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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한 님의 서재입니다.

그 헌터가 살아가는 법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달한
작품등록일 :
2022.05.11 20:34
최근연재일 :
2022.07.20 18:20
연재수 :
7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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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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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44
글자수 :
520,531

작성
22.07.03 2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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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쪽

FTX: Field Training Exercise (2)

DUMMY

FTX: Field Training Exercise (2)




우리는 철책 앞에 섰다.

한 걸음만 내디디면 위험지대였다.

평탄한 초원 지대가 쭉 펼쳐져, 시야 저편에 몬스터가 몇 마리 잡혔다.


우리 옆에 한 무리가 있었다.

화랑 길드였다.

그들은 이쪽을 흘겨보더니 말도 없이 곧장 출발했다.


황민호 팀장은 인원과 장비를 점검한 후, 소대장이 탑승한 전술차량을 두드렸다.

우리 측 출발 신호였다.


토벌 임무 중에는 도보 이동이 원칙이다.

부상자 발생, 상위 몬스터 등장 등 위험 상황에만 장갑차 혹은 전술차량을 탄다.

여기에는 이유가 있다.

활성 게이트에서는 운송 수단 반입이 불가능하다.

따라서 도보로 이동하며 몬스터를 사냥한다.


토벌 임무는 위와 같은 극악한 실전 상황을 재현하고자 한다.

목표는 헌터에게 최대한의 경험치를 먹이는 것.


우리는 장갑차를 엄폐물 삼아 구보했다.

15km/h 정도의 여유 있는 속도였다.


숨을 헐떡이는 사람은 없었다.

황민호 팀장은 전신에 플레이트 아머를 착용하고도 흐트러짐 없이 호흡했다.


시아라가 옆에서 장난스러운 목소리로 내게 말을 걸었다.

“힘들지? 그치?”

“전혀요.”

“진짜로? 괜찮아?”

“네.”


그러자 시아라가 선두의 황민호 팀장에게 외쳤다.

“팀장! 신입이가 멀쩡하대. 속도 좀 높일까?”


스쿼드의 이동 속도를 결정하는 건 팀장 몫이다.

황민호 팀장이 선두에 선 이유다.


팀장은 대답이 없었다. 대신 달리기 속도가 빨라졌다.

시속 20km 이상이었다.

맨몸의 마라톤 선수가 이 속도로 2시간여를 달린다.

극한까지 단련한 선수에게나 가능한 일을, 각성자는 무장 상태로 수행할 수 있다.


옆에서 장갑차 무한궤도의 철제 궤도가 가속 회전하며 드르르륵─ 소음을 냈다.

흙먼지가 피어올랐다.우

리보다 먼저 출발한 화랑 길드 스쿼드가 100m 거리에 보였다.

그들은 몇 마리 몬스터를 발견하고 접근 중이었다.


황민호 팀장이 명령했다.


“화랑 길드에 양보하지 않는다. 우리도 몬스터를 공격한다.”


한정된 몬스터를 두고 화랑 길드와 경쟁하겠다는 말이었다.

황민호 팀장이 속도를 더 높였다.

100m를 10초에 주파할 수준의 어마어마한 가속이었다.

36km/h 이상의 고속.


무지막지한 속도감에 바람이 내 뺨을 거세게 때렸다.

황민호 팀장은 달리는 와중에 뒤를 흘끗 쳐다봤다.

내가 따라오는지 확인하는 것이었다.


신입이면 신입답게 뒤떨어지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인지상정이다.

하지만 미안하게도 이 정도는 아무렇지 않다.


“헬하운드 4마리다. 주의해.”


헬하운드는 5급 몬스터다.

몬스터의 등급은 9급부터 1급으로 매긴다.

공무원을 떠올리면 간편하다.

9급은 약하고, 1급은 강하다.


그밖에 규격 외의 몬스터가 있기는 하지만, 어지간해서는 볼 일 없다.

5급이면 몬스터 중에 강한 축에 속한다.

전에 상대한 글라와커스가 4급이었다.

어느 정도인지 대략 감이 잡혔다.

