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9
로인은 한쪽 무릎을 꿇어 예를 표했다.
“부르셨다고 들었습니다.”
로인은 천천히 일어나 말했다. 그의 앞에 있던 남자. 에드워드 황자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에 영지전에서 승리를 했다고 들었는데...”
“...”
로인은 아무런 말을 하지 않고 에드워드를 바라보았다. 에드워드는 말을 이었다.
“거의 피해가 없다는 보고가 들어와서. 그것에 대해 알아볼 것이 있어서 불렀네.”
“...”
“피해의 규모는 어느 정도인가? 피해를 얼마나 입었기에 거의 피해가 없다는 보고가 들어온 것이지?”
“상대측의 피해는... 호위 병사들 6, 기사 2명입니다. 그리고 저희 측의 피해는... 없습니다.”
“...!”
로인은 사실 대로 말했다. 어차피 숨길 것도 없었고, 굳이 말하지 않을 필요도 없었다. 에드워드는 놀란 기색을 겨우 숨기며 로인을 바라보았다.
“어떻게? 바하드 자작의 군사력은 상당한데.”
“바하드 자작의 저택을 침입했습니다.”
“직접?”
“예.”
로인은 고개를 끄덕였다. 에드워드는 상당히 놀란 기색을 숨기지 않았다. 로인의 무력에 놀란 것이 아니라, 직접 전장에 들어갔다는 것은 그만큼 영지민을 아낀다는 말이 되기 때문이었다. 자신의 무력에 자신하고, 쓸데없는 피해를 줄이기 위해 직접 전장에 뛰어든 다는 것은 일반 귀족들로서는 쉽게 할 수 있는 일은 아니었다.
그들은 아무리 자신의 무력에 자신이 있더라도, 전장에 되도록 참여하지 않는다. 그들이 전장에 참여할 때는 오직 타국과의 전쟁에서 공을 세우기 위할 뿐이었다.
“상당히 본신의 능력을 신뢰하고 있나보군.”
“항상 그래왔었지만... 이번에는 아니었습니다.”
“아니었다?”
“믿을 만한 사람이 같이 갔기에. 성공적으로 그를 죽일 수 있었습니다.”
“바하드 자작을 굳이 죽일 필요까지는 없었을 텐데. 그에게 영지를 포기하게 하고 죽이지 않을 수 있었어.”
에드워드의 말에, 로인의 눈썹이 꿈틀 거렸다. 에드워드의 입장에서보면, 바하드 자작은 분명한 귀족파였고, 그가 없어 진 것은 에드워드에게 이득이었다. 물론, 로인이 그것을 생각해서 바하드를 죽인 것은 아니었다. 단지 그는 죽임 당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했기에 그를 죽인 것이었다.
‘나를 시험 하는 것인가. 아니면...’
“그는 귀족의 이름에 잉크를 뿌리는 자였고, 귀족의 명예를 알지 못하는 자였습니다.”
“푸하하하!”
로인의 대답에 에드워드는 큰 소리로 웃었다. 예의에 어긋나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그는 상관하지 않았다. 로인은 에드워드의 웃음에, 자신도 미소를 지었다.
“웃기는 군. 줄곧 평민이었다가 이제 귀족이 된 자가 그런 말을 한다면, 쉽게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은 잘 아는가?”
“저는 제가 귀족의 이름에 잉크를 뿌리지는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하하핫.”
에드워드는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힘을 얼마나 믿느냐에 따라 다른 생각을 가지게 되겠지만... 라쿠스 준남작. 그대가 한 행동은 다른 귀족들로 하여금 경계심을 높이게 하는 행동인 것을 잘 알 텐데. 그렇게 손쉽게 바하드 자작을 없애 버렸다는 것은 무언가 생각이 있다는 것인가. 아니면 단지 자신이 있는 것인가.”
에드워드의 말에, 로인은 눈을 잠시 감았다가 떴다. 에드워드는 여전히 로인을 바라보고 있었다.
“둘 다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자네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지? 베르시아 백작이 자네를 도와줄 것이라는 생각?”
