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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비통 님의 서재입니다.

초월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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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18.11.12 1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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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7,138

작성
18.11.13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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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2막 1장. 여섯 가지 권능

DUMMY

동혁은 마치 미꾸라지처럼 공격권의 궤도를 빙그르르 돌며 피하더니 바로 가슴 앞으로 파고 들었다. 수철은 자신의 가슴과 사타구니를 뭔가가 때리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개구리처럼 온 몸을 구부리며 ‘캑캑’ 신음을 터트렸다.

“뭐야? 이런 개새··· 커억!”

“미친! 각성자였어.”

동혁은 자신이 벌인 ‘행동’에 어이 없었다.

나무로 된 벤치가 뽑혀서 뒤에서 달려 오는 동료들을 떼거지로 쳐냈기 때문이다.

흡사 대장간의 목수가 도끼질을 하듯 좌에서 우로 벤치가 제멋대로 휘둘러진 것이다.

그 여파로 여러 명이 피를 토하며 당했으니.

수철은 기도까지 올라 온 핏덩이를 내뱉으며 고함을 질렀다.

괜히 친구들이 오판하기 전에 급히 만류했던 것이다.

‘놈, 각성자다. 젠장! 똥 밟았어--!!’

여전히 알 수 없는 눈빛.

이를 보며 자존심이 상했으나, 그럼에도,감히 부딪칠 자신이 없었다.

“모두 그만! 미, 미안하다.”

“아, 아···.”

동혁은 말끝을 흐렸다.

뭐라고 해야 할지 몰랐기 때문이다. 팔찌에서 뭔가가 혈관을 타고 들어오더니 갑자기 발생한 사건.

“우리가 괜히 시끄럽게 한 것 같네.”

“그래? 그럼 이 정도만 하자고.”

“그래. 근데 너 각성자냐?”

“몰라.”

“너··· 이 동네 사냐?”

“글쎄. 왜 보복이라도 하려고?”

“아니. 그건 아니고.”

“그럼, 나 간다.”

“으, 응. 잘 가!”

동혁의 발걸음은 빨라졌다.

놈들의 시야기 미치지 않는 사정거리를 벗어나자 가슴을 쓸어 내렸다.

더 이상 강남까지 와서 병신 취급은 안 당해야겠다는 용기와 이성을 마비시키는 알코올, 감정의 폭주가 겹쳐져 만든 우연··· 이라 부르기에는 말이 안 된다.

혹시 팔찌 때문일까?

설마 그럴 리가?

하지만, 벤치를 움직였던 그 ‘이적’은 뭐란 말인가?

술을 마셨기 때문일까. 이성이 마비되고 머리가 지끈거렸다.

일단 나중에 생각해야겠지.

“왜 이렇게 늦었어? 너, 너··· 술 마셨냐?”

“죄송합니다.”

아버지의 탄식과 같은 허탈한 목소리가 집안에 울려 퍼졌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고등학생이 뭔 술이냐?”



***



학교는 번화가 뒤쪽에 있었지만, 건축 년도가 오래 된 탓인지 생각보다 시설이 낡았다.

청운 고등학교.

입시에서 그다지 성적이 좋지 않은 ‘나군 群’에 속한 학교로서, 나름 어깨에 힘 좀 준다는 부모들이 득실거리는 곳이다. 허나, 진짜 잘 나가는 노블 계층이나, 대형 세력, 고위급 능력자 부모들은 그리 많지 않은 곳이기도 하다.

통일 한국 전체에 3% 이하에 속하는 ‘가군’은 명문 중에 명문으로서 정말 노블 클래스 Noble Class 의 아이들만 철저한 자격 심사를 통해 입학이 가능하며, ‘가군’에서 떨어진 이들이 ‘나군’에 들어간다.

물론 그 밑에 80% 이상을 차지하는 ‘다군’과 ‘직업학교’도 있으니, 한국 전체로 보면 청운고는 꽤 명문고임은 틀림 없다.

다만, 청운고에 부유층 자제들이 많지만, 최근 아카데미 입학 실적이 저조한 탓에 결원이 생겨서 동혁 아버지의 인맥과 뒷돈으로 겨우 입학한 것이고.

‘대단하네. 전부 에어카 Air Car 구나.’

첫 인상은 확실히 돈 많은 집 자식들이 많다라는 것.

6대 메이저 중 하나인 TM 그룹에서 생산한 600마력짜리 K 101 부터, 저 멀리 도버 해협에서 건너온 12기통짜리 자기장으로 움직이는 ‘티노스 3000’까지 보였다.