까다로운 몬스터일 것이다.


그러나 나는 그때보다 능력치가 발달했고, 무기술을 배웠으며, 장비도 갖췄다.

따라서 문제없다.


우리 스쿼드는 속도를 늦추지 않고 달렸다.

화랑 길드가 헬하운드 무리와 충돌하려는 순간.


황민호 팀장이 카이트 실드를 앞세워 급가속했다.

기이할 정도로 빠른 돌진이었다.

네 마리 몬스터의 이목이 단번에 쏠렸다.


팀장이 방패로 한 마리를 후려쳤다.

깨갱, 하고 구슬픈 울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뒤이어 검을 사선으로 휘둘러 달라붙는 한 마리를 떨쳐냈다.


남은 헬하운드는 두 마리.

그중 하나가 팀장을 깨물려고 달려들었다.


그때, 화살 한 발이 날아들어 헬하운드의 배에 꽂혔다.

시아라가 쏜 것이었다.

헬하운드가 공중에서 픽, 떨어졌다.


나는 김태양을 제치고 돌진해 대도를 휘둘렀다.

헬하운드의 몸통이 반으로 갈라졌다.

즉사였다.


뒤이어 아래를 대도로 그었다.

또 한 마리, 목이 잘려나갔다.

멈추지 않고 대도를 다섯 번 휘둘렀다.


이가벽괘장의 풍륜전(風輪轉), 풀어 말하면 바람개비처럼 팔을 돌리는 동작 덕분에 크고 무거운 대도를 다루는 동작에 막힘이 없었다.

대도는 연격(聯擊)으로 헬하운드를 조각냈다.

팔을 거둬들였을 때, 바닥에는 네 구의 몬스터 사체만이 널브러져 있었다.


코인 획득 메시지가 연속으로 떠올랐다.


[헬하운드 제거. 15코인 획득.]

[헬하운드 제거. 9코인 획득.]

[헬하운드 제거. 14코인 획득.]

[헬하운드 제거. 11코인 획득.]


네 마리 사냥으로 49코인이면 나쁘지 않은 소득이었다.


“야이씨. 지 혼자 다 처먹네!”


김태양이 삼지창을 흔들며 날뛰었다.

몬스터를 합동으로 사냥하면 시스템적으로 지분율이 측정된다.

누가 얼마나 기여했는지 계산되어 코인이 자동 분배되는 식이다.


팀장은 몬스터를 유도했고, 방패로 쳐내기도 했다.

시아라는 화살을 쏴 맞혔다.

두 사람은 약간씩 코인을 획득했을 것이다.

그러나 김태양은 아무 역할도 하지 않아 1코인도 획득하지 못했을 것이다.

저렇게 불만 표하는 걸 이해 못 할 일은 아니었다.


그러나 이 자리에 더 화난 사람들이 있었다.


“우리가 먼저 발견했는데 건방지게 뭐 하는 거야!”


화랑 길드 팀장의 외침이었다.

그가 투구를 벗고 성난 표정을 고스란히 드러내며 내 쪽으로 다가왔다.

김태양에게는 미안하지만 서두른 이유가 이것이었다.

화랑 길드에는 코인 하나 먹이고 싶지 않았다.


황민호 팀장이 내 앞에 섰다.

화랑 팀장으로부터 나를 보호하는 포지션이었다.


“넌 뭐야?”


화랑 팀장의 아니꼬운 물음.

황민호 팀장이 싸늘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토벌 임무에서는 누구도 몬스터를 독점할 수 없습니다. 먼저 발견했다고 사냥 권한이 주어지지도 않고요. 누구든 자유롭게 몬스터를 사냥할 수 있습니다. 모르셨습니까?”


토벌 임무를 수행하는 헌터에게는 공동의 원칙이 있다.

황민호 팀장은 그 원칙을 지적한 것이었다.


누구나 자유롭게 눈에 띄는 몬스터를 사냥할 수 있다는 원칙.

해당 원칙에 따라, 심지어는 다른 스쿼드가 사냥 중인 몬스터를 가로채듯이 공격할 수도 있었다.

