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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더볼트 님의 서재입니다.

용을 계승한 방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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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더볼트
작품등록일 :
2023.01.04 14:28
최근연재일 :
2023.01.18 14:30
연재수 :
15 회
조회수 :
5,260
추천수 :
165
글자수 :
79,360

작성
23.01.12 14:30
조회
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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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009화_당근

DUMMY

어쨌든 결별은 결별이고.

당장 그 이방인을 뒤쫓는 다는 건 스스로 죽음을 자초하는 짓이나 마찬가지였다. 우선은 이 배불뚝이 주인의 고집부터 꺾고 볼 일이었다.


“꼭 그래야만 하는 겁니까?”

“뭐? 너 지금 뭐라고 했어!”

“이제 와서 그자를 추격한다는 건 너무 위험합니다. 좀 돌아가더라도 보다 안전한 방법을 생각해보심이 어떨는지요.”


이미 반쯤 마음이 떠난 보우시는 무스카의 의견에 대놓고 반기를 들었다.

반대의사를 가진 건 보우시만이 아니었다.

근처에서 이 얘기를 듣고 있던 호위대와 용병들도 썩 달가워하지 않는 눈치였다. 말은 안 해도 표정이 모든 것을 대변해주고 있었다.


‘이것들이...!’


무스카는 어이가 없었다.

이 하류인생들은 누구 덕에 입에 풀칠을 하는 지 잊었단 말인가.

당장 돈을 되찾지 못한다면 놈들이 받을 일당도 없다. 그걸 알기나 하고 저딴 표정들을 짓고 있는 것인가.


사실 무스카도 알고 있었다. 속으로야 보우시의 의견이 백번천번 옳다는 걸 이미 알고 있었다.

그래, 아무리 돈이 좋다고 한들 목숨보다야 귀할까.

모르긴 몰라도 그 이방의 전사 놈을 잡으려면 상당한 실력자들이 떼로 덮치지 않는 이상에는 불가능한 일일 것이다. 같잖은 머릿수만 믿고 덤볐다가는 언데드가 몰살당한 이상으로 작살이 날 것이다.


‘그래서 그게 뭐? 어쩌라고. 어차피 내가 목숨을 걸 것도 아닌데 뭐가 문제란 말인가.’


그랬다. 놈을 추격할 당사자는 무스카가 아니었다.

성공하든 실패하든 이방인 전사의 칼침을 받아내야 할 고기방패 역할은 여기 있는 용병들의 몫이었다.

살아 숨 쉬는 것 자체가 세상사에 하등 도움이 안 되는 삼류 쓰레기들.

이런 놈들은 그냥 필요할 때 적당히 부려먹다가 잘라내면 그만인 소모품일 뿐이었다.


‘하지만 난 다르다. 지난 수십 년간 바닥부터 굴러가며 상단을 키워낸 나는 엘리트 중에 초 엘리트란 말이다. 그런 내가 발 한번 헛디뎠다고 해서 이렇게 쉽게 무너진다는 건 말이 안 되는 소리지.’


이번 일도 숱하게 겪어온 지난 위기들처럼 그저 지나가는 과정일 뿐이었다.

무사히 넘어가기만 하면 되는 거다.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다들 걱정하는 마음은 충분히 이해하네. 그런데 말이야...”


뱀 같은 무스카는 급 말투를 바꾸며 친절한 표정을 지었다.

상단주로서의 명령이 안 먹힌다고 판단한 그는 조곤조곤한 설명과 함께 저들이 혹할만한 당근을 제시하기로 했다.


“결국 그 이방인 놈도 사람이란 말이지. 내 말 무슨 뜻인지 알겠나? 놈은 신이 아니야.”


갑자기 돌변한 무스카의 태도에 용병들은 멀뚱멀뚱 고개만 갸웃거렸다. 보우시만이 또 무슨 계략을 쓰려고 저러나하고 미간을 찌푸렸다.


“잘 한번 생각들 해보게. 기껏해야 은화 4, 50개면 사고도 남을 짐말을 무려 금화 한 닢에 사서 여길 떠난 저의. 뭐 느껴지는 게 없나?”

“도대체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건지...”

