳에서 살아남는다면 언젠가 반드시 널 죽여버릴거야."


"또. 또 없습니까."


남자의 권유에 9계급 신들이 하나 둘 자리에서 일어났다.


최유진은 이탈자가 속출하자 박현도에게 사념을 보냈다.


'대리님, 다들 나가려고 하는데 내버려둬도 괜찮을까요?'


'아까도 말했지만, 상사의 명령에 불복하는 부하는 Sin에 필요 없습니다. 마음대로 하게 두세요.'


'...예. 알겠습니다.'


박현도가 아무런 제지를 하지 않자 결국 자리에 있던 모든 9계급 신들이 신물을 꺼내들었다.


"모두 나갑시다!"


"나가요!"


"개새끼. 내가 여기 나가기만 하면 Sin이 어떤 놈들인지 다 퍼트려주마."


"재수 없는 새끼. 나가서 보자."


지금껏 참을만큼 참은 9계급 신들은 저마다 박현도에게 저주를 퍼붓고는 외벽 아래로 뛰어내렸다.


그런 그들을 기다리는건.


"끼에에엑!!!!"


피에 굶주려 있는 숙주 망령이었다.


하지만 9계급 신들은 숙주 망령을 쓰러트릴 자신이 있었다. 이 자리에 있는 신들은 9계급 중에선 나름 실력이 있다고 평가 받는 이들이니까. 우리 모두가 덤비면 숙주 망령에게도 승산이 있으리라.


"죽어라!!"


제일 먼저 뛰어내렸던 탑 2의 남자는 야구배트를 닮은 신물을 꺼내 숙주 망령의 머리를 힘껏 내려찍었다!


깡!!!


그러나 숙주 망령에겐 남자의 공격 따위 기분 나쁜 딱밤 정도에 불과했다.


"...?"


"크윽..!"


쉬익!! 빡!!!


숙주 망령은 긴 팔을 채찍처럼 휘둘러 탑 2의 남자를 가볍게 날려버렸다.


"크허헉!!!!"


팔에 맞은 남자는 그대로 날아가 쌓여있는 공사자재들에 쳐박혀버리고 말았다.


쿠당탕탕..


일행 중 최강의 동료가 너무 쉽게 나가떨어지자 9계급 신들은 숙주 망령에게 덤비는 것 대신 도망치는 것을 선택했다. 비록 쓰러트리는 건 불가능하더라도 우리 정도면 도망치는 것 쯤은 간단하리라.


하지만, 9계급 신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숙주 망령은 호락호락한 존재가 아니었다.


쉬익!! 쉬익!! 쉬익!!


숙주 망령은 6개나 되는 팔로 떨어지는 낙엽을 잡는 권법가마냥 9계급 신들을 모두 낚아채었다.


"악!!"


"꺄악!!"


"예림아 안 돼!! 어헉!!!"


숙주 망령은 산성이 가득한 침을 흘리며 구린내나는 입을 쩍 하고 벌렸다.


숙주 망령의 혀는 맛있는 걸 잔뜩 먹을 수 있다는 기쁨에 뱀처럼 꾸물렁거리고 있었다.


"꾸롸롸롸롸롹!!"


숙주 망령의 손에 잡혀 간식거리가 된 신들은 끔찍한 녀석의 주둥아리를 보며 비명을 질렀다.


"으아악!!! 안 돼!!!"


"싫어!!!"


"Sin에 가입할게요!! 제발 도와주세요!!"


"살려주세요!! 회사의 개가 되겠습니다!!"


죽음의 위기에 직면한 9계급 신들은 뒤늦게나마 박현도에게 목숨을 구걸했다. 하지만 박현도는 그들의 비명을 들으며 미소를 짓고 있을 뿐이었다.


"수준에 맞는 최후군요. 그렇지 않나요 유진씨?"


"...예. 그렇네요."


"끄아아악!!!"


"사..살려..까아아아악!!!!!!"


까드득. 까드득.