명분은 위험할 수 있으니 돕는다는 것.

하지만 사실은 거대 길드가 약소 길드의 사냥감을 빼앗아도 문제 생기지 않도록 만든 룰이었다.


“이 새끼가 어디서 설교질이야?”

“원칙을 상기시켜드린 겁니다.”

“내가 너보다 토벌 임무를 몇 번 더 수행했을 것 같아? 건방지게 가르치려 들지 마.”

“가르칠 생각 없습니다.”


화랑 팀장의 표정이 더 험악해졌다.

두꺼운 팔이 움찔거렸다.

투구로 황민호 팀장을 후려치기라도 할 기세였다.

화랑 팀장은 폭력을 쓰는 대신 화가 가득한 목소리로 경고했다.


“내가 뭐라고 했어? 우리 뒤에서 찌꺼기나 받아먹으라고 했지? 또 설치면 그땐 진짜 좆같아질 거야. 알아들어?”

“저희는 룰을 위배하지 않는 선에서 움직일 뿐입니다. 불만 있으면 협회에 정식으로 문제 제기하십시오.”

“하여튼 건방진 새끼들. 김태양 같은 새끼 받는 길드가 그렇지. 기본적인 예의가 없다니까.”


화랑 팀장이 바닥에 침을 탁 뱉고는 돌아갔다.

그는 팀원들을 모으더니 전술차량을 두드렸다.

그쪽 소대장과 몇 마디 나눈 후, 두 대의 전술차량에 올랐다.

전술차량이 화랑 길드 스쿼드를 태운 채 멀어졌다.


시아라가 뿌연 흙먼지를 손부채로 날리며 소리쳤다.


“팀장! 저거 미친놈들 아냐? 위험한 상황도 아닌데 전술차량 타는 게 말이 돼?”

“말이 안 되지.”

“저대로 두고 볼 거야?”

“안 두고 보면? 문제 제기해봤자 유야무야 넘어갈 텐데.”


저 정도는 문서도 안 남는 구두 경고 선에서 넘어갈 것이다.

화랑 길드는 랭킹 13위고, 이 필드를 클리어한 주체니까.


“끄응. 우리도 전술차량 탈까? 화랑도 타는데 못 탈 거 없잖아.”


황민호 팀장이 고개를 저어 시아라의 제안을 거부했다.


“우린 룰대로 간다.”

“그럼 진짜 찌꺼기만 먹게 될 텐데? 쟤들 우리 따돌리려고 차 탄 거잖아.”

“어쩔 수 없지.”


시아라가 내게 물었다.


“치우 생각은?”


화랑 길드의 코를 납작하게 만들어주고 싶다.

우리가 코인을 싹쓸이하고 싶다.

하지만 내 마음대로 굴 수는 없다.

혼자 다니는 게 아니라 스쿼드니까.


“팀장님 결정에 따르겠습니다.”

“실망이야. 김썬은?”


김태양은 말없이 삼지창을 바닥에 푹푹 찌르기만 했다.


“어휴. 기가 팍 죽었네. 됐다, 됐어.”


그리하여 우리는 황민호 팀장의 결정을 따르게 됐다.

다시 출발이었다.

계획된 루트를 도보로 이동했다.


얼마쯤 움직이다 보니 널브러진 몬스터 사체가 보였다.

화랑 스쿼드가 사냥하고 남은 잔해였다.


실망스러운 분위기 속에서 계속 이동했다.

몬스터 사체만 발견하는 일이 반복됐다.

간혹 한두 마리, 무리에서 떨어져 나온 몬스터를 사냥하는 게 전부였다.

말 그대로 찌꺼기만 받아먹는 꼴이었다.


어느덧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었다.

나는 손목시계를 확인했다.

시각은 오후 5시 41분.


헬하운드 이후로 사냥한 몬스터는 10마리가 채 안 됐다.

군인들이 기름이 절반 아래로 떨어진 장갑차를 주유했다.


그 사이, 우리는 장갑차에 탑승해 식사했다.

무거운 분위기가 흘렀다.