“허허, 이 친구들 참. 들어보게. 놈은 말이야, 한시라도 빨리 여길 뜨고 싶었던 게야. 왜? 부상을 당했거든. 것도 아주 큰 부상을.”

“부상이요? 그 자가요?”

“그런가? 난 모르겠던데.”


상황을 주도하기 시작한 무스카는 더욱 빠르게 혓바닥을 놀렸다.


“내 눈은 못 속여. 놈이 멀쩡한 척하는 연기에 나도 깜박 속아 넘어갈 뻔했지만 정황상 그게 아니거든. 확신하는데 지금 놈의 상태는 정상이 아니야.”

“그럼 상단주는 보셨소? 그자의 상태를?”

“물론 봤지. 얼굴이 아주 말이 아니더군. 사기꾼 놈이 어찌어찌 운 좋게 이번 사태를 무마했는지는 몰라도 이곳에 더 있다가는 밑천이 드러날까봐 두려웠던 거지. 그래서 시세보다 두 배나 많은 금액을 치러가면서까지 말을 사서 떠난 거야.”

“혹시 급한 볼 일이 있어서 그런 것일 수도 있잖소.”

“급한 볼 일? 아니 그런 놈이 뭣하러 노예행세까지 하며 여기 붙어있었는데?”

“하긴...”

“어쨌든 놈은 지금 정상적인 상태가 아니야. 그러니까 허둥지둥 뒤도 돌아보지 않고 도망친 게지. 내 말, 무슨 뜻인지 알겠나.”

“정리해봅시다. 그럼 상단주 양반 말대로라면 그놈은 지금 어디 크게 다친 상태란 거요? 그래서 자신의 상태가 들킬까봐 급하게 여길 떴다는 거요?”


용병들 중에 가장 나이가 많은 절름발이가 대표로 물었다.


“바로 그거야. 지금쯤 그놈은 저 절벽아래 마을 어딘가에서 완전히 뻗어있을 게 분명하다. 그러니까 지금이 기회야. 놈이 잠든 틈을 노려서 기습적으로 덮쳐. 그럼 충분히 해치울 수 있다.”

“잠깐만. 그런데 우리가 왜 굳이 그런 일을 해야 하는 거지?”


이번에는 절름발이 옆에 있던 애꾸가 지적하고 나섰다.


“상단주 당신이야 잃은 돈이며 이것저것 손해 본 것 때문에 눈이 뒤집혔겠지만 우리까지 그 일에 동조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는데. 막말로 놈의 뒤통수를 치는 게 상행을 보호하는 일과 무슨 상관이요?”

“듣고 보니 그 말도 맞네. 사실 그 친구가 아니었다면 우린 더 큰 피해를 입었을 겁니다.”

“그럼, 그럼. 우리가 아무리 배운 게 없는 놈들이라지만 은인의 뒤를 친다는 건 인간으로서의 도리가 아니지, 암.”


애꾸의 반론에 너도나도 동조하고 나섰다.

어쭈 이 자식들 봐라?

등을 돌린 여론에도 무스카는 여유만만이었다.

그럴듯한 핑계로 자신의 명령을 거부하려드는 얕은꾀가 그저 가소로울 따름이었다. 겁쟁이 자식들...

무스카는 이쯤에서 숨겨두었던 히든카드를 꺼내들기로 했다.


“하하하, 이 친구들 왜 이렇게 성격이 급해. 내가 어디 맨입으로 그런 부탁을 할 사람으로 보이는가.”

“그럼...?”

“뭐 없냐고? 아 당연히 있지. 내가 누군가. 일을 맡길 때는 다 그만한 대가를 준비해두고 있다네.”


잠시 뜸을 들인 무스카는 용병들을 쭉 돌아본 후 다시 입을 열었다.


“금화 일곱 개. 놈의 목을 가져온 자에게는 회수한 운영자금의 절반을 주겠네. 원한다면 여자노예들 중에 마음에 드는 년도 하나 골라. 내 덤으로 선물하도록 하지.”


획기적인 제안에 용병들 눈이 번쩍 뜨였다.

금화가 일곱 개라고? 목 하나에 무려 금화 일곱?

실로 달콤하기 그지없는 유혹이었다.

그들이 이번 상행으로 벌 수 있는 돈이라 봐야 고작 은화 열 닢 남짓이 전부였다.