그렇게 박현도와 최유진이 9계급 신들의 죽음을 감상하고 있던 그때, 헐떡이는 소리와 함께 탑 2의 남자가 피묻은 손으로 외벽을 타고 올라왔다.


"헉..헉.. 끄으으.."


털석.


2층에 올라오자마자 지쳐 쓰러진 남자는 이내 자세를 고쳐 박현도에게 바짝 엎드렸다.


"제.. 제가 생각이 짧았습니다. 살려만 주신다면 어떤 일이든 마다하지 않겠습니다.. 한 번만 용서해주십시오.."


박현도는 비굴하게 목숨을 구걸하는 남자를 보며 끌끌 혀를 찼다.


"진작에 이랬으면 좋았을것을.. 죄송하지만 이미 늦었습니다."


"그러지 마시고 한 번만.."


"아직 상황파악이 잘 안 되시나 보군요. 당신, 숙주 망령의 손톱에 긁혔죠?"


"그..그렇긴 하지만 멀쩡합니다!"


"아니요. 숙주 망령에게 상처를 입은 신은 근시간 내에 망령으로 변화합니다. 보세요. 벌써 변하고 있잖아요."


남자는 박현도의 말에 황급히 자신의 팔을 바라보았다. 남자의 팔은 이미 망령처럼 검게 썩어들어가고 있었다.


"으아악!! 이거 왜 이래!! 살려 주십시오!! 지금이라도 치료를 받으면...끄으..끄으으으...끼에.. 끼에에에엑!!"


빡!!!


박현도는 망령화가 진행되고 있는 남자를 외벽 밖으로 걷어차버렸다. 떨어진 남자는 그대로 숙주 망령의 간식거리가 되고 말았다.


최유진은 까드득 까드득 씹어 먹히는 남자를 보면서 박현도를 걱정해주었다.


"이걸로 쓸만한 9계급 인원들이 모두 사망했습니다. 지부장님께서 화내실텐데 괜찮으시겠어요?"


"괜찮습니다. 쓸모 있는 인원이 없었다고 보고드리죠. 아, 생각해보니 아까운 인원이 한 명 있긴 했군요."


박현도는 손가락으로 아리엘이 뚫어놓은 구멍을 가리켰다.


"아름다운 외모에 물불 안 가리는 배짱까지. 말 만 잘 들었어도 Sin에 중요한 인재가 되었을텐데.. 아쉽군요."


최유진은 박현도가 구멍에 관심을 가진 김에 조심스럽게 자신의 의견을 말했다.


"대리님, 저 구멍을 통해 꽤 많은 9계급 인원들이 탈출했습니다. 일이 틀어지기 전에 저희가 나서야 하는건 아닌지.."


박현도는 최유진의 쓸데없는 걱정에 박장대소했다.


"아하하하. 유진씨, 9계급 신들이 도망쳐봐야 잠시 죽음을 피한 것 뿐입니다. 결국 다 죽게 되어 있어요. 뭐, 나중에 신물을 수거할때 귀찮긴 하겠네요."


"하지만 그 하얀 머리 여자가 신경쓰입니다. 그 여자라면 망령 정도는 쓰러트릴 수 있을 것 같은데.."


"아~. 그 여자가 했던 그 거?"


박현도는 아리엘을 따라 손가락을 허공에 휙 그었다. 그러고는 그 손가락으로 자신이 끼고 있는 안경을 가리켰다.


"그건 보나마나 온 힘을 쥐어짜낸 일격이었을 겁니다. 이 안경으로 확인했거든요. 그 여자, 레벨이 1밖에 되지 않는 생 초짜에요."


"예? 레벨 1짜리가 그런 힘을 냈다구요!?"


"놀랄 것 없습니다. 간혹 엄청난 리스크 대신 한 방이 강력한 신물을 가지고 태어난 신들도 있으니까요. 아마 그 여자는 힘이 다해서 이미 죽었을겁니다."


박현도의 단언에도 최유진은 여전히 찝찝한 기분이었다. 그 하얀 머리. 그렇게 쉽게 죽을 것 같은 느낌이 아니었는데.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제가 임무창을 열어 남은 망령 수를 체크해볼까요?"