“그냥 돌아갈까?”


시아라가 한숨을 푹 내쉬며 푸념했다.

이래서는 소득 없이 시간 낭비였다.


황민호 팀장이 실망한 기색 없이 냉정한 목소리로 말했다.


“몬스터를 토벌하며 배정된 루트로 이동, 목적지에 도달한다. 그게 우리 임무야.”

“알아. 그냥 한 말이야.”


시아라가 입을 삐죽 내밀었다.

더는 불만을 표하지는 않았다.


우리는 다시 도보로 이동했다.

식사하고 났더니 주변이 어둑어둑했다.

장갑차가 헤드라이트로 우리 앞을 밝혀줬다.


10분쯤 이동했을 때.

소대장이 전술차량 창문을 내리고 우리를 멈춰 세웠다.


“앞서간 1소대에서 지원 요청이 들어왔습니다.”


화랑 길드의 보조 임무를 맡은 소대였다.

팀장이 소대장을 상대했다.


“무슨 일 있습니까?”

“장갑차가 늪지대에 빠져서 이동 불가 상태랍니다.”

“지형 파악이 안 된 겁니까?”

“항공 관측을 했는데 숲이라서 내부 환경까지는 파악이 안 됐나 봅니다.”


나는 앞을 내다봤다.

길게 이어지던 초원이 끝나고, 저 앞은 숲이었다.

울창해서 무인기 관측으로는 저 안에 뭐가 있을지 알 수 없는 환경이었다.


“저희가 어떡하면 되겠습니까?”

“1소대 장갑차 인양을 도와야겠습니다.”


저 군인들은 우리를 도우러 왔다.

하지만 옆 소대가 늪에 빠지면 그들을 돕는 게 우선이다.

당연한 일이다.

황민호 팀장은 그런 사정을 아는지 순순히 수긍했다.


“알겠습니다. 그리로 가시죠. 화랑 길드는 어떻게 됐습니까?”

“그 인간들이 무리하게 전진해서 따라가다가 장갑차가 빠진 거랍니다. 그런데 정작 본인들은 좀 기다리다 전술차량 타고 갔답니다. 쯧쯧.”


소대장이 불만스러운지 입술을 질겅질겅 씹었다.

화랑 길드 측에서 군인들을 도구처럼 멋대로 다루는 걸 못 느낄 리 없었다.

함부로 불만 표할 상대가 아니라 참은 거겠지.


우리는 숲으로 진입했다.

무전 교신으로 접수한 위치까지 이동했다.


숲은 어둡고 음산한 분위기가 흘렀다.

초원과 달리 시야가 제한돼 불안한 점이 많았다.

공중 지원을 받을 수 없고, 장갑차의 이동이 원활하지 않다는 점에서 군 동행의 효과가 현저히 감소했다.


통신을 이어간 끝에, 우리는 축축하고 음산한 늪지대에 도달했다.


"아, 골치 아프게 됐네."


소대장이 투덜거렸다.

장갑차 두 대가 거의 가라앉은 수준으로 늪지대에 퍼져 있었다.

험지 이동에 장점이 있는 무한궤도로도 빠져나올 수 없는 수준이었다.

중량물 인양용 구난 차량이 오면 편리하겠지만 없었다.


아쉬운 대로 장갑차 사이에 사슬을 걸었다.

소대장이 현장을 감독하며 인양을 지시했다.


우리 측 장갑차가 늪에 빠진 장갑차를 끌기 시작했다.

요란한 소음과 함께 무한궤도가 바닥 깊이 파고들었다.


우리가 도울 수 있는 일은 없었다.

혹시나 몬스터가 나타나 군인들이 위험에 빠지는 일 없도록 주변을 경계했다.

습한 늪지대라 그런지 안개가 피어올랐다.


“분위기가 영 안 좋은데. 난 나무 위에 올라가 있을래.”


시아라가 그런 말을 하고는 앞에 있는 커다란 나무를 오르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우듬지에 이르러 몸을 기댔다.


김태양이 못마땅한 표정을 지었다.