대부분이 최하 몇 억이 넘어가는 고가의 명품 에어카.

물론 학교의 엄한 규율 때문에 정문 앞에서 내려주지는 못해도, 대부분이 이 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의 에어카였다.

“삼척에서 전학 온 정동혁이다. 어디 가서 할 말은 하고 다니는 스타일이다. 따로 할 말은 없고 우리 앞으로 잘 지내 보자.”

담임은 ‘어디 가서 할 말은 하는 스타일’이라는 단어에 골치 아픈 학생이 들어온 것은 아닌지 살짝 인상을 찡그렸다.

허나, 표정을 바꿔 바로 아이들을 향해 추임새를 넣었다.

“뭐해? 환영해주지 않고! 혹시나 시골에서 왔다고 놀리는 놈 있으면 생기부에 기록할 테니 괜히 불이익 당하지 말고.”

“우와! 삼척!”

“저 애 흐흐, 눈에 힘준 것 좀 봐.”

“전학이든 나발이든··· 공부 좀 하자.”

투덜대는 지방 방송이 흘러 나왔다.

관심 없다는 표정, 혹은 깔깔대며 장난기 섞인 눈빛, 흥미롭다는 시선 등이 시장판처럼 시끄럽기 그지 없었다.

“이름이 뭐야?”

첫 짝꿍인 여자 아이의 물음.

“정동혁···”

“후후, 난 송나영. 근데 머리는 왜 빡빡 깎은거야?”

“전에 다니던 학교에선 다 이렇게 깎아.”

“아, 그래? 헐, 대박! 신박한데?”

“원래 교칙이 빡세거든.”

“여긴 꽤 자유로워. 상호 존중만 한다면 말야.”

“응.”

개구리처럼 생긴 눈동자를 굴리더니 나영은 다시 노트에 필기하던 것을 마저 했다.

‘생각보다 나쁘지 않아.’

어제 밤부터 얼마나 연습했던가?

자기 소개··· 처음에는 거창하게 거울까지 보며 뭐라고 말할지 달달 외웠지만, 결국 여러 번 수정을 한 끝에 최종 소개는 ‘아주 단순하면서도 유치한 연설’이 되고 말았으니.

마지막에 ‘어디 가서 할 말은 한다’는 말은 스스로 생각해도 낯 뜨워울만큼 유치한 단어였다.

아, 아. 하지 말 걸. 뒤늦은 쪽팔림 때문에 부끄러워졌다.

“삼척이라고?”

“근데 삼척이 어디야?”

“병신아, 강원도에 있는 어촌일걸?”

“야, 전학생··· 근데 거기 전기는 들어오냐?”

“회는?”

“아휴, 멍청한 새끼들! 지금이 공화정 시절인줄 아나 봐? 대한민국 어디에서나 인터넷 다 되는거 몰라? 미국 같으면 ‘Racist’라고 소송 걸려. 그러니 마우스 좀 조심해라.”

“조민수, 미국 물 좀 먹었다고 영어 쓰는거냐? 영어 2등급 짜리가?”

“헐, 내가 문법이 약해서 그런거라니까.”

“어디 가서 유학파라 말하지 마라. 좆나 쪽팔린거야 그거···”

“요즘 미국도 한국한테 밀리는 것 몰라? 대체 언제적 미국이야? 이번에 미국에 2급 마수가 L.A와 샌프란시스코 쑥대밭으로 만들어서 한국에 6대 메이저한테 원조 요청한 건 알고나 있냐? 뉴스 좀 봐라. 뉴스!”

“그래도 아직까지 한국어보다는 영어를 더 많이 쓴다고.”

“시끄러! 이것들이 여기가 시장 바닥이야? 콱!”

여러 명이 몰려 오더니 자기들끼리 북치고 장구치고 쉴새 없이 대화를 이어갔다.

언뜻 보면 조롱 같아서 기분 나빴지만, 자세히 살펴 보면 정말 몰라서 그런 것 같아 처음부터 뭐라 하기가 애매했다.

‘더럽게 말 많네.’

그럼에도 한껏 긴장했던 기분은 어느덧 풀어져 있었다.

이곳에 오기 전까지만 해도, 강남 아이들은 그들끼리도 ‘집이 몇 평이니, 차종은 뭐니’ 따위로 서열을 나눈다고 하기에 날이 곤두 서 있었던 까닭이다.

뭐, 그렇다 한들 삼척에 있을 때보다 더 심하게 당할까? 그리고, 알 수 없는 미지의 힘도 있으니 예전과 달리 좀 당당해졌다.