임무 참가 대상인 최유진은 현재 신역에 몇 마리의 망령이 남아있는지 확인 할 수 있었다. 임무창을 열기만 해도 밖의 상황을 알 수 있었을 터.


하지만 박현도는 최유진의 제안에 인상을 팍 쓰고 그녀를 노려보았다.


"제 추측이 잘못되었다. 뭐 그런 의미 입니까?"


"아뇨. 그게 아니라 좀 더 확실하게 확인해보는게 좋을 것 같아서.."


"제가 괜찮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부하 직원은 상사의 판단을 따르기만 하면 됩니다. 아시겠어요?"


선배로서의 자존심 때문이었을까.

말도 안되는 고집을 부리는 박현도 때문에 최유진은 속에서 열불이 터졌다.


아이 꼰대 새끼! 임무창 확인하는데 시간이 얼마나 든다고.


최유진은 박현도가 뭐라하든 쌩까고 당장이라도 임무창을 열어보고 싶었다. 하지만 박현도의 성격 상, 최유진이 임무창을 여는 그 즉시 숙주 망령의 밥으로 던져버릴게 뻔했다.


그래놓고 회사에는 사고사로 보고하겠지. 피도 눈물도 없는 새끼.


결국 박현도의 비위를 맞춰주기로 한 최유진은 대화의 화제를 돌렸다.


"...알겠습니다. 바깥 일에는 더 이상 신경쓰지 않겠습니다. 그럼 망령들이 도망 친 9계급 신들을 처리하는 동안 저희는 계속 대기하는 겁니까?"


"아니요. 놀 시간이 어딨어요. 잡아야죠."


"예? 뭐를..?"


박현도는 누런 이를 드러내고 으르렁거리고 있는 숙주 망령을 가리켰다.


"저 녀석이요."


최유진은 당연히 박현도가 잡는다는 줄 알고 그를 걱정해두었다.


"아.. 대리님 혼자 괜찮으시겠습니까? 도와드릴까요?"


"아뇨. 저 녀석을 잡는건 유진씨입니다."


박현도의 말에 최유진의 얼굴은 새하얗게 질려버렸다.


"예!? 제가요?"


"그래요. 저 혼자만으로도 충분히 성공 가능한 임무에 왜 유진씨가 포함되었다고 생각하신겁니까. 임무 참가자가 아닌 제가 잡으면 임무 보상이 들어오질 않잖아요. 임무 참가자인 유진씨가 잡아야 보상을 얻을 수 있겠죠?"


"그건 그렇습니다만.. 저 혼자 어떻게 저 녀석을.."


박현도는 겁에 질린 최유진에게 자신의 차 키를 보여주었다.


"이걸로 녀석의 움직임을 묶어드리죠. 그러니 유진씨는 어떻게 해서든 숙주 망령을 잡고 증표 3만장을 손에 넣으세요."


...움직이지 못한다면 해 볼 만 하겠는데?


박현도의 지원에 자신감이 붙은 최유진은 자신의 신물인 채찍을 꺼내들었다.


"금방 잡고 오겠습니다. 대리님."


호기있게 출사표를 던진 최유진은 곧장 외벽 아래로 뛰어 내렸다. 그러자 최유진을 발견한 숙주 망령은 유진을 잡아 먹기 위해 빠르게 팔을 뻗었다.


그때, 공사장 곳곳에 소환되어 있던 외제차가 거칠게 공회전을 일으켰다.


부아아앙!!!!


"끼에에.... 끼잉?"


엔진 소리를 들은 숙주 망령은 공격을 멈추고는 순한 강아지처럼 박현도를 바라보았다. 박현도는 기르는 강아지에게 재주를 시키는 것 마냥 숙주 망령에게 명령했다.


"가만히 있어."


이에 숙주 망령은 그 자리에 앉아 꼼짝도 안하고 박현도의 명령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지금입니다. 숙주 망령을 죽이세요!"