“재수 없는 소릴 하고. 저런 말 하면 꼭 무슨 일 생기더라. 감이 좋은 건지······.”

“환경이 안 좋아. 긴장 풀지 마.”


황민호 팀장이 다시 한번 우리를 단속했다.


나는 대도를 늘어뜨린 채 경계를 유지했다.

문득, 거슬리는 소리가 들렸다.

뻘을 빨아들이는 것 같은 끈적한 소리.

그리고 물이 찰박거리는 소리.

그것들은 장갑차 인양의 소음 속에서 은밀하게 들렸다.


나는 줄곧 주시하던 앞쪽에서 눈을 떼고 뒤를 돌아봤다.


늪지의 진창 속에 커다란 돌멩이 같은 것이 불룩 튀어나와 있었다.

그런 물체가 한둘이 아니었다.

내가 발견하자마자, 그것들은 몸을 일으켰다.


새로로 길쭉한 형태에 키가 3m는 됐다.

몬스터였다.


“늪지에 몬스터!”


나는 외침과 동시에 움직였다.

몬스터가 늪을 완전히 빠져나오자 그것들 위에 이름이 떠올랐다.


[머드맨]


6급 몬스터였다.

이름과 달리 사람 형상은 아니다.

형태만 따지면 위로 기다란 슬라임과도 비슷하다.


그렇게 강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숫자가 많은 게 문제였다.

눈에 보이는 것만 20마리 이상이었다.

늪지 깊숙한 곳에 몇 마리가 더 도사리고 있을지 알 수 없었다.


머드맨들이 장갑차를 기어올랐다.

차체 상부에 몸을 내놓고 있던 병사가 중기관총을 발사했다.

12.7mm 탄환을 5발씩 점사하자 압도적인 총성이 퍼졌다.

삽시간에 서른 발 이상 쏟아냈다.


그러나······


“저거 뭐야? 왜 안 맞아!”


안 맞은 게 아니었다.

효과가 없는 것이었다.


탄환은 머드맨의 몸을 관통해 구멍을 만들었다.

그러나 그 구멍은 흘러내리는 진흙으로 곧바로 메워졌다.


몬스터 중에 간혹 저런 특별한 개체가 있다.

중화기의 화력이 통하지 않아서, 각성자가 마나 담긴 무기로 상대해야 한다.


군인은 그 사실을 모르는지 사격을 계속했다.

그러다 곧 절망한 목소리로 외쳤다.


“기능고장! 기능고장!”


총체적 난국이었다.

장갑차를 기어오르는 머드맨 숫자가 네 마리 이상으로 늘어났다.

그중 한 마리가 기관총 사수 바로 앞까지 접근했다.

당장에 덮칠 기세였다.


나는 박차고 뛰어오르며 대도를 크게 휘둘렀다.

기관총 사수에게 머리를 들이밀던 머드맨의 몸통이 세로로 쪼개졌다.

마나 실린 참격의 위력이었다.


곧바로 옆의 머드맨을 향해 칼을 휘두르는데, 날카로운 금속성이 울렸다.

총알이 내 바로 옆을 스쳐, 장갑차의 외장에 맞고 튕긴 것이었다.


군인들의 사격은 무의미하다.

머드맨에게는 타격이 없고, 도탄과 오발탄에 이쪽만 다친다.

괜히 나만 저 대구경 탄환에 맞아 몸이 뚫릴 수 있다는 말이다.

사격 중지하고 얌전히 구경만 해줬으면 좋겠는데.


“사격 중지! 사격 중지!”


다행히 소대장이 곧바로 지시를 내렸다.

3초 만에 내린 정확한 판단이었다.

몬스터를 상대한 경험이 많은 듯했다.

이제 적어도 아군 총에 맞을 위험은 없었다.


나는 장갑차 위를 뛰어다니기 시작했다.

총에 맞을 위험이 사라져서 자유로워졌다.

장갑차를 박차고 다니며 머드맨을 말 그대로 학살했다.


피잉─ 피잉─ 소리가 날 때마다 시아라가 쏜 화살이 머드맨의 몸통 깊이 꽂혔다.