물론 그 돈도 결코 적은 액수는 아니었지만 금화 일곱 닢에 비하면 새발의 피였다. 뜨내기 삼류용병들로서는 평생을 가도 만져보기 힘든 거액이었다.

그뿐인가.

저 상단주는 여자노예까지 경품으로 걸었다.

충분히 구미가 당기는 제안이었다.


“크크크, 그렇다면 얘기가 달라지지.”


애꾸가 여자노예들 쪽을 바라보며 입술을 핥았다.

그의 손에는 벌써 도끼가 들려있었다.

돈과 여자에 눈이 먼 나머지 용병들도 너도나도 무기를 챙겨들었다. 몇몇 일꾼들까지 단검이며 작대기를 찾았다.


“까짓 거 상단주 말대로 놈의 상태가 정상이 아니라면 굳이 겁먹을 필요가 없지.”

“맞아, 생각해보니까 썩 대단한 놈도 아니었어.”

“별 볼일 없는 이방인일 뿐이다. 어디서 굴러먹던 놈인지도 모르는 미개한 놈이 감히 우리 위대한 아스트리아 땅을 활보하게 두고 볼 순 없는 일 아닌가.”


어쨌든 머릿수도 충분하겠다, 나만 안 당하면 될 일이었다.


‘자식들, 진즉에 이렇게 나왔어야지.’


제대로 용병들을 구워삶은 무스카는 조용히 미소를 머금었다.


‘살짝 급한 마음에 지르긴 했지만...’


혹시라도 이들이 운영자금을 회수한다 하더라도 무스카는 그 돈을 전부 줄 생각이 없었다. 대충 후려쳐서 은화 50개정도로 퉁 칠 계획이었다.


‘잘하면 30개만 줘도 충분할지 몰라.’


그럼 여자노예는?

장난하나. 그건 여자 쪽 의견도 물어봐야지.

싫다는 여자를 강제로 떠넘기는 건 신사의 도리가 아니다.


무스카는 자신의 처신은 잊은 채 되도 않는 신사도를 핑계 삼아 스스로를 합리화시켰다.

어쨌든 그 문제는 나중에 다시 생각하기로 하고.

당장은 저 괘씸한 이방인 전사를 잡고 돈을 회수하는 것이 우선이었다.


“자, 빨리 출발하도록. 멀리는 못 갔을 것이다. 지원자들은 제일 가벼운 마차를 타고 먼저 출발한다. 나머지는 정리가 끝나는 대로 내가 이끌고 쫓아가겠다.”


돈에 눈이 먼 용병들과 일꾼들은 앞 다투어 마차에 올라탔다.


“전 빠지겠습니다.”


보우시였다.

섶을 지고 불로 뛰어드는 미친 짓 따위에는 동참하기 싫었던 그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노예마차 쪽으로 걸어갔다. 그쪽 마부도 공대마차에 합류했기에 대신 고삐를 잡겠다는 명분이었다.


“뭐 그러던가.”


무스카는 이번 상행이 끝나면 저 건방진 흑인 수행관부터 잘라버려야겠다고 생각했다.


*


명상을 마친 진이 눈을 떴다.

언제나 그랬듯 명상을 하고나면 몸도 마음도 가뿐하다.

개중 오늘은 특히 더 컨디션이 좋았다.

링크의 존재 없이도 완벽하게 그것을 재현한 영혼의 푸른빛을 얻었고 마지막에는 추가적인 상승분까지 획득했다. 그야말로 대만족이었다.


뿌드득.


팔 근육과 등 근육, 상체부터 하체까지 차례로 힘을 주며 스트레칭을 해본다. 목도 돌려보고 허리도 돌려본다.

관절은 윤활유를 바른 듯 부드럽고 근육은 팽팽하고 힘이 넘쳤다.

피폐했던 정신도 거울처럼 맑아졌다. 육체와 정신의 괴리감도 제자리를 찾았고 모든 게 완벽했다.


‘그렇다면...’


진은 미간과 관자놀이 사이에 가상의 신경선을 그어보았다. 한번에 오감과 기감을 측정하기 위해서였다.

이쪽도 충분하군.

무뎌진 감각도 되살아나 있었다.

농가 뒤편 마구간, 타고 왔던 말이 바닥을 긁는 소리가 손에 잡힐 듯이 선명하다.