"알겠습니다! 대리님!"


최유진은 가만히 있는 숙주 망령을 상대로 힘껏 채찍을 내리쳤다.


짝!!!!


하지만 숙주 망령은 상처조차 입지 않은채 애정 어린 눈빛으로 박현도만을 바라보았다.


"끼잉..?"


반면 박현도는 쓰레기라도 보는 것 마냥 미간을 찌푸리고는 지상에 있는 최유진을 내려다보았다.


"최유진씨, 이것 밖에 안 되나? 가만히 있는 숙주 망령도 못 죽이면 Sin에 어울리는 인재가 아닌데? 돌아가는 대로 인사팀에 보고 하겠어요."


크윽.. 앞 뒤 꽉 막힌 꼰대 놈한테 저런 소리를 듣다니..


자존심에 상처를 입은 최유진은 더욱 힘을 실어 채찍을 마구 휘둘렀다.


"죽어!!!"


짝!!! 짝!!! 짝!!! 짝!!!


"끼잉?"


혼신의 힘을 담은 채찍질에도 숙주 망령은 거의 데미지를 입지 않은 채 여유를 부렸다.


그럼에도 최유진은 포기하지 않고 채찍을 휘둘렀다.


짝!!! 짝!!! 짝!!! 짝!!!


그렇게 하염 없이 시간은 흘러.. 아리엘이 공사장 인근에 도착하기 직전까지도 최유진은 숙주 망령을 채찍질하고 있었다.


****


(현재)


공사장 인근 건물 옥상.


[기억 읽기]를 마친 캐시는 내게 사념으로 정보를 공유해주었다.


"여기까지가 1시간 동안 공사장에서 있었던 일이에요."


...실화냐. 가만히 있는 숙주 망령을 아직도 못잡았다고?


나는 어처구니 없는 정보에 헛웃음이 나왔다.


"하, 쟤들은 지금까지 숙주 망령 잡는다고 밖의 상황엔 관심도 없었네. 심지어 잡지도 못했어."


"그러게요. 어쨌든 박현도가 현재 상황을 모른다면 저희에겐 이득이에요. 이대로 최유진이 숙주 망령을 죽인다면 바로 임무 클리어라구요!"


그렇겠지. 이제 남은 망령은 숙주 망령 뿐이니까.


하지만 난 저 녀석들이 보스를 잡고 보상을 받는 것 자체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아니. 숙주 망령은 내가 잡을거야."


"예?"


캐시는 꼬리를 축 내리고는 걱정스러운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주인님, 주인님이 강하신건 저도 잘 알지만, 숙주 망령의 힘은 지금껏 상대하신 망령들과는 차원이 달라요. 최유진도 꽤 강한 신인데 숙주 망령에게 상처 하나 못 입히는거 보셨죠? 주인님의 슬라이스도 안 통할지 모른다구요."


"그건 걱정 안 해도 돼. 나도 슬라이스만 믿고 가는 건 아니거든."


"그럼..?"


나는 의아해하는 캐시에게 <갤럭시 G>에 다운 받을 수 있는 게임 목록을 보여주었다.


----------

[슬라이스 슬라이스] 구매 완료


[퍼즐 팡] 5,500 증표.

퍼즐을 맞춰 신나게 터트리세요!

(구매 조건 : 신력 15 이상)


출시 예정 게임.

[슬링 샷]


보유한 신의 증표 40,000장.

----------


캐시는 이제야 내 생각을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신물의 힘을 개방하실 생각이시군요!"


"어. 기본 게임이었던 [슬라이스 슬라이스]가 이렇게 대단한데 [퍼즐 팡]은 훨씬 대단할 거 아냐."


"그러게요. [퍼즐 팡]이 [슬라이스 슬라이스]보다 강한 능력이라면 숙주 망령을 상대해도 승산이 있을지도 몰라요!"


"후후, 그럼 한 번 다운 받아볼까?"


"네!"


캐시와 나는 설레는 마음으로 게임 구매 버튼을 눌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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