김태양이 삼지창으로 열심히 포크질을 했다.

팀장이 정제된 동작으로 롱소드를 휘둘렀다.

바쁜 와중에도 눈에 띄는 움직임이었다.

검을 제대로 익힌 듯한 모습.


2분이 채 안 돼서 주변 머드맨을 모조리 도륙했다.

코인을 획득했다는 시스템 메시지가 연속으로 떠올랐다.

기분 좋은 메시지였다.


처음에 죽을 뻔했던 기관총 사수가 얼굴이 하얗게 질려서는 내게 연신 고개 숙였다.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와, 정말······.”

“별거 아니에요.”


어쩐지 멋쩍어서 그렇게만 대답했다.

속으로는 뿌듯했다.

20대 초반 좋은 시절에 군대에 끌려와 몬스터에 죽으면 억울하다.

사람을 구한 기쁨이 컸다.


“다친 사람?”


황민호 팀장이 팀원들을 점검했다.

모두 멀쩡한 걸 확인하고 군인들까지 확인했다.

머드맨 무리의 기습을 받았는데 아무도 다치지 않았다.


운이 좋아서가 아니었다.

낙원 길드의 헌터들이 강한 덕분이었다.

문득 이런 사람들이 왜 낙원 길드에 소속된 걸까 하는 의문이 생겼다.


세 명 모두 실력이 좋았다.

나처럼 경력이 부족하지도 않을 것이다.

마음만 먹으면 좋은 길드를 골라 갈 수 있을 정도였다.

뭐, 나름대로 사정이 있는 거겠지.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경계하는 가운데, 머드맨이 계속 나타났다.

늪지대가 머드맨의 영역인 모양이었다.

우리는 사냥을 계속했다.

50마리쯤 잡았을 무렵에야 인양 작업이 끝났다.


소대장이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우리에게 다가왔다.


“인양한 장갑차 정비도 해야 하고, 머드맨이란 놈들 화력이 안 통해서 할 수 있는 게 없습니다. 일단 기지로 돌아가야겠는데······.”


소대장이 말끝을 흐렸다.

원래대로라면 우리가 목적지에 도달할 때까지 함께 움직여야 했다.

소대장은 임무를 수행하기 어렵다는 아쉬운 소리를 하는 것이었다.


황민호 팀장이 대답했다.


“저희도 같이 돌아가겠습니다.”

“아, 그래 주시겠습니까?”

“상황이 상황이니까요.”

“고맙습니다. 그럼 LTV 타고 같이 돌아가시죠.”


소대장이 싹싹한 목소리로 말했다.

쌀쌀맞았던 그는 우리가 머드맨을 학살한 이후로 태도가 깍듯해져 있었다.

화기가 안 먹히는 머드맨에 당할 뻔한 걸 구해준 게 고마운 눈치였다.


팀장과 시아라가 LTV를, 나와 김태양이 장갑차를 타기로 했다.

둘로 나눠져 움직이려는데 1소대장이 이쪽으로 다가왔다.

상사 계급의 그는 머리를 벅벅 긁으며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LTV 운전하는 우리 애들한테 통신이 안 돼. 화랑 길드 태우고 간 애들 말이야.”


우리 측 중사 소대장이 상사 계급의 1소대장에게 공손한 태도로 물었다.


“무전이 안 가는 거 아닙니까?”

“그런 게 아니야. 신호는 가는데 응답이 없어. 좌표도 계속 그대로고. 무슨 일 생긴 거 아닌가 불안한데. 걔네 LTV도 늪에 빠진 거 아닌가 몰라.”


1소대장이 군복 포켓에서 담배를 꺼내어 입에 물었다.

걱정스러운 눈치였다.


“좌표 있으면 가서 확인해봐야 하는 거 아닙니까?”

“이 꼴로 갈 수가 없잖아. 그래서 이러는 거야.”


숲은 어둠 속에 늪지대를 감춰두고 있다.

지형 확인 안 하고 움직이다가는 장갑차가 또 빠질 것이다.