‘슬슬 비가 그칠 모양인데.’


잦아든 빗소리를 감상하며 창가로 다가섰다.

불빛 하나, 별빛 하나 없는 마을 위로 먹구름의 잔재가 흘러가고 있었다. 진정 평화로운 풍경이었다.

불에 탄 농가와 길바닥에 널린 시체가 좀 거슬리긴 하지만 뭐 그 정도쯤이야.

소슬대며 떨어지는 빗소리 사이로 말의 숨소리가 들려온다.

일정하게 들고나는 숨소리를 보아하니 곧 잠이 들 모양이다.

허기가 동한 진은 주방을 뒤졌다.


“이게 단가?”


빈 주방에는 먹다 남은 흑빵 한 조각밖에 없었다.

진은 맛없는 빵조각을 씹으며 다시 창가로 향했다.

산 자의 온기가 없는 마을.

급한 마음에 들어오긴 했지만 확실히 경계되는 무언가가 있었다.

분명 뭔가가 있긴 있는 것 같은데...

이리저리 옮겨가던 시선이 서서히 한곳으로 집중되고 있었다.

점점 가늘어지는 빗소리를 뚫고 전해오는 미세한 움직임.

처음 마을로 들어섰을 때는 폭우와 컨디션 난조로 미처 파악하지 못했던 시그널이다.


‘생존자인가.’


감각이 인도하는 대로 위치가 특정되었다.

마을 정중앙.

신의 제당 쪽이었다.

자세히 보니 불빛도 일렁이고 있었다.

저긴 무슨 신을 모시는 제당이지?

불빛은 제당 측면 쪽창에서 흘러나오고 있었다.

빛의 일렁임은 내부에 누군가가 존재하고 있음을 암시하고 있었다.

과연 누굴까.

평범한 마을이었다면 굳이 관심을 둘 필요가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전쟁터마냥 시체가 뒹굴고 있는 마을과 그곳의 유일한 생존자라면 충분히 호기심이 동할 상황이었다.

무엇보다 맘 편히 밤을 보내려면 저 움직임의 정체가 적이 될 수 있는지 정도는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

그럼 가볼까.

남은 빵을 삼키고 후드를 뒤집어썼다.

갑옷은 걸치지 않았다.

겨우 말라가는 가죽갑옷을 다시 비에 젖게 할 필요는 없었으니까.

진은 검 한 자루만 챙겨들고 제당 건물로 향했다.


*


“허억! 누, 누구십니까?”


고풍스러운 정문을 열고 들어가자 젊은 사제가 돌아본다.


“그러는 넌 누구지?”


진은 질문과 동시에 제당 내부를 훑었다.

텅 빈 실내에는 수십 구의 시체가 가지런히 누워있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 작성자
    Lv.71 감상.
    작성일
    23.01.12 14:55
    No. 1

    음.. 억지가 주 소재네.

    용병도 못 당하는 구울을 순식간에 처리한 사람을 뒤치기한다??

    뭐만 하면 주인공은 쓰러질 것 같고(공간이동 직후)
    끽하면 쓰러지고(노예로 잡힘)
    끽하면 쓰러질 것 같고(마을에서 쓰러질뻔)

    이유없이, 이유있이,
    편의주의적으로 작가맴 억지를 써 개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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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015화_결심 +1 23.01.18 141 12 12쪽
14 014화_누명 23.01.17 129 9 12쪽
13 013화_안개 23.01.16 146 10 12쪽
12 012화_유괴 23.01.15 223 8 12쪽
11 011화_난장판 23.01.14 220 9 12쪽
10 010화_사제 23.01.13 238 10 11쪽
» 009화_당근 +1 23.01.12 250 10 12쪽
8 008화_외딴마을 23.01.11 284 10 15쪽
7 007화_의뢰2 23.01.10 312 8 12쪽
6 006화_의뢰 23.01.09 355 11 11쪽
5 005화_습격2 23.01.08 469 14 11쪽
4 004화_습격 23.01.07 450 11 13쪽
3 003화_상단 23.01.06 546 12 13쪽
2 002화_금광 23.01.05 698 14 12쪽
1 001화_프롤로그_내단 23.01.04 800 17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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