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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18.11.12 1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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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18.11.17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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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4막 3장. 천공의 섬

DUMMY

황궁에서 운영하는 경성고에 입학 허가를 받았으나, 포기하고 추첨으로 배정 된 학교.

아마 최초로 부모님의 지시를 어긴 기억이다.

그 학교를 다녔다면, 아마도 0.01% 에 속하는 로열층들과 친분을 쌓았을테고 지금쯤 요트를 타고 뉴욕 허드슨강에서 파티를 하며 우월감이란 마약에 빠져 엉망진창으로 변해 있을지도 모른다.

그만큼 웬만한 자격이 없으면 입학 허가조차 나지 않는 곳이기 때문이다.

여기는 강남이기는 해도, 그의 눈에는 그냥 밥이나 먹고 사는 아이들이 다니는 곳이다.

‘뭐, 이렇게 사는 것도 나쁠 게 없겠지.’

좀 답답하기는 하지만, 이 때가 아니면 언제 이런 생활을 누려 볼까?

“둘째 형님이 아프시다고?”

나영이 어머님은 손수 복숭아를 깎아 주시면서 수연을 향해 묻고 있었다.

“네. 간암인데 큰일이네요.”

“ASIC 길드쪽에 아는 사람 있는데 연결시켜줄까?”

ASIC 길드는 유럽 3대 길드 중 하나로서 특히나, 의학과 마법을 섞은 치료학쪽으로 유명한 곳이다.

“괜찮아요. 이미 그 분야 최고 권위자 분께 수술 받기로 되어 있거든요. 황궁 아카데미 의학부 전임 교수님이에요.”

“그래?”



생일파티 치고는 꽤 다채로웠다. 워낙 집이 큰 탓에 집 안에는 작은 영화관이며, 포켓볼 당구대까지 있어서 아이들은 저마다 자유롭게 놀며 흥겹게 시간을 보냈다.

수연과 함께 온 둘은 차분히 식탁에 앉아 커피 타임을 가지는 중이었고, 준영 일행은 송나영, 김하늘, 유은아와 함께 편을 갈라 게임에 열중했다.

하지만, 여기서 문제가 있었으니.

생태계 파괴자 배스처럼 동혁이 게임을 너무 잘하는 것 때문에 작은 소란이 발생한 것이다.

Soccer Game 의 ‘WIN’ 이라는 자막과 함께 동혁은 멋진 포즈를 취했고, 연달아 패한 하늘이 결국 빼-엑하고 소리쳤다.

“야, 정동혁! 넌 공부는 안하고 맨날 게임만 했냐?”

“그러게.”

“뭔 남자 애가 여자를 그렇게 이겨 먹으려고 하는지, 원.”

“사실 오늘 한 게임들은 나도 처음이야.”

“진짜? 헐, 거짓말!”

“그냥 게임 원리만 터득하면 의외로 쉬워. 어차피 조이스틱이나 키보드나 손으로 조작하는거라서.”

동혁은 이 설명하기 어려운 문제에 대해 그저 난처한 표정만 지을 수밖에 없었다.

아이들은 그래도 너무한 것 아니냐며 야유 비슷한 장난을 보냈다.

“GTA 도 아까 다 이겼잖아? 너무 겸손한거 아냐?”

“아, 미안! 미안!”

준영은 게임기를 억지로 뺏으며 혀를 삐죽 내밀었다.

“그냥 앞으로 저 놈은 붙여주지 말자고.”

“임마, 치사하게! 자기도 아까 졌으면서···”

“아, 됐고!”

솔직히 동혁도 이해하기는 힘들었다. 아무리 게임을 많이 했다 해도, 최근 들어 이 사기적인 능력은 확실히 문제가 있다 생각한 까닭이다.

‘설마 이것도 팔찌의 영향 때문일까?’

아무리 생각해도 그 외에는 원인이 없었다.

손의 감각도 더 민감해졌고, 무엇보다 시력이 굉장히 좋아졌다. 그래서 아까부터 계속 확인했는데 확실히 백색 부근이 계속 미약하게 빛났다. 직감적으로 백색 테와 감응이 된다 느꼈다.

‘그러고 보니 체술도 생각보다 진도가 빠르고? 나, 대체 어떻게 된거야?’

이제 겨우 보름이 지났을까? 그 때만 해도 솔직히 코치가 관원을 끌어 모으기 위해 입에 발린 달콤한 소리인 줄 알았었다.

하지만···


- 대단하네요. 아니, 어떻게 기본 타격기 동작이라 해도 그렇지. 동작이 완벽하네요. 혹시 예전에 뭐 배운 것 있나요? 여짓껏 이렇게 빨리 능력이 올라가는 것은 본 적이 없어서요.


신기하다는 듯 쳐다 보던 눈빛.

자세를 잡고 주먹을 내지르고 회수하고, 다시 ‘권’에 원심력을 매겨, 돌려 칠 때의 아주 간단한 연결 동작 몇 가지.