화랑 길드는 자기네가 몬스터를 정리하겠다고 호언장담했지만, 정리는 개뿔 숲에 몬스터가 가득했다.

숲의 환경을 고려했을 때, 앞서 간 화랑 길드나 군인들에게 위험한 상황이 닥쳤을지도 몰랐다.


황민호 팀장이 우리에게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우리끼리 수색하러 간다고 하면, 반대 의견 있는 사람?”


작게 말했지만 조용한 숲속이었다.

두 소대장이 귀를 쫑긋 세우고 이쪽 대화에 집중했다.


김태양이 마뜩잖은 표정으로 말했다.


“이렇게 어두운데 저길 기어든다고요? 딴 사람도 아니고 화랑 헌터들 도우러요?”

“LTV 탄 군인들도 있어. 그리고 위험에 빠진 헌터가 있으면 무조건 돕는 게 원칙이다.”

“난 별론데요.”

“시아라는?”

“난 팀장 말대로 하지. 김썬 저 인간, 막사에서는 팀장이 리더니까 알아서 결정하라고 해놓고 여기선 또 반대하네. 순 지 멋대로야~”

“내가 언제?!”


팀장이 마지막으로 내게 물었다.


“네 생각은?”


적어도 지금까지, 황민호는 괜찮은 리더십을 보였다.

화랑 길드의 헌터들은 꼴불견이지만 LTV 운전병들은 돕고 싶기도 하고.


“저도 팀장 의견에 따르겠습니다.”


황민호 팀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우리끼리 출발하자.”


우리는 1소대장에게서 좌표를 표시한 지도를 받았다.

플래시를 각각 하나씩 챙기고, 두 개뿐인 야간투시경까지 받았다.

준비를 마친 후, 우리는 방향을 잡고 출발했다.

군인들이 잘 부탁한다며 배웅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 작성자
    Lv.19 f2******..
    작성일
    22.07.17 22:27
    No. 1

    쿼츠 시계도 안돼서 기계식 시계 쓰면서 차량에다가 무전기...
    설정이 나만 이상한가요?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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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 디오니소스 축제 (6) 22.07.15 325 12 19쪽
66 디오니소스 축제 (5) 22.07.14 324 14 18쪽
65 디오니소스 축제 (4) 22.07.13 314 13 15쪽
64 디오니소스 축제 (3) +1 22.07.12 321 15 19쪽
63 디오니소스 축제 (2) +1 22.07.11 342 14 22쪽
62 디오니소스 축제 (1) 22.07.10 383 17 22쪽
61 인간과 몬스터 (3) 22.07.09 406 14 17쪽
60 인간과 몬스터 (2) +1 22.07.08 391 17 18쪽
59 인간과 몬스터 (1) +1 22.07.07 429 16 18쪽
58 졸업 (1) +1 22.07.06 405 20 22쪽
57 FTX: Field Training Exercise (4) +1 22.07.05 411 12 22쪽
56 FTX: Field Training Exercise (3) +1 22.07.04 391 13 21쪽
» FTX: Field Training Exercise (2) +1 22.07.03 398 14 20쪽
54 FTX: Field Training Exercise (1) +1 22.07.02 454 18 19쪽
53 낙원 (3) +1 22.07.01 440 12 21쪽
52 낙원 (2) 22.06.30 434 14 16쪽
51 낙원 (1) +1 22.06.29 471 15 17쪽
50 나이트 런 (5) 22.06.28 466 13 17쪽
49 나이트 런 (4) 22.06.27 472 15 20쪽
48 나이트 런 (3) 22.06.26 482 19 16쪽
47 나이트 런 (2) 22.06.25 494 17 22쪽
46 나이트 런 (1) 22.06.24 505 17 15쪽
45 아이즈 인 스카이 (3) 22.06.23 505 15 14쪽
44 아이즈 인 스카이 (2) 22.06.22 517 14 15쪽
43 아이즈 인 스카이 (1) +1 22.06.21 563 17 13쪽
42 운수 좋은 날 (5) +2 22.06.20 600 20 14쪽
41 운수 좋은 날 (4) 22.06.19 550 18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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