“아뇨. 바하드 자작을 손쉽게 상대 해버림으로서 다른 귀족들은 저를 경계하기 시작하겠죠. 귀족 파의 귀족들이라면 더더욱. 하지만... 바하드 자작은 비록 자작이지만 상당한 무력을 가지고 있었고, 재력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의 재력은 제가 온전히 흡수를 했고. 무력은 전무의 피해를 당하며 제압했습니다. 전후 사정을 잘 모르는 귀족들은 당연히 몸을 사릴 것이고. 제게 피해를 줄 만한 귀족들은... 모두 전쟁을 준비하기에 바빠 저를 건드리지 못할 것 같군요.”
“...!”
에드워드는 놀라 눈을 크게 떴다. 전쟁. 사실 비밀리에라도 귀족들에게 말하여 준비를 하게 하여야 했다. 하지만, 에드워드는 절대 귀족들을 믿지 않았다. 그들 중에 첩자가 있을 가능성이 100%였으니, 아무리 비밀리에 준비를 하라고 말해도 첩자에게 흘러갈 것이었다. 만약 그렇다면 전쟁은 사실이 된다.
지금은 예상일뿐이지만. 만약 준비를 시작하게 되면 전쟁은 사실이 되는 것이다. 그것으로 인해 에드워드는 자신이 믿고 있는 몇몇의 공작과 후작, 그리고 백작들에게만 알렸다. 황제의 생각도 마찬가지였고, 그는 황군을 비밀리에 더욱 더 강화하고 있었다.
절대. 로인이 알 수 없을 정보였다. 아니, 알아서는 안 되는 정보였다.
“전쟁이라니. 내전이라도 일어난 다는 말인가.”
“타국과의 전쟁을 말씀드리는 것입니다.”
로인의 말에, 에드워드는 잠시 로인의 눈을 응시하다가 입을 열었다.
“어떻게 알았지?”
“뛰어난 정보력을 가지고 있다... 라고 말씀드려야겠군요.”
“그렇게 뛰어난 정보력을 가지고 있다면 몇몇의 귀족들 말고는 아는 사람이 없다는 것을 잘 알 텐데. 왜 자네에게 피해를 줄 만한 귀족들 모두가 전쟁을 준비할 것이라 생각하는 것이지?”
“설마 저에게 피해를 줄 만한 귀족들의 정보력을 무시하는 것은 아니시겠죠. 힘 있는 백작들만 해도 대부분 알고 있습니다. 단지 그들이 밑의 귀족들에게 말하지 않는 것일 뿐이라는 것. 잘 알고 계실 것이라 생각합니다.”
로인의 말에, 에드워드는 쓴 웃음을 지었다. 이자는 확실한 어린 늑대였다. 그의 능력을 알고 있음에도 쓸데없는 질문을 던진 자신을 보니, 자신이 얼마나 놀랐는지 알 수 있었다.
‘고작 준남작이 알고 있으리라는 생각을 전혀 하지 못했었지.’
에드워드는 속으로 생각하고 입을 열었다.
“그럼. 자네도 전쟁을 준비하고 있는가?”
“전쟁. 피해를 줄이려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전쟁이 일어나면 그 어느 곳 보다 피해가 적을 곳은 저의 영지라 확신할 수 있군요.”
로인이 말했다. 로인의 말은 상당히 위험할 수도 있는 말이었다. 그의 말을 나쁘게 해석하면 제국의 피해는 무시하고 자시의 영지만을 지키겠다는 말로 들릴 수 있었다. 하지만 에드워드는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어차피 자신의 영지를 지키려면, 제국이라는 틀이 있어야 한다는 것 정도는 이 어린 늑대. 아니 이미 자라버린 늑대는 알고 있을 것이었다.
“어떻게 그렇게 확신을 하지? 이제야 겨우 영지가 안정이 되어가는 상황일 텐데. 게다가 전쟁이 일어나 병사들이 빠져나가면 몬스터들이 설칠 것이고.”
“전쟁 전에. 몬스터들을 막을 방법을 고안해 낼 것이고, 전쟁은... 저와 제 병사들, 수하들은 믿는 다고 해야겠습니다.”
“자네와 같은 능력을 가진 사람이 다섯 명만 있어도 전쟁은 절대 패배하지 않을 수 있을 것 같군.”
에드워드의 말에 로인은 미소를 지었다.
“과찬이십니다. 고작 몇 명의 사람이 무엇을 할 수 있겠습니까. 저는 소드 마스터나, 대마법사가 아닙니다.”