거울을 보면 마치 로봇처럼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주먹이 오고 간다. 하지만, 황, 녹, 백색 외에 다른 서클은 아직까지 심장에 생기지 않은 상태. 육체쪽 강화 권능은 언제쯤 발현되는 것일까?

아무튼 스스로 대견했다.


- 아, 이러면 스텝은 끝내고 진도를 더 빨리 빼야겠는데요?


어깨를 기분 좋게 두드리던 필리핀 코치의 미소.

살면서 타인에게 이렇게 칭찬 받은 적이 있었던가. 기분 좋은 말이었다.

준영과 나영이 다시 게임을 하자, 하늘이 따분한 듯 말했다.

“어때? 학교 생활은?”

“재미 있어.”

“학원은? 어디 다녀?”

“아직 생각해 본 적 없어서.”

“후후, 공부 대빵 잘하나 봐?”

“아니. 그 반대인데?”

별 의미 없이 던진 말이었지만, 동혁은 가슴이 살짝 뛰었다.

어린 시절 꿈꿔왔던 여성향? 뭐지 이 감정은? 흔히 여성을 처음 만날 때 볼 수 있는 느낌일까.

부드러운 머리카락, 토끼 같은 눈동자. 웃을 때 보조개는 사람을 끄는 무언가가 있다.

자스민과 비슷한 향수는 엷게 코끝의 후각을 스치며 지나갔다.

“넌 학원 어디 다니는데?”

“푸른 샘! 샘들이 명문대 출신이라 실력도 괜찮고.”

“아, 그래? 나도 다닐까?”

“후후, 근데 레벨 테스트부터 받아야 할걸? 거기가 생각보다 빡세.”

“그런가? 근데 너희··· 치킨 집 한다며?”

순간 동혁은 말을 내뱉고도 이게 무슨 미친 짓인가 얼굴이 붉어졌다.

‘내가 미쳤군.’

당혹스런 감정이 밀물의 파도처럼 거침 없이 밀려 들었다.

그도 그럴 것이, 상대 부모의 직업을 묻는다는 것은 실례 아닌가. 하늘이 입장에선 결코 기분이 좋을 리 없었다.

아마 치킨 집이란 단어 때문이리라. 그녀도 그처럼 서민의 딸이란 뜻이고, 이 때문에 묘한 동질감을 느꼈던 것이다.

그 기분은 꽤 긍정적인 동조와 같은 의미였다. 허나, 실수는 분명 실수.

하늘이는 멍한 표정으로 무슨 뜻인지 이해하기 힘들다는 듯 되물었다.

“치킨?”

“아, 미안. 결코 이상한 뜻 아니니까 오해하지 마. 우리 집은 더 하거든. 부모님은 이혼하시고, 난 바닷가에서 뛰어 놀았어.”

“풉하--!! 아, 그런 뜻이었구나.”

“미안! 고의로 그런게 아닌데···”

“아니야. 치킨이라··· 치킨! 헐, 재밌네.”

“·········”

“그냥 닭집 딸이라 불러. 괜찮아. 반 애들도 그렇게 부르는 걸. 그보다 학원 다닐거면 내가 다니는 곳으로 올래?”

“정말?”

“그럼. 그 대신··· 아니다.”

그렇게 하늘이는 유쾌하게 웃으며 말끝을 흐렸다.



동혁은 최근 신곡을 발표한 화이트핑크의 ‘Da-da-da’란 노래를 들으며 괜히 흥겨워 하는 중이다.

던전 사냥꾼으로 유명한 ‘마수의 눈알을 씹는 불멸자’라는 인물이 마수의 사체를 해부하며 흥얼거리던 곡이 우연히 유명 1인 방송을 타고 크게 히트한 곡이다.

‘하늘이가 SNS 친추를 했어. 하하’

이런 기분일까?

아, 물론 알고 있다. 연예인 뺨치는 외모에 공부도 전교권, 그것도 강남이다.

대충 SNS 에 친구들이나 댓글만 봐도, 인기가 상당했다. 뭐, 대부분은 한번 꼬셔서 사귀어 보려는 – 돌쇠 같이 음흉한 늑대 뿐이었지만.

어쨌든 당장 푸른 샘이란 대치동 유명 수학 학원에 등록하기는 좀 난처하다.

이유는 당연히 수준 이하의 공부 실력 때문이다. 솔직히 동혁은 학업에 큰 관심이 없다.

당장 수학 테스트를 봐서 하위권이 나오면 앞으로 하늘이 얼굴을 어떻게 본단 말인가.

열병일까? 남자와 여자는 생존을 위해 서로의 페로몬을 뿌리며 자신의 DNA 를 후대에게 물려준다는 말이 있다.

그냥 흥분된다.

그 숨결이, 그 눈빛이 보고 싶었다. 당연히 짝사랑이다. 지금까지 인생 자체가 힘겨웠던 자신에게도 어떤 목표 비슷한 동경이 생긴 것이다.

‘아, 아. 당장 공부 실력을 올린다는 것은 불가능한데.’



동혁은 고민을 하다가 결국 ‘푸른 샘’ 수학 학원에 접속했다.

‘과연 될까?’

정신을 집중하기 시작했다. 백, 청, 황, 녹색의 서클.

