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번의 깜빡임
쾌청한 어느 봄날.
쿠르릉, 쾅!
마른하늘에 날벼락이 쳤다.
흔하진 않지만, 종종 볼 수 있는 현상.
처음에 그것에 신경을 쓰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하지만 잠시 후.
쩌저적!
마치 유리에 금이 간 듯한 균열이 창공을 장식하기 시작하자 하던 일을 멈춘 사람들이 밖으로 나왔다.
그 눈동자에 깃든 건 미지에 대한 막연한 공포.
그곳이 어디든, 전 세계 모두가 확인할 수 있었던 이 신비하고 기괴한, 미증유의 현상은 절정에 이르니.
콰챠챵!
마침내 창공이 완전히 박살났다.
깨진 파편 사이로 드러난 건 어둠이었다.
공허라 불리는 공간.
어둠만이 감싼 그 공간에.
번뜩!
거대한 눈동자가 나타났다.
데굴데굴 눈동자를 굴리던 거대한 눈이 한 번 깜짝였다.
『공허의 눈이 한 번 깜빡인 순간 세계에 지각변동이 일어나며 ‘대격변’이 일어나게 되었다.』
대기가 불안하게 흔들리고 지축이 요동쳤다.
처음에는 단순한 지진인가 싶었으나 아니.
콰아아-
해수면 위로 솟아오른 섬.
하늘을 뚫을 듯 끝이 보이지 않는 회색의 탑.
누구의 입장도 불허하는 듯 안개가 가득한 지역.
아득한 하늘 위를 장식하고 있는 원형의 경기장 등.
기존의 세계에선 상상할 수 없는 구조물이 모습을 드러냈다.
하지만 그게 끝이 아니었다.
번뜩!
두 번.
조금 전과 같은 깜빡임이 있었고.
『공허의 눈이 다시금 눈을 깜빡였다. 그리고 세계는, 아니 인류는 대격변에 대항할 수 있는 ‘축복’을 얻었다.』
세계 곳곳에서 울려 퍼진 고통에 찬 비명.
하지만 그건 단순한 비명이 아니었다.
갑작스러운 변화에 적응하기 위한, 흡사 몸에 병균이 침입했을 때 일어나는 일종의 발열과도 같은 현상.
평범했던 육체가 한계를 뛰어 넘는, 각성의 의식이 시작된 것이었다.
두 번째 깜빡임으로 인해 인류는 공상에서나 볼 수 있었던 이능력을 각성할 수 있었다.
물론 인류 전부가 아니라 선택된 몇몇 이들만이었지만.
인류에 내리는 축복, 각성의 의식과 함께.
깜빡.
세 번째 깜빡임이 있었다.
하지만.
『세 번째 깜빡임. 하지만 그건 세계에 아무런 변화도 일으키지 않은, 여전히 ‘수수께끼’로 남은 행위였다.』
누가 봐도 변화가 명확한 두 번의 깜빡임과는 다르게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하지만 세 번 눈을 깜빡인 공허의 눈은.
스르륵-
마치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공허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마치 처음부터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복원된 하늘은 5월의 따뜻한 날씨처럼 쾌청하기만 했다.
하지만 모두가 알고 있었다.
공허의 눈이 일으킨 세 번의 깜빡임.
그것으로 인해 인류와 세계는 더는 예전과 같은 생활을 할 수 없다는 사실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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