‘그저... 소드 마스터에 근접한 기사와 8클래스 대마법사에 근접한 사람들을 수하로 두고 있는 사람일뿐입니다.’
로인은 미소를 지으며 뒷말을 삼켰다. 에드워드는 많은 여자들이 반할 것 같은 로인의 미소를 잠시 바라보다가, 눈을 들어 로인의 눈을 바라보았다.
“휘하에 병사들이 얼마나 있는가. 그리고 그들의 무력은 어느 정도나 되지?”
“...”
로인은 잠시 뜸을 들였다. 그것을 사실대로 말해야 하나, 그는 고민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의 고민을 그리 길지 않았다.
“병사들은 약 7100명, 기사는 150명이 있습니다.”
어차피 로인은 에드워드의 줄을 잡기로 마음을 먹은 상태였고, 그렇다면 굳이 숨길 이유는 없었다. 차라리 자신이 가지고 있는 무력을 정확히 알려 에드워드가 생각을 하기 쉽게 하는 편이 나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정말로 무력을 정확히 알리는 것은 바보짓이었다. 로인은 입을 열었다. 병사들은 몰라도, 기사들의 무력은 한 단계씩 낮추어 말할 생각이었다.
“그리고 그 중 800여 명의 병사는 단신으로 오크를 상대 할 수 있을 만큼 강하고, 나머지 병사들은 두 명이서 오크를 상대 할 수 있을 정도입니다. 기사들은 세 명이 모여 트롤을 상대할 수 있는 기사가 100. 두 명이 모여 트롤을 상대 할 수 있는 기사들이 49. 단신으로 트롤을 상대 할 수 있는 기사들이 1명입니다.”
로인의 설명이 끝나자, 에드워드는 잠시 눈을 감았다. 그는 로인이 정말 진실을 말하고 있는지 분별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로인이 말한 수치는 거의 백작이나 가지고 있을 만한 무력의 수치였다. 단신으로 트롤을 상대 할 수 있다면 적어도 소드 익스퍼트. 그렇다면 아마 기사단장을 맞고 있을 것이었고, 나머지 기사들의 무력도 놀라웠다.
절대. 절대 단시간에 키워낼 수 없는 기사단이었다. 말이 되지 않았다. 영지를 받은지 이제 겨우 1년이 되어가는 준남작이 그런 기사단을 키워냈다는 것. 그것은 트롤이 기사가 되겠다고 하는 것과 비슷한 확률의 일이었다. 결국, 불가능 한 일이었다.
‘귀족이 되기 전부터 그런 기사단을 키워 왔던 것인가. 황당하군. 부모도 없는 평민이라 들었는데.’
에드워드의 머릿속이 복잡하게 뒤엉켰다. 하지만, 그는 로인이 가지고 있는 힘을 확인하고 불안함과 동시에 안도함을 느꼈다. 로인은, 적어도 지금은 자신의 편이었다.
“제국의 법을 알고 있겠지?”
“무슨 법을 말씀하시는지...”
“나라의 사활이 걸린 전쟁이 아니거나, 황제의 소집령이 내려지지 않는 이상, 전쟁의 참여는 귀족 본인이 결정한다는 것.”
제국의 무력은 대단했다. 제국의 무력 중 30%는 황실이, 나머지 70%는 귀족들이가지고 있었다. 그중 30%만 해도 엄청나, 굳이 귀족들의 도움을 받지 않아도 웬만한 국가들은 쉽게 상대 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귀족들은 공을 세우기 위해서 전쟁에 꼬박꼬박 참전하는 편이었다.
“알고 있습니다.”
“자네는 전쟁에 직접 참여를 할 생각인가?”
에드워드의 물음. 그것은 많은 것을 내포하고 있었다. 직접 전쟁에 참전한다는 것은 공을 세울 확률도 높아진 다는 것이고, 더 높은 곳으로 갈 욕심이 있다는 것을 의미했다.
“그렇습니다.”
로인은 고개를 끄덕였다. 언제까지고 준남작에 머물러 있을 수는 없었다. 그는 사람이었고, 높은 곳을 갈망하는 남자였다. 충분한 무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가만히 웅크리고 있는 것은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알겠네.”
에드워드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얼굴은 무언가 고심하고 있다는 것을 여과 없이 보여주고 있었다.
- 작가의말
이얍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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