심장에는 이제 4개의 서클이 돌고 있었다. 백색은 ‘사물 동화계’, 청색은 ‘예지계’, 황색은 ‘물질 간섭계’, 녹색은 ‘치유계’라 스스로 명명했는데, 그 중 백색 서클이 가장 얇고 가늘었다.

추측하기로는 권능의 크기와 관련이 있는 듯 하다.

그리고 이제는 어느 정도 의념에 따라 서로 다른 속성의 ‘서클’을 깨울 수 있었다.

지금 하려는 것은 해킹.

능숙한 게임 조작.

바이커 고장 부위.

배틀 넷의 특이한 아바타 발굴.

이로 미루어 ‘사물 동화’의 권능은 물체의 본질을 보고, 감응하는 속성으로 본 것이다. 해킹이란 결국 컴퓨터와 CPU, 메모리, 통신선을 통해 접속하는 것이다.

광의적으로 보면 확실히 가능성이 높았고, 무엇보다 당장 하늘이와 같은 학원을 다니려는데 너무 실력이 쳐지면 쪽팔려서 이번 기회에 테스트를 해보려는 생각이 겹친 것이다.

이마에서는 땀이 흘렀다.

머리가 지끈거린다.

‘아주 안 되는 건 아닌데···’

긍정도, 부정도 아닌 표정.

분명 통신에 접속은 가능했다. 그리고 스스로 네트워킹의 자아가 되었지만, 인풋 In Put 과 반대되는 아웃풋 Out Put 을 찾는데 큰 어려움이 있었던 까닭이다.

마치 망망대해에 홀로 떨어져 육지를 찾는 기분처럼, 디지털 세계의 이진법인 0과 1로 변환에서 오는 괴리감은 둘째치고, 네트워크 세계는 너무 넓고, 광활했던 것이다.

‘컴퓨터 도면부터 확인해야겠어.’

수많은 도전과 실패.

그 후, 동혁은 기본적인 네트워크의 구조 및 부품 배치도부터 체크했다.

대략적인 입출력에 대한 흐름과 구조를 파악한 후, 동혁은 다시 접속했다.

‘으으, 마치 영혼이 빨려가는 기분이라니.’

동혁은 데이터의 ‘정보 입자’로 변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끝도 없는 미로를 헤매다 결국 출구를 만났다.

‘게이트웨이? 프로토콜?’

형형 색색의 서로 다른 문들. 뭐가 다른지 모르지만, 미묘하게 다른 형질의 것들.

미리 기억해낸 푸른 샘 수학 학원의 서버와 감응하자, 동혁의 영혼은 그대로 그곳으로 빨려 들어간다. 마치 연어가 고향으로 회귀를 하듯이.

‘여기인가?’

거대한 원통형의 구체다.

대충 봐도 수백미터가 넘을 것 같은 이 공간 안에는 기이한 부유물들이 떠다니고 있었다.

어떤 것들은 뾰족했고, 어떤 것들은 울퉁불퉁했으며, 어떤 것들은 매끈한 사각형인 것도 있다.

동혁은 홀로그램을 보듯이 그 중 하나를 슬쩍 건드렸다.

그러자.


- 제 72회 수학 모의 고사 기출 문제

- 함수의 극한과 연속에 대한 정의

- 다항 함수의 미분법 강좌 2/3


‘학원에 보관된 자료?’

허공에 떠다니는 거대한 정보의 파도들.

흡사 비누 방울처럼 살아 숨쉬는 데이터들은 수족관의 금붕어처럼 허공을 떠다니는 것들. 그렇다.

푸른 샘 학원 서버에 보관된 각종 파일들이다.

형질이 변경되면 우주도 변화된다?

우리가 알고 있는 정보의 세계의 본질이 이런 것이라니.

놀람과 감탄이 이어졌다.

손을 대면 마치 마법처럼 ‘그것들’은 인력 人力 에 이끌려 왔고, 바로 확인이 가능했다.

그러기를 수십 번. 마침내 원하는 것을 찾았다.

‘신입생을 위한 레벨 테스트 문제집’

동혁은 가볍게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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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4막 1장. 천공의 섬 +4 18.11.16 12,731 167 13쪽
9 3막 3장. 미래시 未來視 +5 18.11.16 13,198 162 13쪽
8 3막 2장. 미래시 未來視 +4 18.11.15 14,250 162 16쪽
7 3막 1장. 미래시 未來視 +2 18.11.15 15,334 177 9쪽
6 2막 3장. 여섯 가지 권능 +5 18.11.14 17,167 169 10쪽
5 2막 2장. 여섯 가지 권능 +3 18.11.14 18,811 180 10쪽
4 2막 1장. 여섯 가지 권능 +7 18.11.13 21,716 197 11쪽
3 1막 3장. 뒤바뀐 세계 +3 18.11.13 22,544 200 9쪽
2 1막 2장. 뒤바뀐 세계 +4 18.11.12 26,146 212 10쪽
1 1막 1장. 뒤바뀐 세계 +6 18.11.12 45,988 232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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