“넌 이름이 뭐야? 난 한준영!”

방금 약간 비웃듯이 말한 놈이다. 근데 억양이 약간 외국인 느낌이다.

“여긴, 조민수···”

안경 끼고 약간 샌님 스타일.

“반갑다. 난 정동혁.”

“그래. 앞으로 친하게 지내자. 어차피 새 학기 개학한지 얼마 안 되서 아직까지도 어색하거든. 뭐, 우리 둘은 작년에 같은 반이라 친한거고.”

“그래? 나야 좋지.”

이 때 한준영이란 친구가 팔짱을 낀 채 중얼거렸다.

“흐흐, 근데 넌 헤어가 그게 뭐야? 무슨 운동 선수도 아니고··· 촌티나게 옷도 그렇고. 형님이 잘 아는 헤어샵 있는데 거기 가서 좀 다듬어 볼래? 이러면 여자 애들이 안 붙어요.”

준영이란 아이.

겉으로 보면 싸가지 없어 보였다. 물론 좋게 말하면 활발하면서 적극적인 성격이다.

180cm 가 넘는 키에 꽤 훌륭한 몸매.

동그란 눈, 오똑한 코, 하얀 피부까지. 딱 봐도 여자들에게 인기가 많을 스타일이었다.

준영은 동혁의 스타일이 머리부터 발끝까지 마음에 안 드는지 첫 대면부터 참견이다.

그럼에도 우습게도 그 지적이 그다지 기분이 상하지 않았다.

적의가 아닌, 호기심.

동혁은 깨달았다.

미세한 행동, 말투에 따라서 상대방의 감정도 다르게 받아들인다는 사실을. 그래도 예전처럼 참지 않았다. 괜히 처음부터 호구로 낙인 찍힐 수는 없지 않는가.

“됐거든? 난 이게 좋아.”

“아, 그래? 근데 농구는 좀 하냐?”

“그건 왜?”

조민수는 한준영의 어깨를 툭 치며 좀 과하다고 생각한 듯 인상을 찡그렸다.

“이 놈, 농구팀 만들려고 그러는데 인원이 안 차서 그런거야.”

이 때 다른 아이가 말을 끊었다.

“암튼 준영아··· 너도 되게 웃긴다. 자기도 상해에서 올라왔으면서···”

“야! 상해는 대도시야.”

“후후, 얼어 죽을! 짱개 놈이!”

“이런 콱! 뒈질라고! 말 조심해!”

“아, 미안!”

“암튼, 상해랑 삼척이 비교가 되냐? 저긴 어촌이고··· 우린 도시고!”

준영은 연극 무대에 오른 희극인처럼 다소 과장된 모습으로 두 손을 벌린 채 어이 없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동혁은 어이 없어서 웃었다. 알고 보니, 식민지인 중국 출신이었다.

그럼에도 2등 시민이란 열등감이 거의 보이지 않았다.

“혼혈이야?”

“응. 근데 왜? 그래도 국적은 한국이라고.”

“암튼 우리 집 어촌 아니야! 자꾸 어촌 거리면 혼난다.”

“그러니까··· 내 말이!”

“뭔 말?”

“준영이 저 새끼가 원래 오지랍이 열라 심해요. 원래 성격이 저래. 악의는 없으니 속 깊은 네가 이해 좀 해라.”

“흐흐, 천공의 섬에 산다 이거냐? 누구는 좋겠다. 비싼 데 살아서.”

민수는 ‘천공의 섬’이라는 단어에 민감한 듯 버럭 화를 냈다.

“좀 닥칠래? 적당히 하셔.”

천공의 섬.

들어 본 적 있다. 마수의 습격을 피해서 조성한 하늘 위의 공중 정원.

초월급 마법과 S급 코어, 고대 결계에 핵융합 엔진과 동력이 합쳐진 금세기 최고의 걸작품.

천공의 섬이나 태양의 신전처럼 이 땅은 가진 자들만의 세상이었다.

실제 이런 영원히 하늘을 떠도는 공중 정원은 통일 한국에도 하나가 존재했고, 그 크기도 여의도 크기 정도였으니 여기에 입주를 한다는 자체만으로도 대단한 신분이 아닐 수 없다.

물론, 멋진 조경이나 안전한 삶에 염증을 느끼는 이들도 있기는 있지만.

삼척에서 동혁이 당했던 이유도 사실 별 게 없었다. 가지지 못한 죄. 그래, 핑계를 댈 필요도 없이 그게 가장 컸을 것이다.


작가의말

>..< 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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